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92화
292화. 유도 챌린지(5)
2025년 1월 27일. 첫 대회가 시작됐다.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시작된 더 챌린저는 남자는 마이너스 60, 여자부도 사이좋게 마이너스 48부터 시작했다.
사성은 돈 지랄이 뭔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이미 흥미가 돌기 시작했을 때, 최대한 빠르게 대회를 열어야 그 인기가 식기 전에 더 흥미를 올릴 수 있단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1월 2주 마지막 날에 참가 신청을 마무리하고, 경기장을 물색했다. 상당한 인원이 펼치는 대회였다. 그래서 사성은 아예, 체육관을 두 개로 잡았다. 한 체육관은 예선전을 치르는 용도고, 한 대회는 본선 메인 매치를 위해 경기장을 딱 하나만 만든 체육관이었다.
장소는 당연히 서울에 있는 체육관이었다.
그렇게 체육관을 나눠 대망의 1월 27일, 더 챌린지의 예선이 막이 올랐다. 열기는 대단했다. 각종 취재는 물론, 일단 선수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사실 경량급 중의 경량급이라 할 수 있는 두 체급은 헤비급만큼이나 선수가 없었다. 왜? 체중감량이 정말 힘들기 때문이었다.
운동선수들은 따로 웨이트를 하지 않아도 기본 훈련만으로도 상당한 근력이 붙는다.
그건 경량급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보통은 체급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그나마 버틸만한 선수들은 체급에 남는데, 그런 선수들이 크게 많지 않았다. 혹은 경쟁이 그나마 덜하니 혹독한 감량을 거치는 경우도 있었다.
도쿄올림픽 당시 머리를 밀었던 여자 선수의 일화가 있었던 것처럼, 감량은 정말 혹독했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왜, 저럴 거면 아예 침도 뱉어 빼지 그러냐고 그랬는데, 실제로 예전엔 침도 뱉어서 감량하고 그랬다. 물론 그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는 선수도 많았다.
그만큼 힘들어서 60이나 48은 타고난 체구가 작은 선수들만이 남은 체급이었다.
그러나 그런 선수들이 더 챌린지에 무려 남자는 280명, 여자는 200명 가까이 나왔다. 현역과 은퇴 선수들 전부 합치니 이 정도는 충분히 나온 거다. 아마추어들도 신청하긴 했는데, 사성은 체육관 출신은 전부 커트해버렸다.
이는 지영과 친구들의 의견 때문이었다.
체육관 유도. 여기서도 용이 나긴 한다. 하지만 밥 먹고 유도만 양반들을 체육관 유도는 절대 넘어설 수 없었다. 그래서 아예 시작단계에서 전부 걸러냈다.
그렇게 선별되어 나온 입상 경력도 화려했다.
메달을 따봤던 선수들은, 거의 전원 체급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선수들이 모였으니 정말 시작부터 불이 붙었다.
“와…….”
총 10개의 경기장에서, 두 체급을 쳐내기 시작했다.
준비를 진짜 많이 했는지, 이렇게 많은 인원의 예선을 치르는데 혼선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이랑 경기도 유도회 섭외했다더니, 진짜 제대로 하긴 하네.”
경기 진행 요원은 보통 선수들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시합한다. 그러면 서울에 적을 둔 학교 선수 중, 그날 시합이 아닌 선수들이 경기 진행을 돕는다. 이들은 일종의 스태프로 선수를 호명하고, 줄을 세우고, 경기장을 정돈하는 등의 일을 진행한다. 그런데 현재 웬만한 현역들은 전부 이 대회에 출전했다.
대한유도회에서 압박을 줬지만,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그냥 날리는 건 너무 아까우니 유도회가 뭐라 지랄하건 말건 전부 시합에 출전했다.
져도 상관없었다.
은퇴한, 체급의 레전드들과 맞붙는 건 실력향상에 지대한 도움을 줄 게 분명하니 실력이 부족한 고등학생 현역들도 대거 출전했다.
하지만 그래 봐야 한 체급이다.
내일 예선을 치르는 66, 52 선수들을 제외하고 전원 현장에 투입됐다. 그렇게 경기 진행을 원활하게 굴렸고, 대기실부터 시작해 정말 많은 부분을 사성은 신경 썼다. 그 결과, 열기가 엄청났다.
선수 가족과 팀의 응원이 진짜 어마어마했다.
예선전이었다.
고작 예선전인데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불이 붙게 된 계기가 있었다.
“상금이 엄청나긴 하니까.”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뭔 억! 소리 나게 주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저번 주에 사성의 회장님께서 사비를 상금에 보태겠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결과, 1위 상금은 무려 이천만 원이 더 붙어 삼천이 되었고, 2위는 사백이 더 붙어 칠백이 되었다. 그리고 3위도 이백이 더 붙어 삼백이 되었다. 그렇게 상금이 변했다.
우승 상금.
1위 3,000만 원.
2위 700만 원.
3위 300만 원.
이게 짜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유도는 체급이 총 14개다. 그러니 우승자는 14명이 나오고, 준우승자도 14명이 나온다. 3등은 두 명이니 그 두 배인 28명이 나온다. 이 전체가 상금을 받는 거니 규모가 정말 상당하다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부상으로 사성 차량, 에어드레서, 안마기, 청소기 등등이 지급된다.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에게도 이런 부상이 지급된다.
예를 들어, 16강에서 떨어진 선수에겐 딱 무선 청소기 하나 정도. 이런 상품 자체도 아주 충만하니, 16강 안에만 들면 상당한 경품을 타갈 수 있게 되는 구조를 만든 거다. 이런 상품과 상금의 업은 선수들의 열기를 더욱 피웠다.
“저 금액으로 인생 역전을 할 수는 없어도, 절대 작은 액수는 아니야.”
“그럼 무려 삼천만 원인데. 사성 회장님이 머리 잘 쓰셨는데?”
팬 때문에 내빈석에서 자리를 잡은 황금세대의 말은 당연히 정답이었다. 속물이라고 하겠지만 이런 대회에서 상금의 크기는 참가 선수들의 의지 자체를 뒤바꾸기 충분했다. 사실 처음엔 사성이 기획한 것치곤 좀 짜단 얘기가 있긴 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사성이라서 그런 얘기가 돌았다.
대한민국에서 단연 첫 번째에 꼽힌다는 그룹이 개최하는 대회라서, 상금이 좀 적은 게 아닌가 하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지영도 돈을 보탤까 하다가, 거기까진 아닌 것 같아 일단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다음 해에 이 대회가 또 열리면, 그때는 좀 더 상금의 금액이 커질 게 분명하기에 좀 기다려 보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상금이 오른 거다.
상금이 커지자 화제는 당연히 커졌고, 그 결과 오늘 예선전인데도 관중이 상당히 많이 왔다.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이 월요일인 걸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체육관을 찾았다. 그리고 주말의 본선 티켓은 일만 석이 훨씬 넘는데 토, 일 전부 매진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흥행을 갖추고 시작한 대회라,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시합을 관람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낯이 익다. 진천 선수촌까지 찾아왔던 사람이라.
“한결아, 협회 관계자 오는데?”
“다 봤네. 가자.”
“응.”
지영의 말에 강한결은 깔끔하게 가는 걸 택했고, 그 말에 황금세대는 전부 일어나서 체육관을 나섰다.
협회?
이후에도 연락이 계속 왔었다. 그리고 지영을 포함한 황금세대는 아예 받지 않았다. 그러자 선수촌까지 쫓아왔다. 그러나 선수촌엔 협회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레전드 전기정 감독이 있었다.
보통 국가대표팀 감독은 협회에서 인선이 가능하다. 자르고 올리고가 분명 가능하지만, 전기정 감독은 이미 팬들 사이에선 유명한 황금세대의 아군이었다. 만약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기정 감독을 쳐냈다간, 그때 대한체육회 자체가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황금세대.
그리고 그 안의 강지영은 푸른 집에서도 ‘귀중’하게 생각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전기정 감독을 협회는 어쩌지 못했다.
그런 상황을 잘 아는 전기정 감독은 기자를 포함한 협회 관계자까지 전부, 입구에서 컷 했다. 그 덕에 선수촌에서 시달리지 않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런 황금세대가 오늘 경기장을 찾자, 역시 협회 관계자가 찾아왔다.
아예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것.
이미 까일 대로 까이고, 먼지만 남아 재로 흩날리기 직전인 협회와는 조금의 대화도 나누고 싶지 않은 지영이고, 황금세대였다.
급히 쫓아오지만, 종일 운동만 하는 선수들의 뜀을 쫓아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영은 그길로 바로 선수촌으로 복귀했다.
대회는 대회고, 훈련은 훈련이었다.
이제 2월 마지막 날에 대표 선발전 2차전이 있다. 이때 시기가 좀 겹치긴 하지만 그 정도는 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감을 더욱 살릴 수 있어 좋았다. 계체를 두 번이나 해야 한다는 수고스러움은 있지만, 그냥 그땐 체중을 유지하면 되니 그것도 큰 문제 없다는 게 지영의 생각이었다.
지영은 선수촌으로 돌아간 뒤에도 당연히 이어진 대회에서 본선 진출자들이 속속 등장했고, 이튿날 이어진 66과 52체급에서도 본선 진출자들이 가려졌다.
그리고 대망의 토요일, 본선이 시작됐다.
* * *
잠실 체육관.
본선이 열리는 체육관이었다.
최대 이만 석까지 가능하지만, 안전을 위해 정원만 받은 체육관이 열기로 후끈거렸다. 경기 시작은 오후 10시부터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미 9시가 조금 넘었을 때 관중석은 만원이 됐다.
“와 올림픽도 아닌데, 진짜 규모 미쳤네…….”
이벤트 매치에 나가는 국가대표라 VIP 자격으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은 황금세대의 이성진이 한 말에 지영을 포함한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촌에서 오늘 올라온 다른 선수들도 전원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가 진짜 미치긴 미쳤다.
이성진의 말처럼, 오늘 시합 규모는 진짜 남달랐다.
사실 경기 진행을 두고 말이 많았다. 올림픽처럼 하려면 오전부터 경기를 진행해, 오후에 끝내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야 이벤트 ‘쇼’에 가장 걸맞은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게 되면 중계가 문제였다.
과연, 종일 유도 경기를 편성할 수 있을까?
중계권을 가져간 MBS는 이 부분에서 진짜 고심에 또 고심해야 했다. 결국 다시 사성과 MBS의 관계자, 그리고 황금세대가 진천의 고즈넉한 카페에서 모였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상의를 한 결과 가장 중점이 되는 건, 역시 경기 진행 속도였다.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하면 16강부터 결승까지 두 체급 정도는 3시간이면 끝낼 수 있었다. 그냥 쉬지 않고 홱홱 돌리면 된다. 경기장을 한 개 더 놓으면? 그럼 시간을 더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성의 목적은 ‘성대한 쇼’다.
정말로 이벤트에 부합하게,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쇼로 만들어보는 게 목적이고 목표였다. 그러니 시간을 저렇게 시합을 ‘쳐’ 내듯이 끝내는 건 좋지 않았다. 흥행, 흥미, 찾아온 관중과 집에서 관람하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미치도록 유발하려면, 역시 올림픽처럼 하는 게 최고였다.
문제는, 시합 날이 토요일, 일요일이라는 점이었다.
이 두 날은 보통 방송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 편성되기 마련이었다. 낮에야 드라마나 예능 재방송을 틀어주지만 5시 정도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기 예능이 나오며 주말 저녁을 장식한다.
그러니 올림픽처럼 경기를 진행하면, 반드시 그 시간대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중계는 쇼의 핵심 중 하나였다.
직접 찾아온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보는 사람들도 우와…… 가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게 해줘야 했다.
그래야 흥미가 떨어지지 않은 채로 주마다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지영이나 황금세대는 그래서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건 매우 난감하고, 예민한 문제였다. 사성은 MBS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중계해 주길 원했고, MBS는 그건 힘들다며 난색을 보이는 중이니까 어느 쪽을 편들기도 애매했다.
솔직히 마음이야, 올림픽처럼 해주길 바랐다.
그게 가장 쇼의 형태에 부합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쇼를 위해 방송국의 시스템을 뒤집어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특집으로 한 주만 나가는 거면 그냥 이해하겠지만, 무려 5주의 레이스다.
체급별과 남녀 무제한급 5인조 단체전, 왕중왕 개인전. 그리고 이벤트 매치.
이 5주간 편성을 바꿔달라 하는 건, 솔직히 너무 염치없는 짓이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tvM이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MBS가 가져간 이상은 아직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회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며칠이 더 흘렀을 때, MBS에서 미친 결단을 내렸다.
5주, 더 챌린지 중계 결정!
정말 쉽지 않은 미친 결정을 내려준 탓에, 오늘 쇼는 더욱 성대하게 열렸다. 그에 정말 감사해서, 나중에 MBS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선영 누나도 있고 하니까.’
단독으로, 인터뷰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지영이었다.
째각, 째각. 9시 58분경, 갑자기 체육관이 암전됐다. 어? 뭐지? 하며 웅성거림이 나오기 시작하자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 카운트다운이 떴다.
“이야…….”
“진짜 준비 많이 했네. 와…….”
일반인들에게야 익숙한 느낌이겠지만, 유도 선수들에게 이런 오프닝은 진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통 대회는 이런 게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보통 유도 대회는 9시면 9시, 10시면 10시에 경기장 라인에 서 있다가 땡! 하는 순간 그냥 들어갔다. 아, 개회식을 먼저 하는 대회도 있긴 하다.
어쨌든, 유도 대회의 오프닝은 그렇게 심플하다. 그런데 암전과 동시에 카운트를 센다. 쇼의 오프닝부터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파바박 왔다. 그게 지영은 정말 고마웠다. 그런 마음으로 관객들과 함께 같이.
“오! 사! 삼! 이! 일!”
카운트를 셌다.
제로가 됨과 동시에 경기장 중심을 비추는 들어온 조명. 그곳에, 대한민국 최고의 MC 우정혁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