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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05화 (405/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05화

405화. 짧은 휴가(2)

“엄마!”

“어구, 우리 딸 왔어?”

도도도!

지영을 만났을 때보다 더 반갑게 달려가 품에 안기는 양유진. 지영은 그 모습을 그냥 뿌듯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괜히 삐친 척해보고 싶어졌다.

“엄마, 저도 왔어요.”

“그래, 내 새끼도 온 거 엄마도 보고 있거든?”

“와…….”

괜히 하는 말이라는 걸 아셨는지, 반응이 역시 예사롭지 않으셨다. 짐을 안으로 넣은 지영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고소한 냄새가 팍팍 풍기는 거로 보아 저녁은 벌써 다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신발을 벗고 올라오자 그제야 어머니는 와서 지영을 안아줬다.

“어구, 볼이 또 반쪽이 됐네.”

“깁스 때문에 좀 급하게 뺐어요. 그래도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아요. 재활 전문 샘이 붙어서 철두철미하게 관리해 줬거든요.”

“그래? 그건 다행이다, 얘. 저녁은? 먹을 수 있지?”

“네. 먹고 나가서 뛸 생각이에요.”

“또?”

“안 뛰면 못 먹는데요?”

“음…… 뛰어야겠다.”

작은 딜레마다.

아들이 힘든 게 싫지만, 안 힘들게 하면 먹지를 못한다. 그게 싫어서 먹이면, 아들은 나가서 또 뛰어야 한다. 최소한 먹은 만큼은. 어머니는 여기서 후자를 택하셨다. 혼자 왔다면 몰라도 양유진도 같이 내려왔는데 그녀가 지영만 두고 맛있게 먹을 애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였다.

“하하, 그러려고요. 누나 배고프대요. 저도 배고프고. 밥 주세요.”

“그래그래, 조금만 기다리렴. 뎁히기만 하면 돼.”

“네.”

지영은 자기 방에 짐을 풀었다. 양유진도 그사이 작은 방에 짐을 넣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조잘조잘,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어머니 옆에 착 붙어서 도와주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지영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톡을 확인했다.

친구들 톡을 확인해 보니, 다들 각자 휴가를 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영은 연락을 확인하고, 강한결에게 전화를 걸었다. 리더에게 보고는 필수였다.

-어, 지영아.

“어디야?”

-나, 지금 너네 집 근처.

“응?”

-하하, 지원이 데리고 캠핑 왔어. 충주로.

“아 진짜? 어디로?”

-여기, 정확한 지명은 잘 모르겠어. 내비 찍고 와서. 탄금대? 칠금동 지나서 다리 하나 있잖아. 서울 갈 때 가는. 그쪽 다리 아래.

“아…….”

충주에 캠핑장이 제법 많은 건 지영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충주에 와 있을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어, 그런데 나도 유진 누나랑 집 왔는데, 그런 소리 없었는데?”

-말 안 했대. 누나가 걱정할까 봐. 오늘 충주 가시기도 하고 해서.

“아아.”

한창 예민하다고 했다.

그래서 강한결이 기분 전환 시켜주려고 캠핑을 데리고 간 모양이다. 그런데 양지원은 또 괜히 양유진이 걱정하고 그럴까 봐 아예 얘기하지 않은 거고. 나중에 오해 생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일단 알았어.”

-잠깐 올래?

“나? 음, 일단 기다려 봐. 저녁 먹고 연락할게.”

-그래.

강한결이 굳이 ‘잠깐 올래?’라고 했다. 둘이 데이트 중인데도. 눈치가 비상한 강한결이 그걸 모를 바보가 아니니까, 이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지영이었다.

‘아니지. 어쩌면 굳이 충주로 온 걸 수도 있어.’

아마 지영이 전화하지 않았으면 강한결이 했을 거다. 지영은 어? 하는 생각이 들어 단체 톡방을 확인했다. 확실히, 충주 가는 길이란 표시가 된 사진이 몇 개 올린 게 보였다. 떡 하니 탄금대를 지날 때 나오는 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고.

그런 사진을 보고 지영은 깨달았다.

“이건 헬프네.”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 그리고 그 이유 또한 금방 캐치했다.

“다친 곳이 비슷하니까.”

양지원도 발목을 다쳤다.

그리고 지영도 발목을 다쳤고. 그러니 멘탈 상담을 해달라는 뜻이었다. 지영은 양지원보다도 심하게 다치고도 무려,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선수니까. 그러니 지영이 조언을 해줬으면 하는 거였다. 강한결은 오늘 지영이 충주로 내려가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원이도 당연히 알고 있고.”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저녁 먹고 출발할게. 1시간쯤 걸려, 라고 톡을 보냈다. 그러자 고마워, 라고 답장이 왔다. 역시, 확실했다.

“지영아, 밥 먹어!”

“네!”

폰을 내려두고 지영은 거실로 나갔다. 고소한 냄새가 폭발하고 있었다. 갖가지 반찬에 잡채와 불고기, 그리고 김치 콩나물국. 양유진이 정말 좋아하는 메뉴로 가득 차 있었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편애하는 식단이었다. 그러나 당연히 질투는 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되지. 밥은?”

“네, 딱 좋아요.”

유아용 밥그릇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소불고기와 잡채도 따로 담았다. 선수 아들을 둔 부모는 보통 반전문가가 된다. 어머니도 이 정도 먹으면 딱 어느 정도 체중이 올라가는지 아주 잘 알고 계셨다. 지영이 평소에 먹는 걸 보고 눈치껏 계량해서 차려준 식단이었다.

이걸 다 먹으면 딱 700그램 정도.

운동으로 빼기에 부담이 없는 정도였다.

“맛있어요!”

양유진의 밝은 목소리와 함께 저녁이 시작됐다. 음식 맛은 뭐, 말해 뭐할까. 지영의 입맛에 가장 특화된 음식이니 솔직히 정량만 먹는 게 힘들 정도였다. 식사를 어느 정도 끝낸 지영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녁 먹고 잠깐 나갔다 올게요. 운동도 할 겸.”

“그래? 오래 걸리니?”

“음, 2시간 정도?”

“그래? 그럼 엄마 유진이랑 데이트한다?”

“하하, 네. 그러세요.”

다행히 부담이 없는 게,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서 지영이 따로 시간을 빼는 게 무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벌써 영화 보러 갈 계획을 순식간에 세웠고, 후다닥 설거지를 끝내더니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뭔가 살짝 소외당하는 느낌에 뭔가 묘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기도 했다.

“다녀올게요!”

“그래, 아들! 운동 조심히 하고!”

“네!”

“잘 다녀와여!”

두 사람의 인사를 받으며 피식 웃은 지영은 두툼한 옷을 하나 챙겨 집을 나섰다. 차에 타 폰을 보니 주소를 보낸 게 있어 내비에 입력한 뒤 출발했다. 들어가는 데 걸린 시간이 조금 됐다. 돌고 돌다 보니까, 40분쯤 걸린 것 같았다.

차를 주차하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 뒤에 차에서 내리자 강한결이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지영의 차가 워낙 눈에 띄니 금방 알아봤다. 한국에는 아직 물량이 모자라 풀리지 않은 포드의 신차를 타고 있으니, 모르는 게 이상했다.

“왔어?”

“응. 아 충주에 이런 데가 있었네? 나도 처음 와본다, 여긴.”

주변이 나쁘지 않았다.

강을 끼고 있는 캠핑 장인데, 경관이 제법이었다.

“하하, 너야 캠핑엔 관심이 없잖아. 난 좋아해서 예전부터 전국을 누볐고.”

고등학생 때부터 강한결의 취미는 캠핑이었다.

가족이 데려다주고, 다음 날 픽업해 주고. 아니면 차량을 직접 섭외해서 다녔다.

“하긴, 그쪽으로 네가 더 빠꼼이겠지. 지원이 상태 많이 안 좋아?”

“그냥 좀, 그래. 저쪽이야.”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가 보다.

나란히 걷기 시작하자 강한결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부상은 심하지 않은데, 심적 부담이 큰가 봐.”

“음…….”

지영은 그 이유를 얼추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곧장 이유를 말해봤다.

“유진 누나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강한결의 대답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세대 피겨 퀸 양지원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언니 양유진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고가의 운동인 피겨에서 재능을 보인 양지원이었고, 곽현정의 눈에 들어 우연찮게 시작한 게, 엘리트 체육이 되었다.

취미와 선수는 당연히 드는 돈의 레벨부터가 달랐다.

그렇기에 양유진이 스스로를 희생했다. 그녀의 헌신, 희생으로 인해 겨우겨우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가 연희 스포츠의 후원이 시작되며 재능이 완벽히 개화하며 자신이 천재임을 오래지 않아 증명했다.

여기까지야 드라마로 내놓아도 될 정도로 스토리가 좋았다.

고아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피겨 천재. 군침이 줄줄 흐를 스토리가 확실하다.

하지만 당사자는 절대 좋아하지 못할 스토리였다. 양유진이 희생하면 할수록, 양지원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양지원이 가족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만큼 모난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성적에 갈증을 느꼈다.

메이저 대회는 석권했으나, 최종관문이 남아 있었다.

바로…… 올림픽이었다.

축구나 야구처럼 따로 세계적인 리그가 있는 게 아닌 종목에 피겨도 들어갔다. 그래서 그녀는 올림픽 하나만을 보고 달려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시즌 전에 다쳤다. 심각하게 다친 건 아닌데, 그 부상 자체가 부담감을 폭발시킨 것 같았다.

“어, 오빠 왔네?”

화장실에 갔다 왔는지, 손을 털며 오던 양지원이 지영을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마스크를 썼지만, 눈만 봐도 양지원이었다. 전체적인 느낌 전체가 양지원과 양유진은 다른데, 딱 하나, 처진 눈꼬리만 닮았다. 양유진이 들에 핀 꽃이라면, 양지원은 관상용으로 공들여 키워진 꽃 같았다. 그런 양지원을 지영은 그래도 금방 알아봤다.

새침데기 양지원은 그래도 지영을 반갑게 반겨줬다.

심지어 손을 뻗고 와서 먼저 안아주기까지 했다. 느낌이 딱 기다렸다는 게 보였다.

“잘 지냈지?”

“응, 언니는?”

“엄마랑 데이트. 영화 보러 간대.”

“우와, 오빠 빼고?”

“아니, 내가 먼저 운동하러 간다고 얘기했거든.”

“아…….”

“너도 여사님이랑 데이트 자주 하지 않아?”

“그래도 난 살짝 불편하지. 재단 사장님이시잖아.”

“아아, 그렇긴 하겠다.”

그렇게 서서 얘기를 나누는 중에, 강한결이 자리를 세팅해줬다. 테이블을 보자 맥주가 보였다. 술도 마신 것 같았다. 그에 지영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속으로 이 철저한 애가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지영은 자리에 앉았다.

“발목은?”

“괜찮아요. 통증도 많이 없어졌고.”

“다행이네.”

흔히 접질렸다고 하는데, 날이 있는 피겨화를 신고 접질렸다. 솔직히 부상이 이 정도인 것도 천운이었다.

“그런데 마음은 안 다행인 것처럼 보이고?”

“……좀? 오빠, 오빠는 어떻게 이걸 이겨냈어?”

이걸?

뭘 말하는지는 단어 자체가 빠져 있지만, 지영은 당연히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부담감 말하는 거지?”

“응…….”

풀 죽은 양지원의 모습에 얘가 지금 심각하긴 심각하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언제나 당찬 소녀였다. 세계 정상에 서면서, 더욱더 당차졌는데.

“성공 뒤에 떨어져서 그래. 넌 지금.”

“응?”

지영이 갑자기 한 말에 양지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느 순간부터 넌 정상에만 섰잖아. 포텐셜이 터진 이후에는.”

“…….”

“그러다가 갑자기 내려온 거야. 아니, 내려온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사실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너의 조급함이 너를 추락시키고 있는 거야.”

단어를 세게 골랐다.

추락.

힘겹게 올라간 길인 만큼, 당연히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결이는 알 건데, 사실 너는 추락하지 않았어. 그런데 추락하고 있지. 심리 문제니까.”

“…….”

“정확하게 얘기해 봐. 올림픽이 두려운 거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게 두려운 거야?”

“응…….”

다행이다. 솔직하게 대답해 준다는 점은.

“왜?”

“그, 그야…….”

언니가 희생한 걸 말하고 싶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솔직해질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못 따면 어때. 지원아. 네가 금메달을 못 따는 건, 죄가 아니야.”

“네? 왜요?”

“왜라니. 죄가 아니기 때문이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네 생각으로 본다면 그럼 은메달, 동메달은 전부 죄인이야?”

“그건 아니지만…….”

“너는 특수하다고 하지 마.”

“…….”

뭐, 특수한 건 맞긴 맞다.

하지만 세상을 뒤져보면 양지원 같은 사례?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다. 당장 지영만 해도 범상치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건 과거지만, 그렇다고 그 상처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양지원의 이런 고민은 우스울 정도로 지영의 상처는 깊었다.

지금도 자극당하면, 육체를 지키기 위해 조건 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할 정도로.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는 쌓이고 쌓였다.

나만이 특별하다! 이런 생각?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특히 이 바닥에서는.

“오직 나라는 생각은 버려. 모두가 거대한 중압감을 견뎌. 내가 다쳤으니까 더 부담감이 심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그런데 그건 아닐걸. 여기 한결이도 만만치 않았을 거야. 왜? 우리들의 리더니까. 석이는 어땠을까? 우리 넷이 이미 금메달로 로열 로드를 깔아놨는데, 막판에 초를 칠 수도 있는 위치였으니 또 엄청나겠지?”

“…….”

“성진이는? 첫 스타터였잖아. 그러니 또 부담이 심했을 거고. 효중이는…… 앤 빼자. 얘는 기계거든.”

“아?”

지영이 갑자기 말을 틀자, 놀라서 눈을 끔뻑이는 양지원. 지영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피식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나도 그랬지. 부담감? 그건 없을 수가 없어. 너 말고도 모두가 안고 있어. 그런데 그걸 어떻게 이겨냈냐면, 쉬워. 우린 기본적으로 믿음이 있었거든.”

“어떤 믿음이요?”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아니, 아예 메달을 따지 못해도 내 친구들은, 내 가족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아…….”

“말해봐. 네가 금메달을 못 따면, 언니는 실망해서 네 곁을 떠날 사람이야?”

지영의 말에 양지원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었다.

“그런데 왜 그게 벌써 무서워? 잘 알면서? 언니가 너에게 중압감을 주니? 금메달 못 따면 각오하래?”

“아니! 절대! 그, 그런 건 아닌데…….”

“네가 미안해서겠지. 언니가 그렇게 희생했는데, 이 정도의 지원을 받았는데. 나는 금메달도 못 땄다는 사실이. 그게 무서운 거겠지.”

“…….”

양지원은 지영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있는 심리였다. 지영도 이런 고민을 안 해본 건 아니니까. 모두가 하는 고민이기도 하고. 철이 들기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는, 운동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하는 보편적인 고민이었다.

“그래도 괜찮아. 내가 부상을 딛고, 어떻게 경기했는지도 궁금하지. 간단해. 나는 져도 강한결의 친구 강지영이고, 이성진과 효중이, 석이의 친구 강지영이야. 노메달로 한국으로 와도 우리 엄마의 아들 강지영이고, 나의 무사님 재를 연기하는 강지영이야.”

“…….”

“그리고 양유진의 연인인 강지영이고. 그건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

“…….”

“그런데 너도 그래. 너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강한결의 연인 양지원이고, 양유진의 동생 양지원이야.”

“…….”

“이건, 변하지 않아.”

믿음과 신뢰.

간단한 것 같지만, 아주 어려운 조건.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영이 아는 한, 이것만이 답이었다.

“겁나겠지만, 그래도 믿어.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야.”

“…….”

그 말에 양지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확실히 조금은 변했다. 드라마틱하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변하려는 기미가 보였다. 가족과 주변을 믿으려는 의지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강한결도 알아차렸는지, 친구는 지영에게 슬그머니 엄지를 내밀었다.

변화는 아주 작은 깨달음부터 시작될지니, 임무 완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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