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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86화 (38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86화

386화. 천상계(1)

아, 이건 좀 생각도 못 한 말인데?

“아 정말요?”

지영이 혹시나 해서 되묻자, 임은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공식답변이야.”

“와…… 하하.”

지영은 어이가 없었다.

훈장?

훈장은 사실 생각보다 큰 영예였다. 훈장 추서 조건도 까다롭고, 뭐 그냥 대단한 일이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지영에게 훈장이 주는 가치는 솔직히 그리 크지 않았다.

‘내가 회귀를 하지 않았다면, 분명 달랐겠지.’

훈장에 추서되지도 않았겠지만, 일단 정부의 부름을 거절할 생각 자체를 못 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언론과 척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회귀 전이었다면 지영이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었을까?

회귀 전과 회귀 후인 지금의 삶이 다른 이유는 바로 ‘사고’의 유무였다. 이전의 삶에선 사고를 피하지 못했기에 망가졌고, 지금의 삶에선 사고를 피했기에 현재의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가정은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회귀 이전의 기억이 있기에 지금 지영이 중요시하는 건 확실히 정해져 있었다.

그중에서, 어떤 힘을 이용해 자신을 억압하려 하는 것은 정말 극혐했다. 언론에게 한 번 크게 데였기 때문에 성격이 이렇게 된 건 지영뿐만이 아니라, 전체가 마찬가지였다. 연예계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활동하면서도, 언론과는 정말 친하지 않은 황금세대다.

그중에서 지영은 가장 심한 편이었다.

그래도 공항에서 인터뷰를 예의상 진행했던 친구들과는 별개로 지영은 오로지 궁금해할 점을 통보하기만 했다.

이런 성깔의 지영이다.

그런데 만찬에 참여하지 않으면 훈장을 취소하겠다?

피식.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힐끔, 재활 전문 선생님이 슬그머니 지영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건 소문이 퍼져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나는 게 낫다는 생각이 일순 들었다. 하지만 임은진은 확실한 성격이었다.

“선생님. 이 정도의 VIP 재활 전문 병원에서 설마 환자의 사적인 얘기를 누설하지는 않겠죠?”

임은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말에, 재활 전문의는 당연하다며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퍼져도 상관없단 느낌이었지만, 이런 쪽은 임은진에게 맡기는 게 나았다.

“확실히 거절이지?”

“네. 당연하죠. 만찬에 맞춰서, 팬 미팅 준비할게요. 차라리.”

“응? 그럴래?”

“네. 이번에도 해외랑 국내 팬분들 나눠서 해요.”

“그래, 알았어.”

팬은 소중하다.

지영을 아낌없이, 대가 없이 사랑해 주는 분들이다. 만찬회에 참여하느니, 차라리 팬미팅을 하는 게 나았다.

재활 치료를 끝낸 지영은 회사로 향했다.

후.

‘별…….’

어이가 없었다.

사실 지영에게 이런 제안이 온 건 처음이 아니었다. 회사 선에서 커트하고 있어서 그렇지, 일일이 세면 최소한 몇백 개나 된다. 정부와 기업 전부 합치면 말이다. 지영의 이름이 이 정도인데, 그걸 이용하고 싶은 곳은 당연히 널리고 널렸다. 가깝게는 어머니에게 청탁을 미친 듯이 넣고 있는 충주시청부터, 충북도청, 충북유도회, 대한유도회 등등, 별의별 곳에서 전부 지영을 초청했다.

지영이 그곳에 가는 것만 해도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심지어 외교부? 그쪽에서도 한 번 지영을 초청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것도 당사자가 직접 와서. 그러나 그는 그래도 신사답게 사과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은 각 부처가 아니라, 정부 자체다.

저 멀리, 푸른 기와집 말이다.

사실 이는 예정되어 있던 미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그렇게 역사를 쓴 황금세대를 빼고 만찬을 진행한다? 이건 솔직히 황금세대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꽤 복잡한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지영이 거절하는 건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지영은 만찬에 참석했을 때 자신이 처하게 될 상황을 매우 잘 알았다. 별별 부탁은 예사일 거고, 아마 마리오네트처럼 이리저리 끌고 다니려고 할 것이다.

장담하는데, 지영과 찍은 사진 한 장이면 그 사람이 누구든 정치적 역량이 어마어마하게 떡상할 것이다. 또한 그 사진 한 장은 정말 이곳저곳, 사방팔방 쓰일 게 분명했다.

지영은 그런 곳에 자신이 소비되고 싶지 않았다.

비참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고 싶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이 정도의 힘이 있다는 거지.’

지영의 명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한 분야에서 정상에 서다 못해 적수가 없으면, 흔한 표현으로 천상계의 주민이라고 한다. 인간이 범접하기 힘든 재능을 갖고, 또 그만큼의 성적을 낸 이들만 가능한 곳.

리오넬 메시, 호날두.

이제는 나이가 있어 전성기 시절의 파괴력은 없지만, 이 두 선수의 전성기가 가장 대표적인 천상계 주민의 실력이었다. 그럼 그 이전으로 넘어가면, 다시 더 나온다.

대한민국의 피겨퀸.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골프의 타이거 우즈.

복싱의 마이클 타이슨, 무하마드 알리.

외계인 호나우지뉴.

신이 축구를 주었지만, 육체는 주지 않았다는 호나우두.

그리고 마이클 조던.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전부 아는 이름으로, 스포츠 자체에 거대한 역사를 써 내렸던 선수들의 이름이다. 이들이 아주 대표적인 천상계 주민이었다. 지영은 지금은 그런 천상계로 올라가 있었다.

비록 유도가 위 종목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았지만, 지영은 정말 이제는 천상계 주민이 되었다.

그런 천상계 주민이 가지는 힘 자체는, 그 어떤 종류의 외압도 튕겨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었다. 지영의 명성은 사실 해외에서 더 먹어줬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국민 영웅 취급받았다.

아, 요즘엔 독일도 추가됐다.

그럼 국내에는?

국내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번 올림픽으로 인해 지영의 인기는 현재, 가히 나는 새도 떨어트릴 정도였다. 그만큼 대단했다.

그런 지영이라서, 사실상 어떤 말이 나와도 지영이 유리했다.

애초에 연예인은 그쪽을 거스르고는 살아남기 힘들다. 한 번 찍히면 일이 전부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무시할 수 있는 게 지영이었다. 지영은 지뢰고, 화약고였다. 잘못 건드리면 아주 제대로, 펑!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그러니 안 건드리는 게 상책 중의 상책이었다.

그런데 굳이 자꾸 지영을 건드리려고 한다. 지영은 이번 일이 이렇게 그냥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부디.

‘헤프닝으로 끝나기를.’

그렇게 바라며 이 문제에 관한 생각을 정리했다.

생각을 정리한 지영은 잠시 쉬기로 했다. 30분쯤 쉬었을 때쯤.

“자, 이거.”

지영이 조금 휴식을 취한 것 같자 임은진이 대본을 수레로 끌고 와서 넘겨줬다. 많았다. 정말 많았다.

“이게 다 시나리오예요?”

“응. 그나마 이것도 그간 거르고 거른 거야.”

“아…….”

거르고 걸렀다는 건 작품성과 감독, 기타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이 있진 않나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걸렀다는 뜻일 것이다.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곤 시나리오를 읽어나갔다. 멀리, 바다 건너에서 온 것도 많았다.

지금 한창 잘 나가는 감독이 직접 보낸 러브콜.

지영은 그 러브콜은 솔직히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어차피 당장 작품을 결정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딱 1년이다. 1년 뒤에는 다시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내년 이때쯤엔 세계 선수권과 아시안 게임이 전부 끝나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자신의 목표했던 것을 이루면, 그다음 지영은 아마도 은퇴하게 될 것이다. 일러도 매우 이른 은퇴지만, 지영은 강한결과는 다른 이유는 이제 유도를 놓아주고 싶었다.

유도를 놓고서는?

과소비만 안 하면 평생 놀고먹을 돈이 사실 있긴 있다만, 지영은 그 돈으로 놀고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작품 활동은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이 있기에, 이제 와 발을 빼는 건 매우 양심 없는 짓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영은 시간이 나는 지금, 시나리오를 확인했다.

아직 나의 무사님도 전부 못 봤지만, 시간이 있을 때 시나리오도 봐줘야 한다. 그게 공들여 자신에게 이야기를 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였다.

1시간, 2시간.

지영은 2시간이 좀 지나 시나리오 확인을 멈췄다. 재미가 있는 것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확 와닿는 건 역시 없었다. 읽다가 순간순간 나의 무사님과 비교도 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는 곧 지영이 나의 무사님을 생각하는 만큼의 임팩트를 준 작품은 없다는 뜻이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정은정 작가도 천재였다.

그녀 또한 평범하게 회사 생활을 하다가 지쳐서 나와, 작가판에 뛰어들어 시작부터 대성공한 케이스였다. 전공부터 시작해 전부 글과는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놓고, 지금은 업계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이 된 게 정은정 작가였다.

이런 작품을 계속하고 있어서, 사실 지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이 높아도 너무 높아져 있었다.

이걸 본인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눈을 내릴 생각은 없었다.

똑똑.

“네, 누나.”

“슬슬 저녁 먹자. 어, 많이 봤네? 어땠어?”

“음, 괜찮았어요.”

“하고 싶은 건 없단 거네?”

“하하, 네.”

지영은 솔직히 대답했다.

모호하게 대답해 봐야 임은진이 피곤하기만 하다. 그러니 거절할 작품들은 확실히 해줘야 했다. 그래야 저것도 처분할 수 있을 테니까.

“저녁은 뭐로 먹을래?”

“음, 앞에 나가서 드시죠?”

“그래.”

임은진과 함께 항상 가는 고깃집으로 갔다. 가서 고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강한결에게 전화가 왔다.

“어, 한결아.”

-어디야?

“나 회사 앞 고깃집. 이제 저녁 먹으려고. 너는?”

-아 이제 막 서울 출발. 이따가 스쿨로 가?

“응. 왜?”

-가기 전에. 아니, 갔다 와서 잠깐 보자.

갑자기?

강한결과 임효중, 그리고 황석까지 추가로 결정되어 내일 더 런닝 촬영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오늘 다 서울로 올라오게 되어 있었다.

“알았어. 끝나고 연락할게.”

-응. 저녁 맛있게 먹고.

“응.”

전화를 끊자, 마침 고기가 나왔다.

이 집의 고기는 언제나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어 절로 입에 침이 고였다.

치이익.

고기를 올려놓자 임은진이 물었다.

“한결이?”

“네, 이따 좀 보자고 해서요. 음, 아무래도 훈장 문제랑 연결된 것 같아요.”

“흠…… 복잡해지려나.”

“이따가 만나봐야 알 것 같아요.”

“그래, 음. 이 건은 나도 알아볼게.”

“네.”

지영은 임은진과 저녁을 먹고, 액션 스쿨로 향했다.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이어받은 김진우가 주차장까지 나와 지영을 반겨줬다. 김진우도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이미 김진우가 지영이 유도에 매진하는 동안 짜 놓은 합을 하나씩 보여줬다.

유려하고, 매끄럽다.

이게 본래의 재였다면, 시즌3의 재는 날카롭고, 빨랐다. 그리고 치열했다. 합을 모두 지켜본 지영은 감상평을 담담히 말했다.

“좀 처절한 느낌이 있네요?”

“응, 작가님이랑 감독님 요청이 그랬어.”

“음…….”

아직 대본과 소설을 전부 확인한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 요구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영상 있죠?”

“그럼 있지. 이따가 갈 때 줄게.”

“네. 감사합니다, 언제나.”

“감사는. 다 돈 받고 하는 건데. 그리고 지영이 네 덕분에 우리도 정말 많이 도움 됐어. 나의 무사님 끝나고 미드랑 일드 계약만 네 건이 넘는다.”

“진짜요? 축하해요, 정말!”

“하하, 고마워. 다 네 덕분이다.”

“형이 열심히 하고 능력이 있어서죠, 뭐.”

“그래도 너 없었으면, 이렇게는 안 됐어.”

작품이 잘되면, 그 작품에 참여한 거의 모든 이들의 이력서에는 A급 이력이 추가된다. 나의 무사님 무술 감독. 혹은 무술팀. 조연 A, B. 이런 것 자체가 전부 이력이 된다. 미술, 영상, 음악, 무술팀 전부 마찬가지였다.

작품의 흥행에, 김진우의 액션 스쿨도 상승가도 위에 올라탔다니 지영은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2시간쯤 있으며 합을 확인한 지영은 영상이 담긴 USB를 받아 챙긴 뒤 스쿨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 회사로.

지영이 도착하자 친구들도 전부 모여 있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 지영이 들어오자 세 사람이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더 런닝 최민성 PD입니다.”

“서영미 작가예요.”

아, 더 런닝 팀.

그런데 더 런닝 팀이 왜?

지영도 마주 인사를 하고 강한결을 살폈다. 강한결의 표정은 좀 좋지 않았다. 지영은 이번엔 굳이 고개를 갸웃하지 않았다.

왜?

감이 그냥 팍! 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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