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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82화 (482/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82화

482화. 전설로 가는(21)

나의 무사님은, 그야말로 광속 항해 중이었다.

시청률은 매화마다 2%씩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더니 연과 재의 대립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드디어 50%를 돌파했다.

[나의 무사님 시청률 50% 돌파!]

[전무후무한 대기록! 나의 무사님이 달성하다!]

[대기록을 세운 나의 무사님의 배우 몸값은?]

[강지영에 이어 이연과 강서훈에게도 헐라우드 러브콜 쇄도! 지금 검토 중?]

[그녀의 출연료는? 전문가들, 강지영이란 예가 있지만, 아직은 그만큼 받지는 못할 것.]

[50억 추정! 배우 이연의 새로운 도전?]

[심수정과 강서훈에게도 몰려드는 러브콜!]

[나의 무사님 주연팀, 아시아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서다!]

파바바박!

50%를 돌파한 순간, 성난 황소처럼 기사가 쏟아졌다. 보통 이런 기사의 절반은 카더라가 많은데, 이번 경우는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이연과 강서훈, 심수정에겐 각국에서 시나리오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강서훈의 마스크는 대단히 독특하면서도 명확했다. 그리고 한계가 아주 확실한 마스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마스크의 장점을 살려, 그쪽 캐릭터의 장인에 오른 이였다. 비슷한 캐릭터지만, 그는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캐릭터를 미세하게 조정해 연기에 임했다. 일반인이야 매일 똑같은 연기다. 라고 하지만 실제로 자세히 뜯어보면 확실히 결만 비슷할 뿐, 분명 느낌이 달랐다. 그런 강서훈의 연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강서훈은 인터뷰를 통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심수정은 원래도 라이징 스타였다.

나의 무사님 이전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예쁘장한 배우. 이 정도의 인지도였지만 나의 무사님 출연 이후 확실히 연기에 물이 올랐다. 그리고 그 연기력은 시즌2, 3로 이어지는 중에도 쉬지 않고 다른 작품의 주조연 역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맡았다. 그렇게 쉬지 않고 연기에 몰두한 결과 지금은 그 실력이 절정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녀의 연기력은 냉정하게 평가해 이연보다는 확실히 아래에 있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심수정에겐 이연에게는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운동 신경이었다. 운동 신경은 재능의 영역이다. 이연에게 연기라는 재능이 있는 대신 운동 신경이란 재능이 없는 반면, 심수정은 연기력은 10점 만점에 7점 정도는 된다. 배역에 따라 충분히 잘 연기했다! 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몸 쓰는 운동 신경은 심수정이 이연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런 운동 신경은, 나의 무사님에서 액션이란 이름으로 빛을 발했다.

선고의 극 중 액션은 확실히 난도가 높았다. 특히 보우 액션은 가히 절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데도, 그녀는 그걸 부족함 없이 소화했다. 그 액션에 도움이 된 건 당연히 운동이다. 그녀는 실제 양궁 선수였고, 양궁은 아주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다. 바람이 아무리 악착같이 불어도 평정을 잃지 않는 선수가 승리하는. 사격과 함께 멘탈 하면 양궁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비록 정상급의 순위를 기록한 적은 거의 없지만, 그건 그녀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대학까지 양궁으로 갔을 정도로 그녀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알다시피 대한민국 양궁은 세계 최고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강한 나라다. 그렇다는 말은, 괴물이 즐비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장 다른 나라로 국적을 옮기면 적어도 그 나라 국가대표를 놓고 진지하게 도전할 만한 실력을 갖춘 게 심수정이었다.

그런 실력에, 타고난 운동 신경으로 펼치는 보우 액션은 헐리우드 관계자들의 눈에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성 액션 무비가 남자 배우의 액션에 비해 밀리는 이유는 박진감에 있었다. 운동 신경이 부족하면 액션은 뭘 어떻게 해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어색한 액션은 절대로 먹히지 않는다. TV에서 하는 드라마는 내 돈을 쓰는 게 아니란 느낌이 있어서 어색해도 그냥저냥 봐주긴 한다. 하지만 돈을 내고 극장에 가야 하는 영화 쪽은 단번에 외면받는다. 옛날과 다르게 지금은 영화가 개봉하는 순간 평이 줄줄이 달리니, 그 평에 액션 어색함. 재미없음. 이렇게 적히는 순간 끝이다.

하지만 심수정의 액션은 박진감이 넘쳤다.

재능이 있으니, 어려운 고난도 액션도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액션에서 박진감이 넘치려면 동작이 아주 중요하다. 어설프게 얍!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작정하고 악! 하는 기합과 꽂아 넣는 주먹이 당연히 더 보기 좋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려면, 아주 아슬아슬하게 합이 맞아야 했다. 바로 코앞으로 부웅 지나가는 주먹질에 눈을 질끈 감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그 정도의 정교한 합이 가능하다. 그 역시 멘탈이다. 겁을 먹을 법해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단단한 멘탈. 화살 한 발에 메달 색이 갈리는 잔인한 스포츠인 양궁을 오랫동안 해온 그녀기에 가능한 액션이었다. 그래서 심수정의 주가도 훅훅 뛰는 중이고.

이연은 뭐, 이미 연기력으로 증명했다.

그녀는 이미 예전부터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등장 타임 20분은커녕 10분도 채 되지 않는 조연 롤이라, 전부 거절하고 있었다. 굳이 말도 제대로 안 통하고, 아직도 색깔에 따라 무시와 비난이 만연한 나라에 가서 고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출연료는 또 엄청나게 짜다. 마치 우리가 기회를 주는 건데? 돈도 많이 받으려고? 유 크레이지? 이런 느낌의 출연료다. 한국에선 현재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배우라서, 이연은 들어오는 모든 스크립트를 거절했다.

하지만 시즌2 이후, 시즌3 시작 후엔 확실히 역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연이 아니라 최소 주조연이고, 절반 이상이 주인공 역할이었다. 아니면 많은 주인공 중 한 명이거나. 출연료도 변했다. 고작 몇천에서, 최소가 수억 이상이었다. 많이 부른 곳은 30억 이상인 곳도 있었다. 껑충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접받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직 후속작 결정을 보류하는 중이었다.

벌크업 전문가를 섭외하긴 했지만, 소월영 역에 맞춰 벌크업은 세상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하다는 말에 좌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밑엔 ‘ㅋㅋㅋ’와 ‘ㅠㅠ’가 수천 개나 달리며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놨다. 그런 이연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가 되고 있었다.

그럼 강지영은?

말해 뭐하겠나.

무려 오천만 불의 사나이가 됐는데.

* * *

배우들이 잘나가기 시작하면, 현장은 당연히 기세가 붙는다. 나의 무사님 성공으로 조연 배우들도 확실히 눈도장을 받았다. 이미 계약서에 사인한 배우가 태반이었는데, 신기한 건 그러면서도 겹치기 촬영에 들어가는 배우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보통 주연은 작품에 집중한다고 해서 오는 러브콜도 잠시 마다하지만, 조연은 기회가 계속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겹치기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연들도 작품에 의리를 다하겠다는 생각인 건지, 겹치기 제의가 오는 건 전부 거절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했지만, 다들 작품에 끝까지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그렇게 조연들까지 전부 작품에 의리를 다해주니, 아주 자연스럽게 기세가 붙었다. 기세는 스포츠에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느 현장이든 기세가 붙기 시작하면 그게 볼을 차는 경기장이든, 아니면 연기를 선보이는 무대이든, 기세가 붙으면 무조건 불이 붙어 무서워진다.

지금 나의 무사님 현장이 그랬다.

“오케이! 좋아요!”

조연들끼리의 신이었다.

재와 연이 대립하자, 그걸 걱정해 이족의 지휘부가 모여서 문제를 논하는 장면인데, 누군 화를 내야 했고, 누군 걱정해야 했으며, 누군 곰곰이 생각에 잠겨야 했고, 누군 정리를 해줘야 했다.

그런 각자의 롤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는 아주 멋진 신이 뽑혔다. 나의 무사님은 여러모로 합이 좋은 작품이었다. 작품을 보다 보면, 같은 조연이라고 해도 등장 신이 나뉘기 마련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 혹은 인기가 많은 배우 순으로. 그래서 주연과 조연으로 나뉘는 거다. 주연 중에서도 분량이 갈리고, 조연 중에서는 더더욱 분량이 갈린다. 하지만 정은정 작가나 홍진아 감독은 배우들을 최선을 다해 챙겨줬다. 재가 등장함에 따라 동선에도 걸어주고, 자잘한 대화 신을 만들어서 배우를 최대한 챙겨줬다. 이렇게 신에 등장하는 건 조연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연예인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자체로 빛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찾아주어야 빛을 보기 시작한다. 찾아주지 않으면?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무명 배우나 신인이 자체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거였다. 오디션을 통과해 작은 역할이라도 맡아야 그나마 자기를 선보일 수 있고, 그 장면을 통해 다른 작가나 감독에게 자기를 어필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조연들에게는 매 신이 자기를 노출할 기회였다.

그래서 무리를 하는 배우도 있지만, 그런 배우는 아주 극소수였다. 합을 방해하고 자기만 돋보이려 한 배우 몇몇이 극 중 ‘사망 처리’되는 걸 보며, 절대로 합을 깨지 않고 조심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 작품이 더더욱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하니, 작품은 정말 순풍을 단 듯이 날아간다. 해가 지나도 그 열풍은 이어갔다.

새해.

진즉에 해는 변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바빴다. 누군가는 새해 동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나의 무사님 팀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촬영에 여유가 조금 있긴 하지만 그게 새해 휴가를 가도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설날은 그래도, 휴가가 주어졌다.

대신 일주일 전부터 밤낮으로 신을 소화하기 위해 온 스태프와 배우가 현장에서 아주 상주하다시피 하며 달려 겨우 시간을 좀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3일간의 설날 연휴.

지영은 이른 28일의 이른 새벽, 지영은 양유진을 픽업하기 위해 그녀가 사는 집 앞으로 향했다.

아직 5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라 도로에 차는 별로 없었다.

집 앞에 도착해, 잠시 기다리자 투룸 건물의 현관문이 열리며 큰 가방을 든 양유진이 나왔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엔 아직 졸음이 깨지 않은 눈빛의 양지원도 있었다. 차에서 내려 가방을 들어주자, 양지원이 비몽사몽 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빠 안녕…….”

“응, 안녕. 설날이라서 훈련 쉬는 거야?”

“아니요. 훈련해야죠. 근데 오늘 오후 훈련만 하고 저도 한결 오빠랑 청주 내려가요.”

“응, 그건 들었어. 컨디션은 어때?”

“좋아요. 음, 으음. 좋아요.”

뭔가 고민이 있긴 한 것 같은 대답이다.

“부담 때문이라면, 그건 이겨내는 수밖에 없어.”

“알아요. 아 오빠, 새벽부터 이러기 있기?”

“하하, 미안. 내가 잘못했다.”

“그래도 오빠 말은 이상하게 힘이 나요. 한결 오빠가 하면 약 오르는데.”

“그건 한결이는 남자친구라 그렇고.”

“그러니까요. 아, 차 막히기 전에 얼른 출발해요.”

“그래,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그럼 갈게. 새해 복 많이 받아.”

“네, 오빠도요.”

양지원은 씩 웃고는 싱글싱글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던 양유진을 한 차례 꼭 안아주고는 호다닥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양지원이 들어가고 나자 둘은 차에 올라 출발했다. 도로로 나오자 그 짧은 사이 벌써 차가 제법 찼다.

지영처럼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사람이 많은 거다.

하지만 그래도 체증이 걸릴 정도로 막히진 않았다. 서울을 빠져나와 고속도로 오르자 앞이 뻥 뚫려 시원한 느낌이 났다.

그러는 중에도 조잘조잘.

양유진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지영이 지루하지 않게 입을 놀렸다.

“레미는 대단해요. 벌써 간단한 단어로 대화는 가능할 정도예요.”

“어, 벌써요?”

“네. 익히는 게 정말 빨라요. 내년엔 꼭 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정상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면서, 열의가 대단해요.”

“레미가 그런 독한 면모가 있긴 해요. 음, 강한 아이기도 하고요.”

“맞아요. 강해요. 아, 근데 이치카 언니는 좀 느려요. 헤헤.”

“하하.”

레미에 비해 이치카 씨는 나이가 좀 있다. 워낙 레미를 일찍 낳은 탓에 아직도 서른 후반이지만, 서른 후반이면 머리가 굳을 시간이다. 게다가 그녀는 사회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전업주부로만 살았다.

청소, 빨래, 식사.

그리고 등 뒤에 칼을 숨긴 이웃과의 가벼운 티타임. 그게 그녀의 삶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제 와 모국어와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익히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기에, 그녀는 가게를 열 준비를 하면서도 악착같이 공부를 이어 갔다.

레시피의 정리, 한국어, 식당 운영에 관한 건 또 엄마에게 배우면서 레미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이치카 씨가 걱정되진 않았다. 매우 바쁘다는 것은, 슬픔이 생각날 겨를 자체를 막아줄 테니까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아, 그리고…….”

조잘조잘.

둥둥 떠다니는 돌고래 같은 양유진의 이야기를 품은 채 시간이 흘러갔고, 어느새 충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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