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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5화 (5/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5화

제2화. 이상한 연습생(2)

미팅이 끝나자마자 서 PD와 실장이 나란히 복도로 나왔다.

“죄송합니다, PD님. 이연이가 원래는 안 그랬는데. 월말 평가 때부터 좀 이상하더라고요.”

자신의 연습생이 너무 속물로 느껴질까 봐. 최대한 커버를 치려고 했다.

그러나 서 PD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개성 있어서 좋던데요.”

“네?”

“솔직히 말해서, 가면 쓰고 억지로 웃는 아이돌보다 저렇게 직설적이고, 대놓고 나가는 아이돌도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캐릭터성 확실하고 좋잖아요.”

“아, 아하…… 그렇죠.”

이연이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서 PD의 마음속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그녀의 차지가 되었다.

“다른 연습생들도 괜찮더라고요. 촬영 들어가면, 좋은 장면 많이 나올 거 같습니다.”

서 PD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LC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들이 데뷔조라는 목표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연습생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휴먼 스토리.

“좋네요. 오늘 미팅 덕분에 영감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아무쪼록 저희 애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PD님!”

“네. 대표님께도 안부 전해주시고요. 그럼 다음 사전 미팅 때 뵙겠습니다. 아, 그때는 실제로 촬영도 할 예정이니까 연습생들한테도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세요!”

서 PD가 자신과 같이 온 스태프들을 데리고 회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실장은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인 채 이들을 배웅했다.

마침내 문이 닫히고.

실장은 그제야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칠 수 있었다.

“무슨 롤러코스터 탄 기분이네.”

강제로 입장권을 직접 끊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권이연.

“그나저나 신기하네.”

월말 평가 때부터 오늘날까지. 이연은 유독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존재감이라고는 없던 연습생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달라지다니.

운수가 제대로 트인 걸까.

“될 때에는 뭘 해도 되는 그런 시기가 한 번쯤은 온다고 하던데.”

이쯤 되니, 실장도 권이연의 행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 * *

총 32명의 연습생이 모두 선정된 후.

권이연에게 숙제가 하나 주어졌다.

“이게 뭐지?”

양우미, 이비아와 함께 매니저로부터 두터운 종이 다발을 건네받은 권이연이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다른 연습생들에게도 똑같은 설명을 반복했던 것인지, 매니저는 막힘없이 기계적인 말투로 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방송 나가기 전에 먼저 너희가 어떤 연습생들인지 아카튜브로 선공개를 할 거라고 그러더라고. 근데 32명의 연습생을 일일이 다 촬영해서 한꺼번에 올리면 효과가 없고. 그리고 방송의 목적이 대중들이 원하는 멤버들을 조합해서 걸 그룹을 만드는 거니까. 마음 맞는 연습생들이 팀을 구성해서 무대 영상을 찍기로 했어.”

이연과 우미, 비아 셋만 따로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너희 셋이 친하다면서? 다른 연습생들도 다 마음속으로 팀 짜고 싶어 하는 멤버들이 있는 거 같고. 이렇게 셋이서 팀 만들어도 좋으니까 너희끼리 어떤 곡으로 연습할지 한번 잘 상의해 봐.”

이건 권이연이 예상 못 한 일이었다.

그녀는 개별 평가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첫판부터 팀플레이가 될 줄은 몰랐다.

당황한 이연과 달리, 우미와 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언니들하고 같이 해도 되는 거지? 살았다!”

“그러게. 그래도 혼자보단 셋이 더 나으니까.”

아니, 권이연은 차라리 혼자가 더 좋다.

우미와 비아, 두 사람의 월말 평가 성적은 사실 그리 좋지 않았다.

32명의 연습생 중 나란히 30, 31위를 차지했을 정도니까.

참고로 32위는 권이연이다.

지난달 보컬 평가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순위가 32위로 랭크된 것은 이전의 이력들 때문이었다.

루웰이 권이연의 몸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보여줬던 권이연.

하위권 셋이 나란히 뭉치게 되었다.

매니저도 이들에게 큰 기대를 하진 않는 모양인지, 일 있으니까 대충 설명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 촬영 장비는 나한테 말하면 바로 준비해 줄 수 있으니까 일단 연습부터 하고. 정해진 거 있으면 알려줘라. 그럼 수고.”

이게 전부였다.

나머지는 매니저가 준 자료들을 참고하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연은 매니저의 태도에 불만이 많았다.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매니저의 태도라기보다는 자신들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가 문제였다.

‘은근히 내 승부욕을 자극하는군.’

권이연이 전생에 당대 최고의 음유시인이 되었던 이유는 실력도 있지만, 남들보다 더 강한 승부욕 덕분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지고는 못 산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 진절혜라는 여자한테는 절대로 지면 안 되겠지.’

자신을 무시했던 책임은 톡톡히 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첫 방송 무대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당겨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편집 과정에서 좀 더 출연 빈도를 높일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이다.

‘아카튜브에 먼저 영상이 선공개 된다고 했었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그곳에 권이연의 첫 무대가 공개될 예정이다.

조회 수가 높은 걸 택해야 한다.

한편, 매니저가 자리를 비운 뒤에 우미와 비아는 바로 커버곡에 대한 상의에 들어갔다.

“어떤 걸로 하지?”

“우리가 저번에 연습했던 곡으로 할까?”

“연습했던 거라면…… ‘우산을 쓰고’ 말하는 거야, 언니?”

“맞아, 그거. 이연이도 한번 했던 거고. 익숙한 걸 하는 게 좋잖니.”

어차피 연습 기간도 촉박하다.

1주일. 이 안에 아카튜브에 올라갈 팀 연습 영상을 만들어야 하니까.

우미의 선택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이연은 영 불만족이다.

“그건 너무 옛날 곡이야. 사람들의 눈길을 확 끌어당길 만한 노래로 선곡해야 해. 조회 수부터 높여야 하니까.”

“그러면 이연이, 네가 보기에는 어느 노래가 좋을 거 같아?”

“기다려 봐.”

마침 권이연의 뇌리를 스친 곡이 하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기도 하면서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던 콘셉트의 커버곡.

“TH의 ‘리스펙트’라면 괜찮을지도.”

“TH 선배님들이라고?”

“어.”

우미와 비아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리스펙트’라는 곡은 물론 좋은 곡임에 틀림이 없다.

작년 말에 음원 차트 5주 연속 1위를 석권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TH라는 팀 자체가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 그룹이다.

그들의 노래를 커버해서 올린다면, 확실히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긴 할 터.

그러나 권이연의 선곡에 아주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비아가 직접 그 문제를 지적했다.

“그거, 보이 그룹 노래잖아.”

우미와 비아는 여성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커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정 지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었다.

그러나 권이연은 좀 더 폭넓게 대상을 물색했다.

“남자 노래든, 여자 노래든. 어차피 커버곡이잖아. 키 바꾸고, 안무 콘셉트도 다르게 꾸미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거야 그렇긴 한데. 1주일 만에 다 할 수 있겠어?”

아이디어 회의, 콘셉트 기획, 안무 연습, 그리고 영상 촬영까지.

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연은 여전히 자신감에 차 있는 태도를 유지했다.

“내일 바로 안무 연습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할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연의 당찬 모습에 우미와 비아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 * *

미리 안무 연습실에 와 있던 우미는 바로 옆에서 다른 연습실을 차지하고 있는 진절혜의 팀을 몰래 쳐다봤다.

총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진절혜 팀은 벌써 안무 연습에 돌입했다.

“팔 좀 더 쭉쭉 뻗으라고! 제대로 안 할 거야?”

그녀의 날카로운 외침에 같은 팀원들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한 성격 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만큼은 톱이다.

그러나 너무 강압적인 면모가 있는 탓에 우미는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몰래 라이벌 팀의 안무 연습을 훔쳐보고 있을 때.

“언니!”

“꺄악!”

뒤에서 누군가가 우미의 작은 어깨를 툭 건드렸다.

깜짝 놀란 우미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자신을 놀라게 한 인물이 이비아임을 뒤늦게 확인한 우미가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하지, 왜 놀래키고 그래!”

“내가 언제 놀래켰다고. 그냥 평소처럼 했을 뿐인데. 그나저나 진절혜, 저 계집애는 뭐 하고 있나 염탐하고 있었어?”

“염탐이 아니라…… 그, 그냥 너희 기다리면서 할 것도 없고. 그랬는데 노랫소리가 들리길래 우연히 본 거야. 우연히.”

“그런 걸 염탐이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그…… 런가?”

“어디, 어디. 나도 볼래.”

염탐하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금지하진 않았으니까.

우미를 따라 비아도 고개만 빼꼼 내민 채 진절혜 팀의 연습을 살피려 했다.

그사이, 또 다른 인물이 둘을 불렀다.

“뭐 하고 있나.”

“으아악!”

“깜짝이야!”

우미와 비아, 둘이 동시에 놀라며 갑작스레 말을 건 인물의 정체를 확인했다.

마지막 멤버인 권이연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염탐하는 중인가?”

비아가 우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봐. 염탐 맞다고 했지?”

“그러게.”

우미가 이연의 가느다란 팔을 붙잡고서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끌고 오려고 했다.

“이연 언니도 같이 볼래?”

“아니, 다른 팀 연습하는 거 볼 시간 없다. 시간 없으니까 연습실로 바로 들어오도록 해.”

지금 이들에겐 1분 1초가 아쉽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었다.

“영상 찍어 왔으니까, 이걸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더 빠르겠지.”

“엥? 이연 언니가 직접 찍은 거야?”

“어.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더군. 그래서 준비한 거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기 위해 셋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단숨에 좁아진 거리. 그러자 권이연이 우미와 비아를 슬쩍 밀어냈다.

“어허. 너무 가까이 오진 말고.”

“이 언니가 왜 이래.”

아직 여자의 몸에 적응하지 못한 터라 이런 거리감은 익숙지 않았다.

영상에는 권이연뿐만 아니라 한 명의 추가 인물도 보였다.

“이 남자는 누구야?”

“남동생. 셋이서 하는 안무니까. 마음 같아선 어머니도 세워두고 싶었는데. 부끄럽다고 하셔서 일단 한 명 없이 찍기로 했지.”

권이연을 따라 휘적휘적 팔을 움직이는 남동생.

반면, 이연의 춤 동작은 독보적이었다.

총 3분 51초의 동영상을 모두 관람한 우미와 비아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새로 구성한 안무가 너무 좋아서일까?

그게 아니었다.

“이연아, 너…….”

“언제부터 이렇게 춤을 잘 추게 된 거야? 응?”

이들은 전혀 다른 부분에서 놀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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