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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63화 (26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63화

263화. 나의 무사님S2(10)

지영의 대답이 있고, 고개를 끄덕인 사내는 그대로 사무실을 떠났다.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나간 정책실장은 나중에 알고 보니 확실히 끗발이 날리는 양반이었다. 정책실장이라고는 했지만, 장세리가 실제로 알아본 결과 차관보였다.

문체부의 차관보.

실제로 진짜 엄청난 권력자인 거다.

나의 무사님으로 따지면 승상을 보좌하는 최측근을 보좌하는, 그런 위치였다. 그러니 권력의 중추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반이고, 좀 더 깊게 알아보니 꽤 명문가 출신이었다.

승승장구의 전형이었다.

딱히 집안의 힘을 쓴 것도 아니다. 그는 실제로 스스로 노력해서 그 자리까지 간 인간이었다.

타고난 권력자였다.

그리고 타고난 만큼, 뒤끝도 좀 있었다.

시작은 방통위였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뜬금없이 경고가 날아들었다.

그에 홍진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배우들을 불러 모았다. 지영은 그래서 홍진아에게 솔직하게 오픈했다.

차관보가 행사에 참석하라고 했는데, 깠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라고 하자 홍진아는 피식 웃었다.

“아직도 이런 미친놈이 다 있네?”

“생각보다 대단해요. 능력도 있고, 집안도 대단하고.”

“그래도 이건 쌍팔년도에나 하던 짓이지. 일단은 알았어. 그럼 앞으로 이런 공격이 더 있겠네?”

“네, 아무래도요. 그런데 저희 사장님이 알아서 해결한다고 하셨으니까 어떻게든 될 것 같긴 해요.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하여간 진짜 아휴, 넌덜머리가 난다.”

쯔쯔.

혀를 찬 홍진아가 돌아갔다.

“그런 일이 있었어?”

“네. 문체부에서 사람이 온다고 해서, 갔더니 그러더라고요.”

“아…… 진짜 너는, 하아.”

이연은 끝까지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런 일이 지영에게 찾아왔다. 그게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온 헛웃음이었다. 지영도 인정했다. 그런데 지영은 이번엔 크게 감흥이 없었다. 이번 문제는 장세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고,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일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아서였다. 이번 일은 그냥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진짜 머저리가 아니면, 여기서 멈추겠지.’

그런데 아마 그러지 않을 거다.

강지영이란 한 인간이 가진 이름이 지금은 너무 커서, 이걸 공론화시키면 그 양반은 절대 무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 카드를 가지고 있어서 지영은 그냥 이번 일을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실제로 조용히 지나갔다.

일주일 뒤에 행사가 열렸고, 수교를 맺는다는 기사가 나왔다. 뭐, 지영이 없어도 실제 외교에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저 행사였지?”

“네.”

“쯔쯔, 너도 고생이 많다.”

“하하…….”

황덕수가 지영을 토닥여 주곤 멀어져 갔다.

다행히 그 차관보는 조금도 멍청하지 않았다. 지영을 직접 다시 본 건 아니지만 회사로 찾아와 그날의 무례를 사과하고 갔다고도 했다. 그래서 지영은 이 문제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엉뚱한 곳에서, 하지만 언젠가는 걸릴 거라 예상한 곳에서, 불똥이 튀었다.

* * *

흥흥.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불량을 솎아내던 양유진은.

“유진아! 점심 먹으러 가자!”

“네! 언니!”

같은 반 조장 언니의 외침에 기다리고 있던 다른 직원과 교체해서, 휴게실로 향했다. 조잘조잘. 같은 조 언니들의 수다를 들으며 따라가고 있지만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오늘 저녁에 할 나의 무사님 생각뿐이었다.

금토.

이날만 되면 언제나 양유진은 붕 뜬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현실에선 남자친구를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커녕, 드라마를 시작하고 나서 한 달에 한두 번 겨우 시간 내서 볼 정도였다. 그나마 지영이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해 주고, 톡도 넣어주고 하니 버틴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서운해서 벌써 울상이 되었을 거다.

그런 지영을, 드라마가 하는 날엔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지영은 멋있었다.

만나서 막 칼을 쓰던 모습이 멋있다고 하면, 지영은 그걸 보여줬다.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지는데도 그걸 보여줬다.

양유진은 그런 지영의 모습에서, 아 그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 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지영을 오늘 비록 드라마지만, 만나는 날이었다.

쿵.

거기에 정신이 팔려 앞에 사람이 멈춘 것도 몰라 등에 코를 박았다.

“앗!”

“얘가 또, 정신 놓고 다니네.”

“헤헤, 미안해요. 언니, 저 장실 좀 갔다가 갈게요.”

“그래그래, 얼른 갔다가 와.”

“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양유진은 휴게실에 들러 폰을 챙길까 하다가, 언니들이 기다릴까 봐 그냥 식당으로 향했다. 먼저 식판에 음식을 담아 항상 앉던 창가 자리에 앉은 언니들은 폰으로 뭘 보는지 수저도 들지 않고 있었다.

‘뭐 보시지?’

그녀는 언니들이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지 궁금해져 얼른 식판에 밥을 담아서 자리로 갔다.

“언니, 뭐 봐요?”

“어? 어, 어…… 유진아?”

“네?”

“이거.”

“이게 뭔…… 아.”

언니가 내민 핸드폰 화면엔 지영의 사진이 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말문이 막힌 원인은 아니었다. 그런 강지영의 옆에는 세상 맑고, 밝게 웃고 있는 자기 모습이 있었다. 보는 순간, 아 저거…… 언제다. 하고 옷차림을 보곤 시기도 기억이 났다.

‘저번 여름에, 그…… 바닷가에서.’

어른이 되었던 날.

그날이다.

볼이 괜히 빨개졌다.

하지만 앞에 있는 사람들은 그걸 지켜볼 리가 없었다.

“유진아. 이거 너 같은데, 아니니?”

화들짝!

그 말에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온 양유진은 허겁지겁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데 폰이 없었다. 당황한 그녀의 앞에 폰이 또 들이밀렸다. 화면에는 저번에 집 앞 공원에서 잠깐 만났을 때 사진이 찍혀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 있었지만, 누가 봐도 지영이랑 자신이었다.

지영이 자기를, 그리고 자기가 지영을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보는 그 장면을 딱! 포착해서 찍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와, 잘 찍혔다.”

“너 맞지?”

“어, 어…….”

양유진은 너무 확실한 자기 얼굴 때문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강지영의 스캔들. 이 아니라 열애설이 났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인 것까지 그냥 대놓고 터졌다. 양유진은 일을 하느라 몰랐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어, 강지영 열애설 떴다.”

“상대는 일반인? 공장 다닌다는데?”

“공장 다니는 일반인? 공순이? 아니 강지영이 뭐가 아쉬워서?”

“연예인 아님? 왜 저번에 이연이랑 스캔들 났잖아.”

“이연 아님. 사진 떴…… 어, 이 사람…….”

“음? 어? 아? 앗! 불량팀! 아 그 사람이네!”

“양유진? 아 맞네, 양유진 씨네!”

식당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웅성웅성은 금방 소란으로 번졌다.

“아…….”

그 소란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양유진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자 앞에 있던 한 사람이 얼른 양유진을 자기 쪽으로 불렀다. 본능적으로 막고,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았는데 그 생각은 진짜 정답이었다.

우르르 몰려든 사람들이 정신없게 하는 순간에도 기사는 우르르 생산되고 있었다.

“와, 대박! 이분 양지원 언니라는데?”

“헐, 차세대 피겨 퀸?”

“이렇게 보니까…… 닮았네.”

“근데 왜 한 번도 얘기 안 했대?”

“공장 다니는 게 쪽팔렸나 보지!”

무차별적으로 던지는 폭언이다.

그런데 그 말이 맞았다. 양유진은 동생이 나중에 자기 직업 때문에 놀림을 받을까 봐, 정말 믿을 수 있는 앞에 언니들에게만 얘기하고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입이 무거운 언니들도 동생이 양지원이라는 걸 다른 곳에 얘기하지 않았고. 그렇게 지금까지 비밀이 지켜졌었다.

하지만 열애설 기사에 그것까지 전부 나왔다.

무서워졌다.

처음엔 멍했다가, 좀 놀랐고, 그다음인 지금은 무서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쑥 남자친구인 지영은 이런 시선을 매일 같이 견디고 살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고, 그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런 시선들을 받을 걸 알면서도,

‘나를 좋아해 주는 거구나. 지금까지도 진심으로.’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지금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 앞으로 몰려든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야, 유진아. 너 진짜 강지영이랑 사귀냐?”

“사진 보니까 이거 완전 너네. 그리고 동생이 양지원이었어? 진짜야?”

“언니? 언제부터 사귀었어요? 와 대박! 다음에 만날 때 저 한 번 불러주면 안 돼요? 저 진짜 팬인데!”

“와, 저 얼굴로 어떻게 강지영을 만나지?”

“아니, 걔는 왜 공순이를 만난대?”

듣기만 해도 속이 거북해지는 멘트들이 미친 듯이 날아다녔다.

“어어, 저리 가! 우리 유진이한테 오지 말어! 아주 손만 대봐! 바로 성폭행으로 신고할 거니께!”

“오지 말라니까! 밥들 처먹지 왜 애를 괴롭혀! 그리고 다 큰 아들이 사랑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뭔 난리들이여!”

수저를 마치 칼처럼 들고 훠이! 훠이! 하는 모양새가 퍽이나 웃겼지만 그걸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물러나자니, 자존심이 상하는 양반들이 퍽, 있었다.

“아 그냥 좀 물어보는 거죠!”

“맞아! 뭐 우리가 욕을 했어! 뭐를 했어!”

욕을 하진 않았는데.

“제 얼굴에 침 뱉는 소리 한 거 당신 아냐?”

“뭐 공순이? 너는 그럼 이 시꺄! 공돌이냐!”

다 똑같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공순이라는 단어를 썼던 것부터 이미 그 사람의 개념 상실을 의미했다. 이런 대치는 직책이 높은 사람이 오고 나서야 좀 진정됐다.

“아따! 점심시간에 밥들 안 처먹고 다들 뭐 하는겨! 배들 들고파? 그럼 바로 일하러 보내줘?”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다들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반짝이는 민머리에, 강지영의 친구 중 하나인 황석 배우보다 훨씬 더 덩치가 거대한 사내가 서 있었다. 이런저런 직책이 있지만, 그냥 현장 총책임자 정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현장 총책임자는 일 잘하는 양유진을 퍽, 아꼈다.

“거 가뜩이나 정신없을 애 건드리지 말고! 밥들 처먹어! 얼른!”

“…….”

“…….”

깨갱…….

말을 안 들으면 뚝배기가 날아갈 것 같은 흉악함에 양유진 앞에 몰려있던 인파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현장 감독 임석도는 혀를 차며 양유진에게 다가왔다.

“쯔쯔, 하여간 오지랖들은. 유진아. 괜찮으냐?”

“헤헤, 네. 감독님.”

“괜찮기는 뭐가 괜찮어. 얼굴이 허옇게 떴는데. 오늘은 일단 밥 먹고 조퇴혀.”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헤헤, 일 다 하고 갈게요.”

“불량 늘어나면 내가 욕먹어. 그러니 잔말 말고 퇴근혀.”

“아, 네…….”

“글고 미한허다.”

“네?”

뭔 소린지 몰라 양유진이 눈을 깜빡이자. 임석도가 씩 웃으며 말했다.

“왜 내 아들놈 만나보라고 한 거. 훌륭한 남자친구 있는데 내가 헛소리를 혔네. 미안혀.”

실제로 그랬다.

임석도는 맹하면서도, 일할 땐 또 야무진 양유진을 매우 아꼈다. 이런 일을 하면서도 저렇게 밝고, 그 에너지를 또 현장에서 보여줘서 더욱 아꼈다. 그래서 며느리 삼고 싶은 마음에 아들놈 만나보라 몇 번 얘기한 적이 있었다.

“에이, 아드님이 검사님이시잖아요. 헤헤, 제가 많이 부족해서 안 돼요.”

“헛, 그런 내 아들놈도 유진이 남자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 어쨌든 그건 정말 미안혔어. 밥 먹고, 얼른 퇴근혀. 알었지?”

“네!”

임석도가 고개까지 살짝 숙여 사과하고 떠나자 참 남자가 멋지단 얘기가 언니들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둘째 언니가 갔다 오셨고, 감독님도 사별하셨다는 정보가 갑자기 머리에 떠올라 몇 번 눈을 깜빡였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얼른 휴게실로 돌아갔다.

뒤에 언니들이 호위무사처럼 서 지켜주자, 얼른 개인 사물함을 열어 폰을 확인했다.

메시지가 산처럼 와 있었다.

특히 지영에게 온 전화가 30통이 넘었다.

힐끔 눈치를 본 그녀는 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려던 순간 지영이 전화를 받았다.

“어, 지영 씨?”

-누나, 나 지금 가고 있으니까, 움직이지 마요.

“어? 네?”

-지금 누나 회사에 기자들 엄청 깔렸어요. 그러니까 움직이지 말고 거기서 기다려요. 알았죠?

“어…… 네.”

그녀는 그 말에 반사적으로 창문으로 가서 밖을 확인했다.

지영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문 앞에, 기자들이 진짜 벌떼처럼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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