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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64화 (364/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64화

364화. 함부르크 올림픽(10)

입술과 턱 중간, 여기를 뭐라고 했더라.

지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허리까지 감아 강하게 조르기를 걸었다.

“우으!”

그러자 빈첸조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대번에 흘러나왔다. 두툼하고 딱딱한 가슴 깃이 걸려 있으니 이건 안 아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공격은 유도에서도 알아주는 비매너 플레이다.

그런데 웃긴 건, 이런 공격 자체가 반칙은 또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조르기를 하려고 했는데 쟤가 방어해서, 조금 덜 걸렸다. 이런 식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투기 종목인 만큼, 이런 걸 반칙을 주면 경기 자체에 주는 악영향이 너무 상당했기에 이건 알면서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수들끼리는 최대한 자제했다.

이런 기술을 걸면, 이건 진짜 한번 해보자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공격? 선배들이 괴롭힐 때만 당해본 게 90%일 거고, 나머지 10%는 성격 더러운 놈과 시합할 때 당해본 게 전부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빈첸조의 눈빛에 짜증과 분노가 서렸다.

그리고 그걸 본 관중이나 시청자들의 눈살이 대번에 찌푸려졌다.

적반하장도 저런 적반하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빈첸조의 모습에, 한 커뮤니티에 불이 붙었다.

-이태리 비행기 표를 알아봐야 하나.

-저 친구는 경기에 임하기에 앞서, 최소한의 수양을 쌓을 필요가 있겠군.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몇 년 전에 저 이태리 친구 이름과 비슷한 드라마가 한국에서 유행했던 모양이야.

-갑자기 그런 얘기는 왜?

-그 제목은 인물의 이름인데, 극 중 그 인물이 대단한 이태리 마피아였다더군.

-아하.

-그래서 저렇게 겁 없이 구는 건가?

-저 친구, 앞으로 미국은 다 왔군.

-우리 패밀리의 분노도 제법 쌓이고 있어. 감히 미스터 강을 건드리다니, 참 겁도 없는 친구야.

-저 친구는 모를걸? 그거 ‘우리’들의 비호를 받는다는걸.

-그래도 선은 넘지 말자고 친구들. 알지? 우리가 선을 넘으면, 그 뒷감당은 온전히 미스터 강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부분은 이미 저번 회의 때 합의 본 사항이니 넘어가자고 친구들.

-하지만, 저 얼굴을 보니 화가 치밀어. 후우. 약을 참는 것보다 더 힘들 지경이야.

-쯔쯔. 끊으라고 친구. 그 좋지도 않은 것을 뭘.

-그러는 중이라고.

-어쨌든, 사고들 치지 말자고. 우리 미스터 강을 위해서.

-흠…….

뭔가, 굉장히 냄새가 나는 대화였다.

하지만 이쪽만 조금 특별했을 뿐, 세계 전체의 여론은 비슷했다. 빈첸조에 대한 비난. 그리고 분노였다. 자신이 한 일은 생각지도 않고, 입술이 도복에 걸려 터졌다고 분노하는 그 꼴이, 너무나 밉상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여론을 적으로 돌린 빈첸조는 그쳐 후, 하지메 사인에 맞춰 다시 한번 모두걸기를 쓸었다.

퍽!

우우!

관중석에서 터지는 야유가 엄청났는데도, 빈첸조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야유를 받으며 빙긋 미소 짓기까지 했다. 지영은 그런 빈첸조를 보며 이놈은 난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쿄 올림픽 당시, 한국인에게는 제법 유명한 장면이 하나 있었다.

펜싱 경기였는데, 당시 우리나라 금메달리스트 선수와 붙은 미국 선수가 격전을 치르다 스쳐 가는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허리를 틀어 얼굴을 가격한 사건이었다. 일반인의 눈에야 애매하겠지만, 운동하는 선수는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 몸놀림에 고의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말이다.

무조건 고의였다. 옆으로 스쳐 가니 허리를 틀어 점프까지 하며 얼굴을 후려쳐 버린 거다. 그것도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노렸다기보다는, 그냥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인 거다. 그리고 그랬다는 건…… 인간성이 절레절레라는 뜻이었다.

지영은 그 선수와 지금 빈첸조의 얼굴이 오버 랩 됐다.

원래는 안 닮았는데, 상황을 떠올리고 나자 괜히 닮아 보였다. 그런 밉상을 보며 지영은 나오려는 실소를 겨우 참았다.

이런 선수, 지긋지긋하게 겪어봤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음.

‘이호…… 뭐였지. 그놈도 그랬지.’

지영을 자극하고, 건드렸다가 졸려 갔다. 그리고 또 다른 선수 하나는 지영과 시합을 하는 게 아닌 ‘공격’하다가 팔이 부러졌다. 지영은 합법적인, 유도의 룰 안에서 상대를 졸라 보내고, 팔을 부러뜨린 전적이 이미 있었다.

이건 곧 시합 스타일 자체가 마냥 순하지만은 않다는 뜻이었다.

툭, 뻗어 온 손을 잡아당기자, 빈첸조는 그걸 격렬하게 뿌리쳤다. 먼저 잡히면 안 된다는 걸 아는 탓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지영이 잡고 싶은 대로 두면 안 된다는 전제를 깔아두고 있는 것 같았다.

퍽!

그리고 모두걸기가 대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의외로 심판이 참지 않았다.

“맛테!”

시도!

그쳐 후 도복을 고치기 무섭게 빈첸조에게 지도가 들어갔다. 그러자 빈첸조는 펄쩍 뛰며 왜 지도냐고 항의했고, 이태리 코칭스태프도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우우! 비난이 일어났다. 하지만 항의 자체는 먹혔다. 밖에 있던 부심이 경기를 속행하려던 주심을 무전으로 막았다. 그러곤 경기장을 벗어나 부심석으로 이동했다.

경기가 일시 중단된 것이다.

지영은 경기가 일시 중단되자, 도복을 다시 고쳤다. 그러면서 빈첸조를 봤는데, 그는 웃고 있었다. 씩 웃으면서 지영을 자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지영은 그에 반응하지 않았다. 확실히 이 인간은…… 인간성이 별로다.

지영이 1회전에 붙은 임쩌민과 경기에서 그에게 별 불만을 품지 않았던 건, 임쩌민은 본인이 들어와서 시합하고 있긴 하나, 모든 전술 전략을 밖의 코치가 내줬고, 심지어 조종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는 경기 스타일.

임쩌민은 기계였다.

훈련도, 시합도, 전술 전략도 자신이 아닌 전부 정해준 대로만 하는. 지영은 그걸 경기 중에, 경기 전에,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느꼈기에 임쩌민이란 선수에게 큰 불만은 없었다. 선수 개인의 의사와는 다른, 지영이나 황금세대, 혹은 한국 대표팀처럼 자신이 직접 시합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코치가 시킨 대로만 훈련하고 움직이는, 그런.

‘말 잘 듣는 마리오네트니, 오히려 불쌍한 거지.’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나, 아니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거나, 임쩌민은 그런 특수한 사상 속에서 만들어진 선수였다. 그렇기에 시합이 끝난 직후, 아예 머릿속에서 지웠다. 하지만 눈앞에 빈첸조는 아니었다.

저놈은 자의다.

‘다 지가 전략을 짰겠지.’

강지영의 발목을 건드리며, 최대한 자극하기.

지영이 열 받아서 흥분하는 게 아마 빈첸조의 목적일 거로 예상됐다. 전술 자체만 본다면…….

‘잘 짠 거야. 그건 인정.’

유도는 구기 종목과는 다르게 한 번의 실수면 그대로 끝이다. 그래서 경기 중에 흥분해 막 덤벼드는 건, 시합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그걸 생각하면 강지영과의 시합에 승리하기 위해, 저 선수는 현재 최적일 수도 있는 전술을 짜왔다. 그리고 이런 급박한 경기인데도, 그 전술대로 잘 풀어가고 있었다. 여기까진 지영도 인정했다.

심판이 되돌아왔다.

자리에 선 심판이 지영과 빈첸조를 한 번씩 보더니, 하지-메!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시합을 시작시켰다.

빈첸조와 이태리의 항의를 더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주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그에 어깨를 으쓱한 빈첸조가 통통 튀면서, 마치 아웃복서의 스탭을 밟으며 지영의 왼쪽으로 돌았다.

지영과 짝잡이로 서지만, 기술을 걸기 쉬운 쪽으로는 절대 움직여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진짜 경기 하나를 위해 엄청나게 준비한 티가 확실히 났다.

하지만 시합 준비는, 지영도 완벽했다. 분명 빈첸조의 전술이 자신의 예상 밖이긴 했지만, 이미 지영은 유리한 고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왜?

빈첸조가 반칙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영은 이 반칙 하나를 재료로 삼아, 경기를 풀어나가는 운영에 이골이 난 선수였다. 그래서 지영은 차분하게 잡기 싸움을 하며, 전진하는 척 움직였다.

‘급하게 갈 필요가 없지.’

반칙이 서로 하나씩 더 들어가기 전까지는.

시합 운영의 천재.

수많은 전력 분석관들이 지영의 경기를 보고, 카운터와 기술, 체력, 피지컬 감탄했지만, 그의 경기 운영 그 자체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급박한 시합 중에도 그 정도의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고, 그 냉정함으로 상대를 마치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만들어가는 그의 사냥 방식은 정말이지, 답이 없었다.

본능의 경기에서, 지극히 이성적인 돌연변이가 등장한 거다.

유도 경기는 보면 딱 티가 난다.

노림수를 준비해 온 선수가 분명히 있지만, 그걸 시합에 온전히 풀어놓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내가 준비를 한 것처럼, 상대도 준비해서 오기 때문이었다. 그럼 시합은 서로의 노림수가 섞이면서, 머릿속에 그린 대로는 절대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게 섞인 이후에는, 기본 실력이 뛰어난 쪽이 승기를 잡는 거고. 기본 실력끼리 붙는 그 영역이 바로, 본능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유도 경기는 대부분 그렇게 흘러갔다.

막 축구처럼, 약속된 연계 플레이가 휙휙 이어지더니 골! 점수로 이어지는 그런 느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보다 보면 그냥 어? 하는 순간 홱! 뒤집혀서 게임이 끝나는 편이 훨씬 많았다. 왜? 말했듯이, 초근거리에서 벌어지는 본능의 경기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유도를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밖에 될 수가 없는 게, 일단 도복을 잡고 서로 기술을 걸거나, 넘기려고 움직이는 순간 머릿속에 어여쁘게 텅 비기 때문이었다.

복싱에서 원투, 원투 스트레이트, 이런 연계를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시키는 이유는 넉아웃의 순간에서도 반사적으로 훅 튀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주먹을 피하는 회피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이걸 잘하면서 준비한 걸 잘 풀어내는 복서가 승리하는 거고.

유도도 마찬가지였다.

안뒤축 다음, 당겨서 업어치기, 그리고 막히면 다시 안다리로 연결해야지! 이런 순서를 노렸다고 해도 결국엔 계산보단 반사적, 본능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 대놓고 빈틈이 보이지 않으면…… 혹은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맛테!

잡기 싸움.

조급하게 덤벼들지 못하는 빈첸조. 그리고 지영은 임쩌민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왼발을 축으로 삼아 조금씩 전진하면서 잡기를 이어나갔다. 뻗고, 쳐내고, 끊고, 잡고, 털고, 당겼다가, 다시 놓고. 이 과정의 반복은 시합을 매우 루즈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성난 관중의 우우! 함성은 마치 경기가 루즈해서 나오는 비난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영은 맛테! 심판이 일단 한 번 그쳐를 선언할 때까지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원하는 건 하나다.

서로 지도 하나씩 받는 것. 빈첸조는 먼저 지도 하나를 받고 나자 발목을 노리는 모두걸기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지도 하나와 두 개는 정말 천지 차이고, 괜히 발목을 노리려다가 심판이 다시 지도를 하나 더 받게 되면 강지영의 필승 로드를 자기 손으로 예쁘게 깔아 완성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함부로 때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횟수가 줄어든 것부터 이미…….

‘네가 짠 전략의 상정 밖이지?’

본래는 아플 게 분명한 발목을 계속해서 노려서 지영의 멘탈을 흔들고, 흔드는 걸 넘어 중심을 무너뜨릴 계획이었을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강지영의 경기력 자체를 봉쇄하고 싶었다. 가장 바라는 건 지영이 흥분해 덤벼드는 거고.

그러나 그게 오히려 역으로 지도 하나를 받게 되자, 제대로 제동이 걸렸다.

지영도 안다. 본래 이 정도는 반칙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빈첸조의 모두걸기가 고의성은 보여도, 억!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차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강도를 생각하면 좀 센 툭! 정도였다.

임쩌민이 대놓고 후려갈긴 게 10이라면, 빈첸조는 딱 5에서 6 사이 정도였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그런 용도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도를 받았다.

그렇기에 사실 본래 게임이었다면 지영과 빈첸조에게 아마 지도가 같이 들어갔을 것이다. 확률로 따지면 최소한 80% 이상으로 말이다. 그런데 빈첸조만 받았다. 이는 심판이 스포츠맨십을 생각했다는 뜻이고, 그런 심판의 기준에 빈첸조의 행위가 지극히 거슬렸다는 뜻이었다.

부심이 제동을 건 것도, 이런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주심은 지도를 회수하지 않았다. 이는 즉, 지금의 심판은 지영의 편이라는 뜻이었다.

여유 있게 웃는 빈첸조의 뇌리에는 이미 그런 공식이 성립됐을 거다. 그러니 이전처럼 모두걸기를 쳐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영이 기술을 걸 수 있는 반대쪽으로 돌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사실상 지영에게 위협이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지지부진한 잡기 싸움 끝에, 다시 맛테! 심판이 그쳐를 선언했다.

꾸욱.

그리고 그때 빈첸조의 ‘웃는 낯’이 깨졌다.

시도! 시도!

서로 지도 하나씩.

이로써 빈첸조는 지도가 2개고, 지영은 지도가 1개가 됐다. 지영의 필승 로드가 촤라라락. 마치 레드카펫처럼 깔렸다. 그리고 그 카펫이 깔리는 걸 막으려고 빈첸조가 지금까지의 전술은 모조리 버리고, 곧장 덤벼들었다.

지도 2개는 정말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강지영 같은 운영 스타일이 상대면, 시합이 끝날 때까지 기술을 걸어야 반칙패를 면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 일변도는, 카운터 치기 참 쉽다.

휘릭!

밀고 오는 걸 빗당겨치기로 응수했다. 그러나 제대로 잡지 못해 빈첸조는 마지막에 앞으로 뚝 떨어졌다. 지영은 앞으로 엎어진 빈첸조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목깃을 잡아 툭 채는 순간, 빈첸조는 다시 손을 가슴 깃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 생긴 짧은 틈으로 지영은 손을 쑥 집어넣었다.

감고, 당겨서, 오금으로 턱을 걸어 젖힌 다음, 지영은 꺾기 자세를 만들었다. 아무리 굳히기를 못해도 이렇게까지 자세를 잡으면 지영도…… 기본 이상은 한다.

툭, 투둑.

손등을 감싸 안으로 접어서, 빙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예쁘게 돌려서…… 풀어낸 다음 그대로, 꺾었다.

뚜두둑, 뚝!

탭을 치기 전에 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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