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77화
377화. 라이벌(8)
19분이 넘었다.
정규 시간까지 합치면 이제…… 20분이 훌쩍 지나 25분에 근접해가고 있는 거다. 질린다. 질릴 수밖에 없었다. 무려 25분이다. 각 나라의 비공식 기록까지 합치면 사실 25분까지 경기를 한 게임은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한국도 많았고, 일본도 많았고, 각 나라별로 이런 기록은 많았다.
하지만 이런 경기가 다른 대회도 아니고 올림픽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 몇 분은 아주 열렬히 응원하던 관중은 10분이 넘어가자 경기 자체를 존중하기 시작해, 치열한 응원을 멈추기 시작했다.
이는, 강지영의 상대 미야모토 신지를 인정하기 시작한 거다.
가장 지영을 못살게 굴은 게 일본 유도협회지만, 역설적으로도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지영을 존중해 주는 선수는 일본 국적의 미야모토 신지였다. 그래서 관중들은 그런 신지도 존중해 일방적인 응원전을 멈췄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러, 20분에 근접할 때는 관중도 조금씩 질리기 시작했다.
두 선수는 지친 기색이 이제는 역력했다. 체력이 여유는 있어 보이나, 점점 한계에 도착해 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아직도 박진감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이 관중에게 정말 축복받았다는 말을 해줬다. 부럽다고 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경기는 정말 자주 나오는 경기가 아니었다.
이런 기록이 있긴 있었다지만, 올림픽 결승전 같은 빅매치에서는 정말 처음이었다.
[아 정말, 유도라는 종목이 생긴 이후, 최고의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네, 인정이에요. 이런 경기는 정말…… 드물다 못해 귀하죠. 여러분은 정말 복 받으신 거예요!]
배영우와 조인선 교수의 말은 정말 정답이었다.
옛날에는 이런 경기가 당연히 없었다. 쌍팔년도로 돌아가면 성인 경기는 남녀 똑같이 5분이었다. 그리고 연장전으로 가지도 않고, 그냥 5분 경기가 끝나면 깃발 싸움을 했다. 그러나 이 룰이 변경이 되어 연장전이 생겼고, 똑같이 5분이 주어졌다.
이 5분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깃발 싸움으로 거의 끝났다.
런던 올림픽까지만 해도, 이랬었다. 하지만 이후 연장전은 끝없이 이어졌다. 승부가 날 때까지 무제한으로 경기 시간이 주어졌다. 이렇게 되면서 어떨 때는 정말 토 나올 정도로 경기가 오래 지속되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그런 경기 자체가 매우 드물었다.
왜?
오래 지속되고 싶어도 반칙으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오래 가게 된 것도 결국은 지도 하나가 점수 역할을 뺏기면서였다. 예전에는 지도도 점수였기 때문에 연장전 중 심판이 지도를 줘버리는 순간 그냥 게임이 끝났다.
하지만 이런 룰 자체가 다시 변하면서 지도가 4개, 3개씩 쌓여야만 반칙패로 게임에 영향을 끼치게 룰 개정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지금처럼 무제한 연장전 경기 가능성이 커졌다. 나름 굴곡이 컸던 연장전이었다.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이런 연장전은 매해 펼쳐졌다.
하지만 그 어떤 경기도 지금 이 순간, 오늘 -73 체급 경기처럼 박진감이 넘치고 관중과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한 경기는 없었다.
특히 유도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유도 강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유도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그나마 요즘 ‘강지영’이란 핫한 선수가 등장하면서 인기가 올랐지만, 그래도 인기 종목의 영역까지는 아직 갈 길이 한참이나 먼 종목이었다.
강지영을 좋아하는 거지, 유도를 좋아하는 건 또 아니기 때문에 지영이 나가는 대회가 아니면 다른 대회들은 또 찬밥 신세였다.
결정적으로, 유도는 축구나 농구, 야구, 미식축구처럼 박진감이 없었다.
흥분해 열광할 만한 포인트가 부족했다. 이는 유도가 가진 한계였다. 그리고 이 한계는 강지영이란 스타가 있어도 여전히 극복 불가능했다.
20분이 넘는 대혈투가 현재 진행되는 지금도.
하지만, 조금은 변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와 진짜…….
-미쳤다ㄷㄷ
-강지영도 강지영인데 미야모토 신지도 진짜 대박인 듯요;;
-진짜 천재 영역이란 게 이런 거인듯;
-보통 이렇게 경기가 길게 가면 좀 지루해지고 그러는데,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박진감이 넘치냐 와…….
-정규 시간 4분에 이제 20분 채웠으니 24분째인데, 서로 지도 2개씩 동점;; 미쳤다 진짜.
-와 화장실 가고 싶은데 ㅠㅠ 갔다 오면 경기 끝날까 봐 못 가겠어요 ㅠㅠ
-아 이제 근데 좀 지친다 현기증 몇 방 맞았더니, 몸이 노곤해……. 잠이 확 온다 ㅠㅠ
-아…… 경기 끝나면 시상식까지는 못 보고 그냥 기절각임;;
-근데 이거 보니까, 우리 아들도 유도 시키고 싶긴 하다…….
-ㅇㅇ 저도여. 애가 공부 머리도 좀 있어서 체육관에 보내는 건 그냥 취미활동으로만 하게 하고 싶었는데…… 진지하게 시켜보고 싶어졌어요. 애도 하고 싶어 하고.
-아이 나이가? 중학교 넘어갔으면 그냥 지금처럼 키우세요. 어설프게 늦게 시작하고 죽도 밥도 안 돼요.
-그래도 중학교 정도는 괜찮지. 중학교 때 기초 쌓고 고등학교 때 기량 폭발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경우가 별로 없죠. 가능하면 그래도 초등학교 때부터 시키는 게 좋아요. 그래야 재능이 있나 없나 확인하고, 안될 것 같으면 다른 길도 준비하고 그러죠. 늦게 시작하면 애 중간에 붕 뜰 수도 있어요.
-넵! 조언 감사해요 ㅎㅎ
-자기 있지! 우리도 아이 낳으면 유도 시키자!
-어, 이건 또 뭔?
-그럴래, 자기야?
-응!
-……죽여XX.
삑! 삐익!
언제나 작은 헤프닝이 있는 채팅창엔 유도라는 종목이 단순한 재미 말고, 시키고 싶어진 종목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사실 비인기 종목에 들어서는 경우는 대개 우연일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멋모르고 끌려가 하다 보니 애가 재능이 있네? 거기에 공부 머리는 또 별로네? 그럼 그걸 알아본 지도자들이 학부형을 찾아가 이빨을 턴다.
아이 대학교까지 책임지겠습니다! 같은 대사로 혼을 샥 빼서 선수로 돌려버리는 거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유도 선수들이 탄생했고, 졌다. 그중에는 별처럼 반짝인 선수도 있었지만, 별은커녕 별똥별조차 되지 못한 선수가 태반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당연히 알음알음 퍼졌고, 기피하는 종목이 됐다.
비전 없는 종목.
유도.
이런 공식이 생겼다.
그러니 학부형들은 운동보단 공부시키는 걸 더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성공까지는 아니어도 사람 구실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이는 운동에 종사하는 이들도 인정했다. 그렇기에 그 벽은 매우 견고했다.
마치 철옹성처럼.
하지만 그 벽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었다. 아주 다양한 곳에서, 거실에서 TV를 보던 부부와 자식의 사이에도, 몇 시간마다 깨서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지친 신혼부부도, 드르렁! 코를 골고 자는 꼴통 아들의 방문을 바라보는 부부들도, 유도 한번 시켜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단한 변화였다.
그리고 그런 대단한 변화를 이끄는 선수, 화면 속의 강지영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 * *
힘들다.
이제 정말 힘들었다.
손아귀에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가기 시작했다. 완전히 뭉쳐서 통증이 느껴지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먹을 쥘 때 근육이 당기는 느낌은 확실히 났다. 지금 이 정도라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2분? 격렬하게 쓰면 1분이면 이제 당기는 느낌이 통증으로 변할 거다. 지영은 그런 몸 상태를 아주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아직은 몸에 독처럼 오른 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통증이 어마어마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열기가 가시고 나면? 근육통 지옥 예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대인 미야모토 신지도 팔꿈치 부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이건 확실히 지영에게는 매우 좋은 신호였다. 지영의 발목 부상은 오래됐다. 그래서 이 발목 부상은 익숙했다. 심지어 회귀 전의 기억까지 있으니, 어느 정도는 작정하고 무시 가능한 게 지영이었다.
하지만 미야모토 신지는 아니다.
회귀를 거치지 않은 오리지널 천재는 사실 다쳐본 적도 거의 없었다. 몸이 그만큼 탄탄한 거다. 하지만 그런 만큼, 통증이 올라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몸을 조절하는 것엔 익숙하지 않았다.
지영은 의식적으로 무시해 지금까지 왔지만, 신지는 무시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는 분명히 지영에게 좋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영은 그걸 신지가 보여준 매너는 지켜가며, 공략해 갔다. 아픈 팔은 공략하지 않는다. 강제로 잡아 흔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지만, 그 반대쪽은 얼마든지 건드려도 되는 영역이었다.
그건 절대 비매너가 아니었다.
은혜를 원한으로 갚는 것도 절대 아니었다.
지영의 그런 전략 수정에, 신지는 이를 악물고 대항했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지영은 누구나 아는, 운영의 대가다. 그런 지영이 매의 눈으로, 먹이를 노리기 시작했다. 비겁하지 않은, 정당한 선에서의 공세는 신지를 조금씩 물러나게 했다.
팔꿈치에서 느껴지는,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저릿한 감각은 힘을 줄 때마다 발동해 아귀에서 힘을 강제로 풀어버렸다. 아무리 강하게 이를 악물고 쥐려고 해도, 근육이 강제로 그 힘을 풀어서 흩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신지는 이런 몸 상태에서 시합을 풀어나가는 경험이 없었다.
왜?
크게 다친 적이 없었고, 조금이라도 다치면 즉시 훈련을 멈추고 회복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이 차이는? 매우 컸다.
툭, 화악-! 퍽!
모두걸기를 가볍게 쳐 중심을 살짝 흩어놓고, 즉시 따라붙어 가면서 다시 한번 강하게 쓸었다. 중심은 분명 떴는데, 지영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래서 중심축에서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해 몸이 옆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엎어졌다.
퍽!
바닥에 엎드린 신지는 지영의 손을 끊고, 곧장 일어났다. 아는 거다. 여기서 그쳐가 나오면 지금 이 공격이 지영의 유효 기술로 인정되고, 이어서 공세 한방이면 남은 건 반칙패라는 것을. 그러니 지영처럼 포인트를 지우기 강력하게 압박을 걸어왔다.
그러면서도 인상을 간간이 찌푸리는 게, 통증이 아마 상당한 것 같았다.
‘이렇게 몸이 열기로 가득 찬 상태에서도 저럴 정도면…….’
신지의 팔꿈치는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지영의 발목도 상태가 별로인데 몸에 가득 찬 열 덕분에 통증이 많이 억제되고 있었다. 그런데 신지는 벌써 팔이 부자연스러웠다. 설마 꾀병?
‘그럴 리가…….’
그렇다는 건 통증에 굉장히 예민하다는 뜻이다.
저 천재의 정신력으로도 통제를 못 할 정도로. 그건 육체의 문제이기에 인간이 통제하기란 불가능했다. 약을 쓰지 않는 한 말이다.
통증에 약한, 혹은 지독히 예민한 타입.
그래서 그 자체가 약점이 되는 경우……. 지금 신지의 상태가 그랬다. 그렇기에 이제는 정말 피지컬까지 같아졌다.
서로가 약점이 하나 생겼고, 반칙도 두 개씩, 동률이다.
정말 서로 이제는 똑같아졌다. 경기를 25분이나 한 지금에서야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걸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영은 알았다. 그리고 상대인 미야모토 신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승리의 여신은 이제 눈을 떴고, 둘의 경기를 턱을 괴며 구경 중이라는 것을. 이걸 지영도, 신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두 선수는 지극히 차분해졌다.
“후우…….”
“후우, 후우…….”
서로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물러나더니 숨을 골랐다. 심판은 그런 두 선수를 보고도 그쳐를 선언하지 않았다. 여전히 집중한 표정으로 담담히 선수를 응시할 뿐이었다. 이는 신호였다. 막판 승부를 가를 일합을 위해, 마지막 숨 고르기에 들어가도 된다는.
후우, 후우…….
몸속으로 경기장의 탁한 공기를 채워 넣었다. 신선한 공기면 좋겠지만, 이거라도 어디야. 하는 마음으로 가득, 가득 넣었다. 발복도, 몸도, 저린 팔도 주물렀다. 관중들은 갑자기 몸을 푸는 두 선수를 보며 웅성거렸다.
중계 쪽도 난리가 났다.
스포츠를 아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제 승부가 나겠구나 하는 마음에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공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지영은 다듬던 숨을 정돈하고, 붙을 준비를 했다. 비슷하게 신지도 준비가 끝났는지 자세를 낮추고, 들어왔다. 잡기 싸움? 연장 5분이 넘어간 어느 순간부터 둘은 잡기 싸움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잡기 싸움 자체가 체력 소모로 이어지니 최대한 아끼기 위해 그 과정을 생략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누가 먼저 유리하게 잡으면, 기술로 이어지고 그걸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었다. 직감적으로 두 선수는 이게 마지막이니, 잡기에 굉장히 공을 들일 각오가 눈빛에서부터 이미 강렬하게 번쩍였다.
“핫!”
“하아!”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기합을 넣고, 격돌했다.
잡고, 뜯고, 잡고, 뜯고. 격투선수가 근거리에서 속사포 펀치를 주고받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속도로 잡기 싸움을 벌였다.
[아, 빨라요. 빠릅니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걸 아는지 두 선수, 잡기에 모든 것을 건 느낌입니다.]
[유도의 기본이죠. 잡지 않고는 경기가 시작도 되지 않는. 제 직감입니다만, 이 잡기에서 경기의 승패가 나지 않을까 싶네요.]
[아 정말 그럴까요?]
[호호, 직감입니다만…… 네.]
캐스터와 해설의 말처럼 될까?
확실히 맞기는 맞는 말이었다. 유도에서 잡기는 모든 것의 기본이었다. 입문이 낙법이라고 한다면, 기초를 닦는 기본은 잡기부터다. 잡지 못하고는 유도는 성립조차 될 수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구기 종목으로 따지면, ‘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프 더 볼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볼을 잡았을 때부터 진짜 시작이다.
그런 기초, 혹은 기본.
지영과 신지는 그런 기본에 몰두했다. 지영이 잡으면 신지가 뜯었고, 신지가 잡으면 지영이 뜯어냈다. 누가 먼저 유리하게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게 분명한 잡기 공방의 승자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툭!
더욱이 둘 다 잡기는 경지에 올랐다.
그래서 더욱 쉽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은, 있는 법.
승패는 약점에서 조금씩 갈리기 시작했다.
잡기 싸움이다.
그럼 누가 유리할까?
다리가 불편한 강지영과 팔이 불편한 미야모토 신지중에 누가 더 불리할까? 팔이다. 제대로 힘을 줘 잡지를 못하고, 끊어내지 못하니 팔 하나가 절반 이상 봉쇄당한 거다. 그러니 이 경우는 어떻게 봐도…… 신지가 불리했다.
지영은 그 불리함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팔을 직접 잡아 봉하는 게 아닌 이상은, 뭘 해도 허용범위 안이다. 지릿지릿, 전기가 관통해 불편한 팔로 잡기를 이어가는 신지는 결국 지영에게 등깃과 가슴 깃을 허용했다.
그 순간, 신지는 앞 모션에 곧장 등 뒤로 바짝 붙었다.
선수들끼리는 흔히 뒤까기라 부르는 기술, 들어 메치기다. 허리를 감아 뒤로, 혹은 앞으로도 던지는 기술인데 보통은 뒤로 친다.
그래서 백드롭이라고도 불리는 기술.
“흐아압!”
신지는 기합을 넣으며 지영의 허리를 감고 지영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지영은 그 순간 힘을 툭 풀어 방어했다. 힘으로 버틸 수도 있지만, 지금은 발목이 좋지 않으니 그냥 앞으로 엎어질 기세로 힘을 빼는 게 최고였다. 힘을 빡 주고 있는 상대는 들기 쉽다. 힘만 좋으면. 그런데 축 늘어진 상대는? 들기 어렵다. 물먹은 솜처럼 더럽게도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영이 그렇게 순간적으로 힘을 풀어 방어를 넣는 순간 신지가 쓰던 힘이 턱, 걸렸다. 이 자세에서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된다는 걸 신지도 아니까 힘을 풀고 다시 앞으로 나오려는 순간.
지영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화악-!
목 감아 허리 채기, 에서 후리기로 지긋이 연결되는 기술에 버티고 버티던 미야모토 신지의 몸이 부웅,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어…….
관중의 고양된 탄성이 서서히 울려 퍼지는 순간, 홰액! 신지의 몸이 그대로 뒤집혔다.
쿠웅!
잇- 포온!
심판의 한판 선언을 들은 지영은.
“으아아아……!”
승리의 여신이 자기를 보고 있음에 생에 처음으로,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