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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506화 (50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506화

506화. 왕의 귀환(15)

국적.

중국.

이름.

장펑위.

나이.

서른다섯.

특징.

힘 기반의 체력 유도.

노장이다.

나이 서른다섯이면 지금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피지컬이 하락하기 시작하는 정도를 넘어서, 꺾이는 걸 막는 것도 벅찬 나이기도 했다. 스물 초중반의 압도적인 에너지를 감당하기에는 확실히 무리인 나이인데, 장펑위는 세계 선수권에 나왔다. 이 자체를 무시하면 안 된다. 왜? 랭킹에 들어 이 대회에 나왔다는 것은, 유도계에서도 종종 있는 대기만성형 선수라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대기만성.

정말로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에는 런던 올림픽 마이너스 90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한 선수가 있고, 이 선수가 정말 예로 딱 적당하다. 대학교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나 당시 73엔 쟁쟁한 선수들이 너무 많아 81로 올렸으나, 다시 같은 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81로 올라오면서 경쟁에 실패, 다시 90으로 올렸다.

그리고 끝끝내 꽃을 피웠다.

이게 아주 전형적인 대기만성 스토리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올림픽 금메달은 결국 모든 것을 이해하게 하니까.

그런 선수는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나이 서른다섯까지 선수 생활을 하며 몸과 정신에 축적한 경험은 절대로 얕볼 수 없었다. 수백, 그 이상의 실전 경기 경험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거기에 중국이다.

인구수가 토 나올 정도로 많다는 중국. 이런 중국은 유도 선수도 당연히 많다. 이 많은 선수 중에, 서른다섯에 대표로 승선했다. 여기에 어떤 정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있다고 해서 세계 선수권에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세계 선수권인 만큼, 티켓 자체가 랭킹 점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열다섯, 여섯 정도가 대회에 나온다.

이번 대회는 좀 더 많이 나왔지만, 그래 봐야 스무 명 안팎이다. 수많은 시니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번 대회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점수를 쌓았다는 건, 그의 유도가 세계에서도 먹힌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선수를 상대로, 나이를 먹었다고 방심?

지영이 소주를 병째로 들이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이런 선수를 상대하는 전적은 제법 된다. 경험에서 나오는 위기관리 능력을 깨부수려면, 결국엔 역시 운영으로 코너로 몰아야 한다.

지영에겐 다행이고, 장펑위에겐 불행인 게, 지영은 지금까지 3경기 모두를 운영으로 승리했다. 장펑위에겐 이게 정말 불행이다. 그의 스타일은 젊은 선수이면서, 굉장히 공격적인 선수에게 매우 유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에 제풀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몰고 가는 것도 운영 중 하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많은 경기를 이겼다. 노장인 덕분에 경기 영상이 많았는데, 스물 중반쯤엔 실제로 운영보단 피지컬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피지컬의 하락을 막지 못했고, 살아남기 위해 스타일을 바꾼 게 오히려 약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가, 지금 바로 이 순간이다.

강지영과 마주 보고 있는, 세계 선수권 준결승전 말이다.

하지만…….

와아아-!

와자리!

그는 지영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한 번의 틈이었다. 잡기에서 밀렸고, 뒤로 물러난 게. 지영은 그걸 놓치지 않고 쭉 따라가며 안다리를 걸었다. 중심을 전부 앞으로 주지 않고, 적당히 깔리는 안다리였다. 그리고 그 안다리는 장펑위의 발을 정확히 걸었다. 다리가 걸린 순간 매달리다시피 자세는 물론 중심축까지 낮췄고, 그 결과 물러나려던 장펑위는 그대로 잡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굴렀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용케 몸을 뒤틀어서 어깨부터 떨어졌다.

그 결과가 절반이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나온 점수다.

아…….

관중은 환호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유도인들은 탄식했다. 강지영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유도인들의 마음이다. 지영이 미워서라기보다는, 연승의 끝을 보고 싶은 거다. 그의 연승자체가, 다른 나라 관계자들에겐 굴욕인 거니까.

하지만 지금의 절반은, 의미가 컸다.

강지영이 성인 무대에 데뷔한 이후, 점수를 뺏기는 일도 굉장히 드물었지만, 점수를 먼저 따고 진 경우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어서 이어질 경기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했다.

“시작됐군.”

“자세가 기가 막혀. 보통은 점수를 따면 지키려고 좀 빼기도 하는데, 저 친구는 어떻게 된 게…… 하.”

“중심축이 너무 좋아. 저걸 깨지 않는 이상은 강지영의 운영을 깨긴 힘들어.”

“좌와 우의 움직임이 저 정도니……. 그렇다고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가기도 힘들지. 그렇게 중심을 앞으로 내주면, 절대 그 기회를 놓칠 인간이 아니니.”

“뒤로 빠지면 발기술. 앞으로 밀면 손기술. 그렇다고 가만히 맞춰서 있자니 지고 있는 상태고. 난국이군.”

“중국의 장도 최근 매우 성적이 좋았어. 그런데 이건 뭐. 프로 선수와 중학생이 하는 것 같군.”

“이것 보라고. 지도는 장펑위만 받았어. 이거 참…… 지저스!”

절레절레.

절반을 뺏긴 장펑위는 운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현역 중에서 운영 하나는 제일 좋다는 평가를 받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이견이 없이 1위인 지영을 상대로 절반을 뺏긴 상태에서 운영? 그건 경기 포기한다는 뜻과 같았다. 그렇기에 포지션을 바꿔야 했다. 운영에서, 공격으로.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지영이 워낙에 귀신같이 잘 빠져나가서였다.

거기에 절대로 혼자서 반칙 받을 만큼 수세에 몰리지 않았다. 심판의 성향을 읽는 것처럼, 이제쯤 지도를 줘야겠군. 싶을 때 기술을 걸어온다. 안에 들어간 선수는 이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서로 잡고 있을 땐, 그런 걸 머릿속에 떠올리는 순간 날아간다. 유도란 종목은 경기 중에 그런 생각을 허용할 만큼 만만치 않은 운동이니까.

본능과 이성이 적당히 버무려진 운동?

아니, 극단으로 오갔다 하는 경기다. 고민할 순간에 조금이라도 움직여 틈을 만들고, 다시 본능에 따라 거기에 기술을 쑤셔 박아야 하는, 그런 경기다. 굳이, 이걸 정의하라면 수비는 이성, 공격은 본능이라 할 수 있겠지만, 강지영은 그 잣대에서 벗어난 선수였다.

지영은 시합을 거의 3자의 시선에서 관전하는 것처럼, 너무나 객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신기하네…….’

그래서 스스로도, 그게 너무 신기했다.

장펑위가 악! 크게 기합을 넣고 다가왔다. 장펑위는 이미 절반을 빼앗겼고, 지도도 하나 받았다. 그렇지만 전의를 잃지는 않았다. 아직 남은 시간이 2분이다. 그러니 충분히 전의를 다져도 될 상황이긴 했다.

‘그걸 꺾는 건, 지도 하나쯤 더 먹여주는 거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잔인한 얘기겠지만…… 놔둬도 알아서 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다. 1분 정도 더 지나고, 그러면 그때부터는 저 전의는, 저 투지는 점점 사라져갈 것이다. 그리고 다급함, 절박함 등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지영은 그걸 지켜볼 생각이었다.

잔인하다고?

전혀.

절대로 아니다.

장펑위를 괴롭히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중국 선수임에도 매너가 좋았다. 반칙하려는 의도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중국이란 나라에서 저 나이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 국가대표가 됐을 정도로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인성이 나쁠 리가 없고, 그런 선수에게 굴욕을 주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저, 지영이 이런 운영을 택한 이유는…….

‘그게 가장 확실하니까.’

승리를 보장해 줄, 선택지로 말이다.

그저, 버티면 된다. 괜히 무리해서 절반을 따 시합을 곧장 끝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들어오는 손을 받아줬다. 가슴 깃을 장펑위가 잡는 순간, 지영도 어깨 깃을 잡았다. 거의 동시다. 보통 먼저 깃을 재주지 않으려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상대가 먼저 잡고, 내가 잡는 걸 막으면서 움직일까 봐서였다. 깃을 잡지 못한 상태라면, 정말 개처럼 끌려다닐 수도 있었다. 아무리 지영이라도 그건 막지 못한다. 그래서 지영의 방어 잡기의 중심은, 가슴 깃을 주더라도 거의 동시에 어깨 깃을 잡는 거다.

그래야 상대가 깃을 잡고 털기 시작해도 방어할 수 있다. 오히려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고. 그래서 지영은 동체 시력을 올렸고, 깃을 내주는 것과 거의 동시에 상대의 어깨 깃을 잡았다.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상대가 뻗으면 그거에 맞춰 카운터를 치듯 교차해 올려, 잡기만 하면 되니까.

물론, 이걸 누가 알려달라고 해서 그대로 알려주면, 쌍욕을 먹긴 할 거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면, 누가 유도 못 하냐고 하면서.

어쨌든, 지영은 그렇게 잡기를 끝냈다. 그리고 자세를 살짝 낮춘 상태에서 장펑위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였다. 물러나면 적당한 거리를 주며 쫓아가고, 밀면 좌우로 움직이면서 어깨를 툭툭 털었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절대로 기술을 걸기 쉽지 않았다. 카운터 때문이다. 악력이 너무 좋아 제대로 잡은 강지영의 손을 뜯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기에 자세를 강제로 앞으로 끌고 가는 스타일이라서, 걸 수 있는 기술이 한정되어 있었다. 어쩌면 평소에는 자주 쓰지 않는 기술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장펑위는 그냥 움직이기만 했다. 기술을 거는 척, 모션을 넣으면서. 하지만 강지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기술을 걸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것 같았다. 그에 장펑위가 입술을 꽉 깨무는 순간.

맛테!

심판이 그쳐를 선언했다.

시도! 시도!

그리고 양쪽에 전부 지도를 줬다.

“후우…….”

장펑위는 한숨을 내쉬며 시간을 확인했다. 55초. 이제 고작 남은 시간이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길 것 같지만, 정말이지 지는 쪽에는 5초만큼 빠르게 후루룩 지나가는 게 저 55초다. 그러니 이제는 절박해질 시간이다. 이런 지영의 예상처럼 장펑위는 확실히 다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 지영이 좋아하는 반응이지만, 지영은 1회전이 끝난 뒤 했던 다짐을 잊지 않았다.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지금은 지키기만 해도 된다. 툭. 하지만 반칙을 받는 건 곤란하니 밀고 오는 상대를 받아 발목 받치기로 한 번 돌리고, 일어나는 걸 목깃을 잡아 허리후리기 모션, 자세를 바짝 낮추고 다시 엎드리는 장펑위를 쭉 들어 밭다리 모션까지, 콤보로 쭉 넣어줬다.

효과는 죽여줬다.

오히려 역공해도 부족할 판인데, 바닥에서 방어해야 하는 장펑위는 급하게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걸 봐줄 지영이 아니었다. 밭다리를 걸어 놓고 있던 상태라서, 자세 자체가 지영에게 너무 유리해 지영은 다시 기술을 연결했다. 그러자 휘청거린 장펑위는 다시 엎드렸다. 지영은 이번엔 굳히기 포지션을 잡았다. 안전하게 위로 올라타서 시간을 끌었다. 힘으로 뒤집을 수 있으니, 목을 단단히 제압했다. 이런 상태면 억지로 굳히기를 걸다가 역으로 털릴 가능성이 높아 수비자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을 잠시 보내고 있자니.

맛테!

심판이 그쳐를 선언했다.

남은 시간은 23초.

거의 끝났다.

하지만 지영은 역시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자세를 낮췄다. 아니, 중심을 낮췄다. 경기 20초 남기고 터지는 게임? 그거 일 년간 수두룩하게 나온다. 방심했건, 아니면 방심하지 않았건 1초 남기고도 터지는 게 유도란 게임이다.

그걸 생각하면 이 중요한 시간대는, 가장 조심해야 할 때다.

경기 시작한 직후와 경기가 끝나기 직전. 이때를 노리는 선수는 정말 많다. 하지만 장펑위는 경기를 포기했다. 심판이 하지메를 외쳤지만, 그는 오히려 도복 띠를 풀었다. 저게 페이크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저런 척하다가, 덤벼들어 막판에 경기를 뒤집은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영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세를 풀기만 했다.

그러자 밖에서 또 웅성웅성거렸다.

대충 들린 얘기는.

“와우…….”

“독하다, 독해…….”

절레절레.

끝까지 집중을 놓치지 않는 지영의 모습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한없이 질린 얼굴로 말이다. 삐이이!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후우. 장펑위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지만,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승자 선언 뒤에 다가가 악수하는데, 그는 의외의 말을 했다.

“경기해서 영광이었다. 네가 꼭 우승했으면 좋겠어.”

“감사합니다.”

어색한 영어였지만, 그의 마음이 전해졌다.

스포츠는 이게 좋았다. 나라와 관계없이, 이렇게 승패를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모습 말이다. 악수를 하고 나온 지영은 후, 짧게 숨을 몰아쉬었다.

짝짝짝.

박수를 받으며 지영은 대기실 앞으로 이동해, 준결승 다음 경기를 확인했다.

미야모토 신지 대신 나온 다나카 류가다.

나이는 비슷하지만, 신지를 비롯한 일본의 73에 밀려 단 한 번도 메이저 대회에 나오지 못했던 신성이다. 만년 3위. 혹은 5위. 그게 다나카 류가의 성적표다. 따지고 보면, 국가대표 5군 정도다.

‘그런데 세계 선수권 준결승까지 올라온다라……. 하여간 정말.’

일본 유도, 쉽게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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