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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62화 (462/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62화

462화. 전설로 가는(1)

며칠간, 촬영장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이렇게 무거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그 정도로 무거웠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극단적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그게 고작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냉탕과 온탕.

너무나 상반된 상황.

온탕이 나중이라, 분위기는 그래도 어느 정도 풀리긴 했다. 하지만 현장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모두 한 사람의 눈치를 봐야 했다. 바로, 주연 배우 강지영이었다. 현장에서 강지영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았다.

현재 세계 최고의 연예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면서,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란 타이틀까지 같이 가지고 있으면서, 그는 우쭐대는 게 없었다. 그 이름값을 현장에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조금 거만할 법도 한데, 좀 건방질 법도 한데, 그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촬영 준비가 끝나기 전에 와서 신을 준비하고, 액션 신을 찍을 때는 남는 시간을 거기에 전부 할애해 본인은 물론 합을 맞출 액션 배우들의 안전까지 철저하게 생각해주기까지 했다. 거만, 건방, 이런 모습은 일절 없었다. 현장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도 해주고,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

특히 주연 배우로서의 위엄이 없었다.

무게감은 분명히 있는데, 그걸 가지고 다른 배우들을 낮잡아 보거나 하는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 한 인간으로서 평판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강지영은 그렇게 철저하게 자기를 통제하지만, 결코 호구는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자기가 관련된 문제가 터지면 아주 확실하게 처리해왔다. 개입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었다. 선하지만, 호구가 아니라는 부분을 명백히 알고 있으니, 강지영에 대한 평가는 또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선한 친구지만,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인식이 있는, 그런 존재였다.

이번 일은 그런 강지영의 심기를 완벽하게 건드렸다. 사고가 난 다음 날, 현장에 나타난 강지영의 분위기는 정말이지…… 살벌, 그 자체였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보는 것 같았다. 도공이 혼을 실어서 벼린, 그런 칼을 보는 것 같았다.

너무 예리했다.

예리하다 못해, 차가웠다. 착 가라앉은 눈빛은 웬만한 사람은 마주치기도 힘들 정도로 살벌 그 자체였다. 그런 강지영의 눈빛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촬영장 전체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래도 스케줄 진도는 나가야 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혹한의 추위와 싸우며 강행군을 펼쳤다. 편의시설을 비롯한 현장 자체의 준비는 완벽했지만, 오랜 타지 생활은 당연히 스태프나 배우들을 힘들게 했다.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액션 배우들도 지쳐 나가떨어질 정도였다.

이런 장기 로케는 결국엔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그건 곧 부상을 의미했다. 그러니 마지막 남은 신을 위해 강행군을 계획했다. 혹시라도 놓친 신이 나오면, 그건 그냥 CG를 때려 넣어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러던 차에 사고가 터진 거다.

분위기는 훅 꺾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지영은, 강지영이었다.

분명히 심기가 완전히 틀어진 건 맞았다.

그건 그냥 얼굴을 보는 순간 흠칫, 몸이 저절로 굳어지는 반응으로 보아 확실했다. 하지만 강지영은 신이 시작되자, 그야말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남은 신 전부가 액션 신이다. 대규모 설원 전투 신을 비롯해 캐릭터 재와 관영, 제선, 그리고 선고가 적을 쓸어버리는, 가히 무쌍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액션 배우와 주, 조연 배우들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소규모도 있지만, 대규모 난전도 있어서 까딱 잘못하면 다치기 딱 좋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들은 집중하기 힘들었다. 주연 배우의 부상을 의식해서 생긴 고도의 긴장 때문이었다. 그런데 강지영은 자기 혼자 찍는 신을 먼저 하자고 제안했고, 증명했다.

[내가 지금 정상이 아니지만, 절대 연기에 지장을 주진 않는다.]

지영이 내보이는 연기는, 그런 외침이 확실하게 담겨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험한 일을 당해서인지 표정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재와 동화되어 있었다. 그냥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도 강지영은 강지영이 아니라 재였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가 돌아도, 재였다. 더욱 완벽한. 이런 강지영의 모습은 냉탕이 온탕으로 변할 조건이 만들어졌음에도 변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런 강지영의 모습에서 그 각오를 읽었다.

“절대 자기의 일로 촬영 스케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다는 각오지…….”

이미 신은 거의 끝났지만, 홍진아 감독의 배려에도 같이 귀국하겠다며 마지막 날로 스케줄을 미룬 이연의 말에 신이 끝나고 장면을 확인하고, 다시 두꺼운 패딩으로 무장한 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채 감정을 컨트롤 중인 강지영을 보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지영이답네.”

잔잔한 강서훈의 말에 이번에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에 대답하면서도 다들 답답한 표정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도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지영의 문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하기 때문이었다.

강지영은 참 재미난 인간이었다.

술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과음하지 않았다. 운동선수로서 철저히 자신을 관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자리에 초청하면, 빼는 법이 없었다. 스케줄을 확인하고, 아무리 적어도 30분 정도는 자리에 있었다. 그 30분은 배우들에겐 아주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월드 스타와 함께하는 자리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서 술은 많이 마셔야 1병 이상을 넘기지 않지만, 그 자리에서는 아주 진솔한 얘기들이 나왔다. 아주 예민하고 민감한 질문들이 아니면 강지영은 정말 군말 없이 대답해 줬다.

빼는 모습도 없고, 시원하게 잘도 웃고, 가끔 농담도 치기도 하면서 절대 분위기를 헤치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지영과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겼다 생각했다. 아니, 친분이 아니라 우정, 동료애 같은 개념이었다.

소탈하기도 하며, 때로는 그 위치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

그게 강지영이었다.

그런데…….

“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

이연의 조용한 중얼거림에 다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곳에 있는 배우들 태반이. 아니, 이미 자리를 확고히 잡은 이연과 강서훈, 그리고 조연배우계의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고창선 배우를 빼면 다들 입지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무사님에 캐스팅되어 시즌3까지 온 지금, 다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 모든 게 누구 덕분이냐고? 물어볼 것도 없었다. 시청률. 아니, 나의 무사님의 성공 자체를 견인한 건 오직, 강지영 한 사람의 힘이었으니까. 오바 아니냐고? 아니다. 물론 대본과 연출, 다른 배우들의 힘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작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고 있었다. 올해만 해도 나의 무사님 정도의 완성도 높은 작품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작품 중, 그 어느 작품도 나의 무사님의 인기에 근접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하나로 압축했다.

강지영의 유무.

나의 무사님엔 강지영이 있었고, 나의 무사님만큼 완성도가 죽이는 다른 작품엔 강지영이 없었다.

이렇게 입을 모았다.

그걸 배우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자기가 나온 작품이니 평론도 당연히 챙겨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들 강지영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날이 서서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황에 그 고마운 사람이 서 있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이었다면 어떻게든 인터뷰도 하고 그랬을 텐데, 하필이면 일본이었다. 일본에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거다. 한류 스타 반열에 오른 이연조차, 이런 일에는 뭘 떠들어봐야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그러던 차에.

조금 시간이 지나서.

강한결 파동이 몰아쳤다.

“미쳤네, 미쳤어. 와…….”

기사를 확인한 이연이 밥을 먹다 말고 놀라서 수저를 툭 내려놨다.

“언니 왜요?”

심수정의 반문에 이연은 말없이 폰만 조작했다. 홱, 홱.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눈빛이 더없이 진지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던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폰을 꺼내 바로 기사를 확인했다.

그리고 곧장, 와…… 하는 감탄이 식당 내부를 장악했다.

“얘네는, 얘넨 진짜, 와. 와아. 미쳤다, 진짜…….”

누군가의 탄식 가득한 혼잣말이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고작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다. 날짜로 따지면…… 아직,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그런데,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자기가 갈 수 없으니까, 친구들을 보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니시노 하루히, 여기 알지. 여기 진짜 무서운 덴데…….”

“그래요?”

“아는 분이 일본에서 사업 중인데, 진짜 억울한 일에 말렸거든. 그때 여러 가지 권력에 얽혀서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냥 나오기 너무 억울하셨다고.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니시노 하루히에 의뢰했대. 그리고 결과는 2심 만에 승소. 진짜 능력 하나는 끝내줬대. 그런데 수임료가 살인적으로 비쌌대. 당시에 빚까지 져서 거의 10억인가 줬을걸?”

“근데 비싼 덴 보통 그 정도 하지 않아요?”

“아니지. 그래도 비싼 거지. 그때 그분 모든 증거를 가지고 있었거든. 한국인이라서 써먹지도 못하고 무시당했었고. 그걸 받아서 해결해 준 거지만, 그래도 비싸긴 비싼 거야. 그땐 기업의 이름으로 의뢰한 것도 아니니까.”

“아…….”

니시노 하루히의 악명과 위명에 관해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얘네는 뭐지, 진짜? 어떻게 일본으로 날아간 지 몇 시간 만에 니시노 하루히를 선임하고, 증거를 찾아 이렇게까지 판을 바꿀 수 있지?”

“강지영 친구들이라 전부 특별한 건가?”

“특별하긴 하지. 지영이가 너무 대단해서 조금 가려진 면이 있지만, 걔들도 전부 천재야. 성진이 봐. 걔 예능감은 진짜 장난 아니야. 요즘엔 초기의 악동 이미지를 천천히 벗겨 내고, 우느님처럼 MC 쪽으로 방향 틀고 있잖아. 그런데 벌써 자리 잡아가고 있어. 우느님이 옆에서 지도해주는 것도 있지만, 얘가 예능 쪽으로는 타고난 거야.”

“임효중도 비슷해. 황금세대 아이돌 중에서는 가장 방송 경력이 짧지만, 아이돌 업계에선 영향력이 대단했지. 프로젝트로 몇 달 안 돌았는데도 한국이랑 일본, 동남아에서 인기가 장난 아니잖아. 그때 같이했었던 멤버들도 전부 지금 솔로로 잘 나가고 있고. 당시 센터를 맡았던 효중이도 그 친구들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댄스에서는 더 나았지. 그리고 애초에 그 그룹도 황금세대 전체의 후광 덕분이 컸어.”

“황석도 비슷하지. 가장 먼저 연기에 도전했고, 베터런 2에서 연기력 보니까 죽이더만. 고작 두세 번째인가 그런데, 아무런 위화감도 없더라고. 연기 하나만 놓고 보면 지영이보단 좀 더 나아. 순하고, 강직한 야누스적 마스크 때문에 스펙트럼이 넓어.”

“백미는 강한결이지. 얘는…… 음. 아 근데 얘를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냐? 얘는 도대체 설명이 안 되네?”

“지금 일본 일 진두지휘하는 애가 강한결이란다. 걔가, 황금세대 대장이야. 천하의 강지영도 강한결 말은 군말 없이 따른다더라.”

황금세대에 관한 대화도 있었고.

“비즈 엔테도 대단하네. 아무리 자기 배우 일이라면, 거진 10억은 박은 거지?”

“그 정도 될걸? 예전에 니시노 하루히에서 비슷한 사건 맡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 정도 수임료 받았어.”

“어마어마하네……. 역시 장세리 대표네.”

“이런 결정은 쉽게 못 하지. 국내 기획사 같았으면. 아니, 어떤 기업도 이런 문제는 회의를 소집해 몇 시간. 아니, 며칠은 잡아먹지. 그리고 그 회의에서 결정되는 건 아마 도울까, 말까에 대한 게 전부일걸?”

“그렇지. 기업은 그렇게 못 하지. 웬만해서는……. 저렇게 통 크게 움직일 수 없지. 이야. 진짜 대단하네. 애들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어.”

비즈 엔터 사장 장세리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통점은 하나.

다들 기가 질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땐 그냥 피식 실소를 흘리며 이해들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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