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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04화 (304/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04화

304화. 유도 챌린지(17)

5주간의 레이스가 끝날 때가 됐다.

남녀 7체급이 끝나고, 체급별 입상자들의 왕중왕전과 단체전이 같은 날에 열리며 8일째를 장식했다.

그리고 9일째.

3월 1일 토요일에 이벤트 매치가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이날은 볼거리가 많았다.

이전의 대회는 유도에 집중시키기 위해 축하공연 같은 건 하나도 넣지 않았다. 오직 유도 경기만 보여줬다. 다른 대회는 아이돌이 나와 축하공연도 하고 그러는데, 대회 기획 측은 아예 그런 공연은 넣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넣었다.

무려, 제일 잘나가는 남녀 아이돌 두 팀과 세대별로 인기가 많은 가수의 공연을 전부 넣었다. 이 공연만으로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체급별로 많으니 경기가 제법 많아서 오후 1시부터, 본격적인 대회가 막을 올렸다.

대미를 장식하는 날의 첫 게임은, 이연두였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이연두와 강유진이었다. 이연두는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다시 현역으로 복귀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놨다. 왜 그러냐니까, 자기가 받는 지금 연봉을 생각하면 포기하기 어렵다고 얘기를 했다.

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그녀의 연봉을 추려봤는데, 적어도 7천 이상이었다.

그럼 선수로 복귀하면?

그녀의 인기를 노리고 접촉한 곳이 꽤 있었는데 가장 많이 부른 곳이 5천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무려 2천 차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연두는 현역복귀는 없을 거고, 이런 이벤트 대회가 열리면 그건 참가하겠다는 마음을 밝혔다. 그에 너무 속물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게 욕하는 사람은 현실적인 사람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애초에 국가대표가 꿈도 아니고, 올림픽 출전도 꿈이 아닌 사람에게 잘하고 있는 지금 일을 관두고 선수로 복귀하라는 건 정말 양심이 없는 말이었다. 그것도 연봉을 아래로 받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소신을 밝혔고, 그것조차 화제가 되어버렸다.

그다음은? 폭풍 같은 섭외 쇄도였다. PD며 작가며, 전부 그녀가 일하는 수로 몰려갔다. 하지만 휴가를 받은 그녀는 출근하지 않았고,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당연히 개인정보를 밝힐 리가 없었다.

대회 측에 문의해 봐도 역시 거절, 몸이 닳고 닳은 방송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이연두는 잠적한 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4주 만에.

그런 이연두는 현소연과 매치가 붙었다.

현 국내 랭킹 1위.

이변이 없는 한 독일 함부르크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확실시되는 현소연과 이연두의 대결은 당연히 관심이 집중됐다.

첫 게임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람들은 궁금했다.

야생에서 자란 천재가, 서울체중, 서울체고, 용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를 과연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가 궁금했다.

현소연도 충분히 천재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부터 두각을 나타냈는데, 그때부터 착실히 정상급의 기량을 선보였다. 당연히 항상 또래보다 두 수, 세 수는 위에서 놀았기 때문에 천재라고 불러도 무방하기도 했다.

나이는 세 살 차이. 스물일곱인 이연두와, 이제 막 용인대를 졸업한 현소연은 스물넷이다. 그러니 두 선수는 이연두가 운동을 그만두기 전에도 붙어봤을 리가 없었다. 두 살 차이면 몰라도, 세 살 차이면 학년 자체가 달라지니 말이다. 대학부는 와야 붙을 수 있는데 이연두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운동을 그만뒀으니, 당연히 맞붙는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지영아. 누가 이길 것 같냐?”

옆에서 이우진과 잡고 몸을 풀던 구혁의 물음에, 지영은 잠시 두 선수의 스타일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주변을 슬쩍 돌아봤다. 여자 선배들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보면, 이연두가 이길 것 같긴 해요. 기세도 기세인데, 스타일이 아마 천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치? 소연 선배가 잘하긴 잘하는데, 이연두 같은 스타일엔 약하긴 하지.”

“네, 비슷하게 이성적인 선수와 붙으면 꼭 조급함을 참지 못해 달려들다가 날아가는 경향이 있죠.”

“그럼 오늘도 그렇게?”

“아마도요? 뭐, 예상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영이 본 현소연은 약점이 명확했다.

현소연은 차분하게 시합을 풀어나가는 선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앞에 억지로란 말이 붙었다. 현소연은 본래 성격이 좀 급하다. 그 성격이 유도에도 적용되는데, 그걸 아마 이전의 코치나 감독이 바꿔버린 것 같았다.

공격 일변도.

저돌적 공격성은 좋은데, 유도는 알다시피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데 아주 특화된 종목이었다. 상대가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면, 그건 유도 1년 배워 갓 초보에서 벗어난 선수도 받아서 한판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런 성격 때문에 분명 코치진에서 손을 본 시합 스타일이 지금의 스타일이다. 그런데 상대도 조용하다? 자신과 똑같이 고요하게 멈춰 서서 상황을 파악하며 시합을 풀어나간다? 이걸 못 견디는 거다.

“참을성만 기르면 진짜 끝내줄 건데.”

“하하…….”

지영의 말에 옆에 있던 이우진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저기 두 사람? 그래도 남자친구가 있는데 뒷담은 좀 자제해 주시죠?”

“아 맞다, 미안타.”

“아, 미안.”

깜빡했다.

현소연의 남자친구가 이우진인걸.

듣기로는…… 대학 새내기로 들어온 이우진을 현소연이 저돌적인 러시로 사로잡았다고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본래 성격이니까, 평소에는 잘 감추다가도 그게 잘 안되는 상황의 뭔가가 터지면, 그대로 폭발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근데, 그런 화끈한 성격이…… 시작부터 폭발했다.

와자리!

와아아!

차분하게 나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현소연은 시작과 동시에 인파이터처럼 붙었다. 그리고 살짝 당황한 이연두가 물러나는 걸 쫓아가며 밭다리를 찍어, 절반을 따냈다.

“이야…….”

잡지도 않고 그냥 어깨만 댄 다음, 손바닥으로 밀며 찍어서 후린 밭다리였다. 그리고 그 밭다리에 제대로 쓸려 뚝 떨어졌는데 역시 초경량급이라 그런지 그 상황에서도 몸을 빙글 틀어 떨어졌다.

지영이 봐도 한판은 아니고, 절반이 맞았다.

그리고 한판이었어도, 아마 심판은 절반을 주었을 거다. 이번 대회의 최대 수혜자인 이연두의 시합인데 시작과 동시에 끝낸다? 말도 안 되는 거다. 그러니 아마 분명 주최 측에서 심판에게 부탁했을 거다. 이러이러하니, 시합이 일찍 끝나는 건 좀 막아달라고. 본 대회도 아니니 심판은 당연히 수락했을 거고. 그러니 제대로 떨어졌어도 한판이 나왔을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했다.

시작과 동시에 절반을 딴 현소연은 이후에도 공격적인 스타일을 이어갔다.

경량급이다. 그것도 여자부에서 가장 초경량급인 마이너스 48체급이다. 이는 몸놀림이 굉장히 빠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치 복싱의 풋워크 비슷하게 스텝을 밟으며 이연두를 압박했다.

“저건 마치…….”

“족쇄 풀린 짐승 같은데……?”

여자 선배라지만, 그전에 운동선수니까.

지영은 구혁이 한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본래 자기가 하고 싶던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현소연은 움직임은 정말 봉인을 푼 것처럼, 자신을 묶고 있던 족쇄를 벗어던진 것처럼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말했듯이, 저런 공격적인 유도는 그 자체로 약점이기도 했다.

홱!

손을 뻗으며 밀고 들어오는 걸, 그대로 옆으로 돌며 소매 끝단만 잡고 꽂은 빗당겨치기에 이번엔 현소연의 몸이 빙글 돌았다. 하지만 제대로 잡지 못했고, 현소연도 버텨서 발바닥이 돌아 매트를 강하게 찍는 선에서 끝났다.

와자리!

그리고 심판은 역시 절반을 선언했다.

우와아!

이연두! 이연두!

역시, 환호의 급이 달랐다.

처음에 현소연이 메쳤을 땐 우와아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연두가 메치자 우와아악! 하는 느낌이었다.

뭐 두말할 것도 없이 인기의 차이였다.

이런 두 사람의 매치는, 현소연의 승리로 끝났다. 연장까지 들어간 혈투 끝에, 반칙으로 현소연이 승리했다. 두 선수의 경기가 승부가 난 지점은 체력이었다. 이연두가 아무리 평소에 운동을 했어도, 시합 전에 준비를 많이 했어도 밥 먹고 매일 운동만 하는 현소연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훈련을 하는데 그 체력과 비슷하면, 그건 이연두를 잡아다가 해부해 봐야 하거나, 아니면 현소연이 훈련을 전부 대충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게 분명했다.

연장이 4분쯤 지나자, 이연두의 체력은 확실히 떨어졌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텼지만, 체력에서 밀리니 기세에서도 밀리고, 실제로 잡기에서도 밀렸다. 당연히 기술에서도 밀렸고. 심판은 결국 이연두에게 반칙을 줬다.

그 결과 반칙 세 개로, 반칙패를 받았다.

조금은 허무한 결과였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결국 체력을 제외하면 일반인인 이연두가 국가대표 현소연과 비슷한 실력이란 뜻이니까.

“운동 안 그만두고 계속했으면, 국가대표는 무조건 했겠네.”

구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현소연도 새롭게 떠오르는 강자인데, 구혁의 말처럼 이연두가 계속 운동했다면, 아마 저 자리는 이연두의 자리란 생각을 다들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경기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현역 국가대표와 은퇴한 선수들의 기량은 확실히 차이가 났다. 그리고 그건 남자고, 여자고 다르지 않았다.

“이연두 저 사람이 대단한 거였네.”

“그러게요.”

쿠웅!

66 체급 1위 도전자를 이성진은 길게 끌지 않고 2분 만에 끝냈다. 그리고 지영도 잠시 뒤, 도전자와 함께 경기장에 입성했다.

지영의 상대도 역시 은퇴선수였다.

그리고 당연히 지영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벤트 대회니까 적당히 시간을 보낸 뒤에 지영은 절반, 절반 합쳐서 한판으로 경기를 끝냈다.

성대한 쇼의 끝을 향해 경기는 계속 이어졌고, 이변은 없었다.

현역 중에서도, 현재 입촌한 실력자들은 전원 자신의 위치를 지켰다. 몇 게임을 제외하고는 당연히 전원 승리했고, 현실의 벽이 높음을 확인시켜줬다.

쇼는 그렇게 끝났다.

소문난 잔치의 성찬으로.

일본은 자기 나라의 무술로 쇼를 벌이는 한국이 우습다는 한 줄 평을 내놨지만, 이전에 이런 대회를 따라 하려 했지만 상금이 고작 몇십만 원 수준에다가 참가자가 하도 없어서 폐지 순서를 밟은 전적이 있기에 부러워서 저러는 거라는 말로 그냥 일축해 버렸다.

쇼가 끝나고 일주일 뒤, 늦은 선발전이 열렸다.

유도 열기는 확실히 올라왔다.

결승까지 진출한 지영은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을 보면서, 유도의 보편적인 인기가 역시 확실히 좋아졌단 생각에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잠시 뒤, 이성진이 들어갔다.

이성진의 상대는 신지혁이었다. 이성진의 등장 전에 천재로 불리던 선수. 하지만 이성진의 등장 이후, 그에게 빌려 이인자로 추락한 선수가 됐다. 비운의 천재. 하늘 위에 하늘에 가려진 선수 등등. 이우진과 평이 같아서…… 그에 많은 상처를 받은 선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신지혁의 폼을, 하락시켰다. 하락시켜도 결승까지 올라오는 실력자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이성진을 넘지는 못했다.

쿠웅!

잇폰!

“아자!”

한판을 따내고 좋아하는 이성진은 확실히 요즘 폼이 올라왔다. 훈련에 중점을 둬서인지, 기술의 날이 진짜 바짝 서 있었다. 자유연습을 잡아보면 지영도 가끔 걸려 날아갈 정도였다.

66 결승이 끝나고 이어진 73의 패자전. 패자전이 끝나고 지영의 차례가 됐다.

상대는 구혁.

4강에서 이우진과 만나 20분에 가까운 혈전을 치른 뒤 올라온 구혁이지만, 그때 체력과 기력을 전부 써버렸는지 지영에게는 제대로 기술도 걸어보지 못하고 모두 걸기 한판으로 패했다.

지영과의 경기는 고작 2분이었다.

그렇게 1차와 2차 선발전에 우승하며 국내에서는 자리를 공고히 했고, 황금세대의 다음 시합은…… 세계 선수권이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정말 오랜만에 두 선수가 만났다.

강지영.

미야모토 신지.

두 천재의 격돌이, 1회전에 예정되었다.

초미의 관심. 세계 유도인의 관심이 이 1회전 경기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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