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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46화 (24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46화

246화. 방송(15)

괜찮아, 아들?

아들?

몽롱한 의식에서, 지영이 들은 목소리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천천히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자 기억에 있는 곳이었다. 아주 예전, 그러니까 충주로 내려가기 전에 청주에서 살았던 곳이다.

방 두 개에, 작은 거실과 주방이 있는.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희미한 공간이었다.

어?

그런 옛날 집에서, 자신을 아들이라고 부르는 어머니 말고의 존재?

번쩍 눈을 뜬 지영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곧 거실에 앉아 손을 흔들리고 계시는 한 중년 사내를 발견했다.

아버지였다.

“아빠…….”

회귀한 이후에도, 이전에도 정말 꿈에서도 쉽게 뵐 수 없었던 아버지다. 회귀하고 나서 딱 한 번인가, 두 번인가, 만나본 게 전부인 아버지다.

“아들, 잘 잤어?”

“……네.”

꿈이다.

자각몽이었다.

지영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이게 꿈이라는 걸 곧장 깨달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러한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 보니까, 이게 꿈이라는 것도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영은 곧 그러면 어때서? 하는 마음이 됐다. 꿈이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이게 자각몽이고, 꿈속의 자신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게 아닌 본인의 의지로 움직이는 꿈이라는 것에 그냥 감사하기로 했다.

“아들, 힘들어?”

그 앞에 앉자 대뜸 그렇게 묻는 아버지.

멈칫한 지영은 자신이 왜 꿈을 꾸고 있는지는 생각했지만, 그냥 잠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전에는…… 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언론, 협회, 예술.

절로 울컥했다.

지영이 남들보다 빠르게 철이 들어서도 유일하게 투정을 부리던 사람이 아버지였다. 어머니에게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회귀 이후에도 그러는 중이지만, 이전에도 지영은 빨리 철이 들었고,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버지한테는, 생전에 투정을 많이 부렸다.

사실 어머니보다, 더 많이 연락하고 했던 게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힘들지? 하고 물으니까, 그냥 가슴을 누가 뭔가로 쿡! 찌른 것처럼 아릿했다. 솔직히 원망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사고가 나고. 그러니까 회귀 전 크게 사고가 난 다음 지영은 언젠가 한 번, 아들이 이렇게 다쳤는데도 꿈속에 한 번 찾아오지 않는 아버지가 미워서 원망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힘들어? 하니까.

“네, 조금요…….”

흑…….

절로 눈물이 났다.

그러자 아버지는 안쓰러운 얼굴이 되셨다.

“미안하다. 아빠가 돼서, 제대로 도움도 못 주고.”

“…….”

“하지만 아들. 아들은 지금 정말 누구보다 잘하고 있어. 아빠가 다 지켜봤는데, 우리 아들 정말 최고더라. 멋있어.”

“진짜요?”

“그래. 힘든 아이들 돕는 것도 그렇고, 널 괴롭히는 사람들한테 하는 것도 그렇고. 아빠가 정말 자랑스러워서 어깨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대단해. 그러니까 아들, 힘들어도 지금처럼 하는 거야.”

“지금처럼이요?”

잘하고 있다는 그 말이, 어찌나 안심되고, 안도감이 들던지. 지영은 그래서 웃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버지가 잘하고 있다니까, 꿈속인데도 거짓말처럼 힘이 났다.

“그래, 지금처럼. 우리 아들 눈 뜨면 또 힘들 거야. 하지만 명심해. 아들은 지금 누구보다 잘하고 있어. 아들이 선택한 건, 하나도 틀린 선택이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다 아들을 욕해도 아빠는 아들이 최고고, 너무 자랑스럽고, 멋지다.”

“…….”

“그러니까 흔들리지 말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아빠가 뒤에서 밀어줄 테니까, 응원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

네.

울컥하는 마음 때문에 지영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아버지는 일어나 지영을 가만히 안았다. 툭툭, 툭툭. 그리곤 가만히 어깨를 토닥여 줬다. 그 행동에, 그 손길에서 느껴지는 실질적인 온기는 없었다.

하지만 지영은 더없이 따스한 기운을 느꼈다.

꿈은 거기서 끝이었다.

아버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그걸 보며 지영은 신기하게도 이제는 꿈에서 깨야 할 때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실제로 지영은 깨어났다.

* * *

다시 눈을 뜬 건 새벽 다섯 시가 조금 안 됐을 때였다. 11시쯤 쓰러졌으니, 6시간 정도 지나 있었다. 지영이 눈을 뜨자 달려온 의사에게 들은 설명을 의학용어 없이 간단하게 풀어보자면.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라피앙 파벨로의 사망 소식에 가뜩이나 받고 있던 스트레스가, 한계치 이상으로 솟구쳤고 그걸 고위험성 반응이라고 판단한 뇌가 정신을 강제로 끊어서 육체를 휴식기로 내던졌다. 이 정도였다.

스트레스.

이번 문제로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셌으면, 뉴스를 보자마자 혈압 머리끝까지 올라와 육체를 제대로 상하게 했다. 아니, 만들려고 했다. 그러자 뇌가 그걸 지켜보지 않고 육체를 강제로 쉬게 했다. 의식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화가 잔뜩 난 사람이 진짜 현기증을 느껴 뒷목 잡고 쓰러지는 경우가, 지영이 지금 겪은 경우였다.

의사가 물러가고, 보호자가 달려왔다.

“죄송해요.”

“아냐, 아냐 아들…….”

지영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만사 제치고 올라오신 어머니는 지영이 깨어나자 크게 안도한 얼굴이지만, 역시 그만큼 놀란 얼굴이기도 했다.

“몸은, 몸은 좀 어때?”

눈물이 가득한 얼굴.

지영은 씩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약간 몽롱하긴 하지만, 컨디션은 정말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개운할 정도였다. 갑자기 얻은 휴식으로 인해 육체가 제대로 회복이 되었다는 게 딱 느껴졌다.

“괜찮아요. 정말 개운할 정도로.”

“그래? 정말이지?”

“네. 정말이요.”

지영이 웃자, 어머니는 그제야 크게 안도하셨다.

그다음으로 들어온 건 양유진이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었다. 미안했다. 걱정만 시키는 남자가 되어서.

양유진은 지영의 손을 잡고 또 이잉……!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한참 울고 나서야 진정했다.

다음엔 친구들이 들어왔다.

“괜찮아?”

“응. 미안.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고 하더라.”

“그럴 만했지.”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그래, 그럴 만했지. 하고 중얼거렸다. 솔직히 정말 그럴 만했다. 지영은 계속해서 시달렸다. 어느 순간부터 호의보단 적의와 훨씬 더 많이 대면하고 살게 됐다. 그걸 이겨내고, 극복하고 그랬지만 결국에는 이번 일까지 당하면서 진짜 스트레스 수치가 선을 훅 넘어버렸다.

지영 스스로도 충분히 그럴만하단 생각이 들었던 기절이었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당분간 푹 쉬자. 알았지?”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저으며 상체를 세웠다.

“은진 누나는?”

“은진 누나? 지금 좀 바빠서 너 병원으로 옮기고 다시 회사로 갔어.”

새벽이다.

오밤중.

그런데도 갔다는 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뜻일 거다.

“지금 개판이지?”

“응? 뭐가?”

피식.

으이구, 그런다고 내가 모를 줄 알고?

지영이 피식 웃고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자 강한결이 쓴웃음을 지었다.

“야, 눈뜨자마자 또 그걸 생각하고 싶냐?”

“해결은 해야지.”

“무슨 해결. 다 끝났잖아.”

“아니,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지영의 말에 강한결을 비롯한 친구들의 표정이 싹 굳었다.

지영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쓰러진 뒤, 여론의 방향이 어떻게 변했을지를.

‘개판이겠지.’

아마 지영에게 엄청난 적의가 날아들고 있을 거다.

왜?

설마 했던 라피앙 파벨로가 진짜로 죽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인간인 이상은 반드시 이렇게 생각하게 되어 있었다.

‘강지영이 아무도 고르지 않아서, 라피앙이 진짜 죽음을 선택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의식의 흐름이 이런 식으로 변했을 거라고 당연히 예상 가능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여론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강지영은 끝까지 침묵했고, 라피앙 파벨로는 죽었다.

강지영이 라피앙 파벨로를 죽였다.

혹은.

강지영이 라피앙 파벨로의 죽음을 강요했다.

정도로 여론이 변했을 게 분명했다. 신기하게도 눈을 뜨고, 짧게 생각을 해보자마자 이런 결과가 떠올랐다. 기가 막힌 예측이었지만, 씁쓸한 예측이기도 했다.

지영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가봐야지.’

라피앙 파벨로의 마지막을 지영은 자신이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에 대한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을 걸고넘어진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지만, 지영은 그게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다.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한결아. 은진 누나 좀 불러줘.”

“……왜, 뭐 하려고?”

강한결이 바로 그래, 하지 않고 이유를 물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제대로 대답을 안 해주면 불러주지 않을 것 같았다. 지영은 친구들을 바라봤다. 여차하면 지영의 폰을 빼앗고도 남을 눈빛들이었다.

그만큼 걱정과 분노가 혼재한 느낌이 친구들 얼굴에 더덕더덕 붙어 있었다.

“끝은 봐야지.”

“무슨 끝.”

차분한 강한결의 목소리.

지영은 친구가 화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지영도 물러설 수 없었다.

“라피앙 파벨로의 끝.”

“아, 진짜. 야, 그걸 네가 봐서 뭐 할 건데?”

이번 말은 결국 참지 못한 이성진의 말이었다. 솔직히 이해시키기 힘들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라피앙 파벨로. 솔직히 지영에게도 그는 결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가 무슨 의도가 있었든, 자신을 걸고 넘어간 순간부터 이미 절대 용서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그게, 지영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래서 지영은 오히려 그의 끝을 볼 생각이었다. 그래야 뭐가 풀리더라도, 풀릴 것 같았다.

“한결아.”

그래서 굉장히 많은 의미를 한결아에 함축시켜 넣어, 친구를 불렀다.

그러자 인상을 써도 잘생긴 강한결이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너도 고집 하나는 아오…….”

“하하. 뭐 나만 그런가. 다들 똑같지.”

그냥, 고집부릴 일이 별로 없을 뿐이지.

실제로 고집들은 다들 셌다. 이성진도 그렇고, 임효중도 그렇고, 황석도 그렇고, 그리고 강한결도 그렇고. 그런데 그냥 평소에는 다들 그 고집을 끝까지 부릴 일이 없을 뿐이었다.

“후우, 알았어. 은진 누나 불러줄게.”

“응, 부탁할게. 그리고 너희도 좀 가서 쉬어, 이제.”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지영은 그냥 씩 웃어줬다.

그러자 이성진이 가장 먼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병실을 빠져나갔다. 좀 화난 얼굴이었다. 나중에 갔다 와서 가장 먼저 풀어줘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영은 어머니와 양유진과 좀 더 대화를 나눴다.

다시 대화를 나눴을 때나 완벽히 안도했다.

그러던 중에 밤을 지새운 게 분명해 보이는 임은진이 왔다.

두 사람은 임은진이 오자 감사한 얼굴로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는, 휴게실로 갔다.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휴게실에서 쉬실 생각 같았다. 그래도 VIP 병실이라 휴게실도 넓어서, 일단 오늘 하루 쉬는 데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좀 괜찮아?”

“네,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고요. 누나.”

“응?”

“프랑스행 비행기 티켓 좀 끊어주세요.”

“……어?”

“그리고 라피앙 파벨로. 그 사람 장례식을 어디서 하는지, 언제까지 하는지도요.”

“……가려고?”

“네.”

갈 거다.

가서, 그의 끝을 직접 보고 마음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이제는 그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란 가책을 느끼지는 않았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라피앙 파벨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다가 외줄에서 뚝 떨어진 거였다.

그래서 지영은 가책을 느끼진 않았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은 느끼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이번 유행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일어난 유행이었다. 그리고 그 유행이 활활 타오르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지영은 그 끝을 낼 생각이 없었다. 회사의 방침도 그랬지만, 지영도 그 어느 걸 고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방치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런 일이 벌어졌다.

거기에 대한 도덕적 책임.

그 정도는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은진은 그렇게 생각하는 지영의 눈을 가만히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른 걸로요.”

“알았어. 대신, 대표님이 허락 안 해주시면 나도 못 한다?”

“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아, 정말 참 너도, 하아.”

연신 한숨을 내쉬는 임은진.

그러나 한숨을 쉬는 것 치곤 표정이 매우 밝았다. 마치 지영의 선택이 조금은 기꺼운 사람처럼.

해가 뜨고, 8시가 되기도 전에 병실에 찾아온 장세리에게 허락을 받은 지영은 그날 저녁, 의료진은 만류한 파리행 비행기에 조용히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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