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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88화 (388/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88화

388화. 천상계(3)

올림픽 스타.

올림픽에서 특별한 스토리를 쓰거나, 아니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거나. 최소한 이 두 가지는 충족이 되어야 올림픽 스타의 반열에 들 수 있었다.

2025년에 열린 함부르크 올림픽 전체를 따졌을 때, 가장 큰 명성을 얻은 건 역시나 황금세대다. 그리고 황금세대 중에서도 강지영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그런 강지영과 비슷한 명성과 인기를 얻은 이가. 아니, 팀이 후반부에 나왔다.

여자 배구.

여자 배구도 역사를 썼다.

8강, 4강까지 가더니, 4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0 대 2로 지다가 역전하는 극적인 드라마를 쓰며 결승전에 올라갔다.

비록, 결승전에서 미국에게 0 대 3으로 털렸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경기를 펼쳤다. 그래서 스코어도 23 대 25, 25 대 27, 22 대 25로 포기하지 않은 스코어가 나왔다.

아까웠다.

대단한, 정말 대단했던 경기였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처음에는 분해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경기장을 찾은 전 캡틴의 ‘고개 들어!’. 이 커다란 고함에 정신을 차리고 은메달이란 대단한 성적을 냈다는 것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런 여자 배구팀이 올림픽 후반기의 스타로 떠올랐다.

초반엔 남자 유도.

중반엔 여자 골프.

후반엔 여자 배구.

이렇게 스타가 생겨났다.

그렇게 되면서, 지영의 스케줄에 조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장세리 대표가 이끄는 여자 골프도 이번엔 다시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여자 골프계의 신성이라 불리는 박세진 금메달을 따내며, 골프 강국의 자존심을 다시 세웠다.

이게 왜 스케줄에 변동을 주게 하였느냐면, 여자 골프 감독이 장세리 대표와 올림픽 여자 배구 해설위원인 한유진이 아직도 노는 언니들의 멤버이기 때문이었다.

여자 배구.

여자 골프.

남자 유도.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세 개의 종목 선수들이 전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노는 언니들 팀이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있었다.

이미 더 런닝에 출연도 막혔다. 더 런닝 측은 결국 캐스팅을 취소했다. 대신 다른 선수들이 출연했다. 펜싱인가, 그랬던 것 같았다. 이성진도 하차 루트를 밟고 있어서 지영은 그쪽으로는 아예 관심을 끊는 중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실 좀 복잡한 상태였다.

하지만.

장세리 대표는 그런 걸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었다.

“김 피디님. 아직도 결심이 안 서? 안 서면 지금 얘기해. 지영이 안 그래도 바쁜 애야. 재활이랑 스쿨, 연기 스케줄 꽉 차 있어.”

한 중식집에서 여럿이 모였다.

장세리 대표와 임은진, 지영을 포함해 한유진과 대표팀 감독의 끝없는 구애에 결국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태극마크를 단 양효선, 그리고 골프의 박세진까지. 전부 모였다. 여자 배구와 골프는 사실 문제가 안 되는데, 지영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작년에 새로 메인 PD가 된 김장미는 아직도 결정을 못 내렸는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지영은 그 문제를 이해했다.

더 런닝 같은 장수 프로그램의 메인 PD도 결국 정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래서 황금세대란 카드를 버렸다. 그에 비해 이쪽은 장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시청률이나 지원, 그리고 방송국의 힘까지, 전부 공중파의 더 런닝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이런 상태에 압박이 들어오면?

프로그램 자체가 힘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장세리 대표는 지영에게 상황을 전달하긴 했다. 그러나 모여서 미팅을 나누기까지 하는 지금, 확실한 답이 안 나오고 있었다. 결국 김장미 PD는 잠깐 생각 좀 하고 오겠다고 하면서 자리를 떴다. 이런 건 우유부단하다고 해선 안 된다. 잘못하면 정부에 찍히는 짓이니,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맞다.

그래서 지영은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팅 분위기는 솔직히 좋지 않았다.

“언니, 정말 괜찮아요?”

한유진의 질문에 장세리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안 좋지. 그런데 솔직히 하긴 해야 해. 안 그래? 화나잖아? 내가 지영이 문제 터질 때 독일에 있어서 제대로 대처를 못 했는데, 솔직히 이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지영이나 애들이 뭔 죄를 지었다고 숨어 있어야 해?”

“그렇긴 하죠. 아, 진짜 솔직히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되게 어이없네요. 하.”

한유진이 손도 안 댄 음식을 포크로 팍팍 찍으며 화풀이를 해댔다. 그런 한유진과 장세리의 눈치를 보느라 다른 선수들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이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지영은 장세리 대표와 한유진 때문에 예능에 출연하기로 한 게 잘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이미 업계에 소문은 파다하게 난 상태였다.

더 런닝을 촬영 전에, 그쪽에서 장작을 하도 넣는 바람에 촬영 일자와 장소까지 알려진 상태였다. 그런데 제작진 측의 사정으로 촬영이 무산됐다는 공식 보도가 나갔고, 캐스팅 자체가 취소됐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갔다.

그러니 당연히 촉이 좋은 이들은 이거,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방면으로 알아본 사람이 나왔고, 그들을 통해 황금세대가 찬란히 빛나는 ‘폭탄’이 되었음이 밝혀지고, 이곳저곳으로 전염병처럼 퍼져갔다.

그러면서 섭외 요청이 쏙 들어갔다.

라디오부터 시작해 정말 별의별 곳에서 다 왔는데, 소문이 퍼지고 나자 하루 한두 곳이 전부였다.

다들 부담스러운 것이다.

정부와 척지는 건.

이런 상황을 귀국한 장세리 대표가 보고받았고, 극대노했다. 그래서 김장미 PD에게 말했고, 안 그래도 혹하는 중이던 김장미 PD도 고민 끝에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욕심은 난다.

‘욕심은 정말 나겠지.’

무려, 여자 골프 금메달 박세인과 여자 배구의 캡틴이었던 양효선, 그리고 지영을 캐스팅하는 일이다.

양효선과 박세인만 해도 현재 올림픽 특수로 인해 최대어인데, 거기에 지영까지 겹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토크만 해도 시청률 두 배는 보장이 되는 그림이다. 시청률이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이들인 PD들은 군침을 흘릴 만한 조합이다.

하지만 이 한 번의 시청률의 맛만 보고, 그 뒤로 어떤 압박에 시달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게 겁나는 거다.

지영은 슬슬, 귀찮아졌다. 장세리 대표와 한유진에게 의리를 다하고 싶어서 예능 출연을 허락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건 또 문제가 달랐다. 지영의 표정이 처음과 달리 무표정으로 돌아가자, 가장 먼저 눈치챈 임은진이 조용히 말했다.

“지영아. 먼저 갈까?”

평소에는 건방지게 이런 식으로 성깔을 부리진 않는다.

박세인을 빼고는 전부 대선배님들이다. 회귀 이전의 시간까지 합쳐 나이 열 살을 합쳐도, 그래도 선배님들이다.

가장 나이가 적은 양효선이 마흔이 넘었다.

그런 선배님들 앞에서 건방을 떨지 않는 지영인 걸, 임은진도 잘 알고 있었다. 선배에게는 그래도 깍듯한 게 지영이었다. 그런데도 표정이 이렇게 굳었다. 임은진도 몇 번 본 열 받은 지영의 모습이 나오기 직전은 아니어도, 그 근처까지 이미 도달했다. 그래서 자리에서 빠지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는 임은진의 말에, 지영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대답은 듣고 갈게요.”

“그럴래?”

“네.”

그리고 대답을 듣고 움직이는 것도 예의였다.

대표인 장세리도 있었고, 잘 챙겨주는 한유진도 있는 자리였다. 건방지게 중간에 자리를 뜨는 것도 솔직히 좀 그랬다.

하지만 임은진의 선택도 틀린 건 아니었다.

그녀는 배우를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지영 담당 팀의 팀장이다. 모든 것에 우선되어야 하는 게 배우다. 배우가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면, 도의적으로 세간의 비판을 받을 짓을 하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편이 되어줘야 하는 위치였다.

그리고 솔직히 그녀도 지금은 조금 뿔이 난 상태기도 했고.

이런 상황을 장세리 대표도 보고는 고개를 또 절레절레 저었다.

“지영아. 미안해. 이럴 줄은 또 몰랐네. 임 팀장한테도 미안하고.”

장세리 대표의 진심 어린 사과에 지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요. 제가 죄송하죠. 제 고집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데.”

“고집은. 괜찮아. 너 그럴 자격 있어. 있어야 하고. 세상에 너한테 그럴 자격 없으면, 그 누구한테도 그럴 자격이 없는 거야.”

무슨 자격?

제대로 이해는 못 했지만, 지영은 굳이 되묻지 않았다.

“김 PD 들어오면, 판 깨자. 너 출연 안 해도 돼. 저기 효선 씨랑 세인이만 해도 충분해. 아, 배구팀은 어차피 요즘 뜨는 스타들 많잖아? 그쪽으로 가닥 잡자. 괜찮지, 유진아?”

장세리의 말에 한유진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니. 효선이랑 친한 애들만 불러도 이번에 활약한 애들 일렬로 세울 수 있어요.”

“그래, 그렇게 가자. 고생 좀 해줘.”

지영은 그 말에 굳이 반론을 달지 않았다.

PD가 저렇게 어중간하게 나오면, 나중에 오히려 더 애매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지영은 장세리 대표의 말을 따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 들어온 장미 PD는.

“하죠! 합시다! 제가 책임 다 질게요! 제가! 집니다!”

가슴을 당당히 펴고, 불이 붙은 눈빛으로 커다랗게 외쳤다. 젊음의 패기와 어떤 오기가 섞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전원 당황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아니, 위에서 연락 와서 잠깐 받았는데 이거 기획 까잖아요. 너 따위가 감당할 일이 아니라면서. 그래서 빡쳐서요! 나도 메인 PD인데 씨!”

아하.

그런 오기와 독기구나.

지영은 대번에 이해했다. 그래서 지영은 저도 모르게 장세리 대표를 바라봤다. 이미 이쪽도 합의점을 찾은 상태였다. 그런데 PD가 열을 받아서 저런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또 판이 달라지는 거다.

“괜찮겠어? 잘못하면 장미 PD 크게 곤욕 치를 수 있는데?”

“여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죠! 가요! 갑니다! 자르면 뭐, OTT로 넘어가면 되죠!”

장세리 대표는 그 대답에 장미 PD에게 시선을 떼고, 다시 지영을 봤다.

‘어떻게 할래?’

‘어떻게 하시게요?’

서로 그렇게 묻는 눈빛이었다.

짧은 침묵 끝에 답은 지영이 먼저 냈다.

“나가는 거로 할게요.”

“그래, 우리 장미 PD가 이렇게 크게 마음먹었으니, 좀 도와주자고. 뭐,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면 되니까. 괜찮지?”

넵!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대답한 김장미 PD의 모습은 다부져 보였다. 위의 상사가 자존심을 건드려 놓았으니, 후회할 때는 아마 늦어도 한참 늦었을 때일 거다.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고참 작가들이 합류했고, 미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대규모 토크쇼.

남자 유도는 황금세대 전원.

여자 골프는 네 명.

여자 배구도 네 명.

캐스팅은 일단 이렇게 정해졌다.

캐스팅이 결정되자, 잠시 보드를 보던 한유진이 먼저 장미 PD에게 주의를 줬다.

“장미 PD. 알지? 이거 조심해야 해. 괜히 선수들 엮는 그림으로 가다간 역풍 엄청나게 얻어맞을 거야.”

한유진의 말에 장세리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맞아. 황금세대 애들이 전부 다 너무 어려. 그리고 그에 비해 여자 선수들은 세인이 빼고 나이가 제법 있잖아. 잘못하면 크게 욕먹어. 그리고 애들 전부 여자친구 있어. 괜히 엮으려다 간 진짜 큰일 난다?”

“네! 러브라인 빼고, 가벼운 토크와 다큐의 중간, 그쯤이면 되겠죠?”

“응, 그쯤이면 되겠다.”

이런 섬세한 컨트롤은 당연히 꼭 필요했다.

지영을 포함해 강한결, 황석, 이성진은 전부 연인이 있었다. 그중 황석과 한은정 커플은 이변이 없는 한 결혼까지 골인한다.

성진이도 누님 팬들은 거의 연애하는 걸 아는 분위기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데이트를 하는데 팬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지영의 연애나 강한결의 연애는 뭐 공개한 지 오래고, 황석도 팬들은 채팅창에 시합 때면 들어오는 ‘석이소꿉친구’ 닉네임을 가진 사람과 연애 중이라는 게 아주 오래전에 밝혀졌다.

황석의 SNS도 그렇고 한은정의 SNS도 그렇고 들어가면 꿀이 떨어지는 사진이 많으니까.

딱, 임효중만 없다.

어쨌든 그렇게 이렇게 다 연인이 있는데, 여기에 다른 선수들과 러브라인을 엮는다? 거기에 나이도 제법 있는 선수들과?

역풍이 불어도, 진짜 제대로 분다.

그걸 염려해 미리 사전에 말해두는 거였다. 그래야 질문이나 편집할 때 이런 느낌을 실수라도 넣는 걸 뺄 수 있으니까.

“근데, 둘이 서로 알아서 타면요?”

장미 PD의 맹한 되물음에, 다들 눈을 끔뻑거렸다.

“어? 어…… 그건 어쩔 수 없겠지?”

“그럼 그건 괜찮은 거죠?”

“음, 뭐? 그렇지.”

“넵!”

뭐가 넵인데?

지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예능 PD들은 종종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고 한다는데, 지영은 괜히 불안해졌다.

세부적인 조율을 조금 더 나누고 미팅을 끝냈다.

그리고 폭풍이 몰아친 3일 뒤, 지영은 강원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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