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51화 (351/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51화

351화. 운명처럼 그렇게(3)

전 세계 커뮤니티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영상, 하나.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어이, 소싯적에 운동 좀 해본 친구들. 아니면 무술을 익혔거나 익히고 있는 친구들에게 묻고 싶은데, 한계까지 단련된 몸은 저런 운동수행 능력이 가능하냐?

-가능할 리가. 나도 내가 지금 뭘 보고 싶은가 있나 싶은데.

-고개를 돌리고, 아이와 트럭을 발견하고, 순간 멈칫했다가, 튀어 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2초 남짓.

-그리고 아이한테 뛰어서 도착하기까지 대략 3초 정도. 그런데 초를 재는 건 의미가 없어. 아이한테 도착한 다음 보여준 저 미친 움직임이 문제인 거니까.

상식의 선, 밖.

-몸을 틀어서 뒤로 튕겨 나가려고 한 건, 나쁜 선택은 아냐. 그대로 앞으로 굴렀어도 될 건데. 그랬다면 결과적으로 아이가 다칠 수도 있었고, 구르기 한 다음 버스에 가려졌던 트럭은 절대로 못 피했을 거야.

-트럭을 확인한 건 아니야.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을 보며 뒤로 돌고 나서 트럭을 확인했고, 보자마자 한국어로 욕을 했거든.

-표정을 확 구기면서 말이지.

-친구들. 나는 이게 영화라는 것에 한 표를 걸겠어.

-어이 친구. 그 표는 어떤 표지? 적어도 수만 달러 수표가 아니라면 빠져줬으면 좋겠는데.

-맞아. 저 영상이 몇 개나 찍혔는지 알면서 그러는 거면, 개수작 부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군.

-젠장! 너무 믿기지 않아서 그래! 인간이잖아! 인간! 저 짧은 틈에 저 계산이 가능한 거냐고! 그래! 백번 양보해서 가능했다고 쳐! 그럼 저 움직임은? 트럭을 확인하고 몸을 띄웠다가, 뒤늦게 다른 트럭을 발견하자 몸을 접어서 바로 옆으로 스쳐 간 화물트럭을 걷어차 추진력을 얻는, 저 미친 짓거리가 가능한 거냐고!

-가능하잖아?

-뭐?

-봤잖아, 영상? 강지영을 찍으려고 호텔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찍은 영상. 적어도 수백 개는 되지 않나?

-수백은 그렇고, 수십으로 하지.

-그래! 수십! 미치겠군!

-NFL에서 뛰는 내 친구에게 영상을 보여줘 봤지.

-오! 그 괴물들?

-응, 그 괴물들. 어쨌든 보여줘 봤어. 너라면 이게 가능하겠냐고.

-오오! 그랬더니? 그 괴물의 대답은?

-가능하겠다고 하더라고. 단, 모든 것을 계산해 완벽하게 연습한 다음이면.

-…….

NFL(National Football League).

내셔널 풋볼 리그.

지구상에서 가장 흉악한 운동신경을 가진 괴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예전에 그 리그에서 뛰는 인간들이 찍은 영상 하나가 아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진위가 어떻게 되었든 그것과는 관계없이 아주 많은 이들이 스포츠 운동신경 레벨을 따질 때 가장 높은 곳에 바로 이곳 리그로 잡는다.

괴물들의 세계.

혹은.

별들의 전쟁터.

과대포장이 아니라 정말 그 리그는 그런 세계였다.

-그 친구 실력은 어떤데?

-램스의 차세대 에이스 러닝백.

-미친. 그런 친구가 연습을 수십 번 정도 해야만 가능하다 대답했다고?

-처음엔 고개를 저었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벌어진 일이잖아. 그 순간 자신이었다면, 아마 발이 굳었을 거라 대답했다고.

-아, 이런.

-괜찮아, 친구.

-솔직한 답변이군.

-비겁하단 말은 안 해. 그게 정상이니까.

-아무나 그 순간에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고, 그걸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건 용기와 기백, 배포, 뭐 다 비슷한 말이지만 그런 게 필요하지.

-그리고 그걸 갖춘 이는 지극히 드물고.

-그럼 우리 다시 본론으로 돌아 가보자고. 저게 가능한 거냐, 아니냐. 우리 책상에서 노는 친구들은 의견 없나?

-그쪽은 이미 결론 났어.

-어? 그래? 뭐라고?

-물리적으론 가능하다.

-으론?

-그래, 으론. 그 순간에 그 같은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슈퍼컴퓨터급 전산 능력과 혈관에 붉은 피 대신 검은 피가 흐르는 기계와 같은 운동신경이라면, 가능하다더군.

-…….

물리적으론 가능.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말 말도 되지 않은 장면이었다.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이제 됐으니까. 기도나 하자고.

-그래. 기도해야지. 우리의 영웅이 제발 큰 부상이 아니기를.

-부디 그가 올림픽 무대에 무사히 서기를.

-부디 그가…….

믿기지 않는, 상식 밖의 모습을 보여준 그에게 기도의 물결이, 몰아쳤다.

이런 외국의 반응과 달리, 한국은 격렬했다.

격렬할 수밖에 없었다.

-아 왜…… X발!

-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러냐? 어! 와아 진짜! 신도 너무한 거 아니냐! 이 개쓰레기 새끼야!

-우리 지영이가 뭘 잘못했다고!

-진짜 왜 그러는데요ㅠㅠ

이쪽은, 통곡이었다.

강지영.

소피라는 소녀를 구하는 강지영의 영상은 호텔 앞에 있던 기자들로 인해 세계로 거의 즉시 송출됐다. 언론 엠바고고 뭐고 걸 틈도 없이, 그냥 다이렉트로 긴급 속보를 달고 나갔다.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당시 사고가 있었을 때 한국은 늦은 밤이었다.

하지만 자는 사람이 더 많은 새벽녘은 아니었기에, 지영의 사고 소식은 급속도로 퍼졌다. 그리고 충격, 경악, 비탄했다.

아이와 같이 서 있던 강지영.

초록 불이 들어오고, 걸음이 느린 아이를 스쳐 가는 강지영.

뭔가 이상함에 고개를 돌려 엄마 손을 놓고 놓친 곰 인형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를 발견하는 강지영.

그리고 그 아이를 향해 졸음 운전자가 모는 거대한 화물트럭이 달려오는 걸 확인한 강지영.

여기까지는 참…… 만화고, 소설 같다.

과연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몇 명이나 자신이 본 사태에 개입할 수 있을까? 그것도 즉시.

목숨이 걸린 일이다.

저 정도 거대한 트럭이 경적만 울려도 인간은 몸이 순간적으로 굳는다. 그런데 그 경적이 울렸는데도 강지영은 달려 나갔다. 달려 나가서 기어이 아이를 안아 들어, 구했다. 그리고…… 치였다.

한국의 국민은 상식 밖의 회피기동보다, 지영이 아이를 구하러 움직였다는 사실에 더 집중했다. 그리고 아이를 구했지만 결국 치여서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 떨어지며, 사방이 아수라장이 되는 그 자체에 더 절망하고, 슬퍼했다.

영상은 사고 이후, 어마어마하게 난잡하게 변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이들조차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주변 시민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말 다행이었던 점은 낮이었고 그곳이 호텔 앞이었다는 것과 그 사고 현장 주변에 응급처치할 줄 아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호텔을 타고 돌아 바로 뒤에 대형 병원이 있었다는 것, 이렇게다.

주변이 아수라장이 되고 10분 정도 지난 뒤, 병원에서 보낸 구급차에 실려 사라지는 게 영상의 마지막이다.

그다음은 호텔 앞에서 기자들이 이곳이 강지영이 사고가 난 장소입니다! 하면서 브리핑을 하는 게 전부였다.

-아 진짜! 왜 지영이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냐!

-진짜 너무한 거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무시하지!

-진짜 윗분 말이 엄청 매정한 건데, 이번엔 저도 같은 생각이네요 하…….

-진짜 속상하다…… ㅠㅠ

-근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떻게 그 상황에서 아이를 구하려고 몸을 날릴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짧은 순간에, 트럭이 달려오는 걸 보니까 확인도 한 거 같은데.

-강지영이라서 가능한 거 아닐까요? 지영이 왜, 예전에 트럭에 치일 뻔한 사람 구한 적도 있어요.

-애초에 그걸로 유명해지지 않음?

-맞아요. MBS 이선영 기자가 당시에 충주에 있었는데, 그때 지영이 인터뷰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죠.

-근데 원래도 연희고 황금세대라 불리며 유명했어요. 우리끼리만 공유하면서.

-중요한 건, 유명해지기 전에도 굉장히 이타적이었던…….

-맞아요. 그리고 유명해지고 나서도 같았잖아요. 애들 후원도 그렇고, 저번에 조나단도 그렇고…….

-교과서 같은 친구임, 진짜.

-근데 그게 발목을 잡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ㅠㅠ

-지영이 공식 보도 나온 거 없어요? 몇 시간 지났으니까 검사 결과쯤은 나오지 않았을까요?

-몇 시간으로 턱도 없죠. 올림픽 앞둔 선수고. 심지어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애예요. 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스캔할 겁니다.

-몸 공중에서 막 도는 거 보니까 안 다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허! 재수 없는 소리!

-현실적으로 봐야죠! 최소로 잡아도 타박상은 남을 텐데!

현실과 이상.

이상이 기분은 좋다.

하지만 현실이 당연히 중요하다.

그리고 잔인하다.

-후, 지영이 시합이 언제죠?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았어요. 4일? 아니, 이제 3일 뒤에 개막식하고, 다음날 60체급부터 시작하잖아요.

-그럼 60, 66 다음이니까…… 길어야 5일이네요.

-아…….

-턱없이 부족하죠. 교통사고 타박상 치료하려면.

-그래도 시합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올 순 있어요. 진짜 경미한 타박상에서 그쳤다면.

-그건 천운이 따라줘야 함……. 각도마다 좀 다르긴 한데, 영상 전부 확인해 봐도 부딪치는 건 제대로 부딪쳤어요.

-그래도 허벅지나 종아리 쪽으로 부딪쳐 뼈에 충격만 최소로 갔기를 바라야죠. 근육이면 괜찮은데, 뼈 상했으면 답 없어요…….

-제바류ㅠㅠㅠㅠ

-ㅠㅠㅠ

-하…….

-진짜 너무한다…….

숨이 막혔다.

그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으니.

강지영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운동선수이자, 연예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나온 그 어떤 스포츠 스타보다, 그리고 연예인보다 명성을 키웠고, 그의 존재 자체는 이제는 국민에겐 하나의 자부심이 되었다.

자랑거리.

그런 존재로 인식이 되려면 그냥저냥 대단해서는 절대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그런 게 가능했던 존재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남자 축구에서 셋.

남자 야구에서 둘.

여자 피겨에서 하나.

K-POP에서 한 팀.

충무로의 한 연출가.

레전드라 불리는 게임에서 한 게이머.

아마 이 정도가 전부일 거다.

사람이 아니라 작품까지 치면 뭐 오징어나 패러사이트나 같은 게 더 추가될 거고. 어쨌든, 그런 존재로 인식되려면 단순히 인기가 많다고 해서는 불가능했다.

어떤 상징성이 있어야 했다.

아주 당당하게, 두 유노 강지영? 하고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그게 비록 부끄러운 질문의 대명사일지라도, 야 너 강지영 아냐? 야 너넨 강지영 있냐? 하는 질문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상징성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그리고 지영은 근래, 그 반열에 올랐다.

일본도 없고, 중국도 없고, 미국도 없고, 유럽에도 없는 존재가 된 거다.

이제 고작, 스물한 살의 청년이 말이다. 가장 이른 나이에 그 반열에 오른 피겨퀸도 스물한 살 때 이 정도의 위업을 갖추지는 못했고, 동반 입대해 군 복무 중인 세계의 아이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걸 지영은 고작 몇 년 만에, 21살의 나이로 전 국민의 가슴에 자랑스러운 운동선수이자 연예인이 되었다.

그런 선수의 추락.

영상에 피는 튀지 않았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잡은 차에 치여 공중에서 휘리릭! 도는 강지영의 모습은 정말 너무 제대로, 적나라하게 잡혀 있었다.

-ㅅㅂ 벤츠 트럭은 관성제어 시스템으로 그 거리에서도 멈췄는데! 옆에 울나라 트럭은 더 먼저 알고도 개미끄러짐 ㅋㅋㅋ 아 ㅅㅂ

-나 일 나갈 때 끌고 가는 차랑 똑같은데, 진심 존나 부수고 싶다……. 근데 부수면 애들 밥 굶겨서 겨우 참는 중…….

-병진이 형. 형은 나가 있어. 뒤…….

-거기까지 해라, X발아…….

-…… 그런 드립 치고 싶냐?

-미안, 나도 모르게…….

-그런데 진짜 첫 번째 트럭이 벤츠 트럭이란 거에 감사해야 된다……. 저게 제동 시스템 없는 트럭이었으면…… 강지영도 힘들었다.

-ㅇㅇ 진짜 와…….

-근데 앞에 딱 설 거면 지영이가 안 구했어도 되지 않음요?

-ㄴㄴ 그런 얘기 벌써 북미 쪽에서 나왔고, 걔들이 뜯어 봤는데 소피? 그 아이 서 있던 곳이랑 버스 선 곳이랑 다름.

-지영이가 안 구했으면, 무조건 치였음…….

-ㅇㅇ 버스가 하도 크고, 얘는 너무 작아서 툭! 치였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죠…….

-트럭 보고, 씨바알! 하고 욕하는 게 난 그렇게 슬프게 들리더라…….

-ㅠㅠ

-현지에서도 그런 얘기 많이 나옴요.

-진짜 온갖 감정이 다 들어간 슬픈 외침처럼 들렸다고…….

X발.

그냥 욕이다.

욕이지만, 지영이 뱉은 욕은 욕이 아니었다.

정말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답답한 감정을 담은,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그 순간에 낼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그 감정은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도 전달이 된 것 같았다.

[속보-강지영 모친 긴급 출국! 같이 가는 묘령의 여인은 며느리?]

[속보-강지영 모친 며느리와 함께 긴급 출국!]

속속 올라오는 기사.

그 기사를 본 국민은, 이 상황에서도 조회수를 빨아 처먹기 위해 자극적인 타이틀을 건 것에 대해 분노했고,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강지영의 모친이 떠나고 몇 시간 뒤,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식 입장이 떴다.

내용은 길었으나, 압축하면…….

무릎, 종아리, 발목, 어깨 부상.

시합 출장 불투명.

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