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76화
276화. 또 다른 일상(2)
[강지영!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반년 가까이 도복을 입지 않았던 강지영, 과연 이번엔?]
[연봉 백억의 유도 선수가 있다?]
[나의 무사님. 웹플릭스 전 세계 흥행 1위 2주째 유지 중!]
[일본의 선라이즈, 나의 무사님 IP계약 체결!]
[나의 무사님 전격 애니화 결정!]
[정은정 작가와 홍진아 감독, 스토리 수정에 제한 걸어 뒀으니 이상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
등등등.
지영의 선발전 참가 소식이 알려지면서 또 기사가 엄청나게 나기 시작했다. 현재, 나의 무사님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였다. 나의 무사님은 강지영이란 한 인간의 힘에 힘입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에서 2주를 넘게 1위를 유지 중이었다.
이런 열풍은 이미 몇 해 전에 있었다.
Squid Game이란 작품이 전 세계를 완전히 휩쓸었고, 그 해를 Squid Game의 해로 만들어버렸다. 출연했던 배우들을 세계적 위치로 올려버렸던 작품이었다.
그러니 이런 열풍은 나의 무사님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급력 자체는 그때보다 거셌다. 나의 무사님은 사실 작품의 구성, 특성상 세계적으로 유행을 타기 힘들었다. 유행을 타면 보통 따라 하고 싶게 마련인데, 시대극이기 때문에 소품을 퀄리티 있게 준비하는 것도 힘들고, 지금은 잘랐지만 거의 단발보다 길었던 지영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도 조금 문제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했다.
덕 중의 덕은, 뭐다?
양덕이다.
돈 많고 시간 많은 양덕들이 작정하고 코스프레 세계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영의 비주얼이 워낙에 독보적이고, 유니크했고, 심지어 인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재’의 모습을 구현하는 건 아무래도 꽤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선고와 연은 아니었다.
양덕 누님들로부터 시작된 코스프레야 뭐 당연했던 거였고, 이런 코스프레를 시작으로 작품을 소비하는 양덕들 덕분에 인기는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기현상까진 아니었다. 10년이라면 이런 일이 불가능했겠지만, 2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게, 모든 제한이 풀렸다.
하지만 뭐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중국은 욕했다.
자기들의 문화라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이 맞았다. 제국은 중국에도 있지만 한국의 역사에도 있었다. 서로 붙어 있어서 비슷한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저렇게 나올 거라고 다들 예상했다. 그래서 그냥 무시했다.
일본은 부러워했다.
2차 저작물 IP 계약을 한 선라이즈를 욕하면서도, 저런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에 통탄했다. 그러니 여긴 뭐 신경 쓸 레벨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이 오히려 성공했다는 방증이었다.
이렇게 화르르 불타오르는 나의 무사님의 인기를 체감하고, 즐겨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건데, 작품의 대성공을 멱살 잡고 견인한 주연배우는 그 중심에서 빠져버렸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에이, 설마 돌아가겠어? 이렇게 성공했는데? 라고 했던 세계로 가 있었다.
유도 선수.
애초에 강지영은 유도 선수였다.
워낙에 잘난 비주얼과 특유의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들어섰지만, 그래도 본바탕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유도계였다.
사실 대다수가 지영이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두 곳에 뿌리를 두는 거야 없는 경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영이 연예계에서 이룩한 성공이 워낙에 컸다.
스포츠 선수 중에서는 아니지만, 연예계 전체를 통틀어서 단일 개인으로 가장 몸값이 높은 건 강지영이었다. 전 세계를 떨쳐 울리는 아이돌 그룹이 전체적으로 봤을 땐 더 높긴 했지만, 단일 개인으로는 지영이 최고였다. 그리고 들어오는 광고만 해도, 실질적으로 지금은 최소 100억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어 국내 광고계는 아예 손도 못 대는 상황이었다.
강지영은 금세기 최고의 장면을 연출한 인간이었다.
강지영을 정말 힘들게 했던 예술가의 부인이 그를 보고 죄스러움에 무릎을 꿇던 장면이나, 비에 젖은 처량함이 가득한 모습으로 꽃을 들었지만, 끝끝내 예술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돌아서던 그 장면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 번이나 패러디됐을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주저하지 않았다.
단일 개인이 만든 최고의 장면은, 의견의 여지가 없이 바로 강지영이라고.
단순히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이미 화제 그 자체인 인간이 된 게 그였다. 그래서 그에게는 지속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거품이 빠지면 또 모르겠지만, 나의 무사님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또 일품이었다.
눈빛에 담기는 섬세한 감정.
전문가들은 강지영이란 배우에게 특정 장르 한정이겠지만, 진짜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들 했다. 이는 거품이 빠져도 충분히 이름값을 한다는 뜻이었다. 개인인 지영이 1년간 CF를 딱 열 개만 찍어도 최소 1000억 이상일 거란 예측이 나왔다.
심지어 지금도 오르고 있었다.
한 명품 브랜드 CEO는 자신의 개인 SNS에 대체 얼마를 쥐여줘야 같이 일할 거냐고! 짜증을 부리기도 했었다. 하루가 다르게 몸값이 올라가는 중인 거다. 어쩌면,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예상 중이기도 했다.
그러니 유도계로 돌아가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지영은 휴식도 없이 곧장 도복을 입었고, 나의 무사님 최종화가 나온 날 지영의 선발전 출전 소식이 같이 풀렸다.
이에 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솔직히 CF 몇 개만 찍고 은퇴해도 평생 먹고살 수 있지 않냐?
-그러니까, 연기가 만만하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운동보다는 좀 널널하잖아.
-연기가 운동보다 널널하다고요? 님 칼 맞으셈 ㅋㅋ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주변에 운동하는 친구 있는데 걔 보면 매일 운동해. 아니, 매일은 당연하고, 하루에 몇 번씩 해. 새벽, 오후, 야간으로.
-연기도 매일 연습해요 ㅋㅋ
-숨이 꼴깍거릴 때까지는 안 하잖아.
-꼭 그렇게까지 해야지만 힘든 건 아니지. 공부 매일 하는데 애들도 있는데 그럼 걔들은 운동보다 쉽게 공부하는 거냐?
-아 그러네. 인정. 실수요 ㅋ
-올ㅋ 빠른 인정 보기 좋네요 ㅋㅋ
-그래도 어쨌든, 운동보다 연예계가 좀 더 성공 가능성이 큰 건 맞지. 애초에 강지영은 이미 배우로 크게 성공했잖아. 유도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고. 아시안 게임, 세계 선수권, 올림픽도 못 나갔으니까.
-ㅇㅇ 그래서 차라리 배우의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했잖아. 네, 그런데 다 틀렸습니다 ㅋㅋ
-와, 촬영 끝난 다음 날 도복 입은 것도 놀라운데, 바로 몸 만들고 선발전 출전 ㄷㄷ
-근데 하도 오래 쉬어서, 제대로 폼 올릴 수는 있으려나 모르겠네. 못해도 반년은 제대로 못 했을 건데.
-ㅇㅇ 운동선수가 운동을 반년이나 쉰 거면 진짜 치명적이죠. 괜히 부상으로 쉬었다가 다시 복귀하는 선수들이 폼 떨어져서 개고생하는 게 아니잖아요
-뭐, 보면 알겠죠. 과연 선발전에서 성적 어떻게 나오나.
-ㅇㅇ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 없음 ㅋㅋ 그냥 기다렸다가 결과 보면 됨ㅋㅋ
-살다살다, 유도 대회가 기다려지긴 또 처음이네요 ㅋㅋ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도 아닌데 ㅋㅋ
-누가 아니래요 ㅋㅋ
-내 말이 ㅋㅋㅋ
지영의 선택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지영이 오래 쉬어서, 예전의 실력을 잃었을 거로 생각한 거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극히 당연했다. 운동선수는 일주일만 훈련을 빼먹어도 그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만 쉬어도 그런데, 근 반년에 가깝게 쉬었다.
폼이 예전만 못한 것 정도가 아니라 바닥으로 추락했어야 정상이었다.
그건 세계 유수의 선수들도 피해 갈 수 없는 법칙과도 같았다. 물론 절대적인 건 아니었다. 세상에는 예외라는 게 있으니까.
그리고 지영이 딱 그 예외였다.
강지영이란 선수는 어떤 ‘축복’이라도 받았는지, 고작 일이 주 사이에 예전의 기량을 완벽히 회복했다.
* * *
3회전.
경기체고의 이종진이 상대였다.
지영보다 두 살 어린, 떠오르는 천재였다. 이제 고작 고2인 그는 한 체급을 올리더니 갑작스럽게 두각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체급을 올리면, 막아두고 있던 피지컬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종진이 그랬다.
올 초에 체급을 올렸는데, 그때부터 피지컬이 터지더니 이후 전 대회를 석권하며 고등부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첫 선발전에 나와서 3회전까지 왔다. 3회전이면 8강이었다. 여기서 이기면 4강, 준결승이다.
그러니 이종진은 확실히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였다.
하지만…… 장래가 기대된다는 거지, 지영의 상대는 아니었다.
쿵!
“와자리!”
제대로 꽂힌 빗당겨치기다.
소매를 잡고 버텨서 끊는 모션에 들어간 빗당겨치기를 이종진은 방어하지 못했다. 2분 정도에 나온 절반. 지영은 굳히기를 하지 않고 일어났다. 절반을 뺏겼지만, 이종진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역시 패기가 있었다.
“괜찮아! 아직 시간 있어. 종진아! 지금처럼 차분하게 소매부터 잡고 가!”
경기체고 코치의 사이드에 이종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은 그 사이드에 이종진이 더 크려면 코치부터 갈아치워야 할 거로 생각했다. 유도에서 소매 싸움은 당연히 중요했다. 다리 잡기가 사라진 현대유도에서는 더더욱 중요했다.
업어치기나 허리기술 전부 깃을 잡는 건 필수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나온 말아업어치기 같은 경우야 가슴 깃만 잡아도 가능하지만, 그건 말아업어치기 한정이다. 웬만해서는 소매 깃은 내주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야 하는 경기도 있는 법이었다.
지영은 모든 기술을 정석대로 구사할 줄 알지만, 시합 자체를 정석으로 풀어가진 않는 선수였다.
상대에 따라 자세도 바꾸고, 기술도 바꾸고, 심지어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경기를 펼쳤다. 임효중이나 강한결, 황석이 정석 플레이어라면 지영이나 이성진은 변칙 플레이어였다. 그것도 철저하게 변칙적인 스타일을 고수했다.
지금 이 경기만 해도 그랬다.
지영은 소매를 미끼로 풀었다. 즉, 소매를 잡는 걸 덫이 되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상대가 소매에 집착하게 했고, 그 집착 때문에 나오는 틈을 노린 빗당겨치기로 절반을 따냈다. 그걸 경기체고 코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애초에 지영의 스타일 자체에 관한 연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소매를 잡지 말고, 다른 방식을 주문했어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이 선수가 자신을 상대할 수 있었을 거다. 덫 위에 올려둔 미끼를 또 건드리는 이종진. 코치의 지시를 너무 잘 따르는 건 이래서 문제다. 역량이 떨어지면 잘못된 오더가 나오는데, 그걸 고스란히 따르면 결국 선수만 손해를 본다.
쿠웅!
와자리!
잇폰!
미끼를 문 고기를 낚는 거야, 일도 아니었다.
제대로 챔질로 꿰어, 그대로 물 밖으로 끄집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종진은 잘했다.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간 지영은 후, 짧게 호흡을 다듬고는 물과 수건을 받아 대기실로 돌아갔다.
선수들의 시선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여전히 호기심과 질시, 시기가 뒤섞인 시선들이었다. 지영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영은 이런 시선은 하도 많이 받아봐서 이제는 그냥 무덤덤했다. 선발전은 착실히 진행됐고, 준결승이 끝나고 결승만 남겨두게 됐다. 결승전만 남았는데, 황금세대는 당연히 아무도 떨어지지 않았다.
“와…… 질린다. 저 새끼들은 진짜.”
“다 연예계 활동하면서 훈련 병행했다는데, 한 놈도 안 떨어졌어.”
“염병 이건 우리가 못하는 거냐, 쟤들이 X나 잘하는 거냐? 자괴감 개오지네, 진짜……. 하, X발.”
“쟤들이 잘하는 거. 저런 새끼들이 대체 어디서 튀어나와서는…….”
이런 황금세대의 존재는, 다른 선수들에겐 분노와 절망을 동시에 선사했다. 그들은 훈련만 했다. 훈련만 뒤져라 했는데도 결국 황금세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한 사실이 그들에게 자괴감을 진한 에스프레소처럼 선사했다. 그래서 선수들의 분위기는 진짜 개판이었다.
하지만 그건 선수들만 그런 거고.
“강지영 파이팅!”
“성진아! 한판 가자!”
“효중 오빠! 꺄아아!”
“강한결! 강한결!”
“황석 파이팅!”
체육관을 찾은 구 연희고 아이돌의 팬들은 그냥 축제였다. 그리고 이 축제는 당연히, 시청률이란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MBS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