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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23화 (32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23화

323화. 포드의 운명(6)

지영이 이렇게 쉽게 금메달을 목에 건 이유는, 올림픽 때문이었다. 점수가 부족한 선수들은 필사적이긴 하겠지만, 이미 아시아권에서 올림픽에 나갈 선수들은 충분히 점수를 확보했다. 남은 대회에 한 선수가 전부 금메달을 목에 걸어 점수를 따도 자신의 올림픽 출전에는 문제가 없으니 메이저 대회여도, 아예 나오지 않은 방향으로 수정한 거다.

따라서 웬만한 나라는 후보 선수나, 유망주 등만 내보냈다.

그리고 그게 지영의 시합을 편하게 만들어준 1등 이유였다. 그리고 그 이유로 이성진도 역시 무리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망주로 나온 일본 선수와 4분 게임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연장까지 가지 않고 절반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어서 홍콩, 대만, 중국 선수를 만나 깔끔하게 한판으로 제압하며, 지영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튿날도 상황은 비슷했다.

천재들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대회를 부수기 시작했다.

이런 경기력에 정규 중계가 없어 비즈 ent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지원도 받은 유튜버들의 현장 생중계를 보는 팬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피 터지는 경기 말고,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이기는 걸 보는 것도 좋네요 ㅋㅋ

-편안…… ㅋㅋ 난 내가 안마의자 앉아 있는 줄. 지하철 서서 가는 중인데 ㅋㅋㅋㅋ

-ㅋㅋ 어제 지영이 경기도 시원시원했는데, 오늘도 애들 경기 시원하네요 ㅎㅎ

-그동안 경기 전부 살펴보면, 원래 임효중 저 친구가 경기는 항상 압도적이었어요. 진짜 적수가 없는 느낌.

-ㅇㅇ 맞아요. 81에 눈에 띄게 천재들이 별로 없는 것도 있어서 더 그런 듯요.

-90만 해도 베카우리 라샤 선수 있고, 마백만 해도 울프도 있고 그런데, 임효중은 진짜 적수가 없는 듯요.

-66이나 73도 확실히 일본 선수들이 잘하죠. 특히 미야모토 신지 같은 선수는 강지영도 삐끗하면 질걸요. 그런데 임효중 쟤는 진짜 ㅋㅋ

-그럼 효중 오빠가 운이 좋은 거예요. 아니면 압도적으로 잘하는 거예요?

-반반?

-ㅇㅇ 반반.

-맞음. 잘하는 것도 잘하는 건데, 선수층이 이상하게 약함 81이.

-운도 좋고, 실력도 좋고.

-얼굴도 잘생기고.

-돈도 많고.

-아이돌이고.

-ㅅㅂ…….

-ㅋㅋㅋ

-그냥 쟤들은 다른 종족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보세요 ㅋㅋㅋ 안 그러면 내 마음만 아픔 ㅋㅋ

중계 채널은 경기에 집중하기보단, 그냥 잡담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이유는 황금세대의 경기가 조마조마한,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지 않아서였다. 이제는 제법 유도에 익숙해진 팬들이다. 그들은 이제 딱 서로 마주 잡은 것만 봐도 아 누가 더 우위에 있구나, 하는 점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경기가 계속 그렇게 이어지니 다들 마음이 편했다.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혹은 선수가 압도적으로 상대를 박살 내는 걸 매우 즐긴다. 아슬아슬하게 승부를 펼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시원시원하게 상대를 박살 낼 때를 가장 좋아했다.

지금이 딱 그랬다.

시원시원한 한판승의 행진.

아슬아슬한 경기는 거의 없이, 방심 없이 경기에 집중한 황금세대는 정말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라갔다.

이에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이었다.

그리고 이변 없이, 결승전도 깔끔하게 승리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옥에 티를 굳이 찾으라면 황석이 중국 선수를 상대로 한판이 아닌, 절반으로 이겼다는 것 정도? 딱 그 정도였다.

시합은 그렇게 끝났다.

이변 없이 금메달을 거머쥔 황금세대는 저녁부터, 전기정 감독의 허락하에 따로 움직였다. 대표팀과 헤어진 대신 임은진과 함께 나온 매니저 팀이 전담으로 붙었다. 저녁은 가볍게 회포를 풀었다. 싱가포르는 유명한 관광지였다.

그래서 돌아다녀 볼 곳이 정말 많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이미 지영이 이곳에 시합을 온 게 알려졌고, 경기장도 그런 지영을 보러 만원이었다. 호텔 앞에서 죽치고 있는 팬들도 있고 해서 밖으로 나가면 아무리 마스크를 썼다고 해도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분명 소란이 일어날 거고, 그건 곧 그것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된다. 그래서 지영은 그냥 호텔 라운지에서 가볍게 금메달을 축하하는 자리를 짧게 가졌다.

그리고 다음 날.

공항을 가득 채운 팬에게 손을 흔들어준 지영은 곧장 미국으로 향했다.

1차 목적지는 뉴욕이었다.

오랜 시간을 날아 뉴욕에 도착해 잠시 쉬다가,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디트로이트였다.

디트로이트에서 내려 다시 차로 이동.

최종 목적지는 미국 미시간주 남동부 디어본이었다. 디트로이트의 위성도시인 이곳에 포드 모터 컴퍼니의 본사가 있었고, 나탈리 포드는 다큐멘터리의 시작은 이곳이어야 한다며 지영을 이쪽으로 초대했다.

그런 디어본을 본 소감은.

넓다.

디어본으로 가면서 지영은 느낀 건, 진짜 더럽게 넓다는 점이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도, 지영은 더럽게 넓다, 라는 감정을 가장 먼저 느꼈다. 2층짜리 주택이었다. 영화를 보면 흔히 나오는 길가의 주택. 마당이 있고, 차고가 있는 그런 주택이었다. 그런데 넓었다. 한국의 평창동이 생각날 정도로 집터가 넓었고, 집도 컸다.

지영과 친구들, 매니저 팀이 방을 하나씩 잡았는데도 남을 정도였다.

그렇게 넓은 곳이다 보니 좋은 건,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집과의 간격도 간격이지만, 그냥 펑 트여 있어서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기도 했다. 짐을 대충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온 지영은 순간적으로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음, 안 되겠네.”

그리고 안 되겠단 생각도 같이 떠올렸다.

“뭐가 안 돼?”

옷을 갈아입고 나온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하하, 한국에서 이런 집 지으려면 시골로 가야지. 도시에는 절대 못 지을걸. 번화가는 더더욱.”

“그러니까. 그리고 지으면 욕 많이 먹을 거야.”

“그렇기도 하겠다. 우리 지영이, 검소한 이미지도 있으니까.”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

검소하진 않아도 그래도 돈을 펑펑 쓰고 다닌다는 이미지는 없는 지영이었다. 그런 지영이 서울은 아니어도, 충주에 이런 집을 지으면? 돈지랄한다고 생각할 거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주택보다 몇 배나 크기 때문이었다. 집의 크기는 한 서너 배 정도 크고, 마당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축구장 반만 했다. 차고에는 포드의 트럭 다섯 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이런 집을 한국에 지으면.

미친놈인가? 하는 욕을 먹고도 남았다.

그리고 아무리 충주가 시골이라지만, 땅값이 싸지도 않았다. 일단 부지를 사들이는 것만 해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질 거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강지영이 가진 이미지와는 정면으로 부딪칠 거고. 그래서 지영은 깔끔하게 접기로 했다.

“파티! 파티하자! 응?”

밖으로 나온 이성진의 외침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팅은 내일부터다. 몇 시간을 날아, 다시 차를 타고, 이렇게 움직였는데 곧장 미팅하자는 건 싸우자는 거로 해석해도 무방했다. 그러니 당연히 여독을 풀 시간을 줬다.

내일 초저녁, 그때 다시 나탈리 포드를 만나기로 한 지영이었다.

“근데 파티 준비는 어떻게 하지?”

“냉장고 열어봤는데, 여기 관리를 해주는 건지 아니면 미리 준비해 준 건지, 음식 가득 차 있던데?”

“아 진짜? 그럼 따로 마트에 안 가도 되나?”

“음, 혹시 모르니까 가보는 건 어때? 미국 마트 궁금한데.”

“그럴래?”

“응. 그리고 은정이가 사진 찍어서 좀 보내 달라고 했거든. 하하.”

황석의 순진한 웃음에 지영과 친구들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어떻게 가? 면허 있는 사람 있어?”

“나.”

“어, 너 있는 거 알지. 근데 너 면허 그거 국제면허야?”

“응. 신청했지.”

“와……. 역시 주장.”

이성진이 놀란 표정을 짓자, 강한결이 턱으로 슬쩍 지영을 가리키며 재차 말했다.

“지영이도 국제면허일걸?”

“……진짜?”

“나야 할 일이 있으니까 미리 신청했지.”

“아니, 그거 말고. 면허 언제 땄어?”

“나? 작년에?”

“…….”

눈만 끔뻑이는 이성진. 그러다가 강한결과 지영을 번갈아 보다가, 황석을 바라봤다.

“너도 있냐?”

“……응.”

“임효중 넌.”

“난 없는데?”

“와 씨! 여자친구 있는 것들만 있어!”

이성진은 그렇게 외치며 흐르지도 않는 눈물을 닦으며 쪼그리고 앉았다. 그런 장난에 지영은 그냥 하하, 웃고 말았다. 사실 지영은 차와 친하지 않았다. 회귀 전 사고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부상에 관한 트라우마지, 자신에게 부상을 안겨준 자동차에 관한 트라우마는 다행히 아니었다.

그래서 지영은 어렵지 않게 면허를 땄다.

스케줄 있을 때야 임은진이 데려다주지만, 평소에는 아니기 때문에 직접 차를 몰아 그녀를 만나려고 미루지 않고 면허를 땄다. 다만 차까지 사진 않았고, 어머니가 평소 타는 차를 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진짜 딱, 연인이 있는 셋만 면허가 있었고 없는 둘은 굳이 아직 따지 않았다.

데이트에는 차가 필수라는 점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효중아, 우리도 얼른 여자친구 만들자!”

“됐거든? 한결아. 장은…… 우리끼리만 가야겠는데? 저기 지영이 손님 왔다.”

손님?

임효중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메리 킴이 막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깔끔한 정장 차림. 한국에서 봤던 인원이 그대로 왔다. 미팅은 내일인데 오늘? 이런 의문은 넣어두고 일단은 인사부터 하는 지영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디어본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는 데 힘들었죠?”

“아니요. 신경 써주신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호호, 그랬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그냥 빈말하는 게 아니라 포드는 정말로 신경을 써줬다.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올 때 좌석은 전부 비즈니스석이었고, 도착해서 디어본까지 오는 차량도 리무진으로, 매우 쾌적한 환경이었다.

대회를 끝낸 후유증과 장거리 비행만 아니었으면 차 안에서 뻗어 있지 않고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을 거다.

“그런데 어쩐 일로 오셨어요?”

“아! 내일 스케줄 이동할 때 안내를 맡게 되어서요. 내일 급하게 오는 것보다 미리 와 있는 게 낫겠다 싶어서 옆집 숙소를 잡았습니다.”

“아 진짜요?”

“네! 저희는 조용히 없는 듯이 있을 거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니에요. 저희 저녁에 바비큐 파티? 미국식으로 좀 해볼까 하는데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아, 안 바쁘시면요.”

“정말요?”

지영의 말에 눈빛들이 대번에 초롱초롱해졌다.

당장 한 달 전에도 왔으니 미국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거리를 막 돌아다니고 할 정도로 익숙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건 결코 나쁜 생각이 아니었다.

‘어차피 세 명 더 추가되는 거니까.’

크게 부담도 없었다.

그렇게 메리 킴의 진두지휘로, 저녁은 성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미국식 홈파티를 경험했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피곤함이 있어 일찍 끝냈다. 22시, 그러니까 저녁 10시쯤 잠든 지영이 일어난 건 12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서였다.

잘 먹고, 기절한 것처럼 자서 그런지 컨디션은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다만 나트륨이 빵빵하게 들어와 그런가, 좋아진 컨디션만큼 눈도 퉁퉁 부어 있었다.

“좀 뛰어야겠는데…….”

이런 얼굴로 나가는 건 용납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지영은 양치만 하고 곧장 캐리어에서 운동복을 꺼내 챙겨 입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자 1층 거실에 늘어져 있던 친구들이 바로 반응했다.

“이제 일어…… 뛰게?”

“응. 눈이 너무 부어서. 이따가 저녁에 미팅도 있으니 좀 뛰고 오려고. 날씨도 좋고. 점심은 갔다 와서 가볍게 먹을게.”

“어, 같이 가자. 나도 좀 찝찝했는데.”

강한결이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자, 다들 같이 일어났다.

하여간, 이 정도면 훈련 중독자들이었다. 시합이 끝난 지 이제 고작 3일 지났는데, 좀 쉬면 되는데. 친구가 뛰는 걸 보고 다 같이 일어나는 걸 보면 확실히 훈련중독이 맞았다. 금방 옷을 챙겨 입고 내려온 친구들과 지영을 본 임은진과 매니저 팀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죽여주는 디트로이트의 날씨 아래 러닝을 시작했다.

“와, 이런 데서 뛰니까 막 할리우드 영화 주인공 된 거 같지 않아?”

이성진의 말에 다들 숨을 고르면서도 고개는 전부 끄덕였다.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햇살도, 상쾌한 공기도, 이런 환경이 이상하게도 지영의 마음을 두둥실 띄웠다.

그런 마음으로 30분쯤 러닝을 마치고 오니, 기가 막히게 부었던 눈은 가라앉아 있었다. 얼굴이 부었을 때는 역시 땀을 흘리는 게 최고였다. 씻고 다 같이 점심을 가볍게 먹고, 지영은 메리 킴의 안내를 받아 미팅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지영은 인사를 가볍게 나누고, 곧장 회의에 돌입했다.

사람 좋게 웃던 임은진은 사라지고, 내 배우 챙기는 깐깐한 매니저 임은진이 선봉에 서 스케줄을 조율했다.

이 부분은 확실히 화기애애했던 처음과는 달리, 팽팽한 기 싸움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아예 처음 미팅할 때처럼 팽팽하지는 않았다. 이미 어느 정도 조율이 끝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영이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동안, 임은진도 포드와 이 같은 부분을 조율했다. 그래서 조금 부딪침은 있었지만, 금방 조율이 끝났다. 이어서 촬영팀을 소개받았고, 소개받은 직후 곧장 돌기 시작하는 카메라 앞에서 지영은, 포드의 운명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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