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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1화 (11/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1화

제4화. 관심 독점(3)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권이연은 의자에 놓아둔 무릎 담요를 허벅지 위에 올려뒀다.

우미가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속바지 입었으니까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어.”

치마가 영 적응이 안 되었기에 무릎 담요가 없이는 너무나도 불안하다.

조금이라도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벌리는 순간, 치부를 다 드러내는 것만 같은 수치심이 느껴졌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연은 일부러 무릎 담요로 다리를 꽁꽁 싸매듯 덮은 거였다.

첫 방송부터 쩍벌녀라고 불리긴 싫으니까 말이다.

쉬는 시간이 모두 끝나고.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다시 제자리에 위치했다.

첫 녹화는 연습생들에게 1차 미션이 하달됨으로 인해 마무리될 거라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쉬는 시간이 부여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연습생들의 눈빛에 다시 생기가 감돌았다.

스타트가 중요한 만큼, 첫 미션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연습생들은 미션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우미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혼잣말을 흘렸다.

“또 팀 미션일까?”

옆에서 비아가 한마디를 거들었다.

“나는 차라리 팀 미션이면 좋겠어.”

“왜?”

“이연 언니하고 또 같이 팀 맺으면 되잖아? 그러면 우린 천하무적이라고.”

옆에 앉은 이연과 강제로 팔짱을 끼면서 그녀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비아의 어택(?)에 이연은 반사적으로 스윽 몸을 반대쪽으로 뺐다.

그러자 비아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뭐야, 언니. 우리랑 같이 팀 하는 게 싫어서 그래?”

“다 큰 레이디가 타인에게 함부로 스킨십을 시도하면 쓰나.”

“며칠 전부터 왜 자꾸 할아버지 같은 말투를 쓰는 거야. 예전에는 오히려 언니 쪽이 나 안아주고 그랬잖아.”

그거야 환생하기 전의 이야기고.

지금은 다르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을 한 이연.

이번 기회에 비아에게 남자와 여자의 올바른 예절과 예의, 매너에 대해 교육을 시켜주기로 했다.

하지만 MC가 다시 무대 위로 오르면서 이연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여러분, 잘 쉬다가 오셨나요?”

“네!”

“방송 시작하고, 첫 번째 미션이 바로 공개된다고 하니까 다들 마음 단단히 먹고 계세요.”

은솔이 살짝 흘려주는 스포일러.

그러나 힌트라고 보기에는 너무 빈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큐 사인과 함께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다.

“특별한 별들을 가리는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32명의 연습생을 전부 만나보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주어지는 1차 미션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은솔의 외침과 함께 조명이 전부 꺼졌다.

무대 바로 위에 위치한 거대한 모니터에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3, 2, 1.

카운터다운이 시작되었다.

‘퍼스트 미션’이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새겨지고.

마침내 연습생들이 궁금해하던 1차 미션 내용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단독 스테이지]

딱 봐도 단체 미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어였다.

미션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우미와 비아가 ‘아……’ 하며 탄식을 삼켰다.

쉬는 시간에도 말했듯이 그녀들은 단체 미션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첫 번째 난관은 이들의 바람과 전혀 다른 내용을 품고 있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이 뒤에 펼쳐졌다.

“여러분들에게 저희가 준비한 오리지널 곡과 안무를 지금부터 들려드릴 겁니다. 이 곡에 맞춰서 안무를 연습하시고, 3일 뒤에 심사 위원분들이 직접 보시고 여러분들을 평가하게 됩니다.”

똑같은 곡, 똑같은 안무.

물론 의상까지도 전부 동일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변수 없이 최대한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만 판가름해 보겠다는 뜻인가.’

아주 정석적인 평가 방법이다.

선곡이 어떠냐에 따라 평소에 부족한 보컬, 댄스 실력이 커버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연습생들의 실력을 민낯으로 판단하겠다.

이것이 1차 미션의 숨겨진 의도다.

한편, 연습생들 입장에선 호불호가 갈렸다.

선곡이나 안무, 의상 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연습생들은 이번 미션을 반기는 반면, 그렇지 않은 성향을 지닌 연습생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연의 경우에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무슨 미션이든 간에 이연은 1등 할 자신이 있었다.

* * *

무사히 끝난 첫 녹화.

하지만 연습생들에게는 여전히 첫 번째 미션의 파동이 남아 있었다.

고민도 고민이지만, 그래도 녹화가 무사히 끝났으니 스태프들에게 고생하셨다고 인사하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제작진에게 웃는 얼굴로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는 연습생들.

그제야 이들은 집으로 귀가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인지 민주린은 출연진 중에서 가장 먼저 현장을 이탈했다.

안 그래도 이연은 그녀에게 슬쩍 말을 붙여보려고 했었다.

그러면서 왜 자신을 그토록 신경 쓰고 있는지 알아보려 했었는데, 그 기회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무산되고 말았다.

‘아쉽네.’

나중에 또 기회가 있겠거니 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든 채 방송국을 나섰다.

오랜 시간 동안 촬영에 매진해서일까.

‘목도 마르고. 잠깐 들릴까.’

마침 근처에 편의점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연이 요즘 꽂힌 차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여기 세계는 찬 음료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게 참 좋군.’

심지어 맛도 있다.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세계.

하지만 오늘의 이연은 그렇지 못했다.

“천사백 원입니다.”

“……음?”

핸드백 안에 넣어둔 지갑이 보이지 않는다.

이연 말고도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한 다음에도 휘적휘적 지갑을 찾아 헤맸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디 갔지?’

슬슬 기다리는 이들이 보내는 시선의 압박이 느껴진다.

이때 한 남자가 카드를 내밀면서 이연의 것까지 계산해 달라는 주문을 넣었다.

“이거하고 같이 계산해 주세요.”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

심지어 아는 얼굴이었다.

“선배님?”

방금 전까지 프로그램 MC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낸 은솔이 작게 웃었다.

“촬영장에 지갑 놓고 온 거 아니에요?”

그 생각에 이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 그래도 돈도 없는 환경인데.

지갑까지 잃어버리면 큰일이다.

“먼저 가봐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스튜디오 어디 있는지 알아요? 저하고 같이 가요. 제가 알고 있으니까.”

장소 정도야 이연도 다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은솔이 먼저 그녀의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섰기에 그냥 가셔도 된다고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이연에게 있어서 은솔은 대선배니까.

어쩔 수 없이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 *

처음에는 은솔과의 동행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던 이연이지만, 방송국에 들어서면서부터 이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은솔 덕분에 방송국 로비를 통과할 때를 포함해서 이런저런 귀찮은 절차들을 생략하고 바로 스튜디오로 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정리 막바지에 접어든 촬영 현장.

남아 있던 스태프들의 숫자도 많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 은솔을 바로 알아봤다.

“어머, 은솔 씨! 왜 다시 오셨어요?”

“아, 연습생분이 놓고 간 물건이 있다고 해서요. 대기실에 잠깐 갔다 오고 싶은데. 그래도 되죠?”

“네, 그러세요. 어느 대기실이었는지는 기억하시죠?”

은솔이 이연 쪽을 응시하자, 그녀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도움으로 인해 무사히 대기실로 돌아온 이연은 빠르게 수색에 돌입했다.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기도 귀찮다.

“…….”

은솔의 눈치를 살핀 이연은 몰래 디텍팅 마법을 발동시켰다.

정신없이 무대를 준비하다 보면 가끔 오늘날처럼 물건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이연은 마법사들로부터 디텍팅 관련 마법을 익혀뒀다.

마나를 넓게 펼쳐 이연의 소유물을 찾는 마법.

‘저쪽인가.’

소파 아래쪽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화장대, 옷걸이 아래, 의자 밑 등. 구석구석을 찾아 헤매던 은솔이 소파 아래를 주시하는 이연에게 다가왔다.

“저기에 있어?”

“네. 그런 거 같습니다.”

라고 말을 하면서.

갑자기 불쑥 자세를 낮췄다.

짧은 상의가 위로 말려 올라가면서 이연의 배와 등허리 피부를 노출시켰다.

순간 놀란 은솔이 황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마치 고양이 자세처럼 엉덩이를 세운 채 허리를 바짝 엎드린 채로 소파 아래를 살피던 이연은 짧게 혀를 찼다.

‘안 보이네.’

오른손을 딱! 소리가 나게 튕겼다.

그러자 빛 구슬이 형성되더니, 그녀의 지갑이 있는 곳을 비췄다.

‘마법은 실생활에서도 참 도움이 많이 된다니까.’

다시 지갑을 손에 얻은 이연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와중에 은솔은 아직 달아오른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달라진 은솔의 얼굴색을 보면서 이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러십니까, 선배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 지갑 찾아서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덕분입니다.”

찾은 건 이연이지만, 그래도 은솔이 아예 도움이 안 된 건 아니었으니까.

이번에는 떨어뜨리지 않도록 지갑을 핸드백 안쪽에 고정시켜 뒀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선배님.”

“이연 씨도…… 잘 가요.”

“네, 선배님. 그리고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제가 한참 후배니까요.”

“그, 그래도 되나?”

머쓱해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을 놓아보는 은솔.

이연의 입가에 싱긋 미소 꽃이 피었다.

그렇게 먼저 가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진 그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던 은솔의 뒤로 누군가가 손을 뻗어 강하게 등을 쳤다.

“이은솔. 여기 있었냐? 나한테 말이라도 좀 하고 다니지. 너 찾느라고 방송국 전체를 다 들쑤시고 다녔잖아.”

화가 잔뜩 난 매니저의 원성 어린 목소리에도 은솔의 시선은 이연이 사라진 방향 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매니저도 은솔과 같은 곳을 응시했다.

“뭐냐, 너. 귀신이라도 봤냐? 아무것도 없는데 뭘 그렇게 보고 있어?”

“……형.”

갑자기 달라진 은솔의 목소리 톤.

진지함마저 느껴지는 그의 반응에 매니저는 어리둥절했다.

“왜, 인마. 뭐 문제라도 생겼어?”

걱정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말이 은솔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형은 ‘첫눈에 반했다’라는 느낌이 어떤 건지 혹시 아세요?”

매니저는 은솔의 등을 다시 한번, 아까보다도 더 강하게 팍! 하고 후려쳤다.

“아야야! 왜 때려요!”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잔말 말고 후딱 따라와. 너, 오늘 하루 종일 스케줄 있잖아.”

“알고 있어요.”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보이 그룹인 만큼, 그를 찾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매니저를 따라 그 역시 대기실 복도를 나섰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연이 보여준 미소는 여전히 은솔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권이연이라고 했지?’

그녀도 모르는 사이, 또 한 명의 관심을 사로잡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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