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16화
316화. 세계 선수권(12)
기자 회견은 라이브였다.
이 라이브로. 이제 고작 스물한 살밖에 되지 않은, 어쩌면 애송이 중의 상 애송이나 다름이 없는 두 친구의 말에 세계가 술렁거렸다.
특히 가장 격렬한 반응이 나오는 곳은, 당연히 축배를 들다 말고 날아드는 폭탄에 처맞고 있는 일유협 사무국장 고시키 마시로였다. 다나카 마쓰이는 자신의 부하고, 이 일은 전적으로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위에 보고해 승인을 얻어 다시 직접 진행한 일이었다. 그걸 위해 집안에서 유일하게 미국에서 일하는 마크 켄고를 불러와 직접 일을 맡겼다.
넌지시 로비를 위해 자금을 옮겨야 한다고 했을 때, 마크 켄고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지구를 길게 한 바퀴 돌리면 절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인터넷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이 아닌 사람을 통해 움직이면 결국 시작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거라고. 그리고 그런 일을 전담해서 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그러니 믿고 맡겨 달라고 해서, 믿고 맡겼다.
따로 보고는 없었지만, 마시로는 마크 켄고가 캐리어를 러시아로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대충 감을 잡았고, 안도했다. 이후 페페가 화물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지령을 내렸다.
한국의 애송이들과 대일본의 선수가 붙으면, 철저하게 대일본 선수의 편을 들어라.
도박 빚이 있는 페페는 그 지령에 충실히 따랐다.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카드지만, 그 결과 황금세대를 전부 엮었고, 감히 신성한 시합에 개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판을 짤 수 있게 됐다. 심판 회유? 그건 어차피 안 걸리는 거다. 그날 경기장에 있던 전원이 페페가 돈 받아먹었네, 하고 생각해도 증거가 없으니 발뺌하면 그만인 문제였다.
하지만 황금세대는 난입했다.
그건 모두가 봤으니 증거가 철철 넘쳤다.
그래서 마시로는 빠르게 징계위 소집을 청했고, 대회가 끝나는 즉시 열리기로 합의를 봤다. 징계위가 열리는 순간 페페도 징계받겠지만, 황금세대도 징계 확정이었다.
많이도 필요 없었다.
반년.
반년짜리 징계 하나면, 그럼 목적은 100% 초과 달성이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이제 하루 후면, 웃으면서 일본 스포츠의 중추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유협의 회장 자리가 자신의 것이 될 거로 생각했다.
“칙쇼! 빌어먹을 포드!”
포드, 저 빌어먹을 포드 년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언제부터 대체? 감시에는 이골이 난 마크 켄고도 당시 감시의 시선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시작부터 저 빌어먹을 년이 보낸 사람이 돈의 경로 전부를 쫓고 있었다. 철저하게 돌리고 돌렸는데, 그걸 전부 확인하고 증거를 사진으로 전부 보였다. 나중에는 심지어 페페가 삽으로 땅을 파 돈 가방을 꺼내는 영상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미쓰비시 그룹에서 나온 돈이 태평양을 건너 상파울루로 이동하는 것까지도 잡았다.
이건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라고 발뺌하기에는, 모든 증거가 너무 확실하게 잡혔다. 빠져나갈 구멍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마시로는 전화를 걸었다.
마크 켄고는 받지 않았다. 저 빌어먹을 기자 회견이 시작되고 벌써 수십 통이나 걸었는데,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빠가야로 켄고! 으아아!”
그게, 분노를 폭발시켰다.
쨍그랑!
즐겨 마시는 고급 와인을 담았던 잔이 깨지며 비산하고, 서재에 있던 것들이 마구 깨져 나갔다. 골프채를 들어 있는 대로 분노를 푸는 바람에, 이미 긴자의 마담이 보낸 고급 콜걸은 도망간 지 오래였다.
“칙쇼! 칙쇼! 으아아!”
부쉈다.
걸리는 건, 눈에 보이는 건 그냥 다 때려 부쉈다.
빌어먹을 강지영이 대체…….
“저 새끼가 뭐라고 대체! 왜! 왜에! 으아아!”
저 인간에게 잘 보이려고 일유협을 감시하기 시작했다는 저 믿기지 않는 말에,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미국에서 활동해, 미국의 기업가에겐 아주 익숙한 마크 켄고와 회동하는 바람에 의심의 여지를 너무나 크게 심어뒀고, 그 감시 능력을 벗겨 내지 못하고 일을 진행한 바람에 모든 증거가 저 빌어먹을 여우에게 다 들어갔다는 거. 그거? 그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얘긴가?
고작 도복을 입은 선수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태동해 세계로 전파된, 그렇기에 내각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종목이자 국기인 유도에 종사하는 일개 선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그놈에게 잘 보이려고 내가 아닌, 강지영에게 달려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단 말인가! 도대체 왜!”
마시로에게 일유협은 거쳐 가는 길목이다.
이곳을 통해 중추협회로 가게 될 것이다. 그게 가문에서 자신에게 지시한 로드맵이었다. 그 로드맵을 따라 지금까지는 순탄하게 왔다. 가문의 지원과 마시로 개인의 능력치 합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정당하게.
때로는 지저분하게.
때로는 악독하게.
그렇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고, 이제 조금만 더 등반하면 50대가 되기 전에 체육회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진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꼬리를 잡혔다. 그냥 잡힌 것도 아니다. 어찌나 꽉 잡혔는지, 이걸 빼내려면 꼬리 자체를 잘라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꼬리가 난 동물이 아니다. 그러니 뭘 잘라내면, 과다출혈로 뒤지게 생겼다.
그리고 애초에…… 비유적으로도 잘라낼 꼬리가 없었다.
왜?
이 일은 자신이 직접 기획했고, 마크 켄고와 만나 직접 실행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했으니 쟤! 쟤가 과잉 충성한 겁니다! 하고 쳐낼 꼬리가 없었다.
외통수였다.
자신과 마쓰이, 마크 켄고와 긴자에 들어가는, 그리고 나오는 모습이 찍힌 거야 어떻게든 넘어가겠는데, 이후 페페에게 돈이 전달된 것과 자신이 미쓰비시 그룹 인사와 만나는 모습, 그리고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음성 녹음까지 있고 수사기관에 주겠다고 했으니 이건 무조건 외통수였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내가 꼬리가 된 건가?”
잘라낼 꼬리가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이 잘려 나갈 꼬리가 됐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고, 그건 아무래도 정답 같았다.
“도대체 왜……!”
완벽했는데!
저항하지 않으면 그대로 길들일 수 있었고, 저항하면 그대로 쳐낼 수 있는 완벽한 판이었는데! 실제로 첫 번째로 붙는 게 확실시되는 신지는 절대로 들어먹을 인간이 아니라 패스했고, 그다음 붙을 아베 히후미를 불러 거칠게, 스트레스를 다 풀고 나와도 좋으니까 폭력적인 경기 운영을 지시했고, 사무국장이 챙겨준다는 말에 눈을 희번덕거린 아베 히후미가 제대로 그 말을 이행했을 때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돌아가는 판이었는데, 그게 다 망가졌다.
까드득!
“저년…… 죽여버린다!”
포드?
빌어먹을 자동차 팔이 년이 모든 걸 망쳤다.
이를 뿌득 간 마시로는 알고 지내던 인맥 하나를 소환했다. 그리고 그 인맥에 하나의 의뢰를 더 넣는 순간, 그의 죄명에 ‘살인 교사’가 추가됐다.
* * *
그렇게 범인이 자폭 순서를 밟아갈 때쯤, 인터넷은 폭발하고 있었다.
진짜…… 말 그대로 폭발이었다.
-X발 자랑스럽다 못해 가슴이 웅장해진다, 진짜…… 와, 와아…….
-미국 세율 아는 사람? 저 경우 세금 얼마 뗌?
-20%인가? 원천징수로 22% 정도 떼는 것 같은데?
-그럼 얼마지? 70억쯤인가?
-ㅇㅇ 그쯤 될 거 같은데?
-그럼 70억을 회사랑 그냥 5대5로 나눈다고 쳐도 35억이고, 3년이면…… X발.
-100억 넘네……. 근데 그걸 기부? 한 방에? 한 푼도 안 가져가고? ㅋㅋㅋ
-뭔 신념이 몇백억인데?
-말도 X나 멋있음.
-나는 결국 포드의 광고를 찍지만, 신념을 지키기 위해 대가는 이곳에 놓아두고 갈 거고…….
-그렇게 하더라도 너덜너덜해질 신념을 그래도 끝까지 품고 있을 거다…….
-일본 새끼들 더러운 수작에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말도, 진짜 가슴에 확 와닿았음. 진짜 대박이다. 와…….
-건너건너 아는 사람의 친구가 비즈 다니는데, 거기 얘들 정산 비율 7대3이래요.
-누가 7? 회사?
-미쳤음? 아티스트가 7이죠 무조건 ㅋㅋ
-와, 그럼 얼마야. 70억에 30% 대충 떼면, 힉!
-49억. 50억쯤 되네…….
-3년이면 그냥 150억……. 그걸 한 방에. 그냥 미국 어린이들에게 전부 기부? 와 스케일 미쳤냐고 진짜 ㄷㄷ…….
허허, 일이억도 아니고 무려 연간 49억. 그냥 50억에 가까운 돈을 기부한다는 거다. 이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솔직히 강지영이 결국 포드가 쥔 증거 때문에 CF를 찍는다고 했을 때, 장탄식이 흘러나왔던 곳이었다. 특히 지영의 팬카페에는 우는 표시가 파도처럼 쳤다.
신념.
연예인 강지영이 가진 신념은, 연예인 이상 가질 수 없는 신념이었다. 절대로 지켜지지 못할 신념.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그 신념은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를 앞에 두고도 지켜졌고, 그러면서 일이 이상하게 커지더니 아티스트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렸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이지, 상상조차 못 할 몸값을 자랑하게 됐다.
물론, 그 신념을 꺾어야만 적용되는 몸값이었다.
팬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 신념이 그냥 지켜지기를 바랐다.
고집이고 아집이라고 해도, 그걸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지키겠다고 천명한 이상 끝까지 지켜지기를 바랐다.
절대 돈 앞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굴복했다.
다만 그건 돈이 아닌, 황금세대 전체가 맞이한 위기를 타개할 증거 앞에 무너졌다. 그래서 그 앞에 무너진 지영을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너진 건 무너진 거다. 돈을 아예 안 받으면 모를까, 1년 75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을 성사된 순간 신념은 무너지고, 망가진 게 맞았다.
그에 대한 애도이고, 오열이었다.
지영의 팬들은 진심으로 슬퍼했다. 결국 상황이 어찌 되었건 간에 끝끝내 굴복한 것과 다를 게 없으니까. 그래서 마치 초상난 것처럼 우울했었다. 지영이 너덜너덜해진 신념이라도 지키겠다는 선언을 대놓고 하기 전까진.
-역시 지영이…….
-진짜 어려운 거다 저거 ㅠㅠ 한두 푼도 아니고 저게 얼마냐고 ㅠㅠ 저걸 신념을 지키기 위해 기부하겠다는 발상이 진짜 ㅠㅠ
-우리가 좋아하는 지영이는, 저런 사람입니다! ㅎㅎ 제가 막 기분 좋네요 ㅎㅎ
-혹시 몰라서 미리 말하는데, 그래도 기부할 거면 한국에 하지 같은 개 같은 소리는 다른 데 가서 하길 바람 ^^
-ㅋㅋㅋ 그거 쓰려고 했던 인간 분명 있었다 ㅋㅋ
-ㅋㅋ 맞아요 그런 말 하지 말기 우리. 지영이가 그런 생각 안 했을 거도 아니고.
-맞음. 쟤 더럽게 똑똑한 애임. 분명 그거 들고 와서 여기다가 기부했으면 분명 문제 될 거 아니까, 아예 그거 차단하려고 그 땅에다가 두고 오겠다고 선언한 거임. 캬, 진짜 대박이다.
-마음도 마음인데, 이게 전략적으로도 진짜 대박인 겁니다. 아무리 로비가 합법인 나라라고 해도 저런 증거를 돈 주고 샀다고 둘이 같이 발표한 거잖아요. 뒤 문제를 포드가 다 해결해 준다고 해도 분명 문제 될 게 꽤 있었음. 그리고 결국 너도 어쩔 수 없이 돈에 굴복했네, 마네 하는 사람도 나올 거고.
-그 모든 여론을 한방에 뒤집는 완벽한 카운터. 맞죠?
-ㅇㅇ 맞아요. 이제 지영이 쟤를 누가 깝니까. 한두 푼도 아니고 150억에 가까운 본인 몫의 계약금 전체를 신념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기부를 때리면서, 이제 그 누구도 욕할 수 없게 된 거임.
-맞아요. 장담하는데 이 건으로 강지영을 깐다? 그럼 진짜 역적 당첨일 거요. 인생 X 되고 싶으면 해보면 된다는 독일 경찰 앞에 가서 하일 히틀러! 하는 자세로 손 뻗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ㅇㅇ 인싸 되고 싶어서 까도, 아싸 당첨이고. 진짜 대단하다. 저 기부라는 카드 하나가 모든 여론을 반전시키고, 다 자기 편으로 만들었음. 당장 한국만 해도 찬양 기사 어마어마하게 나가고 있어요. 미국도 마찬가지고,
-영미권도 마찬가지임.
-일본이랑, 중국만 조용함.
-일본이야 그렇다 쳐도, 중국은 왜?
-배 아프니까요. 걔들은 강지영 무보유국이니까 ㅋㅋㅋㅋ
-ㅋㅋㅋㅋ
-일본은 어떻게 될까요?
-누군지 몰라도 저 사진에 나온 인간들은 끝났음. 장담하는데…… 100% 꼬리 자를 거임. 이건 진짜 너무 빼박이라서.
-나탈리 포드? 저 여자가 그랬잖아요. 보여줄 수 있는 것만 보여준 거라고. 나머지는 전부 수사기관에 맡길 거라고.
-동영상 증거까지 있는 판인데, 도·감청 증거라고 없겠음? 작정하고 뜯어본 건데. 포드도 뭐 욕 좀 먹겠지만, 솔직히 그걸로 강지영 살렸고 지들도 강지영 샀으니 무조건 남는 장사임.
-포드 로비 능력이면 뭐 안 봐도 빤한 거 아님? 원래 이 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그래도 도의적인 문제 포함 몇 개 있긴 했는데, 강지영이 그걸 기부 카운터로 모조리 날려버렸잖아요. 포드도 거기 편승해서 우리도 같이하겠습니다! 하면 게임 끝임. 포드 완승. 일유협 개떡실신 ㅋㅋ 빤하죠, 뭐.
-ㅋㅋ 와 이걸로 영화 한 편 써도 되겠네 ㅋㅋ
-빤하지만, 국뽕 한 사발 가득 품은 ㅋㅋ 나는 볼 용의 있음!
-나도!
우울했던 팬카페는, 순식간에 활기를 찾아 밝아졌다. 그리고 이들에게 활기를 찾아준 기자 회견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