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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95화 (495/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95화

495화. 왕의 귀환(4)

꺄아아아!

공세.

지영이 공세로 나선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팬들이 환호를 질렀다.

“아! 강지영 선수 갑자기 공세로 바꿉니다! 조인선 위원님! 지금 강지영 선수가 갑자기 변화를 준 이유가 뭘까요?”

“음, 아무래도 장범 선수의 약점을 파악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약점이요?”

“체력 같아 보입니다. 공주사대는 유도부가 있지만, 용인대처럼 전문적으로 선수 훈련을 하진 않거든요. 거기에 선수 풀도 좁고, 훈련보단 면학에 좀 더 신경 쓰는 분위기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제대로 체력 훈련을 안 받은 것 같단 말씀이시죠?”

“네, 그런 것도 있을 거고요. 지금 장범 선수는 호흡도 안 터진 것 같네요. 강지영 선수가 작은 시드에 빠져서 지금은 2회전이지만, 장범 선수는 1회전이거든요. 호흡이 터지지 않았으니, 아마 체력이 좋았다고 해도, 금방 바닥을 드러낸 겁니다. 호흡이 터지려면 저런 상태에서 잠시간 휴식을 취해줘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유도는 그런 게 없거든요.”

“아아……. 그럼 본인의 체력과 호흡이 터지지 않은 게 같이 문제가 된 거군요?”

“그렇죠. 보세요. 지영 선수가 강하게 압박하잖아요? 저걸 견디려면 체력이 되어야 해요. 격렬하게 뛰었으면, 호흡을 돌릴 틈이 있어야 진정이 되는데 지영 선수는 영리해서 그걸 간파했어요, 이미. 그래서 저렇게 틈을 안 주고 몰아붙이는 거죠. 아, 심판이 그쳐를 선언하네요. 아마 지도가 들어갈 거예요.”

조인선 교수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정말 지도가 들어갔다. 도복을 고치며 시간을 끄는 장범. 심판은 허리를 숙인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장범에게 일어나라고 몇 번 얘기했다, 장범은 일어나서 힘겨운 표정으로 도복을 느릿하게 고쳤다.

“시간을 끄는 거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배영우의 말에 조인선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전형적인 시간 끌기가 맞아요. 하지만 저 정도는 당연히 이해 가능한 범주고요.”

“그렇군요. 아 강지영 선수. 꼿꼿합니다. 호흡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정말 강철 체력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림픽을 비롯해 지영 선수는 아주 길게 경기를 한 적도 있었죠?”

“그렇습니다. 그때의 강지영 선수는 정말이지, 뭔가에 홀린 것처럼 엄청났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저런 체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아, 경기 시작됩니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아마 다음 그쳐 전에 경기가 끝날 것 같아요.”

“네, 그런 섣부른 판단은 유보를 좀 해주세요. 장범 선수. 불리한 상황을 아나 봅니다. 이를 악물고 같이 맞받아칩니다!”

“대단해요. 장범 선수가 체력 문제를 해결하면, 강지영 선수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확실하지는 않다는 말씀이시죠?”

“그럼요. 확실하다고 말하기엔…… 강지영 선수의 컨디션도 어쨌든 정상은 아니니까요. 절정의 컨디션일 때 강지영 선수는 모두가 알다시피, 무적입니다. 그건 지금까지의 성적이 말해주고 있어요.”

“그렇긴 합니다. 세계 대회 무패 행진. 아, 기권패가 있지만 뭐 그건 빼도 되겠죠. 하하.”

“맞아요. 전 이 선수가 어디까지 무패 행진을 이어갈지가 참 궁금합니다. 더불어 황금세대 전체도요.”

“아! 그러고 보니 황금세대 또한 무패네요?”

“네, 정말 대단하죠.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만약 이 상태로 세계 선수권과 아시안 게임까지 석권하면…… 유도 역사에 깨지지 않을 기록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도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 강지영 선수! 달려드는 장범 선수를 받아 허벅다리! 아! 점수 없습니다! 360도를 돌아버렸어요!”

“진짜 기가 막힌 허벅다리였는데 아쉽네요.”

“강지영 선수 물러납니다. 심판 그쳐 없이 경기 속행!”

와아!

꺄아아!

환호성이 체육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고작 2회전인데, 마치 결승전 같은 열기였다.

“하하, 고작 2회전인데. 열기가 엄청납니다. 유도 인기가 요즘 엄청나다더니, 과연 그 말이 틀린 게 아니군요!”

“부디 이 인기에 힘입어, 제2의 강지영, 제2의 황금세대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꼭 그렇게 될 겁니다! 두 선수 다시 맞붙습니다! 과연 마지막 격돌이 될지!”

마지막을 예감했는지, 장범이 강력하게 맞부딪혀 왔다. 그에 배영우는 목소리를 한껏 높였고, 조인선 교수도 해설을 잊고 두 선수의 시합에 빠져들었다.

* * *

지도 하나 우세.

승패가 갈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강지영은 이 지도 하나를 기가 막히게 이용하는 선수다. 지영은 장범에게 지도 하나가 들어갔을 때, 승리를 예감했다. 하지만 지영은 승리를 예감하고도 정말 차분했다. 침착하려고 사력을 다했다. 승기를 잡아 놓고, 그걸 들뜬 마음에 날리는 건 지영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강지영의 스타일이야 워낙에 유명하고, 장범은 그걸 토대로 자기가 궁지에 몰렸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눈빛이 죽지 않은 걸 보니, 지영은 반드시 장범이 마지막 저항을 해올 것이라 예상했고, 그 예상 또한 정답이었다.

강력한 푸쉬.

자세를 바짝 낮춰 절대로 밀리지 않을 거라는 각오를 새삼 보여줬다. 지영은 그런 장범의 저항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체력이 위다. 지금은 거의 호흡을 멈추다시피 한 상태였고, 낯빛 또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체력에 문제가 생기면 낯빛부터 바뀌는데, 그 전형적인 증세였다. 이건 오래가지 못했다. 각오가 남다른 것 같지만, 시합 준비가 그만큼 철저하지 못했다.

툭, 툭툭.

털어내는 소매가 이제는 끊기지 않았다. 힘이 그만큼 빠졌다는 뜻이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몸의 전체적인 감각 또한 같이 떨어지게 마련이었다. 힘이 빠지고, 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가속도 또한 떨어지고, 다 떨어진다. 이전에는 잡히기 전에 빼거나, 잡혀도 빠르게 끊어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되지 않았다. 소매를 잡은 지영은 목깃을 노려 다시 손을 뻗었다. 이것마저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장범은 몸을 돌려 지영의 손을 피했다.

“이익!”

이를 악물고 피해 보지만, 소매를 잡힌 상태라 피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지영은 그래도 조급하지 않았다. 소매를 죽인 상태에서 계속해서 더욱 유리한 포지션을 취하기 위해 잡기를 걸었다.

지영의 강점 중 하나였다.

잡기 싸움이 귀찮고, 체력 소모가 있어 거의 하지 않지만, 그게 못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애초에 지영의 신체 자체가 잡기에 아주 유리했다. 동 체급에서 거의 가장 긴 리치는 잘만 이용하면 잡기만으로도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게 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귀찮아서 안 할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영은 아주 능동적으로 잡기 싸움을 걸고 있었고, 이미 유리한 포지션이었다.

그런데도 지영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미 유리한 포지션이다. 여기서 될 대로 돼라! 하고 장범이 기술을 걸어오면, 그건 오히려 지영에겐 좋은 일이다. 제대로 잡지도 못한 채로 거는 기술에 넘어가는 유도선수는 없다. 유도에서 상대가 넘어가는 이유는, 상대의 도복을 제대로 잡고, 제대로 된 타이밍이나 중심이 무너졌을 때를 놓치지 않고 기술을 걸기 때문이다. 천하의 지영이라도 잡지 않고는 상대를 넘길 재간이 없었다.

그러니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잡고, 공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럼 심판은 그쳐를 선언할 거고, 반칙을 줄 거다. 아마도 둘에게 같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시합은 거기서 끝난다. 장범은 지도가 두 개고, 지영은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반칙패도 승리는 승리다.

화려하게 넘기는 것만이 꼭 능사는 아니다. 무조건 이기면 장땡은 아니다. 비겁한 반칙을 교묘하게 사용해 승리를 취하는 건, 지는 것만 못하니까.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붙었다. 심판 판정에 문제도 없었고. 결국엔 체력이란 하나의 능력이 경기의 승패를 가누게 됐다. 그럼 떳떳한 것이다.

맛테!

지영의 차분하게 상대에게 잡기를 걸기를 다시 20초가량. 심판이 그쳐를 외쳤다. 그리고 도복을 고치란 사인을 냈다. 숨을 몰아쉬는 장범은 패배를 직감했는지 긴 한숨을 내쉬더니 도복을 고쳤다. 아까보단 확실히 빠른 속도였다. 지영도 비슷하게 도복을 고쳐 입자.

시도! 시도!

여지없이 지도가 나왔다. 먼저 지영에게 하나, 그리고 이어서 장범에게 하나. 결국 지영이 노리던 대로 됐다. 승자 선언이 나오고, 지영은 장범과 악수하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 장범은 지고도 분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는데 두 손을 맞잡으며 예의를 갖춰 악수를 해주기까지 했다. 이런 반응까지는 예상치 못했던 터라, 좀 민망했다.

경기장 밖으로 나와 대기실로 가기 전에 지영은 잠시 기다렸다. 장범이 코치의 다독거림을 받으며 오자 지영은 꾸벅, 공주대 코치에게 인사부터 하고 장범에게 말했다.

“체력 운동 안 했죠? 아니, 혹시 다쳤었어요?”

“아, 하하. 네. 재활 끝내고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요.”

“아아. 역시.”

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범은 시합 때의 그 늠름한 기상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는 순박한 청년이 되었다. 참 극적인 변화였다.

“저.”

“네?”

“말 편하게 해주세요, 선배님.”

“그래도 될까?”

“네.”

좋은 느낌이 나는 친구였다.

임대성 코치가 눈치껏 친분이 있는 공주대 코치를 데리고 가고, 지영은 장범과 함께 대기실로 이동했다.

“어디 다쳤었어?”

“발목 돌아가서, 수술받고 몇 달 쉬었습니다.”

“이런. 재활은 잘했어?”

“네, 착실히 했습니다.”

“그래, 잘하더라. 진땀 뺐어. 진짜. 체력만 올라오면, 진짜 쉽게 볼 수 없겠어.”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도 잘한다.

체력 문제를 빼면 센스도 좋고, 기술도 나쁘지 않은데 작년 성적이 왜 안 좋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걸 굳이 물어볼 정도로 지영은 눈치가 없는 편이 아니었다. 대기실을 통해 복도로 나온 지영은 장범의 어깨를 툭툭 쳤다.

“다음 대회에서 보자.”

“네,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꾸벅.

예의도 바르고.

좋은 후배가 한 명 생길 것 같은 예감이었다. 지영은 대기실로 돌아와 도복을 벗었다. 대기하고 있던 이성진이 씩 웃으며 말했다.

“고생하더라?”

“어. 잘하더라고.”

“보니까 너 완전 제대로 카피했던데?”

“인정. 후아. 진짜 진땀 뺐다.”

절레절레.

확실히 이번 판은 고생했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1회전은 사실 길게 시합하지도 않았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 호흡도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판으로, 진짜 제대로 호흡이 터졌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좋은 상황은, 감각이 돌아온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진짜 제대로 실전을 한 번 치렀더니, 예전의 예리한 감각이 살아난 것 같았다.

“지영아. 여기.”

“고마워.”

지영은 황석이 건네준 수건으로 몸을 닦고, 도복을 벗었다. 그리고 도복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좀 배를 채웠다. 딱 적당히. 속이 더부룩하지 않게. 이렇게 틈틈이 먹어둬야 체력도 회복된다. 다행히 유도 경기는 휴식 시간이 제법 보장되는 편이다. 그러니 지금 먹어두고 쉬는 게 베스트다.

이성진은 3회전을 깔끔하게 이기고 돌아왔다.

2분 만에 업어치기로 절반 두 개를 따내며 깔끔한 한 판.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지영은 몸이 완벽하게 풀려서 1분 만에 허벅다리 한판으로 상대를 제압했고, 4회전에 진출했다. 4회전도 길게 걸리지 않았다. 뒤로 물러나는 상대를 안다리로 절반을 따냈고, 이어서 다시 밀고 오는 걸 받아서 업어치기 절반을 따냈다.

그렇게 지영은 준결승에 안착했다.

준결승 상대는 구혁.

마주 선 구혁의 눈에서 다부진 각오가 느껴졌다. 필승의 의지. 혹은 각오. 그런 기운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하지메!

그리고 그런 눈빛을 한 만큼, 확실히 성장했다.

맞잡는 순간, 지영이 불쑥 떠올린 단어는 하나였다.

탱크.

무쇠로 만든 탱크가 밀고 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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