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63화
363화. 함부르크 올림픽(9)
당연히, 분노가 확 피어났다.
-ㅅㅂ 지가 마피아야? 개신발나라조카크레파스사주다가포도밭에처묻힐새끼가.
-하필이면 이름도 빈첸조넼ㅋㅋㅋ
-저거 올림픽 정신에 위배 되지 않음?
-퍼포먼스쯤 된다고 봐도 뭐, 무방할걸요.
-개나리삽살개시바새끼나가뒤졌으면.
-님들 자제좀.
-애들 많아요.
-애들은 자라.
애들이 대번에 반항하기 시작했다.
-엄빠가 오늘은 늦게 자도 된다고 했거든요? 학교도 쉬고.
-학교를?
-넴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학교를?
-……강지영 팬이심?
-ㅇㅇ 엄빠둘다.
-빠도?
-유도 선출 체육관 관장님이심.
-아하.
체육관에 강지영이 기여한 공을 생각하면, 모든 체육관의 은인이 바로 강지영이었다. 체육관 계의 영원한 스테디셀러야 당연히 태권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도와 지분을 나누고 있었다. 어떤 곳은 유도가 앞서기도 했다. 이것만 봐도 유도의 인기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짧은 소란 뒤, 화제는 다시 중심을 찾아갔다.
-나 로마에서 유학 중인데, 여기 현지 방송은 강지영 부상 정도 파악하느라 정신 없닼ㅋㅋㅋ
-부상? 지영이 괜찮은 거 아니에요? 하나도 안 아파 보이는데?
-에이, 솔직히 그 짧은 시간에 전부 완치됐다고 보는 건 오바죠
-그래요? 그런데 되게 멀쩡하게 시합하던데? 바스트 딸 때 봐도 그냥 덤덤하기만 하고 평소처럼
-님, 강지영 다른 직업이 뭔지 잊었음?
-지영이요? 배우…… 아. 연기한 거예요?
-아마도? 솔직히 너무 멀쩡히 시합하는 거 같아서 아닌가 했는데, 보니까 연기 맞는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스타일이 변했잖아요.
-스타일?
-네.
강지영의 스타일은 사실 아주 확고하다. 가만 보면 이것저것 다 할 줄 아는 것 같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방어유도를 고수하는 편이었다. 굳이 스타일을 공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강지영의 스타일은 사실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거의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애초에 강지영은 유명세도 유명세지만, 올림픽 한정으로만 보자면 -73체급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강지영의 ‘유도’는 해부대에 올라 철저하게 해체됐다. 그리고 그건 일반에도 아주 잘 퍼져 있었다.
본래 일반은 관심이 없어야 하나, 강지영이라 올리면 일단 기본은 먹고 가니 기사로도 많이 나왔고, 올림픽 얼마 전엔 아예 대놓고 특집을 꾸려 종편에서 방송을 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지영의 스타일은 잘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임쩌민을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해, 강지영이 내릴 답은 사실 정해져 있었다.
임쩌민은 올림픽에 나올 정도의 실력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지영이란 선수의 위협할 실력자는 아니었다. 이게 전문가들 99%가 내놓은 분석 결과였다. 남은 1%는 당연히 중국이 행복 회를 돌린 결과고.
그렇게 모두가 예측한 상대 방식에서, 벗어났다.
잡기가 그렇게 강한 상대도 아닌데 강지영은 먼저 잡기 싸움을 걸었다. 시합을 볼 때야 그냥 봤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어? 이상한데? 하는 느낌으로 다가온 거다.
-아…….
-아마 완벽하진 않을 거예요. 그래서 먼저 그렇게 움직인 거고. 음, 이탈리아 애들이 몰랐으면 좋겠네요.
-스포츠맨십 좀 챙겨줬으면 좋겠는데 ㅠㅠ 힘들겠죠?
-……약점을 노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전술이니까요.
-ㅇㅇ 맞음. 몇몇 종목 빼고 상대의 약점을 발견하면 그걸 공략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임.
-대표적으로 야구 ㅋㅋㅋ
-사인 훔치기?
-ㅇㅇ
-그건 야구가 이상한 거죠 ㅋㅋㅋ
-야구는 왜 사인 훔치기가 반칙인데요?
-여러 가지 말이 있는데, 일반인이 봤을 때 가장 킹능성 있는 건 사인 다시 만들기 귀찮아서?
-아 ㅋㅋㅋㅋ
-솔직히 올림픽이 평화와 화합을 그렇게 강조하는 건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주 건전한 전쟁을 대신 치르게 하는 거로 보는 게 맞는데, 전쟁에서 상대방 전술 전략 파악하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
-그렇게 보면 그렇긴 한데, 그냥 그건 넘어갑시다. 어차피 유도랑은 다름.
-ㅇㅇ 유도는 아예 투기임. 격투기에서 스포츠화된 건데, 거기서 상대 약점 노리는 건 솔직히 당연한 거임.
-상대가 강지영이니까 우우! 하고 저러는 거지, 이해해 주는 게 맞죠.
-ㅇㅈㅇㅈ
-ㅇㅇ 스포츠맨십이란 단어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건 강요임 솔직히.
-근데 그래도 올림픽 정신이 있는데 노골적으로 노리는 건 좀…….
-솔직히 강지영이 그렇게 노리면 다들 이해할 거 아님?
-그건 전제가 잘못된 게, 강지영은 그럴 리가 없음.
-ㅇㅇ 안 해도 이기거든. 우리가 이렇게 마음 편히 보는 게 강지영이 천재라서라는 걸 잊지 마세요 ㅋㅋ
-다들 잊음? 당장 도쿄만 해도 한 게임 한 게임 피 말리면서 봤다ㅋㅋㅋㅋ
-아 그러넼ㅋㅋㅋ
-그것도 ㅋㅈ이짘ㅋㅋ
-아 도쿄 때는 진짜 수명이 1분씩 주는 것 같았지 ㅋㅋ
-당장 엊그제 그랬음.
-그리고 어제부터 시원……ㅋㅋㅋ
-에어컨튼줄ㅋㅋㅋㅋ
-안틈?
-……고시원이라
-요즘 웬만한 고시원도 다 있……
-싸물어라.
-여물어 좀 새꺄
-아…….
-아…….
-이양반들 또 이러네 ㅉㅉ
-저기요? 그래서요? 답을 주셔야죠?
산으로 갔던 대화의 종점을 찍는 답이 잠시 뒤 달렸다.
-이탈리아가 뭔 짓을 해도, 강지영은 강지영이다. 끄읏.
뭔 대답이 그런가 하겠지만, 그 답을 들은 이들은 단체로 수긍했다.
맞았다.
부상이고 나발이고, 강지영은 강지영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답처럼, 2회전이 흘러갔다.
* * *
사실상 3회전이다.
이기면 준결승인. 여기엔 지영에게 그래도 천운이 따랐다 할 수 있었다. 지영의 위에 있던 선수가 감량에 실패하면서, 탈락해 버린 거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감량 실패?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압박을 많이 받아 컨디션이 뭉개지기도 했다.
도쿄 때도 한국 여자 선수가 감량에 실패해 삭발까지 했다. 프로가 감량도 제대로 못 했다고 비난이 있었지만, 그건 감량을 안 해봐서 할 수 있는 얘기였다. 적게는 4에서 5. 보통은 5에서 7 사이. 많게는 7에서 10 사이로 체중을 뺀다. 숫자 뒤엔 당연히 ㎏가 붙는다. 체중 10㎏. 뭐 얼마 안 되네? 하는 사람은 그냥 시켜보면 된다. 장담하는데 수분이 빠진 뒤부터 99.99%의 확률로 울고불고 매달릴 거다.
살려달라고 말이다.
그게 감량이다.
일반인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게 감량이다. 다이어트와는 다른 의미로 사람을 말려 죽이기 때문에, 이때 받는 스트레스는 진짜 어마어마했다. 그걸 대회마다 매번, 매번 해야 하는데 멘탈이 정상이기를 바라는 건 절대로 무리였다.
그런 만큼 감량은 사람의 정신을 반쯤 터져놓는데, 그때 탈이 많이 났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되는 거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 경우는 십중팔구 육체에도 크게 문제를 준다. 감량으로 인해 육체 컨디션이 완전 박살 난 상태라, 바이러스에 감염이 정말 잘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큰 대회에도 간혹 감량 실패가 나온다.
그리고 오늘도 한 명 나왔는데, 바로 지영의 대진 바로 위에 있던 선수였다. 지영과 임쩌민 경기의 승자와 붙을 예정이었던 그는 감량 실패로 기권했고, 그 결과 지영은 부전을 얻어 3회전으로 바로 직행했다.
그 아래에서 빈첸조가 2게임을 이기고 올라와 지영과 붙는 대진이 만들어졌다.
지영은 빈첸조가 한 제스처를 봤다.
그리고 그건 지영의 성질을 또 건드렸다. 본래 감성적이지 않은 지영이었다. 웬만한 건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지영이지만,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상대에게는 절대로 참지 않았다. 이는 지영이 가진 트라우마에 기반하는 거라서…… 어쩔 수 없었다.
빈첸조가 목을 긋는 행위는 지영에게 아주 위협적인 행동이었다.
‘이태리 신사……? 지랄하네.’
입장할 때는 온갖 폼을 잡으며 정중한 척을 했던 빈첸조는 경기가 하지메 사인에 맞춰 시원하게 모두걸기를 쓸었다. 물론 모두걸기 하나야 뭐, 유도 기술이니 솔직히 지영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놈은 아주 교묘하게 지영의 부상 부위를 노렸다.
시합 시작한 지 딱 1분 만에 지영은 빈첸조의 의도를 파악했다. 툭툭 건드려서 지영에게 부상 부위를 신경 쓰게 만들고, 그걸 이용해 역으로 카운터를 치는.
‘이놈은 내가 아프다고 믿고 있어.’
그걸 전제에 두고 움직이고 있었다.
1회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게 참 보람도 없게 말이다. 물론 그 덕분에 지영의 성질이 다시 피어났으니, 뭐 나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지영은 빈첸조가 쓰는 모두걸기를 다 그대로 맞았다.
덕분에 발목과 종아리에서 통증이 상당히 두껍게 피어났고, 그게 또 지영을 자극하는 순환을 낳았다.
더티플레이?
스포츠맨십?
‘허울 좋은 단어일 수도.’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술인 유도다. 기본 시작이 그런 종목에서, 상대의 약점을 노리는 거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영은 빈첸조가 비열하고,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앞서 경기했던 임쩌민도 마찬가지고. 그들은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전술을 결정한 거다. 그게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이의 비난을 살 수 있음을 알면서도, 승리를 위해 감수하기로 한 거다.
그건 용기다.
솔직히 말해서…….
지영은 그걸 인정해 줬다.
하지만 인정과 이해, 그리고 내가 감당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지영은 부상이 싫었다. 10년 가까이 사고로 절룩이는 것 이상으로 처참하게 살았었기에 다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지영이 회귀 직후 근력을 키운 것도 부상 방지의 지분이 아주 컸다. 그리고 연습할 때도 철저하게 부상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솔직히 지켜보는 사람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빈첸조는 그렇게 부상을 싫어하는 지영의 아픈 곳을, 아주 교묘히 노리고 있었다.
퍼억!
또 모두걸기다.
제대로 들어온.
발바닥으로 제대로 쓸어 찬 모두걸기다. 이 자체는 반칙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스텝을 밟아가며, 계속해서 발목만 노리고 있었다. 경기 시작 1분. 왼발에 들어온 모두걸기만 벌써 6번이다. 10초마다 한 번씩, 툭툭 힘을 실어 때리고 있었다.
모두걸기 자체는 딱 봐도 반칙이다 싶을 정도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 정도 발기술이야 시합 중에 아주 자주 나오는 거니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영은 알 수 있었다.
‘대미지를 누적시킬 생각인 거야.’
그걸 지영이 반사적으로 피하려고 다리를 빼면? 자세가 무너진다. 자세가 무너지면 방어유도의 근간 자체가 흔들리는 거라서 지영은 피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치지 않았으면 방법이 많았겠지만, 지금은 지영에게 다른 방법이 많지 않았다.
발목은 중심을 잡는 데 아주 중요하다 못해, 그 전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모두걸기를 쓸어오는 걸 이미 모션에서 짐작해도 지영은 쉽사리 발을 빼지 못했다. 빼는 순간 업어치기나 허리기술을 들어오면 역으로 업힐 수도 있어서였다.
그래서 지영은 상대의 노림수를 알면서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맛테!
시도! 시도!
심판은 그쳐를 선언하고 지영과 빈첸조에게 지도를 하나씩 줬다. 정당한 반칙이었다. 그래서 불만은 없었다.
다만, 앞에 이 선수에게 생긴 불만이 뇌리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영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냉정을 잃는 건 아마 빈첸조가 들고 온 전술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답이 될 것이란 걸 지영은 잘 알았다.
빡!
모두걸기가 다시 날아들었다.
지영은 피하지 않고 역시 이번에도 그대로 맞았고.
빠악-!
쿠웅!
그걸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살짝 발의 각도가 애매하게 들어간 모두걸기에 빈첸조의 신형이 붕 떠서 앞으로 떨어졌다. 소매만 잡고 있었으면 지읏기로 그대로 끝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아무것도 잡지 못해 허우적거린 빈첸조는 앞으로 떨어지며 점수를 뺏기는 걸 용케 피했다.
지영은 그런 빈첸조의 위에 올라타, 목깃을 잡고 턴 다음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러자 지영이 뭘 하려는지 눈치챈 비첸조가 급히 가슴 깃을 당겨 도복을 바짝 여몄다. 그리고 그걸 지영은 느꼈으면서도 다시 채서 걸어 도복을 목에 걸었다. 정확히는, 턱과 입술 사이에 걸었다. 그걸 알았지만, 지영은 그대로 졸랐다.
빈첸조의 얼굴이 입술에 걸린 도복을 축으로 들어간 조르기에, 삽시간에 고통으로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