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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79화 (279/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79화

279화. 또 다른 일상(5)

강지영의 결승은 매우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다.

중계 채널의 시청자의 90%는 배우 강지영을 좋아해 보고 있었고, 나머지 10%의 극소수는 순전히 본인이 유도란 스포츠를 좋아해서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 10% 중에는 선출도 있고, 체육관에 다니는 아마추어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유도를 보는 눈이 있었다.

-시합 운용은 진짜…… 기가 막히네.

-본능적으로 안 거지. 지금이 승부처인걸.

-그리고 피지컬로 밀어붙여 결국 이우진한테 반칙 먹이는 데 성공. 캬. 생각한 그대로 저게 된다는 게 진짜 대단하네…….

-저게 실력이지. 머릿속에 구현한 이미지를 온전히 펼치는 것.

-제가 유도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생각한 그대로 하는 게 힘들어요?

한 순수한 팬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충분히 그 질문에 대답해 줄 마음과 실력이 있었다.

-힘들어요. 이걸 축구로 설명하면 아 1초 뒤에 패스하면 쟤가 2초 뒤에 받아서 나한테 리턴 패스 주고, 그 리턴 패스받아서 나는 한 명을 드리블로 제친 다음 슛을 해서 골을 넣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그걸 그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단순히 축구뿐만이 아니라 노력해야 하는 모든 분야가 그렇죠. 예술 영역도 그렇고. 머릿속의 이미지를 실제로 구현해 내는 게 말이 쉽지, 원래 엄청 어려운 거예요. 그리고 그게 가능했으면, 아마 지금쯤 인류는 지구 위에 아파트를 짓고 살고 있었을걸요?

-아…….

-실력이란 게 그런 거거든요. 승자와 패자는 실력에서 갈리잖아요. 서로 똑같은 조건에서 승부했다면. 이긴 사람은 생각을 실력대로 구현한 사람이고, 패자는 그걸 막지 못했거나, 구현하지 못한 사람이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스포츠 스타들은, 보통 머리로 상상만 하던 걸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 있어섭니다. 저게 되네? 하는 말이 자연히 나오게 되는 사람. 우리는 흔히 그런 사람들을 ‘고수’라고 부르죠.

-아. 이해했어요. ㅎㅎ

-강지영이 대단한 게, 그걸 그대로 하잖아요. 반년이나 쉬었으면서.

-아 맞아요. 저도 반년 공부 쉬면 정말 다시 공부하기 힘들 것 같은데 ㅎㅎ

-그렇죠. 스포츠나 공부나 비슷해요. 오래 쉬면, 다시 감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런데 강지영은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몇 주 지나지 않았는데 이전의 기량을 내보이는 거예요. 철저한 자기관리도 관리겠지만, 저건 그냥 저 인간이 가진 재능이 엄청나다고 봐야겠죠.

-아…….

그들은 사실 충격이었다.

특히 은퇴한 선수들은, 혹은 저 대회에 나갈 수 없는 선수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나 무릎 십자 나가고 반년 쉰 다음 다시 훈련 복귀했는데, 내가 부상 전에는 가지고 놀던 애가 부상 복귀 후엔 나를 가지고 놀더라……. 그때 충격 제대로 먹고 그만둠.

-에고, 안타깝네요 ㅠㅠ 근데 그게 정상이긴 하죠…….

-한 달만 쉬어도 몸에 기름이 끼고, 체력도 문제가 되고, 기술적인 부분도 삐걱거리는 게 원래 당연한 건데…… 쟨 대체 뭐지 ㅋㅋㅋ 진짜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답이 안나오네 ㅋㅋ

-이해 불가능인 거죠 ㅋㅋ 우리가 메시랑 호날두 보면 우와, 대단하다고만 하지 그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은 못 하잖아요 ㅋㅋ

-가늠은 하죠. 우와, 대단하다 할 정도로 ㅋㅋㅋ

-ㅋㅋ 축구로 따지면 진짜 그 정도의 재능이긴 하겠네요. 아, 그런데 아깝네요. 축구 했으면 진짜 세계를 떨쳐 울렸을 것 같은데.

-ㄴㄴ 강지영 겁나 개발이래요.

-헐, 진짜요?

-네, 전에 장오윤이 더 런닝 나와서 썰 푼 거 있는데, 강지영 촬영 현장에서 족구 한 적 있는데, 진짜 장난 아닌 개발이었대요.

-ㅇㅇ맞아요. 이성진도 인정했어요. 지영이 개발인 거.

-강지영 재능은 투기 종목 한정이에요 ㅋ

-까비…….

-까비는 무슨 까비요 ㅋㅋ 어차피 배우로 이미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레벨로 대성했는데 ㅋㅋ

-ㅇㅇ 손도 대단하고, 방탄도 대단하지만 둘이 누가 더 못하다. 하진 않잖아요 ㅋㅋ 둘 다 대단하다고 하지.

-단순 몸값으로 비교해도 이제 우리도 세계레벨 배우가 나온 거죠.

-이봐요들, 여기 유도 경기 중계채널임 ㅋㅋ

-시합에 집중하세요 배우 얘기는 그만하고 ㅋㅋ

한 명의 인물로 참 다양한 주제들이 왔다 갔다 하는 중계 채널. 그렇게 다양한 주제로 떠드는 사이, 시합은 절정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 * *

시합 시간은 1분이 남았다.

지영은 시간을 확인하고, 숨을 짧게 후! 불어서 폐에 있던 숨을 빼냈다. 그리고 다시 신선한 공기를 가득 집어넣었다. 이우진은 역시 대단했다. 1년간 정말 엄청 성장한 이우진은 자신의 목덜미를 잡아챌 수 있는 위치까지는 와 있었는데, 그런 친구가 포기하지 않고 각오와 투지를 불태우니, 천하의 지영도 쉽게 상대하기 어려웠다.

이우진은 업어치기가 특기다.

그런데 지금까지 업어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발기술을 몇 번 걸었고, 나머지는 거의 잡기 싸움 위주였다. 그리고 지영도 기술은 거의 걸지 않았다. 그래서 둘은 반사적으로 느꼈다. 제대로 기술이 들어가는 그 순간이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이 되리라는 걸.

지영은 덫을 놓은 사냥꾼이라면, 이우진은 꼼꼼하게 주변을 정리하며 나가는 개척자 같은 느낌이었다. 이우진은 결코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지영의 스타일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철저하게 지영을 분석하기도 했을 거다. 그리고 자신과 했었던 시합도 복기했을 거고.

기술을 대충, 성의 없이 거는 선수들이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지도를 받으니까 그냥 반사적으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냅다 기술을 들어갈 때가 있었다.

이우진이 본 영상에서 지영은 그런 냅다 기술을 그냥 두는 법이 없었다.

지영은 그런 성의 없는 기술은 거의 90%의 확률로 카운터를 쳤다. 한판이 나오지 않고 절반이 나와도 지영은 먼저 딴 점수를 토대로 상대를 철저하게 코너로 몰아버렸다. 그렇게 되면 거의 절반 이상이 나중엔 자폭성 기술을 걸고, 여기에 다시 카운터. 게임은 그걸로 끝났다.

강지영의 시합 절반 이상은 보통 이렇게 흘러갔다.

그냥 시원하게 카운터 한판, 기술로 한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자와 붙으면 강지영은 반드시 이런 순서로 경기를 풀었다.

그럼 이걸 대처할 방법은 없냐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전술이란 건 없으니까.

그러나 완벽한 전술을 깨부술 수 있는 건 그보다 더 좋은 전술이거나, 상성의 반대편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력이 있어야 했다.

이우진은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오진 않았다.

한 방 싸움.

그는 지영과 자신의 시합이 한 방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나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 방을 노리려는 움직임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결론만 본다면 나쁘진 않았다. 지영은 그걸 시합 중인데도 확실히 느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런 한 방 싸움은 불리한 전세를 말 그대로 한 방에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받아줬을 때 얘기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분명 강지영은 가끔 그 냉정한 세계에서 호기에 차 이상한 결정을 내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 컨디션도 좋고, 시합 자체도 순수하게 좋았다. 이상한 심판 판정도 없었고, 옛날처럼 말로 자극하는 선수도 없었다.

그래서 순수하게 이 시합이 즐거웠다.

하지만 지영은 호기를 부릴 때와 부리지 않아야 할 때는 확실히 구분했다. 지영이 부리는 호기의 근간엔 자신감이 있었다. 어떻게 해도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순수한 자신감 말이다. 이는 상대와 자신 간의 실력 차가 상당한 경우에 나왔다.

진짜 시합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지기 힘든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그러지 않았다.

지영이 딱 한 번 그런 호각임에도 호기를 부렸던 때는 신지와의 시합 때였다. 그때 신비한 감속의 ‘세계’에서 제대로 기술을 걸었는데, 그냥 뒀으면 무조건 한판이었는데 악착같이 기술을 끝까지 걸지 않아 절반에 머물렀었다. 그때가 호기였다.

그 외에는, 정말로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우진은 자신의 등 뒤까지 이미 쫓아와 있었다. 손을 뻗어서는 잡히지 않겠지만 몸을 날리면 잡힐 정도는 됐다.

그런 상대에게 호기?

가소로운 짓이다.

게다가 지영은 이미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여기서 호기를 부린다는 건, 지영의 입장에서 놀이가 될 수도 있었고 이 자체가 이우진의 입장에서는 매우 별로일 수도 있었다. 최선을 다하는 것엔, 유리한 상황을 이용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다. 부상을 당한 상대의 발을 막 걷어차는 비매너 플레이가 아니라면, 정당하게 딴 점수를 유지하는 거면 그게 오히려 최선이다.

지영은 그런 최선을 다해줄 생각이었다.

이우진은 한 방을 날리기 위해 틈을 노리지만, 지영은 잡고 상대를 기다렸다. 이우진은 이 대치 자체가 불리했다. 아무런 기술도 걸지 않고 시합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면 열이면 열 심판은 다시 그쳐를 선언할 거고, 무조건 쌍방에 지도를 먹일 건데 그렇게 되면 이우진은 반칙패였다.

이우진도 그걸 안다.

잡기 대치가 길어지자, 역시 먼저 움직이는 건 이우진이었다. 툭 털어서 제법 길게 들어오는 안뒤축을 걸었다. 이런 건 굳이 피할 필요가 없어서 지영은 그냥 받아줬고, 갚아주는 의미로 뒤로 빠지는 발을 쫓아가 모두걸기를 툭, 쓸었다.

당연히 이우진도 이 정도로 넘어가거나 하진 않았다.

이건 그냥 심판이 그쳐를 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서로 한 번씩 움직인 거다. 심판에게 아, 저희 시합할 겁니다? 하고 사인을 준 거다.

이 사인을 모르는 심판은, 심판 자격이 없다.

그리고 결승전에 배정된 심판인 만큼 당연히 이 정도 사인은 금방 받아들였다. 아마 그의 머릿속에 있었을 그쳐는 발기술 교환으로 많이 지워졌을 게 분명했다. 후우, 후우. 이우진의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체육관은 신기하게도 두 선수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열띤 응원도 고요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다들 직감적으로 느낀 것 같았다.

남은 시간은 30초. 0초가 되면 경기가 끝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결판이 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런 고요 속에, 두 선수가 움직였다.

먼저 움직인 건 이우진이었다. 툭, 치고 깃을 채 지영의 가슴 안쪽에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이 공간을 만드는 작업의 이유는 간단하다. 업어치기를 업을 공간의 확보다. 과연 이우진은 한 번 꼬았을까, 아니면 정석대로,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을 걸어올까?

이걸 파악하는 게 중요한 작업 같지만, 상관없었다.

이우진은 각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지영은 그에 보조를 맞춰, 시간 차로 비슷하게 움직였다. 업어치기 모션이 들어오는 순간 지영의 팔이 각을 조였다. 갑자기 생겼던 각이 사라지자 움찔한 이우진이 다시 자세를 풀었다. 들어오려는 모션이었다. 이우진은 투 스텝에서 업을 생각이었을 거다.

하지만 딱 그 순간에 지영은 각을 없앴다. 기존에 원하던 가슴과 겨드랑이 라인이 바짝 조임과 동시에 사라지니 거기다 대고 억지로 업어치기를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특히 지영이 카운터의 대가라서, 어설프게 들어온 업어치기는 무조건 하늘을 날 수밖에 없었다. 이우진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툭.

다시 안뒤축이다.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려면, 틈을 만들려면 발기술로 상대의 중심축을 흔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영은 그걸 받아준 다음, 곧장 아까와 같이 모두걸기를 쓸어 틈을 메웠다. 지영이 단순히 되치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이우진의 신형이 모두걸기에 쓸리는 순간 꽤 크게 흔들렸다.

펄럭!

강하게 가슴 깃을 챈 다음 각을 만들지만, 지영은 바로 그 각을 죽여 없앴다. 이우진은 그때쯤 지영의 전략을 눈치챈 것처럼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늦었지.’

지영의 전략은 간단했다.

유도는 넘겨야만 이기는 경기가 아니었다.

반칙을 상대가 3개 받게 해도, 이기는 경기였다.

이우진은 한 방 기술 교환을 원했다. 하지만 지영은 그걸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이우진의 업어치기 각을 죽였다. 발기술을 걸면, 똑같이 발기술로 응수했고, 제대로 된 업어치기로 포인트를 따는 건 한 템포 빠르게 각을 없애 막았다.

그렇다 보니 이우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을 걸어야 하는데 각은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들어가기엔 지영의 카운터가 겁나고. 잔기술로 상대를 흔들려고 해봤자 곧장 응수해 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에 이우진은 깨달았다.

승부는 이미 자신이 반칙을 받은 순간, 그때 났다는 것을.

일단 뜯었다.

먼저 도복을 뜯고,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지영은 이미 한없이 집중한 상태로 이우진의 모든 공격을 철저하게 막았다. 막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포인트를 딸 동작 뒤엔 반드시 역습을 걸어왔다. 그런데 그 또한 무리하지 않는 선이었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유리하지 않기에.

맛테!

심판은 결국 그쳐를 선언했다.

지켜보던 관계자들이, 이우진과 가까운 이들은 거의 동시에 한숨과 탄식을,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일견 보기에는 허무한 결과였지만, 그들은 알았다. 이우진은 여전히, 강지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을.

벽을 넘지 못한 결과가, 제대로 기술 한 번 걸지 못해보고 받은, 반칙패였다는 사실을.

더불어 이런 생각을 했다.

한 달을 쉬든, 반년을 쉬든, 강지영은 강지영이라고.

천재는 더 성장하진 않았지만, 빛을 잃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계속 천재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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