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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04화 (404/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04화

404화. 짧은 휴가(1)

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온 지영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깁스를 이제 풀 때가 됐기 때문이었다. 깁스를 풀고, 다시 한번 검진을 받고, 그리고 재활까지 받고 난 지영은 담당의에게 너무 무리한 운동이 아니면 이제 천천히 조깅 정도는 괜찮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게 지영을 정말 들뜨게 했다.

“기분이 어때?”

회사로 돌아가는 길, 임은진의 물음에 지영은 그냥 웃었다. 지영의 웃음을 본 임은진도 비슷하게 웃었다.

“그렇게 좋아?”

“네. 와…… 살겠네요. 진짜.”

“하긴, 한 달 넘게 깁스하고 있었으니까, 이해는 간다.”

“그러니까요. 이제 좀 살겠어요.”

오죽하면 살겠다는 말을 두 번이나 하는 지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한 달이 훌쩍 넘도록 지영은 발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직후 반깁스를 하고 시합 전까지 보냈고, 시합 때 잠깐 풀고 그날 수술을 받고 또 깁스를 했다. 그랬다가 한국으로 넘어와 깁스를 풀고 검사를 받고, 다시 깁스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거의 한 달 조금 넘게 깁스를 계속하고 있었으니 그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다리 상태는 정말 괜찮았다.

아까 재활을 받으며 단계별로 운동 수행 능력을 측정했는데, 상태가 확실히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완벽한 정도는 아니었다. 몇 주나 깁스를 한 채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근육이 많이 풀리기는 했는데, 이건 시간이 지나면 지영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금방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것이다.

그걸 아니까, 괜히 기분이 좋았다.

지영은 회사에 도착해 곧장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이미 장세리가 주문한 재활 운동기구가 세팅되어 있었다. 물속에서 하는 러닝 머신인데, 몸에 부하를 최대한 줄여주면서 훈련도 할 수 있는 고가의 장비였다.

지영은 도착과 동시에 곧장 머신에 올랐다.

“확실히 군살이 올랐다.”

임은진이 보조를 자처했는데, 지영이 상체를 보더니 가감 없이 몸 상태에 대한 감상평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말에 지영도 공감했다. 회귀 이후에는 한 번도 없었던 군살이 옆구리와 배에 확실히 꼈다.

노출신이 많은 재라서, 지영은 드라마를 찍을 땐 언제나 몸 상태를 최선을 다해 관리했다. 비시즌 때 아주 잠깐 살이 좀 오르긴 하는데, 그때도 당연히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일주일이란 시간은 짧지만, 지영은 최선을 다해 몸 상태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출국 전까지 지영은 매우 하드코어한 훈련에 돌입했다. 오로지 운동, 회복의 루틴을 거쳤다. 물론 회복에는 먹는 것과 쉬는 것, 자는 것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지영은 아예 회사에서 상주했다. 치료실로 바꾼 지하에는 다른 방이 하나 있어서, 거기에 짐을 옮겨놓고 전문가와 함께 몸이 허락하는 선까지 최대한 몸을 굴렸다.

그리고 그런 지영의 모습에 회사 직원들은 물론, 재활 치료사도 질려버렸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

회사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 지영의 모습에 직원들은 와, 하고 입을 벌렸다. 이제 5일째.

“대박이다, 진짜…….”

“노는 언니들 끝내고 왔을 때랑 진짜 어마어마하게 다르네…….”

“일반인들은 절대 모를 거야. 지영이가 진짜 저렇게 노력하는지.”

“암, 모르죠. 지영이 싫어하는 기자들한테 저런 모습 보여주면 뭐라고 할까요?”

“꽤액! 다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다! 하고 지랄 떨겠죠?”

“하긴……. 색안경이 이미 정해진 인간들이니. 쯔쯔. 근데 진짜…… 제가 지영이보다 두 배는 인생을 더 살았는데, 진짜 존경스럽네요. 저렇게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관리 및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그러니까 세계 최고의 셀럽이고, 배우이며, 운동선수인 거죠.”

“음음, 인정인정.”

직원들이 그렇게 얘기할 정도로 지영은 며칠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는 사실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었다. 일반인이 투기 종목 선수들을 잘 몰라서 그렇지, 이 종목 종사하는 선수들은 작정하면 일주일에 10㎏ 커팅도 가능한 게 투기 종목 선수들이었다.

지영도 투기 종목 선수고, 체중 감량은 이골이 나서 솔직히 정신적으로 지치는 걸 빼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었다. 물론 단시간 감량은 역시 몸의 조화를 깨서, 그것 때문에 컨디션이 별로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티는 지영이었다. 77이 넘었던 체중도 다시 72까지 내려왔다. 수분을 빼낸 지영은 이제 체지방 커팅을 시작했다. 그래서 엄격한 식단이 요구됐다.

“아…… 이거 먹고 사람이 어떻게 살어?”

장세리 대표가 지영의 식단을 보고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닭가슴살을 포함한 풀밭 일체를 보면 사실 누구라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음, 살아지더라고요.”

휘적휘적.

지영도 이런 식단은 솔직히 곤욕스럽다.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그리고 그걸 위해 준비를 해야 하기에 참고 먹는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지영도 이런 식단은 쳐다도 안 봤다. 실제로 시합이 넉넉하게 남았을 때는 선수촌에서도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는 지영이었다.

“징하다, 징해. 참, 오늘 충주 내려가지?”

“네. 3일 집에서 보내고 출발이에요.”

“음, 그래. 운전은?”

“제가 하려고요. 은진 누나도 준비해야 할 게 많으니까요.”

지영의 옆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던 임은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녀도 당연히 지영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갔다. 짧으면 2주에서 3주, 길면 한 달 체류할 예정이니 그녀도 준비해야 할 게 상당했다.

“그래, 유진이도 같이 내려가지?”

“네.”

또 한동안 못 보고, 연락도 자주 하기 힘드니까 지영은 3일간 양유진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동생이 운동선수고, 이제는 지영의 일을 완전히 이해해 주는 그녀지만, 그래도 지영은 그녀와 함께 가능하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물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고.

“그래, 짧은 휴가 잘 보내고.”

“넵.”

장세리는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지영은 그 말이 뭔지 대충 예상이 갔기에 따로 묻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지영은 지하로 가서 짐을 쌌다. 그리고 씻고, 옷을 차려입고 주차장에 세워 뒀던 차에 올랐다.

임은진이 끄는 밴이 아니라, 지영의 개인차였다.

포드에서 지영에게 배당해 준 것 중 가장 한 대이고, 당연히 제값을 다 치르고 샀다. 논란의 여지 따위는 일절 없도록 말이다.

지잉.

부드럽게 열린 문을 열고 좌석에 앉자 임은진이 다가왔다.

“운전 조심하고. 올라올 땐 내가 갈 거니까 따로 출발하지 마.”

“어, 제가 올라와도 되는데요?”

“아니야. 그때부턴 스케줄 시작이야. 그러니까 내가 갈 거야.”

“아, 넵. 그렇게 할게요.”

이렇게까지 얘기하면 고집부리지 않는 게 좋았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더 듣고 나서야 풀려난 지영은 차를 출발시키며 양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저예요!

“저 지금 출발했어요. 준비 다 했어요?”

-네! 어, 지금 나가요?

“아니요. 30분쯤 걸리니까, 좀 기다려요. 집 앞에 도착하면 전화할게요.”

-네에! 조심히 와요!

“네.”

전화를 끊은 지영의 입가에 절로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사실 매일 듣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오늘은 만나는 날이라 그런지 한층 톤이 높았고, 그녀의 밝은 기운이 지영도 같이 기분 좋게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세팅해 놓고, 지영은 천천히 운전해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말했던 시간보다 10분쯤 늦었다. 차에서 내려 전화를 걸자 양유진이 기다렸다는 것처럼 건물에서 나왔다.

예전에는 반지하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그래도 근방의 투룸으로 옮긴 양유진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지영의 도움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 후원 이후 여유가 되자 그녀는 그걸 또 악착같이 모았고, 대출받은 돈을 보태서 투룸으로 옮겼다.

“와앙!”

도도도, 지영이 선물한 캐리어를 끌고 내려온 양유진이 폴짝 뛰어 지영의 품에 안겼다. 오랜만에 보긴 했다. 한국에 들어와 만나긴 했지만, 그때는 저녁에 잠깐 만나서 저녁을 먹은 정도였다.

아쉬운 만남이란 뜻이다.

그래서 오늘은 텐션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함께 있는 거니까.

“잘 지냈어요?”

“네!”

양유진을 내려준 지영은 너무나 맑게 웃는 양유진의 모습에 그냥 저도 모르게 웃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도 과하지 않은 화장. 요즘은 남자도 비비를 바르는 시대인데, 양유진은 딱 그 정도만 했다.

화려하지 않은 모습.

수수함 속에 보이는 단아함.

지영은 이런 모습이 좋았다. 그녀도 지영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서 만날 때 수수하게 꾸미는 걸 좋아했다.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고, 양유진을 태운 뒤 지영은 바로 충주로 향했다.

“네, 엄마. 저희 출발했어요!”

차를 출발시키자 양유진은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지영의 어머니였다.

-그래? 지금 출발한 거니?

“네! 지금 막요! 음, 우리 얼마나 걸려요?”

양유진의 말에 지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세 시간쯤 걸릴 거래요!”

-그래, 지영이가 운전하는 거지?

“네!”

-조심히, 천천히 오라고 하고, 유진이 뭐 먹고 싶은 거 없고?

“헤헤, 잡채랑 불고기요!”

-그래, 엄마가 얼른 해놓을게.

“감사합니다!”

이제는 정말 허물이 없는 사이다. 가끔은 지영을 빼놓고 데이트를 할 때도 있을 정도였다. 딸을 바랐던 어머니고, 양유진은 현실 때문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의 존재를 간절히 원했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부부가 시댁, 처가의 문제로 고민하는 시대인 지금, 지영은 두 사람이 정말 잘 지내줘서 고마웠다.

“살 많이 빠졌어요. 무리한 거예요, 또?”

차가 잠시 신호에 막혀 서자, 양유진이 지영의 얼굴을 걱정스레 보며 말했다. 지영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무리까지는 아니었다. 전문가와 함께 딱 육체가 버틸 수 있는 레벨로 훈련한 거였다. 정신적으로 조금 지치긴 했어도 궁지에 몰릴 정도로 괴롭진 않았다.

“이 정돈 항상 하던 정도예요.”

“항상 하는 거라도, 항상 힘들잖아요.”

아, 그건 그렇지…….

감량이라는 놈은 솔직히 적응이라는 것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가 식욕이라는 놈인데, 이걸 컨트롤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았다. 솔직히 회귀해서 동기부여가 확실한 지영도 감량은 힘들었다.

그런데 2회차인 지영도 그런데, 1회차들은 어떻겠나.

‘죽어나지…….’

그런데도 전부 참고 감량한다.

왜? 1회차건 2회차건, 투기 종목에 종사하면 감량은 어차피 숙명이기 때문이었다. 이걸 견디지 못하겠다면, 운동은 일찌감치 때려치우는 게 나았다.

“힘들죠. 힘든데, 이게 직업이니까요. 누나도 일하는 거 힘들잖아요?”

“에이, 그래도 저는…… 육체적으로 막, 막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저는 그냥 솎아내는 게 일이니까.”

“그래도요. 원래 자기 일이 제일 힘든 거예요. 누나도 힘든 일 하는데 참고 하고, 나도 힘들지만 참고 하고. 똑같은 거예요.”

“잉, 아닌데…….”

양유진은 공감 못 하겠다는 얼굴이었지만, 더 말하지는 않았다. 양유진이 다니는 공장은 병마개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거기서 그녀는 불량을 솎아내는 일을 했다. 매의 눈으로 관찰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눈의 피로도가 상당하고, 한자리에 서 있어야 하니 몸도 상당히 고되다.

가만히 서 있는 게 뭐 어렵냐고 하겠지만, 인간은 가만히 서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게 오히려 더 편하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근육이 굳고, 몸이 저리고 발도 아프다. 매일같이 그런 일을 하는 양유진이다. 지영이야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항상 변하지만, 그녀는 딱 그것만 한다.

단순 노동은 익숙해지면 쉽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단순하건, 움직이건, 노동은 어차피 똑같이 힘든 법이었다. 지영은 그걸 모르지 않았다. 서울을 벗어났을 때, 지영은 동생의 근황을 물었다.

“지원이는 어때요?”

“예민해요. 히잉…….”

양지원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양유진은 풀이 죽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풀이 죽은 이유가 있었다.

“심해요?”

“네, 발목이 아픈 게 신경 쓰이나 봐요.”

“음…….”

양지원.

피겨 퀸 김연아 이후, 다시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안겨줄 기대주로 평가받는 게 양지원이었다. 그녀는 이미 세계 메이저 대회를 하나씩은 석권했고, 그렇기에 이번 동계 올림픽 금메달 유망주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됐다.

하지만 얼마 전에 착지 중에 발목을 살짝 다쳤다.

즉시 훈련을 중단하고 검사를 받은 결과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3주나 훈련을 쉬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쉬는 중이었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시즌 전에 다쳤다는 것은 확실히 적신호였다.

거기에 내년에는 동계 올림픽이 있다.

각오가 남다른 만큼, 부상당한 그녀는 지금 정말 예민해진 상태였다.

“괜찮아요. 잘 이겨낼 거예요.”

“힝…….”

풀이 죽은 그녀를 보며 지영은 괜히 얘기를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얘기를 꺼낸 만큼 지영은 그녀를 안심시켰고, 그녀는 곧 오래지 않아 다시 기운을 차렸다. 다시 기운을 차린 그녀와 톡이나 전화로는 못 했던 대화를 나누며, 지영은 충주로 느긋하게 달렸다.

도착했을 때는 말했던 것처럼 딱 3시간이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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