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66화
266화. 나의 무사님S2(13)
오전 10시경 터진 강지영의 열애설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사실, 조금 세게 말하면 연애라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연애하는 판이다.
그러니 연애라는 건 사실 화제는 되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연애의 대상이 강지영이라면 얘기가 또 조금 달라졌다. 심지어 그 짝이, 예상하기도 힘든 평범함을 가졌다면 달라진 얘기가 또다시 달라진다.
-대박, 일반인이랑 만난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일반인도 그냥 일반인이 아니지. 공장 다닌다잖아. ㄷㄷㄷ
-와 나랑 같은 공순이…….
-윗분 말…… 아, 같은…….
-근데 외모는 일반인은 아닌데?
-맞음. 되게 귀염상임.
-아? 뭐야. 피겨 선수 양지원 동생이네. 그럼 일반인은 아니지.
-ㄴㄴ 동생이 아니라 언니. 추가 기사 뜬 거 봤는데, 동생 뒷바라지하느라 대학도 못 가고 공장 다니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함.
-그걸 왜 언니가 함? 부모는 뭐하고?
-어릴 때 부모에게 버려져서 보육원에서 컸다고…….
-…….
-양지원 스토리는 좀 유명하잖아요?
-그러니까 자기 버린 부모 대신해서 동생 양지원을 먹여 살렸다는 거 아님? 공장에 편의점 다니면서?
-ㅇㅇ 양지원이 인터뷰 때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언니 있어서, 언니한테 정말 잘하고 싶은 게 꿈이라고 한 적 있음. 그게 이 사람 양유진인 듯.
-대단하네……. 강지영도 보통은 아니지만, 양유진 이 사람도 진짜 보기 드문 여자긴 한 듯.
-그렇죠. 엇나가지 않고 크기만 해도 대단하다고 할 텐데, 고2 때 보호 풀리고 나오자마자 일하고, 대학도 가지 않고 공장 다니면서 동생을 저렇게까지 케어한다는 건 솔직히 웬만한 정신으로는 불가능함.
-정성을 넘어선, 희생임, 저건…….
-그런데 둘은 어떻게 만났지? 아, 양지원 후원사가 연희 스포츠구나.
-ㅇㅇ 연희 스포츠 이사가 강지영임.
-그럼 후원자 가족한테 흑심을?
-ㅋㅋㅋ 흑심은 흑심이네요. 그런데 거꾸로 아님? 양유진 이 사람이 강지영보다 나이 많음.
-…… 강지영 연상 취향이었구나 ㅠㅠ
-뭐랄까, 막 욕하려고 들어왔는데, 욕을 못 하겠어요. 저 사람은 그냥 같은 여자가 봐도 되게 대단해 보여서…….
-ㅇㅇ 욕하지 마셈. 지금 여기 비즈랑 연희에서 고용한 인력들 모니터링 중일 거임. 아차 하면 집으로 고소장이랑 출석통지서 날아감.
여론은 나쁘지 않았다.
무슨 일만 생기면 모이는 팬카페에서도, 양유진에 대해 알아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기자가 조사해서 올린 양유진의 일대기는,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희생.
세상에 유일한 가족인 양지원을 위해서, 양유진은 희생했다. 하루에 고작 네 시간, 다섯 시간만 자면서 종일 일만 했다. 쉬는 날도 거의 없었다. 일요일 오후에 짧게 쉬었을 뿐이었다. 동생 양지원이 연희 스포츠에서 후원받기 시작하면서 편의점 야간, 주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여유가 좀 생겼지만 그래도 그녀는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생과의 생계를 이어갔다.
이는, 남자친구인 지영의 도움을 조금도 받지 않은 것을 의미했다. 그냥 인생 자체가 가족을 위한 희생이었다. 그러다가 지영을 만난 거고. 이런 디테일한 가족사는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면 정말 뭐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어, 채널 H에서 생방송 한다는데?
-뭔 생방송? 태성 현장? 여기 양유진이 다니는 공장 아님?
-맞음. 여기서 양유진 인터뷰 생방한다는데?
-와 진짜, 와…… 악마도 울고 갈 새끼들. 이 개X끼들은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와…….
-사람 새끼들 아니지. 이 새끼들 예전에도 강지영 사건 사고에 항상 편승에서 X라 욕하다가, 나중에 여론 뒤집히면 개처럼 물고 빨고 했던 새끼들이잖아.
-졸라 딱 선만 지킴. 고소 안 당할 정도로.
-개양아치 새끼들…….
-X신들, 니들이 그 방송을 보고 있으니까 쟤들이 방송을 트는 거야. 니들이 그걸 외면해봐. 시청률이 안 나오는데 그걸 틀겠냐고.
-아, 그러네? ㅅㅂ 딴 데 봐야…… 염병.
-죄 태성 보여주고 있네 ㅋㅋㅋㅋ
-우리나라 언론이 그렇지 뭐 ㅋㅋㅋ
-시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진짜 하…….
-근데 강지영 올까?
-뭐? 오긴 뭘 와.
-아무리 그래도 여친이 저런 상태면 와서 해결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게 맞긴 하지. 그런데 오겠냐? 가뜩이나 언론이랑 사이 더럽게 안 좋은데?
-사이가 안 좋은 건 안 좋은 거고, 그래도 오긴 와야지. 자기 때문에 여친이 저런 꼴인데.
-뭔 소리야. 그게 왜 또 지영이 때문인데? 연애를 강지영이 억지로 시작했어? 뭐 강압적으로 만나?
-그전에 강지영이 그냥 일반 연예인처럼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지. 강지영이 유난히 유별나게 구니까 기자들이 더 그런 거잖아.
-지랄하고 자빠졌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한 댓글에, 조롱이 달리기 시작했다.
강지영이 유난을 떨었다는 말에 서로 의견이 다르던 이들도 한마음으로 조롱했다.
-너 기자 새끼지? 야이 양아치새끼들 ㅋㅋ
-가만히 있는 애를 건드린 건 생각 안 하지? 니들이 쟤들 기사 썼던 거 생각하면, 지영이가 보살이지 ㅋㅋ
-나 같았으면 귀화했어, 너희 같은 개X끼들 때문에 이 나라에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못 해 먹겠다고 ㅋㅋ
-진짜 개X끼들, 하. 진짜 니들은, 니들은 진짜…….
-솔직히 여러분, 기자들이랑 언론이 뭘 크게 잘못했어요? 다 우리 알 권리를 위해 힘 써준 것밖에 없지 않아요?
-윗분 말에 동의. 기자들도 저널리즘에 근거해 움직이는 건데, 좀 너무들 하네.
댓글 부대가 움직이나 보다.
-기레기 생포.
-잡았다 요놈!
-알 권리? 저널리즘? 지랄한다 ㅋㅋ 누가 알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니들이 우리 이용하는 거고. 요즘에 그거 모르는 사람 없어, 기자 양반 ㅋㅋ
-신입인 듯 ㅎㅎ
-X신들 ㅋㅋㅋㅋㅋ 우리나라 언론의 미래는, 아직도 멀었구나 ㅋㅋ X발
열애설이 또 이상한 곳에서 갖가지 논란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시작됐다는 점이다. 뭐가? 생방송 말이다. 언론팀 몇 군데에서 작정하고 태성의 사방을 잡았고, 개구멍이 없는지 살폈다. 이 인간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는 공장의 납품 트럭을 막아 안까지 확인하는 미친 짓을 저질렀다.
경찰이 막아도 소용없었다. 기자는 많았고, 경찰은 고작 서넛밖에 안 됐으니까. 앞을 막으면 뒤에 기자가 슬그머니 움직여 확인하는, 그런 미친 짓이었다. 대놓고 자기들의 미친 짓을 중계하는 걸 보고, 네티즌은 경악했다.
-와, 작정했나 본데?
-범죄를 대놓고 중계하네 ㄷㄷ
-도대체 뭔 깡다구냐? 아니, 그보다 강지영의 열애가 굳이 저럴 정도야? 아니잖아? 그냥 공장 다니는 일반인 여자친구가 있다. 인터뷰하려고 했지만 못했다. 정도로 끝나면 되는 거 아니냐? 꼭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해야 하냐?
-아무리 강지영이 핫해도 그렇지, 진짜 이건 너무 선 넘네…….
-그냥 중계라서, 이건 뭐 법적으로 걸고 넘어가기도 뭐함.
-공장에서 업무방해로 걸 수도 있잖아.
-힘들지. 저런 공장은 언론은 적이야. 기자들이 고소당하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비리 파헤칠걸? 그리고 없어도 있는 것처럼 보도하면, 저런 공장은 몇 달이면 주저앉지.
-맞음. 아무리 깨끗해도 털어 먼지 안 나오는 공장은 없음.
-진짜 깡패 새끼들이네 ㅋㅋ 대단하다, 진짜.
-근데 왜 진짜 이렇게까지 하냐고. 난 진짜 이제 이해가 안 된다.
-예전부터 당한 거 갚아주는 거 아님? 솔직히 강지영이 언론이랑 척 지고, 자존심에 스크래치 겁나 났을 거 아님. 재벌도 벌벌 떠는 게 언론인데 고작 연예인 하나한테 박살 났으니 충분히 빡쳤을 수도 있음. 그래서 그거 갚으려고, 자존심 회복하려고 이러는 거 아님?
-만약 그게 진짜면, 이 새끼들은 사람 새끼도 아님. 개X끼들. 솔직히 그것도 지들이 잘못한 건데 전부 쟤들 탓으로 돌린 거잖음.
-언제부터 언론이 이성적인 집단이었음? 그 새끼들은 이미 재벌이 되는 순간 괴물이 된 지 오래임.
-아, 이번엔 진짜 선 넘어도 너무 세게 넘어서, 진짜 골이 얼얼함.
-뭔가, 막 부끄러움.
-솔직히 열애설 하나를 이렇게까지 다뤄야 함? 진짜 개실망임. 아니, 이제 실망할 것도 없음.
-단순히 신문 안 보는 걸로는 이새끼들 어떻게 할 수도 없음. 요즘 종이신문 안 나오고, 죄 인터넷으로 기사 뽑으니 불매도 못 함.
-언론 죽이려면 광고를 끊어야 하는데, 그건 대한민국에서 절대 불가능함 ㅋㅋㅋ
-진짜, 가슴 아프다, 이런 언론을 가진 나라의 국민이라는 게…….
-하아, 누가 아니래요…… ㅠㅠ
역시 강지영.
그가 개입된 열애설은 역시나 이번에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 *
하지만 지영은 다 알고 있었다.
지영의 열애설 기자가 터진 뒤 소속사 대응팀이 돌기 시작했고, 인터넷의 분위기는 이미 친구들이 전부 확인해서 알려줬다.
그런데도 지영이 공주를 구하는 왕자가 된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임은진은 그 같은 얘기를 듣고 차라리 잘됐다고 했다.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되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강지영의 여자친구를 거의 가둬두다시피 한 기자들은, 오히려 회사 측에서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하는 꼴은, 지영을 압박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는, 기회였다.
다수의 바보는, 하나의 평범한 사람을 천재로 만든다지?
쉽게 천재를 설정하는 방법이었다.
완전히 멍청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조금만 멍청하면, 그런 사람을 주변에 세팅하면 지극히 평범한 한 인물은, 그대로 천재가 되어버린다. 지금 지영이 그랬다. 아주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기자, 언론들 덕분에 문을 열고 지영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전 세계가 환호했다.
애인.
혹은 연인.
여자친구.
공주님.
지금 양유진의 포지션이었다.
그런 양유진이 지금 마왕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장에 갇혀서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주변에 몰린 시민들과 기자들이 크지 않은 공장을 아예 둘러쌌기 때문에 나갈 방법이 없었다. 납품 차량까지 뒤지는 미친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양유진은 거기에 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다들 기자와 언론에 쌍욕을 박으면서도, 궁금해졌다.
과연, 강지영은 공주님을 구하러 올 것인가?
거기에 이목이 주목된 거다. 사람들은 미친 언론의 행태에 욕을 하면서도 지영을 기다렸다. 과연 지영이 오나, 안 오나. 그게 너무 궁금해졌다.
사실 연예인에게 연애라는 건 어떨 때는 역린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옛날엔 몰래 데이트 중이던 연예인 커플이 기자한테 걸리자, 그중 남자 연예인이 여자친구를 두고 도망을 쳤던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돌은 뭐 말할 것도 없었다. 지영은 아이돌이지만, 아이돌이 아니고, 연예인이지만, 연예인보단 운동선수에 가까운 복잡한 위치였다.
하지만 그래도 연예인이란 공인이란 점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 공인이 과연 공주를 구하러 나타날까? 나타나면 대박이지만, 나타나지 않으면? 쪽박을 넘어서 추락이 아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기레기를 욕했지만, 지영이 이곳에 나타났으면 했다.
그렇게 기대받던 지영은, 오후가 되자 등장했다.
-어! 왔다!
-옆에 누구? 경호원인가?
-아님, 황석이랑 강한결임.
-뒤에서 골목에서 갑자기 누가 뛰어오는데?
-어? 성진이랑 효중이다!
-꺄아! 효중 오빠!
-와, 근데 오긴 왔네.
-나 아는 사람 나의 무사님 스태프인데, 열애설 터지자마자 경주에서 바로 출발했다고 했음. 시간 확인해보니까, 진짜 출발하자마자 서울로 바로 온 듯.
-……멋있네.
-그러게, 멋있네.
-공주를 구하러 온 왕자. 캬.
-카메라고 뭐고 신경 쓰지도 않고 자기 사람 지키러 오는 모습……. 와, 왜 얘가 인기가 많은지 이제 알겠네.
-우리 말고, 전 세계 커뮤도 대폭발 중 ㅎㅎ
-기레기들이 강지영 압박하려다가, 명성만 더 키워줬네요 ㅋㅋ
-그러게요 ㅎㅎ
기자들의 질문을 묵묵부답으로, 철문을 향해 걸어가는 지영과 친구들의 모습은 그냥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폭발하는 댓글 중에, 이런 댓글도 있었다.
‘나의 무사가 지키는 존재는,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 있다고.’
그 댓글은 공감 수도 없이 받아서, 베스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