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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35화 (435/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35화

435화. 마지막, 재(26)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각오와 다짐이 갑자기 실력을 급상승시켜 주는 경우는 없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오긴 하지만, 말 그대로 어느 정도지 ‘급상승’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지영의 다짐과 각오 또한 마찬가지의 효과를 낳았다.

지영의 마음가짐이 변했다는 것은 그의 연기를 보는 모두가 알아차렸다. 조금 보이던 여유가 사라지고, 한 신, 한 신 필사적으로 변했다. 그런 지영의 변화는 좋은 영향도 끼쳤지만, 당연히 안 좋은 영향도 끼쳤다.

주연 배우의 각성은 그와 합을 맞추는 모두가 긴장해야 한다는 것과 같았다.

다른 배우도 아니고, 지영이다.

나의 무사님이란 작품 자체나 마찬가지인 배우였다. 정은정 작가가 예인에 나왔던 지영을 보고, 그의 성격과 이미지, 풍기는 느낌 자체를 그대로 따 와 캐릭터를 만들었기에 싱크로도 높다.

하지만 긴장의 이유가 그 부분은 아니었다.

이 작품의 성공 자체가, 강지영이란 배우의 공이 지대했다는 게 이유다. 그냥 큰 것도 아니다. 애초에 시즌1도 처음부터 흥행에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세계적인 인기의 대부분은 강지영의 공이다.

믿기지 않는 그의 행보가, 그를 궁금해하는 사람을 수없이 잉태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니 자연스럽게 작품 자체의 관심도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

그 결과 같이 출연한 배우들은 이 작품 말고도 또 다른 기회를 잡게 됐고, 그 때문에 지영에게 대부분 감사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런 작품의 중심이 각성했으니, 받아주는 데 신경 쓰는 것도 당연했다.

같이 긴장하고, 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힘과 없는 힘을 모두 쥐어짜 합을 맞춰주는.

그러나 그들은 간과한 게 있었다.

사실 배우의 각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 혼자 감정을 잡고 신을 계속 이어가면 모르겠는데,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주연만 신을 촬영하는 경우는 없었다. 순서에 따라 당연히 휴식 시간을 준다. 주인공이라 분량이 많을 뿐이지, 하루 이틀, 일주일 넘게 오로지 그만 찍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감정은 잡았다가 풀리고, 또 잡았다가 풀린다.

이게 정말 지독하게 힘든 일이었다.

감정 잡는 게 뭐 그리 힘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얘기였다. 왜 배우들이 감정 제대로 잡은 신 한 번 찍고 나면 훅 풀려서 탈진하는지, 그걸 모르는 것이다. 제대로 감정을 잡고 신을 소화하고 나면, 정신력 소모가 만만치 않은 게 아니라 대단했다. 배우들에 따라서 다르지만, 정신력이 좀 약한 배우들은 심적으로 탈진해 진짜 실제로 탈진하기도 했다.

그러면 감정 잡는 신만 그렇게 힘든가?

그것도 아니었다.

배우가 액션 전에 감정을 잡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강하게 잡던, 약하게 잡는 차이만 있는 거지, 감정은 매번 액션 전에 무조건 잡는다. 그걸 지영은 하루에 몇 번씩이나 했다. 많게는 열 번이 가뿐히 넘기도 했다.

주인공이라 신이 많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래서 지영의 각성이 오래가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절대 알지 못할 것이 있으니.

지영이 지독한 일은 겪고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 회귀자라는 사실과 올림픽에서 장장 반 시간 가까이 혈전을 거친 끝에 금메달을 거머쥔 강력한 멘탈의 소유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영이 웬만하면 정신적으로 탈진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놓쳤다.

일주일이 넘어선 지금, 각성은 유지되고 있었다.

후욱, 후욱.

숨에서 열기가 빠져나가고, 그 열기 위에 차분히 앉아 있는 그의 눈빛은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여전히.

각성한 이후와 지금이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아이고, 홍 감독…….”

“어, 고창선 배우님. 왜 그러세요?”

“아이고, 아이고 홍 감독. 죽갔어. 우리 다 죽갔어…….”

감초 배우 중에선 대한민국 전체에서 순위권에 드는 고창선의 앓는 소리에 홍진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시즌1, 2를 통틀어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던 고창선이었다. 그는 정말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선 배우고, 그래서 그는 진짜 열악한 게 뭔지, 진짜 배우들 말려 죽이는 드라마 판과 영화판이 어떤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열악하다 못해 이건 아예 쓰레기 수준인 곳도 있었다.

특히 단역들은 한여름에 찜통인 버스 대기는 기본이고, 한겨울에 난로 하나 툭 던져놓은 컨테이너 대기도 기본이다.

그에 비해서 나의 무사님은 시즌1부터 천국이었다. 단역까지 전부 신경 쓰는 게 기본 모토인 홍진아 감독답게, 그녀는 누구도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가끔 신이 너무 딜레이되면 직접 찾아가 죄송하다고 직접 사과도 하는 그녀다. 그렇게까지 하는 감독이 있고, 그런 감독의 의지를 받들어 ‘전체를’ 챙기는 이런 천국 같은 현장은 그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그는 불만이 없었다.

불만이 없으니 당연히 홍진아 감독을 찾지 않았고.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불평불만이 아니라.

“어떻게 좀 해봐야……. 얘들도 힘들다고 난리다…….”

“그 정도예요……?”

“홍 감독과는 느끼는 게 다르자네. 홍 감독은 좀 멀리 떨어져서 보는 기고, 우린 바로 앞이잖나. 지영이한테 뿜어지는 느낌에 애들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 홍 감독도 보고 있지?”

“그건…… 네.”

“근데 더 무서운 건, 알아. 자기밖에 모르는 게 아이고, 우리가 힘들어하면 귀신같이 감정을 조절해. 그걸 보고 나면 또 울컥혀. 열 받잖어? 우리 짬이 얼만데. 그래서 또 악착같이 따라가자니…… 체력이 못 받쳐주고.”

“하아…….”

고창선의 말에 홍진아 감독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녀도 보고 있었다. 이연의 미친 연기가 있었던 날, 지영은 다시 변해서 왔다. 유해졌던 표정이 일단 정반대로 변했다. 감정을 잡는 것, 신 준비, 뭐하나 흠잡을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홍진아 감독은 기꺼워했다.

배우의 각성. 그것도 주연 배우의 각성은 감독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처음엔 환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삼 일…… 오 일이 된 시점에서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완급 조절을 기가 막히게 하고 있는지, 지영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배우의 각성에 덩달아 합을 맞추기 위해 긴장했던 다른 배우들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액션 배우들이 힘들어했다.

잘못하는 순간, 그냥 부상으로 안 끝나는 게 시즌3의 액션이다. 그래서 안 그래도 잔뜩 긴장하는데, 그것보다 더 과하게 몰입하다 보니, 긴장이 풀렸을 때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고창선은 지영과 신을 직접적으로 맞춘 적도 없다.

하지만 지영과 합을 맞춘 배우들이 하도 앓는 소리를 하니 대신 이렇게 온 것이다. 그가 현장에선 현재 최고참 배우이기 때문이었다.

“괴물은 진짜 괴물이여.”

감정을 여전히 유지 중인 지영을 가만히 보며 고창선이 한 말에 홍진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요.”

“내는 말여. 다른 것보다, 저 노력과 집중이 참 대단하다고 봐. 연기력이야 다른 배우들도 작품 중에 계속해서 늘긴 늘잖여? 지영이도 크게 다르지 않고. 내가 여태 본 그 어떤 배우들보다 느는 속도가 빠르긴 한데, 그런 괴물들은 여기저기 찾아보면 좀 있고. 근데 저렇게 올곧게 집중하는 얘는 정말 처음 본단 말여.”

누가 선동일 사단 아니랄까 봐, 정체불명의 사투리는 정말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저렇게까지 하니까 아들이 죽어 나가지. 흐흐, 천재들은 왜 세상 혼자 산다더니, 딱 그짝 아녀?”

“뭐, 그렇기야 하죠.”

이 부분은 정은정 작가와 지영, 그리고 노력파보단 확실히 천재에 가까운 이연의 연기를 보며 확실히 느꼈다. 천재 작가와 천재 배우가 만나면 어떤 파급력이 나타나는지, 홍진아 감독은 이 작품을 하며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더 무서운 건, 이들은 자기가 천재인 걸 인정하면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은정 작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자기의 세계를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서도 쪽대본을 내밀지 않았다. 적어도 배우가 준비할 수 있게 최소 일주일 전에는 수정본을 돌렸다.

그러면서 계속 수정, 또 수정.

어떤 배우는 신이 생기고, 반대로 어떤 배우는 신이 줄었다. 이게 뜻하는 건 배우 자체와 자기가 만든 세계의 싱크로를 본다는 뜻이었다. 그걸 머릿속으로 전부 계산해서 싱크로를 따지고, 신이 줄고 늘고가 반복됐다. 더욱 신기한 건, 신이 줄었다가도 다시 연기력이 올라오면 신이 늘었다.

그녀는 오직 연기력만 봐가면서, 세계를 수정했다.

보조 작가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혼자서. 미친 재능이다. 그래서 홍 감독은 정은정 작가에게 매번 놀랐다. 그리고 수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이연과 강지영이었다.

메인 주연인 두 배우는, 정은정 작가가 요구하는 세계의 완벽한 주축이 되어줬다.

이연은 본인의 입으로는 자기가 천재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가 천재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노력까지 한다. 겸손한 척하는 거다. 나 천재요! 하고 드러내면 욕먹는 세상이니까.

그런 이연도 놀랍지만, 지영은 더하다.

그는 자신이 천재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숨길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노력을 절대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지독하게 노력했다. 노력형 천재들이 모이니, 나의 무사님이란 세계가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홍진아 감독은 이게 재능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범인은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그러니 이건 계속 고민해 봐야 질투와 시기만 는다. 그래서 그녀는 대화를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일단 말씀해 주신 것은 제가 잘 조절해 볼게요.”

“어후, 그려. 부탁 좀 할게요. 홍 감독.”

“네, 선생님.”

“선생님은 무슨, 아직 그 근처도 못 갔는데 남사스럽게 허헛. 괜히 약한 소리 해서 미안하고. 제일 고생하는 사람이 홍 감독인데, 미안해.”

“호호, 아니에요.”

고창선이 떠나고, 홍진아 감독은 여전히 감정을 유지 중인 지영을 잠시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 감정을 어떻게 깨…….”

말은 잘 조절한다고 했지만, 그녀는 고창선의 말을 들어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일어나서 몸을 풀면서도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는데, 그걸 깨는 건 연출로서 할 일이 아니었다.

“배우가 너무 노력해도 문제가 생기니…… 하핫.”

간혹, 아니, 이 바닥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 중 하나가 배우의 과한 몰입이었다. 다른 배우들과의 합은 개뿔 신경도 안 쓰는 마이페이스 몰입은 작품에 긍정적인 영향보단, 악영향을 진하게 뿌린다.

괜히 과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온 게 아니었다.

그러면 당연히 감독이 개입해 배우의 마이페이스를 깬다. 개썅마이웨이로 저 혼자 연기할 거면, 홀로 독주하는 연극을 하는 게 낫다. 합이 미치도록 중요한 드라마가 아니라. 홍진아 본인도 입봉한 이후 그런 주의를 수없이 줬다. 심지어 이번 시즌3에서도 준 적이 있었다.

지금 지영은 딱 그런 상태다.

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지영은 독주하지 않았다.

같이 달렸다.

일종의 페이스메이커가 된 셈인데, 중요한 건 그가 이끄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길게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의 페이스에 휘말린 뒤 선수들이 지친 거고. 그렇다면 페이스메이커에를 자중시켜야 할까?

평범한 상황이면 그래야 하지만.

홍진아 감독은 지금까지의 신을 다시 떠올렸다.

일주일간 무수히 찍은 신.

그 신은 그녀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있었다.

심지어 로케 B팀과 한국 C팀이 찍은 장면까지 전부 머릿속에 있었다. 이걸 조합하면? 전혀,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포기.”

그래서 그녀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살아 있었다.

아주 생동감이 있게, 전체가.

홍진아 감독은 자신이 맡은 A와 B팀, 그리고 한국의 C팀이 찍은 전체 신을 이어붙여 정은정의 창조한 세계를 그대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세하게, 세밀하게.

그렇기에 살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릴 수 없었다.

그녀는 자각하지 못했다.

불이 붙은 게 배우만이 아니라는, 것을.

* * *

그리고 정식 절차를 밟아 출입증을 발급받아 나의 무사님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다니엘 화이트와 그의 아내인 제시 화이트 또한, 며칠째 보고 있는 지영의 연기를 보며 불이 붙어 있었다.

특히 다니엘의 눈빛은, 약을 한 것처럼 광기에 젖어 있는 느낌이 엿보였다.

“저 감독 의자에 내가 앉아 있어야 하는데…… 미치겠군.”

“후후, 그렇게 탐나?”

“저런 집중을 보고도 탐이 안 나면, 연출 때려치워야지. 당신은 어때?”

“나? 음…… 죽겠지. 온몸이 저린 기분이야.”

다니엘 화이트는 연출가다.

그럼 제시 화이트는?

그녀는 각본가이면서, 각색가였다.

이야기를 창조하고, 창조된 이야기는 각색하는 게 그녀의 일이었다. 두 사람은 당연히 할리우드에서 만났고, 연인이 되었으며, 부부가 되었다.

다니엘 화이트의 뛰어난 연출 뒤엔 제시 화이트가 있었다.

이는 할리우드 관계자라면 모두가 아는 얘기였다. 그런 두 사람이 다음 작품의 메인 주인공이 될 예정인 강지영을 보러 왔다. 공식절차를 밟고, 합법적으로 들어와 지영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또한 메인 주인공이고 한국인이고, 그래서 이야기의 흐름이 한국에서 시작되다 보니 비단 지영뿐만이 아니라 한국인 배우가 필요해 가능성 있는 배우가 있나 겸사겸사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기를 잘 잡은 건지, 못 잡은 건지…… 지영이 막 이연의 연기에 자극받아 집중을 확 끌어올린 직후, 둘은 지영의 연기를 현장에서 접했다.

압도적인 연기력?

아니, 그런 건 아니다.

나이에 비교해 확실히 잘하는 건 맞지만, 수십 년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배우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부족했다. 그런데 지영에겐 그걸 커버하고도 남을,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었다.

이런 연기력이 바탕이 된 존재감이 아니다.

“배우 자체가 가진 존재감이, 이렇게도 클 수가 있다니. 어메이징하군, 진짜.”

배우, 그 자체가 가진 존재감이었다.

다니엘 화이트는 그걸 바로 알아봤다. 그렇기에, 탐욕이 생겼다. 저런 배우를 정해진 이야기 안에서 조형하는 건, 오직 연출만이 가진 특권이었다.

“달링, 아직 계약서에 도장 안 찍었다고 했지?”

아내 제시의 말에 다니엘은 흥분이 핏기가 가시듯 싹 가라앉는 걸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은 저 작품에 집중하고 싶다더군.”

“배우로서의 마음가짐도 참 제법이네? 아직 어린 친구인데.”

“실제로 대화를 나눠보면 또 달라. 흥분된 기색도 없고, 자신을 완벽하게 절제하지.”

“그 정도야?”

“그 정도더라고.”

다니엘 화이트는 당연히 지영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했다. 다니엘 화이트는 자신이 한국에서도 먹히는 자신의 인지도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레인 스튜디오의 작품 명성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던 지영을 떠올렸다.

담담하게 아, 그렇구나. 하는 느낌.

그건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꾸며진 여유가 아니라, 실제로도 여유가 있었다.

“세계 최고, 그 위치에 대한 자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가 보아왔던 저 나이대의 배우들과는 확실히 달라. 그러니 접근 자체도 신중해야 해.”

“미련도 안 보였고? 욕심이나.”

“없어. 반짝이는 뭔가가 아무것도 없었지.”

“흐응, 그래?”

제시 화이트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먹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몸을 풀기 시작한 지영을 바라봤다. 아니, 노려봤다.

“그래서 달링, 포기?”

“포기? 미쳤어? 이 정도의 존재감을 확인했으니 무조건 잡아야지. 자, 가자고.”

“어디를?”

“잭 레인 회장 만나러. 돈을 더 받아내야겠어.”

다니엘은 일주일간의 관찰을 끝내고, 양 떼 사이로 들어선 늑대처럼 칼을 휘두르는 지영을 뒤로하고 세트장을 떠나, LA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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