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77화 (477/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77화

477화. 전설로 가는(16)

[나의 무사님! 시즌 평균 시청률 넘겼다! 10화 43.1%!]

[방영 두 달 만에 안방극장 사로잡은 나의 무사님의 흥행 비결은?]

[나의 무사님 전 세계 웹플릭스 1위 달성!]

나의 무사님의 독주는, 어마어마했다.

동 시간대 1위는 너무 당연하니 거론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 1위도 의미가 다른 1위였다는 건 거론할 가치가 있었다. 보통 한 드라마가 흥행하면, 필연적으로 동 시간대 다른 작품의 파이를 뜯어 먹게 마련이다.

시청자는 한정되어 있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나의 무사님 또한 같았다.

다른 작품의 파이를 뜯어 먹었다. 하지만 그게 시청률을 반 토막으로 쳐버릴 정도로 뜯어 먹은 건 아니었다. 다른 작품의 시청률은 평균 1에서 2% 정도씩 떨어졌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시청률이 나오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에 드라마를 안 보던 사람들까지 전부 TV 앞으로 모이게 만든 것이다. 그건 정말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동영상 플랫폼, 그리고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며 공중파건 종편이건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했었는데, 나의 무사님을 포함한 몇몇 작품이 해마다 대박을 치며 방송에 의미를 실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무사님은 여러모로, 어마어마했다.

너무 대단해서, 진짜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런 상황에 불을 지피는 소식이 하나 또 떴으니.

[속보! 다니엘 화이트 한국행!]

[SNS를 통해 이번엔 반드시 사인받겠다는 포부 밝혀!]

[강지영. 재를 보낸 뒤엔 무신 척위준이 되나?]

[강지영의 계약금은 얼마? 최소 천억? 정말 그렇게 받을까?]

미국발 기사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은 다니엘 화이트. 아카데미 상을 받은 감독이었다. 그런 그가 계약한 작품은 무신 척위준으로, 대한민국 국적의 히어로였다. 한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캐릭터로, 레인 스튜디오의 독립 세계관에서 운용하고 있었다.

그 작품을 위해 다니엘 화이트는 이미 여러 차례 지영에게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영은 검토한다고 했을 뿐,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미 그 얘기는 비즈 엔터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었다.

그런데, 다이넬 화이트가 다시 한국으로 날아오는 거다. 그에 한국 언론은 얼른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팬들은 그 기사에 좋아요를 열광적으로 누르며 한국인이 메인 히어로를 맡는 작품이 탄생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 기사가 나가고 얼마 뒤, 지영은 모처에서 이미 다니엘 화이트를 만나고 있었다.

“하하, 반갑습니다. 지영.”

“반가워요. 한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미스터 다니엘.”

“환영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한국은 참 신기한 나라예요. 인천이나 서울은 미국의 대도시와 버금갈 만큼 화려한데, 조금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정취가 흘러요.”

급속 개발의 폐해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폐해가 이상하게도 반전의 정취를 품게 됐다. 물론 한국 사람인 지영에겐 매일 보는 풍경이라, 크게 특별하진 않았다. 경치의 진의를 느낄 나이는 되었지만, 지영은 정신없이 바빠서 그걸 여유롭게 볼 수 없었다.

지금 있는 곳도 그런 곳이다.

한겨울의 쌀쌀함을 극대화한 곳이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곳인데, 강이 흐르고 넓은 들판이 창밖으로 보였다. 강 건너의 산은 이미 새하얀 이불을 덮고 있었고, 지금도 살랑살랑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전선과 전봇대를 빼면, 그냥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다. 카페도 길가에 덩그러니 던져 놓은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클래식하고, 나쁘게 말하면 SNS 감성을 처바른 느낌의 카페인데 다니엘 화이트는 전자로 느끼는 것 같았다.

임은진이 찾아낸 장소로, 다니엘 화이트의 어떤 창작 욕구를 자극할 것이라 장담한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장담처럼 다니엘 화이트는 인사 뒤에도 한참을 창밖을 바라봤다.

지영은 그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았다. 함께 온 비슷한 나이대의 여인도 반짝이는 눈빛으로 창밖을 훑고 있었다. 아직 인사 전이라,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 5분쯤 창밖에 계속 시선을 두고 있던 두 사람이 지영을 보며,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미안합니다. 너무 흥미가 돋는 정취기도 해서, 잠시 넋을 놨네요. 하하. 아, 이쪽은 제시 화이트. 제 아내입니다.”

“제시 화이트예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아주 영광이랍니다. 후후.”

“강지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좀 야생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 느낌이 매우 거칠다. 싱긋 웃는데도 그게 사납게 느껴진다. 외모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제 아내가, 제 작품의 모든 시나리오를 쓰거나, 각색했습니다. 이번 작품도 제시가 각색을 맡게 될 겁니다. 아, 물론 우리가 오늘 계약한다면 말입니다. 하하.”

“하하.”

지영은 그냥 웃고 말았다.

말을 아끼라고, 여기 오면서 임은진의 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실히 그냥 웃고 말자, 다니엘 화이트는 새하얀 치열을 싹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러곤 그가 말을 이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시 화이트가 바통 터치한 것처럼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지영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았어요.”

“지영이의 흥미요?”

제시 화이트가 말을 시작하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임은진이 그 말을 받았다.

일개 매니저지만, 절대 일개 매니저가 아닌 임은진은 이미 이쪽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왜? 강지영의 매니저이고, 강지영의 모든 것을 그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강지영에게 가장 강하게 입김을 후! 불 수 있는 것도 그녀였다. 그러니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제시 화이트도 그걸 아는지 조금도 불편한 표정 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네. 이번, 지영의 일본 문제. 그걸 다뤄볼까 하거든요.”

“그건 반대예요. 이제 조금 진정되고 있는 문제를 다시 들들 볶기는 싫어요. 그리고 그건 피해자에게 예의가 아니고요.”

“어머, 제가 미쳤다고 그 사건을 각색하겠어요? 그게 아니에요. 음, 제가 생각한 건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만행이에요. 아주 적나라하게…… 정말 적나라하게. 세계 어디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게 그릴 거거든요.”

“…….”

그 말에 임은진은 대답 대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그 얘기만 듣고도 임은진은 지금 구미가 당긴 것이다.

“본래 그 장면은 영화 시작 직후부터, 10분 정도로 잡을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러닝 타임을 20분 정도 늘리고, 그 20분을 온전히 그 만행을 알리는 데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10분에 20분을 더해 30분이라……. 그럼 관객이 많이 지칠 텐데요?”

“영화를 보려면, 그 정도는 참아야죠. 아시겠지만 다니엘의 작품은 결코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답니다. 그리고 그건…… 제 탓이죠. 저는 편하게 보는 이야기를 짤 줄 모르거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난해한 작품은 아니지만, 아마 굉장히 불친절한 작품이 될 거예요.”

“음…….”

대놓고 예고한다.

아주 불친절한 작품이 될 거라고.

전쟁의 참상을 담은 그림은 몇 분 만 보고 있어도 힘들다. 영화나 드라마의 강점은 눈으로 직관적으로 보기에 감정이입이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소설처럼 머리로 상상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냥 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걸 원래 10분에 20분을 더해 30분이나, 그것도 다이렉트로?

“혹시, 등급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임은진의 질문에.

제시 화이트는 다니엘 화이트와 아주 흡사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최소 R이에요.”

“…….”

최소 R이란 말에 임은진은 침묵했다. 미국심의 기준으로 R이면 한국에선 청불과 15세 사이쯤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제시 화이트는 분명, 최소 R이라고 했다. 그건 NC17이 나올 수도 있단 소리와 똑같았다.

그에 임은진의 표정이 굳었는데도, 제시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본래 무신 척위준도 NC17에 가까워요. 가장 강력한 히어로라 원작에서도 유혈이 낭자하거든요. 그래서 에피소드마다 등급이 서로 달라요.”

“그건, 음. 그렇긴 하죠.”

임은진은 제시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그리고 지영도 마찬가지로 동의했다. 틈틈이 보는 작품이다. 지금 절반쯤 봤는데, 확실히 유혈이 낭자하긴 했다. 직접적으로 목을 날리거나 장기가 막, B급 영화처럼 터져 나오는 건 아닌데, 유혈은 확실히 낭자하다.

“저는 원작을 아예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훼손하는 건 정말 경멸해요. 그건 이번 무신도 마찬가지예요. 원작의 느낌은 최대한 살릴 거랍니다.”

“음…… 그럼 지영이가 찍기엔 좀 허들이 높을 수도 있어요. 지영이는 다크 히어로 쪽은 아니라서.”

“음? 그건 나의 무사님을 보니 또 아니던데요? 그 작품의 지영은 충분히 다크 히어로에 가깝던데?”

“느낌이 다르죠. 재 캐릭터가 어둡긴 해도, 무신 척위준만큼은 아니에요.”

“그건 인정할게요.”

두 여자의 대화는 조곤조곤했지만, 내용과 눈빛은 결코 입가에 한껏 꾸며놓은 미소처럼 순박하진 않았다.

“R등급이 아니면 괜찮은 건가요? 음, 그건 원작을 너무 대충 표현하는 건데?”

“저는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답니다. 저도 만약 지영이가 하게 된다면, 완벽하게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음, 그럼 그 부분은 서로 마음이 맞는 거네요?”

“어느 정도는?”

이것 봐라.

마음 맞는 거지? 그렇지? 하고 물으니까 아, 전부는 아니고. 조금은. 하고 되받아친다. 배우가 작품을 결정할 때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걸 나열해 보면.

1. 감독이나 작가.

2. 이야기의 재미.

3. 돈.

이 정도로 볼 수 있다.

매니저는 이 셋에 전부 관여할 수 있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매니저를 연예인의 하인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는, 파트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와 금전적인 부분도 연예인 쪽으로 꽉 차게 기울어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파트너가 맞다. 특히 유능한 매니저는 어떻게 해서든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다. 유능한 매니저의 조건이 몇 개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눈치와 안목이다.

작품을 보는 안목.

담당 연예인의 상태를 보는 눈치.

그리고 이 둘 중에 어떤 게 더 우선순위가 높냐면, 무조건 1번이다. 임은진은 그 1번을 아주 확실히 챙겨서 업계에서도 서로 모셔가려고 정평이 난 매니저고. 그런데 그 능력만 있는 게 아니다. 지영이 본 그녀의 능력은 확실히…… 어마어마했다. 뭘 부탁해도 전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능력자였다.

그걸 제시도 느꼈는지.

“아, 쉽지 않네?”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입에 들이부었고, 임은진은 훗, 하고 찻잔을 들어 올렸다.

1라운드.

임은진 승!

그렇게 이어지는 대화를 보며 지영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은 정말, 계약서에 사인을 확실히 받을 각오로 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는 단언한 적이 있다. 지영이 척위준을 맡아주지 않으면 그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그래서 그는 지영이 캐스팅되지 않으면 아예 무신을 찍지 않을 생각이라고.

이런 단언을 했으니, 지영이 계약을 안 하면 사실상 그는 레인 스튜디오와의 계약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 계약 해지에 관한 위반이 있을 건데, 그 정도 되는 감독이면 충분히 거기에 따른 대책을 계약 당시 명시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확실히 계약하겠다는 마음으로 왔다면, 여기서 답을 주지 않을 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가능성이 컸다.

구애하고 있긴 하지만 그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드는 이다. 그런 그가 연이은 거절을 참을 것 같단 생각을 할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면.

‘잡을 것인가, 아니면 아예 포기할 것인가.’

그걸 오늘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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