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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63화 (46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63화

463화. 전설로 가는(2)

시선이 몰렸다.

신이 끝나자마자 임은진이 급히 다가오더니, 뉴스를 보여줬다. 거기엔 고개를 푹 숙인 사내 하나가 담요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형사에게 끌려 경찰서로 들어가는 장면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속보! 야마다 의원의 장남! 야마다 레이 구속! 이란 기사가 지나가고 있었다. 한국발 뉴스인지, 자막은 한글이었다.

그걸 한 번 더 돌려보고, 주변을 돌아보자 고요했다. 아무래도 자기가 신 시작 전에 집중하고 있어서 따로 이걸 보여주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지영은 느끼고 있었다. 힐끔거리는 모든 시선을. 그 시선은 당연히 지영을 의식해서였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신을 확인하고 나서, 다음 신 준비를 지시하는 홍진아 감독과 정은정 작가마저 지영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흠…….’

지영은 이런 시선이 당황스럽진 않았다. 반대로 미안했다. 사토 레미의 사고 소식을 접한 후부터 자기의 분위기가 나락으로 처박혔고, 그것 때문에 다들 자기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쯤은 너무나 티가 났다. 그게 미안했다. 기분이 이미 바닥이라서, 어떻게 해결할지도 몰라서 지영은 그냥 이 기분 자체를 인정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게 오래가선 안 된다.

그런 마음이 들자 이 자리가 불편해졌다.

“누나, 대기실로 가요.”

“응, 그러자.”

쪼르르.

임은진의 손짓에 비즈 엔터의 스태프가 얼른 달려와 지영에게 패딩을 건넸다.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주변에 인사를 가볍게 하고 자리를 떴다. 대기실로 돌아와 지영은 뉴스를 천천히 살폈다.

“야마다 레이.”

지영은 천천히 진범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옆에 그놈이 SNS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떴는데,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이다. 얼굴만 본다면 한국에서 웬만한 아이돌을 씹어 먹고도 남을 외모였다.

그냥, 누나 팬들이 품에 넣고 키우고픈 여린 동생을 떠올리게 할 정도의 외모였다. 그런데, 그런 놈의 악행이…… 어마어마했다. 한 동영상을 보는데, 아주 개판이었다. 클럽 룸으로 보이는데 여자를 때리기도 하고, 지폐를 뿌리면서 네발로 기어 다니면서 줍게도 하고, 인간의 짓이 아니었다. 베터런 1에 나왔던 빌런과 하는 짓이 아주 똑같았다.

그 외에도 힘으로 덮었을 거라 추측되는 범죄가 상당했다.

다들 알고도 국회의원의 힘 때문에 쉬쉬하던 걸, 어차피 이제 나락으로 떨어질 게 확정되었기에 그냥 대놓고 다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새끼 외에도 다른 두 놈이 있었는데, 한 놈은 지역 유지의 자식이었고, 다른 한 놈은 가드탑 업체의 사장 아들이었다.

“기가 막히네…….”

사람을 지키는 걸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 경호업체다. 그런데 그 업체의 사장 아들이 경호원의 순번을 바꿔서, 일을 벌였다. 윤리와 도덕? 직업 정신? 그런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경호 대상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는 거다.

지영은 다른 기사도 훑었다.

한 기사에는 이렇게 빨리 진범이 잡힌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저들의 저능한 지적 수준을 첫 번째로 꼽았다. 증거가 너무 넘쳤다. 머리를 굴린다고 굴린 게, 오히려 주변에 더 증거를 뿌리는 격이 됐다.

“머리에 물기를 없애려고 세차게 턴 게, 오히려 사방으로 물방울을 날린 거지. 거기에 머리카락도 덤이고…….”

니시노 하루히?

그 로펌은 그걸 아주 제대로 잡아냈다. 사실 지영은 이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왜? 강한결과 통화 후 아예 인터넷 자체를 안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한결도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몰랐다가, 좀 전에 결과물만 떡하니 받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기사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뭐 그리 관심이 많은지,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게 이 일이 어떻게 전개가 됐는지 아주 세세하게도 기사를 내고 있었다.

지영은 그걸 통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진범을 잡아냈는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금방 뜬 속보 기사.

[사토 레미. 그 위급한 순간에 범인의 머리카락을 뜯어서 보관하고 있었다!]

그 기사의 제목을 읽는 순간 지영은 입술을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 기사를 클릭해야 할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하니, 힘들어도 봐야 했다. 기사는 간략했다. 반항하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뜯어 꽉 쥐어 챙겼다는 것. 하지만 그 상황에 그렇게까지 했던 레미가 정말 대견하면서도, 미안했다. 이 일은 어쨌든 자기가 했던 말에서 터졌으니까.

지영은 이 기사를 보며, 이 아이가 자립할 때까지 끝까지 자신이 챙겨야 한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졌다.

지잉.

핸드폰이 부르르 떨더니 상단에 강한결의 이름이 떴다. 지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 한결아.”

-기사 보고 있지?

“응. 고맙다. 아…… 진짜 고마워.”

-고맙기는. 다행히, X신 새끼들이라 일이 쉽게 됐어.

“…….”

지영은 강한결의 입에서 나온 X신 새끼들이란 단어에 주목했다. 강한결은 평소에 욕을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안 한다. 지영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그의 입에서 욕설이 나온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 전에 이성진이 다쳤을 때, 그때 딱 한 번 반사적으로 욕설을 입에 담긴 했었다. 그리고 그때를 빼면 없었다. 그런 그가 저런 적나라한 단어를 입에 담았다는 건, 그건 진짜 그만큼 분노했다는 뜻이었다.

그런 친구의 반응에 지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부처라 불리던 친구에게 욕을 하게 만든 게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진짜 구구절절하지만, 그래도 지영은 책임감을 느껴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걸 사과하면 이번엔 아마도, 화를 낼 것이다.

강한결이 지영을 잘 아는 만큼, 지영도 강한결을 잘 알고 있었다.

“레미는 어때?”

그래서 화제를 돌렸다. 강한결이 병신이라 지칭한 놈들의 소식은 기사로 봐도 충분하니까.

-괜찮아. 덤덤해. 어떤 의미로든 레미 얘도 대단하더라. 이렇게까지 멘탈이 단단한 사람은 또 간만이야.

“그렇지? 근데 그래도 마음이 좋진 않을 거야. 기사가 계속 나가는 것 자체가 그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을걸.”

-그 정도는 알지. 근데 걱정하지 마. 여기에 미래의 최고의 MC가 있잖아?

“아, 성진이?”

-응. 분위기 휘어잡아서 종일 놀고 있다. 집 안에서 더 런닝에서 했던 모든 걸 하더라. 대단해, 얘도.

“하하.”

지영은 그 말에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성진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서였다. 가장 생각이 없고, 철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성진은 사실 굉장히 계산적인 성격이었다. 왜냐고? 아주 어려서부터 눈치를 보며 살았기 때문이다.

한 끼 먹는 식사마저 눈치를 봐야 했고, 한 끼 식사 자체를 걱정하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먹을 것 좀 나눠줄 수 있냐고 누군가에게 물으려면, 그 사람이 줄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했다고 했다. 좀 여유가 있거나 너그러워 보이는 사람, 연민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골라서 한 끼 식사를 부탁하거나 했었다고…….

그래서 눈치는 매우 빠삭했다.

그리고 이 눈치라는 것은 다르게 보면, 계산적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이성진은 아마도 레미의 상태를 한눈에 알아봤을 것이다.

‘괜찮은 척, 연기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그걸 이성진은 알아보고, 레미가 딴생각을 못 하게 혼을 빼놓는 중인 거고. 그래서 고마웠다.

“나 며칠 안 남았으니까, 성진이한테 그때까지 잘 부탁한다고 좀 전해줘.”

-일본으로 오게?

“가야지. 내 사람 챙기러.”

-……그 정도?

“응, 그 정도. 레미가 자립해서 이제는 필요 없다고 할 때까지 뭐든지 다 해줄 거야.”

-……뭐야, 그 정도면 의동생인데?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그런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의동생. 아직 레미 의사는 안 물었지만, 싫다고 하면 후견인 하지 뭐.”

-하하, 너답다. 근데 그만큼 유진이도 신경 써라. 유진이 서운해하던데?

“유진이는 효중이가 잘 챙기잖아?”

-어? 알고 있었어?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냐?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는데?”

-하하. 그렇긴 하네. 그래도 모른 척해주자. 직접 얘기하기 전까지는.

“당연하지.”

먼저 말할 때까지는, 아예 입 밖으로도 내밀 생각이 없었다.

-거긴 어때? 너 컨디션에 문제는 없지?

“있었는데, 없어졌어. 있었을 때도 잘하고 있었고.”

-그래, 그래야 강지영이지. 그럼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아?

“음, 3일 정도? 그쯤이면 끝나. 그때까지 거기서 레미 좀 부탁할게.”

-그래. 그럼 마무리 잘하고 와라.

“응.”

전화를 끊은 지영은 자기의 입가에 맺힌 미소를 자각했다. 강한결에게 부탁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일이 터졌을 때 머릿속에 곧장 강한결이 떠올랐다. 이 일을 해결해 줄 친구는, 강한결밖에 없을 것 같단 예감이 진하게 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정답이었다.

강한결은 정말이지…… 완벽하게 해결해 줬다. 좀 더 자세한 자초지종은 만나서 들어야 알겠지만, 그래도 범상치 않은 방법을 썼을 것이다. 친구라서 다행이지, 강한결이 정말 마음먹고 나쁜 짓을 했으면 아마…… 21세기가 경악할 희대의 악마가 되었을 거다.

“이제 눈빛 좀 풀렸네.”

전화를 끊자 임은진이 다가와 한 말에 지영은 어색하게 웃었다. 본인도 자기가 어떤 눈빛을 하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때문에 눈치 보느라 힘들었죠?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난 그래서 지영이 네 담당인 게 좋은데. 아주 정직하고, 도덕책 그 자체잖아? 맡은 배우가 그렇게 선한 사람이면, 난 너무 좋더라. 막, 능력이 별로 없어도 내가 띄워주고 싶어져. 선한 사람은 보상받아야 하니까.”

“하하, 진짜요?”

“진짜지. 그렇게 키운 애 몇 명 있어. 성심이 알지?”

“연성심 배우님이요?”

“응. 걔가 그렇게 착해. 본명에서도 벌써 착함이 느껴지잖아?”

“본명이셨어요?”

“응. 촌스러워서 개명하라고 회사에서 누차 권했는데, 그럴 거면 계약 안 한다고 우겼어. 아빠랑 엄마가 준 이름이라고, 절대 안 바꾼다고. 애가 그런 쪽으론 또 대쪽 같은 고집이 있었지.”

“아…….”

연성심.

촌스러워서 후덕한 느낌의 배우일 거로 생각들 많이 하지만, 전혀 아니다. 지금이 이연의 시대라면, 바로 몇 년 위로는 연성심 배우의 시대였다. 액션, 순정 멜로, 스릴러, 코믹까지 되는 전천후 배우다.

지금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데, 벌써 아카데미에 두 번이나 노미네이트 됐을 정도다.

“걔가, 진짜 착했어. 그리고 악착같이 노력했고, 포기하기 직전에 포텐이 터졌지.”

“아아, 근데 왜 지금은 같이 안 해요?”

“장세리 대표님한테 연락이 왔거든. 내 바로 전 배우였어.”

“아…….”

바로 전이라면, 지영에게 오면서 이별했다는 뜻이었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임은진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됐으니까.

“일본 인맥도 성심이 일본 활동할 때 하도 추근거리는 것들이 많아서 발품 팔아 알아본 거야.”

“그런 누나가 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은퇴할 때까지 함께해요.”

“이야, 우리 지영이 이제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많이 컸구나……. 그럼 누나는 이제 그만…….”

“절대 안 놔줄 거예요.”

“후후, 세계 최고의 월드 스타에게 인정받으니 기분 좋은데?”

임은진의 말에 지영은 그냥 웃었다.

그녀의 웃음에 지영도 비슷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웃을 때는 아니지만, 그래도 잔뜩 서 있던 날을 무디게 하는데 이런 미소만큼 직빵인 것도 없었다. 이제 사건이 해결국면으로 들어갔으니, 자기도 세웠던 날을 빼야 했다. 지금처럼 가면, 스태프들의 원성이 자자해질 것 같기도 했고.

“좋다. 역시 지금 얼굴이 강지영이지.”

임은진의 말에 지영은 그냥 잔잔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이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게 자기도 좋아서였다.

“자, 그럼 나가볼까?”

“네.”

지영은 그 말에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3일.

길고 길었던 로케이션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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