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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93화 (49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93화

493화. 왕의 귀환(2)

새벽 훈련.

새벽 운동은 지영이 거르지 않던 훈련이었다. 정확히는 체력 훈련이었다. 지영은 촬영장에 나가기 전에 몸을 푸는 용도로 체력 훈련을 많이 이용했다. 머신을 타던, 트랙을 타던, 인터벌을 포함한 체력 훈련만큼 컨디션을 유지하기 좋은 것도 없었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하는 체력 훈련은 힘들었다.

러닝, 인터벌, 근력 운동, 밀어 올리기로 이어지는 루틴은 지영을 그냥 녹초로 만들었다.

“후욱, 후욱.”

특히 인터벌.

인터벌 열 번. 고작 열 번에 지영은 숨이 턱 끝까지 찼다.

토악질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3일째. 임대성 코치는 지영의 몸에 노폐물을 모조리 뽑아버릴 기세로 지영을 굴렸다. 도복 운동이야 감각을 찾는 거지만, 체력 훈련은 또 달랐다. 운동선수에게 체력은 바탕 그 자체였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체력이 개판인 선수는 절대로 크게 성공할 수 없었다. 축구로 따지면 전후반 90분 풀타임을 소화할 정도가 되어야 하며, 농구 선수로 따지면 10분 4쿼터를 소화해야 한다. 배드민턴, 테니스 같은 종목도 마찬가지다. 유도는 4분 경기다.

다른 종목과는 다르게 투기 종목은 보통 하루에 거의 모든 시합이 끝난다. 1회전부터 결승전까지 적어도 5게임 정도인데, 한 게임 끝날 때마다 쉬는 시간을 준다고 해서 체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체력 훈련 하면 유도다.

하도 악명이 높아서 선수촌의 다른 종목 선수들도 유도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질린 눈으로 보곤 한다. 그만큼 살벌한 체력 훈련을 거치는데, 기가 막히게도 고작 4분 경기에 기진맥진해서 나오는 선수가 나온다. 체력이 약해서? 아니다. 고작 4분 만에 모든 힘과 체력을 쥐어짜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체력 훈련을 해도, 4분이면 탈탈 털린다.

지금 지영의 체력 수준은? 진짜 제대로 4분 경기를 끝내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레벨이었다. 좋은 거냐고? 반대였다. 이 정도면 유도 선수로서 매우 약한 수준이다. 한 경기는 뛰겠지만, 이런 반응이 나오면 2, 3게임을 뛰면 몸이 퍼질 수도 있었다.

“가관이네……. 후우.”

끄응…….

밀어 올리기 고작 300개에 팔 안쪽 근육이 후들거리기도 했다. 이 또한 몇 달간 쓰지 않아서였다. 액션을 연습하면서 근육은 전체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유도에 쓰이는 근육은 조금 풀리고 말았다. 특히 팔 안쪽, 체중을 지탱하는 근육은 거의 쓰일 일이 없었다. 그 결과, 밀어 올리기 300개에 근육이 꽉 뭉쳤다. 밧줄 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로프를 타는 근육도 당연히 쓰이지 않았고, 발을 꼬지 않고 고작 네 번밖에 못 했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그게 지영의 기분을 매우 안 좋게 했다. 체중이야 문제가 없는데, 몸이 이래서는 문제가 많다.

그리고 지영은 자기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도 몸을 관리하는 데는 지독할 정도로 철저한 법이다. 시간에 맞춰, 루틴에 맞춰 훈련을 절대로 빼먹지 않는다. 그게 실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반복된 훈련 없이는, 실력을 키울 수 없고 실력 저하를 막을 수도 없었다.

지영은 그걸 너무 얕봤다.

“괜찮아?”

땀에 흠뻑 젖은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 다음에야 대답이 나갔다.

“응, 이렇게까지 별로일지는 몰랐는데,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떨어지니까 오기 생기고 좋네.”

“하하, 오기 생길 정도야?”

“생기지. 내 몸인데, 내 몸 같지 않아. 얼른 되돌려야지. 의욕이 더 생겨, 그래서.”

“좋아. 이번 선발전도 걱정 없겠다. 올라가자.”

“응.”

지영은 다 같이 숙소로 올라가서 씻고, 아침을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식단이다. 아침을 먹고 쉬고, 오전은 웨이트, 오후는 도복 훈련. 지긋지긋하지만, 회귀 전엔 그토록 염원했던 훈련 루틴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72.5.

계체를 깔끔하게 통과한 지영은 눈을 빛내며 의지를 다지고 있는 이우진과 구혁을 발견했다. 이전 선발전에선 이우진이 1등, 구혁이 2등이었다. 둘 다 나란히 입촌했고, 둘 다 각자 세계 대회에 나가 제법 좋은 성적을 냈다. 이우진은 가노컵 3위, 구혁은 파리 오픈 2위. 성적 면에서는 둘 다 나쁘지 않았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미야모토 신지에게 졌다는 점이었다. 지영은 오늘 시합장에 오기 전, 이우진과 구혁의 시합 영상을 질리도록, 정말 물리도록 돌려봤다. 역시 둘은 성장 중이었다.

구슬땀을 지독하게도 흘렸는지, 둘은 확실히 피지컬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둘의 신장은 지영과 비교하면 작았다. 둘 다 170 초반대. 신장 차이가 나는 만큼, 지영을 어떻게 해야 꺾을 수 있는지 정말 많이 고민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것은 비슷한 신장을 가진 미야모토 신지 같았다.

미야모토 신지의 신장은 175다.

딱, 73 선수의 중간쯤 신장이다. 아주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신체조건이다. 유도에서 상대보다 키가 큰 건 장점이 되면서도, 약점이 된다. 리치가 길어서 허리기술을 걸기에 아주 좋지만, 반대로 업어치기처럼 파고들어 오는 기술에는 매우 취약해진다. 키가 커서 폼이 넓으니, 그 안으로 쏙 파고들기 좋은 것이다. 지영은 73 전체에서도 신장 하나는 상위 1%다. 세계 전체로 따져도 지영보다 큰 선수는 몇 없다. 그리고 지금 현시대에 지영만큼 성적을 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리치라는 장점을 가졌으면서, 왜?

말했듯, 단점도 워낙 커서다. 현대 유도에서 업어치기는 거의 필수다. 웬만한 헤비급 선수들도 업어치기를 주력으로 쓸 정도다. 허리기술의 중요성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워낙에 변칙적인 업어치기가 많이 등장해 신장이 큰 선수를 제압해왔다. 그리고 그 가장 이상적인 선수가 미야모토 신지였다. 업어치기와 허리기술, 발기술이 이미 상당하고, 굳히기 실력이야 일본 선수니 말할 것도 없고, 피지컬도 한계까지 끌어 올린.

즉, 힘으로 일단 누르고 보겠다는 뜻이었다.

올림픽에서 만난 미야모토 신지의 육체 자체가 그런 느낌이었다. 일단 지영을 힘으로 찍어 누른 뒤, 승부를 유리하게 가겠다는. 두 선수의 피지컬 상승은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재밌겠네.’

지영은 두 사람을 지나치는 순간,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호승심. 사실 도전하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이니 호승심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지영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시합 날은 금방 다가왔다.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원래 그렇게 주목받는 대회는 아니었다. 하지만 황금세대의 출전으로, 이른 아침에도 한쪽엔 기자들이 가득했다. 연예인 중의 연예인이란 강지영이 있고, 어느 하나 범상하지 않은 멤버들이 전부 출전했으니, 기자들이 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10시.

선발전이 시작됐다.

처음엔 많은 기자 때문에 적응하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는데, 경기가 시작되자 빠르게 적응하고는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컨디션 괜찮지?”

내일 시합인 황석의 물음에 지영은 바짝 빼놓은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주간 힘들었다. 정말, 정말로……. 임대성 코치는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지영을 굴렸다. 새벽부터 야간까지 옆에 붙어서 지영의 감각을 찾는 걸 도왔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매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반사신경을 포함한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수많은 프로그램을 훈련 외적으로도 병행했다. 그 결과 올림픽 때의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진 못했지만, 그래도 80% 이상은 찾았다. 그렇기에 지영은 스스로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발목을 다쳤던 올림픽 때의 컨디션이 더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4분 경기가 끝나간다.

1회전이 빠르게 진행됐다. 카메라 덕분인지, 무리하게 기술을 걸다 되치기를 당하는 선수가 제법 나왔고, 반대로 아주 멋진 기술로 한판이 나오는 경기도 제법 됐다. 그렇게 1회전이 돌아, 73차례가 왔다.

지영은 첫 경기였다.

이른바, 똥통 시드. 대진표를 보면 많아야 두세 개인 똥통 시드였다. 그래서 결승전까지는 5경기, 우승까지는 6경기였다.

경기 진행 이사가 마이크를 들고 금메달리스트 강지영 선수가 입장합니다! 하는 순간 꺄아아! 팬의 환호가 들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체육관은 가득 찼다. 1만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인데도, 발 디딜 틈 없이 관중석은 만원이었다. 스탠드에 앉지 못해 계단에 앉은 팬들도 많았다. 지영의 팬을 생각하면, 애초에 경기장이 너무 작았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지영이 신경 쓸 수는 없었다.

지영은 오로지, 시합에만 신경 썼다. 그리고 당연히 그러는 게 맞았다. 상대가 앞에 섰다. 이제 스무 살의 어린 선수다. 경기대고, 작년 고등부 성적은 1등 하나, 2등 하나.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아니, 이 정도면 체급에서 탑 클래스다.

유망주.

그 정도면 유망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지영의 성적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아시아 선수권 우승, 올림픽 우승. 기권을 제외하면 세계 대회 전적 무패를 자랑하는 선수였다.

그런 이름값에 아무래도 좀 많이 눌린 기색이었다.

심판의 사인에 지영은 발바닥의 땀을 매트에 슥슥 닦은 뒤, 인사하며 입장했다. 인사하고, 다시 한 걸음.

하지메!

오랜만에 듣는 심판의 시작 신호가 정겨웠다. 하지만 지영은 그런 정겨움은 상대가 덮쳐오는 잡기에 그냥 사라져 버렸다. 임승엽. 신장이 제법 컸다. 70 중후반대. 지영이랑 거의 차이가 없었다. 자세를 잡고 손을 뻗어오는 각을 보니, 허리기술 선수다. 오른쪽, 전형적인 느낌이 났다.

아주 정석이다.

교본과도 같은 잡기. 이런 말은 미안하지만…… 지영이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지영은 자연스럽게 어깨를 내줬다. 슥, 나가는 어깨를 보고 잠시 멈칫하는 임승엽. 순간적으로 눈빛에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기색이 보였다. 하지만 어깨를 저렇게 보고 도망가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건 자존심과도 연관이 있다. 어깨를 잡지 않았으면 속된 말로 쫀 거라고 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냥 막 잡자니, 전 세계에 두루 알려진 강지영의 유도 스타일이 마음에 걸렸다.

현시대에는 정말 보기 드문 방어유도.

이런 지영의 유도를 따라 하는 선수는 정말 많았다. 특히 지금 중학생 쪽에서 이미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받아서, 심도 있게 연구되어 선수 육성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정평도 함께 났다.

일단 기본적으로.

고수준의 유도 센스가 필수다. 그리고 그 센스를 기반으로 한 경기 운영. 이게 핵심이었다. 현시대에서 방어유도는 지극히 불리하다. 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심판이 봐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약점을 깨뜨린 게 지영의 경기 운영을 기반으로 한 방어유도다.

카운터. 유도에서는 되치기라 부르는 기술을 기가 막히게 구사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말이 쉬워 카운터고 되치기지, 이건 정말로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지 않으면 힘든 기술이다. 거기에 한 가지 기술도 아니고, 유도에 존재하는 모든 기술에 카운터를 칠 줄 알아야 한다.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일단 각이 나오면 팍! 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것도 의식적으로. 무의식이 아니라, 대놓고 노리고 쳐야 한다. 그런데 유도 경기는 그 정도로 이성을 유지하기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서로 잡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그나마 괜찮아도, 일단 잡고 나면 거의 본능적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그렇기에 어린 선수들은 여유가 없어서, 더욱 힘들었다.

그걸 임종엽은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동기랑 후배도 강지영의 유도를 복사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다른 학교 동기도 많이 시도했고, 다 실패했다. 강지영을 제외하곤, 아무도 장착하지 못한 스타일이다. 그러니 잡기가 꺼려지는 거다.

맛테!

접근하지 않자 심판이 그쳐를 선언했다. 그리고 지도가 들어갔다. 임종엽한테만.

어? 하는 표정이 된 임종엽. 왜 나만? 하는 마음으로 코치를 바라봤는데, 코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뭐지?

같이 안 잡았는데? 하는 마음에 다시 심판을 바라봤다. 왜 나만 지도냐는 무언의 항의였다. 하지만 심판은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하지메! 시합이 다시 시작됐다, 고개를 갸웃하며 임종엽은 다시 잡기를 시작했다.

지영은 그런 임종엽을 조금씩 몰았다. 어깨를 내리고 조금씩 전진, 손을 뻗어 잡기를 시도했다. 임종엽은 계속 지영의 손을 툭툭 쳐냈다. 자기가 왜 지도를 받았는지 아직도 모르는 느낌이었다. 지영은 임종엽이 멈칫하자, 의식적으로 몰아갔다. 좀 더 자세를 잡고 잡기를 먼저 걸었다. 어깨를 살짝 내린 상태에서 잡기를 시도했고, 임종엽은 지영의 손을 쳐내며 물러났다. 그렇게 지영은 임종엽을 코너로 몰았다. 스스로는 모르는 것 같지만, 지영은 확실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반대로 임종엽은 지영 특유의 잡기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로 빠지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물러나고 있는 거다.

이것만 봐도 안다. 임종엽은 잡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고, 아직 머릿속에 지영을 상대할 방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상대를 사냥감처럼 코너로 모는 건, 지영의 특기 중의 하나였다.

맛테!

다시 이어진 잡기 싸움에서 역시 서로 크게 공방이 없자, 심판은 그쳐를 선언한 뒤 지도를 줬다. 이번엔 양쪽 전부 지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상황은 한쪽이 매우 불리해진다.

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지도 두 개를 받은 임종엽은.

“야! 기술 한 번 못 걸고 쪽팔리게 반칙패당하고 나올 거냐! 한판 뜨더라도 덤벼!”

코치의 호통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어진 하지메 사인에 지영을 향해 바로 달려들었고, 지영은 그걸 받아 빗당겨치기를 송곳처럼 꽂아 넣었다.

쿠웅!

잇폰!

여지없이,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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