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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85화 (485/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85화

485화. 전설로 가는(24)

시청률은 이제 제동에 걸렸다. 하지만 이는 작품이 재미가 없어서 아니라, 시청률이 올라갈 수 있는 최대한도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강했다. 이 이상 시청률이 오르려면, 밤에 일하는 사람들까지 전부 TV 앞에 던져놔야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시청률이 답보 상태지만, 누구도 작품의 인기가 떨어질 때가 됐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나의 무사님 시즌3의 캐릭터 성 부각은 명확했다. 일단 초반은 선고였다. 심수정이 연기하는 선고의 주된 활약과 재의 수련 부분이 마치 와신상담을 연상케 하며 흥미를 이끌었고, 중반은 연과 재가 대립하며 긴장감을 끌어냈다. 그렇다면 후반부는?

후였다.

반역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제국 역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재상이 되었을 후는 재의 와신상담과 연과 재의 대립까지 이어지는 시간 동안, 제국을 정비했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반기의 심지가 보이는 모든 신하를 처단했고, 황권을 공고히 굳혔다. 그러면서 징병을 통해 군사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제국의 남과 북은 야만족과 해적들로 병력을 빼기 어렵다. 서부의 비옥한 옥토는 애초에 북과 남이 뚫리지 않는 이상 안전하기에 군단의 규모가 크지 않다. 그렇다는 건 최소한의 북부군과 남부군, 그리고 중앙군과 주전장인 동부군으로 해야 하는데, 징병이란 게 사실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군대는 돈을 잡아먹는 마물이다.

전쟁터에 내보내면서 네놈들 식량은 집에서 보내라고 해라! 같은 말도 안 되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군량과 군수 물품을 저장하면서, 마지막 전쟁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북과 남의 방비 또한 공고히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명재상.

오롯이 제국을 위해 썼다면, 어쩌면 북부의 야만인과 남해의 대해적단마저 토벌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들었던 후는, 이윽고 군을 이끌었다. 그리고 직접 그 군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런 후의 행보가 다시 또 다른 긴장감을 끌어냈다.

그 긴장감의 이유는, 규모였다.

이전의 전쟁보다, 무려 두 배에 달하는 대규모 군단이었다.

물경 10만을 넘기는 대규모 군단이 진군하는 모습은 CG로 처리했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장관이었다. 돈을 진짜 처발라서 진짜와 구별하기 힘든 레벨의 CG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겼다.

대체, 어떻게 이 전쟁의 승패를 뽑을까?

객관적으로 보면 재와 연이 이끄는 이족의 군대가 이미 샨 강에 주둔 중인 수만의 군세와 합세한 제국군과 맞붙어 승리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고작, 채 5만도 되지 않는 이족의 군대와 계속해서 보충하면 20만을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정이 붙은 제국군과의 대결은 당연히 제국군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때쯤 시청자들은 불안감이 엄습할 수밖에 없었다.

-아, 돌아가는 판이 이상한데……?

-그러게요. 불안하게 제국군 설정이 굉장히 강력하게 나오네요? 전부가 정예병은 아닌데, 최소 절반은 정예병이란 설정이 붙네…….

-그게 이상한 건가요?

-전쟁이잖아요. 초짜 병사 20만으로 이루어진 군대랑 정예병 5만이면 붙어도 할 만하거든요. 그런데 정예병 자체가 제국군이 훨씬 많아요. 그럼 정면 대결로 붙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소리거든요.

-아…….

-근데 그래도 이족은 숲에서는 거의 무적이라는 설정이 있잖아요. 게릴라로 겁나게 치고 빠지면 될 것 같은데?

-후가 절대로 안 붙어주죠 ㅋㅋ

-ㅇㅇ 후는 군략에도 굉장히 능하다고 나옴요;; 저 설정이 지랄이에요. 군략에 능하다는 건, 절대로 불리한 조건에서 안 붙는다는 거니까.

-후는 설정상 보면 제갈량까진 아니어도, 사마의나 주유는 되어 보임…….

-문제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님;; 이족 쪽에 그나마 유리한 설정 하나가 재의 강력한 무력인데, 지금 재의 능력이면 제국제일검 진과 백중세 정도임. 그럼 암살도 불가능함. 제국제일검이 막고 있으면, 재는 무조건 발목이 잡히거든. 조금만 시간을 끌어주면 포위, 멸망 각임;

-거기에 연의 군략이 후 정도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임. 적어도 연의 지략이 후와 비등하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후를 속이고 판을 엎는 게 가능할 건데, 지금까지 설정 보면 후가 지략은 연보다 월등함. 이건 뭐 어떻게 해도 이기기 힘든 판임.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ㅠㅠ

시청자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하는 이유는 엔딩 때문이었다.

이런 설정이 이미 단단하게 붙은 상태다. 신의 한 수 정도의 대단한 뭔가가 없이는 이 판을 뒤집기는 힘들다. 이걸 깨닫는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 결단코 원하지 않는 엔딩이 떠오른 것이다.

배드 엔딩.

불행한 결말.

전쟁 영화나 스릴러, 아주 무거운 드라마 장르에 자주 쓰이는 엔딩 방식이고, 이 엔딩은 결국 시청자나 관객의 마음을 아주 슬프게 만든다. 특히 인기 있는 작품의 경우 받는 충격이 더욱 크다.

이런 엔딩은 극의 중후반으로 가면 딱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의 대본에 따라 연출이 극 중에서 암시를 하나씩 던지기 때문이었다. 그건 곧,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과 같았다. 티가 날 정도일 때도 있고, 애매하게 던져 놓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런 불길한 결말을 예상하게 하는 장치와 암시가 시작되면, 날카로운 안목을 가진 누군가는 반드시 알아본다.

-그래도 나의 무사님 인기가 이 정도인데…… 설마 작가가 배드 엔딩으로 끝내겠어요?

-정은정 작가 배드 엔딩만 두 번임;;

-심지어 그중 하나는 그해 시청률 탑3 안에 드는 작품이었죠. 그때 진짜 멘붕이었는데…….

-그 작가님 시청자 뒤통수치는 거 겁나 좋아하잖아요……. 또 몰라요 ㅠㅠ

-아니 그래도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설마 그럴까요?

-그걸 신경 쓰는 작가가 있고, 신경 쓰지 않고 마이페이스로 달리는 작가가 있는데…… 정은정 작가는 후자임. 절대 그런 거 신경 안 씀…….

-아니, 그래도…… 힝, 그럼 우리 지영이 죽어요?

-…… 아, 절대 아니란 말은 못 하겠네요.

-ㅠㅠ

-ㅠㅠ

난리도 아니었다.

회차를 보면 슬슬 결말 예측이 시작됐을 시기이긴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결말 예측은, 결코 좋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붙은 설정이 그랬다. 설정이 제국군과 후에게 유리해도 너무 유리했기에, 이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에 대한 기사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청률 50%를 넘긴, 전 세계 웹플릭스 1위 자리를 공고히 유지 중인 작품이 결국엔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은 당연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소수를 제외하면 시청자는 굿 엔딩을 원한다.

좋게좋게.

너도 좋고, 나도 좋고.

감정 이입하면 할수록, 극의 주인공이 끝엔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걸 보면서 자기 위안을 얻기도 한다. 배드, 혹은 새드 엔딩을 원하는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은 해피 엔딩을 바란다.

그러나 드라마는 철저한 작가놀음이다.

영화와는 다르게, 이야기 흐름에 작가의 힘이 거의 절대적이다. 거기에 정은정 작가는 잘 알려진 천재 과였다.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처음 정한 대로 엔딩을 뽑아내는 거로 유명한 작가였다. 그래서 걱정이 극에 달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연히 배우들에게도 전달됐고, 그들도 슬그머니 머리를 치켜드는 불안감이 몸서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는 이유?

대본이 나오지 않았다.

딱, 엔딩부터 4화까지만.

고로, 배우들도 엔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 * *

대본은 주연들에게도 오지 않았다. 본래는 최종 2화만 안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새해가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전 2화를 갑자기 회수해갔다. 그걸 보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엔딩이 수정되겠구나. 그렇게들 예상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대본은 여전히 전달되지 않았다.

이건 또 의외였다.

정은정 작가의 작품을 하는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 중 하나가, 쪽대본이 아니어서 연기하기 좋다는 말이었다. 대본이 빨리 나와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것은, 배우가 준비할 시간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었다. 준비할 시간의 중요성은 굳이 말해봐야 입 아프다.

디테일.

디테일이 준비 시간에 따라 살이 계속 붙어가면, 연기는 당연히 빛이 날 수밖에 없었다. 배우는 자기 자신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직업이다. PD와 작가가 물개박수를 치며 좋아했다고 해도, 대중이 외면하면 그건 실패한 연기였다. 그 연기는 타고난 재능과 철저한 준비에서 나온다.

재능과 노력이란 뜻이다.

여기서 노력의 시간을 주는 게, 바로 작가고. 그런 뜻에서 대본을 일찍 뽑아주는 정은정 작가의 스타일은 배우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이는 정은정 작가가 받는 압박도 만만치 않다는 뜻으로 다시 귀결됐다.

하지만 그래서 누구도 정은정 작가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참고 기다렸다. 자기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어떻게든 동선에 걸어주는 것도 그렇지만, 등장할 때는 반드시 한 줄짜리 대사라도 치게 해줬다. 그런 능력은 또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인위적으로 급히 넣은 대사도 아주 부드럽게 섞여 들어가게 했다.

그 하나가 모두 기회다.

이 정도로 철저하게 챙겨주는 작가는 정말, 어디 가서도 만나기 힘들었다.

거기에 주연인 네 사람도 대본을 받지 못했다.

주연도 못 받은 대본이다.

그리고 그들은 조금도 불평불만을 내놓지 않았다. 주연도 이런데, 조연이 아, 대본 언제 나와! 이런다면? 그건 그냥 그대로 저 얼른 전사 처리되고 싶습니다! 하고 외치는 것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있었다.

“지영아, 니도 아직 대본 못 받았제?”

대기실로 놀러 온 고창선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배님. 저도 아직이네요.”

“히야, 정 작가가 으마으마하게 고민인갑네.”

“그러니까요. 압박이 상당한가 봐요.”

“그제, 휘유. 작품이 이건 뭐, 워낙에 대박이었야제. 지영이 니는 결말 으띃게 날 것 같나?”

고창선의 말에 지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영이라고 엔딩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이 했었다. 대본을 회수해 간 뒤로 더더욱 많이 생각했다.

영화보다 드라마가 엔딩에 더욱 신경 쓴다.

120분 러닝 타임의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더 길게 시청자와 만나고, 그래서 더욱 깊게 감정 이입하기 때문에 엔딩을 잘못 내놓는 순간 진짜 작가고 배우고, 영혼까지 까이기 때문이었다. 옛날 옛적에 ‘애기야 가자!’로 유명한 드라마의 작가가 엔딩을 ‘꿈’으로 처리했다가, 가루가 되도록 까인 적도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의 엔딩은 진정한 의미의 화룡점정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지영도 엔딩이 궁금했다.

정은정 작가의 작품 엔딩을 다 찾아봤지만 어떻게 된 게, 전부 결이 달랐다. 보통 선호하는 엔딩 풍이 있을 법도 한데, 전부 달랐다. 배드와 새드, 해피 엔딩과 열린 결말까지. 즉, 정해진 스타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만, 현 상태의 흐름으로 보면…….

“아무래도 해피는 힘들 것 같아요.”

“그제? 니 생각도 글제?”

“네.”

네티즌들이 알아보고 걱정한 것처럼 극 중 제국군과 이족의 군세 차이가 너무 심했다. 이런 상황이면 적어도 제국군의 지휘관이 무능력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정반대다. 작중 최가의 두뇌가 후고, 작중 최강의 검인 제국제일검이 바로 옆에 있다. 이것만 해도 이미 이족이 가진 장점 중 몇 개가 빠진다.

이 균형을 조율했어야 하는데, 정은정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제국군의 덩치를 더욱 키워서, 극 후반부까지 끌고 왔다.

도대체 왜?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어쩌면, 수습할 생각이 없는 거인지도 모른다.

“이 설정을 진짜로 놓고 보면…… 선배님은 후가 어떨 것 같으세요?”

“설정을 진짜로? 그르니까, 내가 후면 으떻게 하겠냐고?”

“네.”

“음머,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내라면, 으음. 숲은 최대한 피해 전쟁하지 않겠나?”

“그렇게도 하겠네요.”

“지영이 니 생각은?”

“저라면 불 지를 겁니다. 샨 강 너머의 울창한 수림을 모조리 불태워 버릴 거예요.”

“으잉?”

“설정 중의 후라면,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지 않을까요? 서풍을 받아서 화공을 치면, 산맥까지 뻗어가는 화계가 걸리는 건데?”

“어…….”

지영의 말에 고창선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끔뻑끔뻑거렸다. 흐름을 하나의 세계로 본다면, 후는 서풍이 부는 날을 기다렸다가 화공을 칠 거다. 이미 샨 강은 제국군의 영역이니, 물을 뜨러 가는 건 불가능하다. 터전이자 전장 그 자체인 숲이 다 타버리면? 이족은 근거지 자체를 날리는 거다. 그런 다음 차근차근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이족의 진형 자체를 지워버리면 된다. 그렇게 되면 이족은 결국 산맥 뒤의 드넓은 황야로 쫓겨날 거고, 그대로 진격. 엔드. 이러면 게임 끝이다.

근데 문제는 이게…….

“이야, 지영이 역시 생각하는 게 다르고마. 그래, 그를 수도 있겄네. 근데 그렇게 하면 큰일 날 것 같은데?”

“네, 난리 나겠죠.”

배드 엔딩 중에서도 극악의 배드 엔딩이다.

거기에 이건 이해 가능한 영역의 엔딩도 아니었다. 드라마가 반드시 꿈과 희망, 해피로 끝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게 받쳐줘야 한다. 누가 몇 달이나 걸쳐 본 드라마가 결국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졌습니다. 주인공은 다 죽었고요. 후는 온전한 제국의 황제가 되었습니다. 끝. 이렇게 끝나는 걸 어떻게 이해하겠나.

그러니 이 엔딩은 절대 쓸 수 없다.

왜? 그건 이족이 패망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정은정 작가가 그걸 모를 리 없으니, 이 방법은 쓰이지 않을 거다.

그런데.

쓰였다.

그냥 농담 삼아 한 말에 가까웠는데, 진짜 쓰였다.

“…….”

지영은 촬영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받은 대본을 보며, 정신이 멍…… 해졌다.

후의 계략.

화공.

숲과 산맥을 불태우며 진격! 이런 지문이 확실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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