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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09화 (209/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09화

209화. 가노컵(3)

고작 7일.

현재 체중은 77㎏.

“휴우…….”

체중계에 올라갔다 내려온 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다행인 게 드라마를 하면서 식단을 조절하고 있었단 점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식단에 적응해야 했고, 그 이전에 체중이 80은 넘었을 테니 현실적으로 시합은 포기했었어야 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영은 최대한 몸 관리를 해야겠단 생각 때문에 다른 걸 몰라도 식단 하나만큼은 철저히 지켰다. 가끔 회식할 때도, 몸이 조금이라도 무거운 것 같으면 기름진 고기는 최대한 피했다. 그렇게 식단을 지켰기 때문에 당장 체중 감량에 돌입하면서 시작한 식단에도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식단 적응은 문제도 아니었다.

전기정 감독은 황금세대가 한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 미친 대회 스케줄이 일본협회가 지영이 너 하나 잡으려고 짠 거다?”

전기정 감독의 말에, 강한결이 대표로 대답했다.

“지영이가 목적이긴 할 테지만, 저희도 아마 같이 겹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영이만 활동한 게 아니라, 저희 전부 같이 활동했으니까요. 지금도 성진이는 이주마다 한 번씩 더 런닝에 나가고 있고요.”

“그래, 너희들까지. 근데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어제 일본의 미야모토 신지에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지영이랑 라이벌이지만,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거든요. 그 친구랑 안자이 히카리 선수도 같이요. 두 선수의 부모님이 일본유도협회 고위 공무원인데, 그쪽에서 들은 얘기라고 했습니다.”

“……허.”

“거의 확실할 거예요. 지영이랑, 저희 노리고 이번 대회 일정에 수작 부린 건.”

“그거야 나도 알고는 있었다.”

“네?”

알고 있었다고?

지영은 고개를 잠깐 갸웃했다가, 좀 생각해 보니 금방 알 수 있는 문제기는 했다. 왜 갑자기 일본이, 욕을 먹어도 싼 미친 짓을 저질렀을까? 여태까지 근 10년은 세계 유도계의 패자로 군림했으면서. 뭐하러 이런 귀찮고, 욕먹을 짓을 했을까?

이걸 생각해 보면 당연히 떠오르는 건 보복이다.

그럼 대체 누구한테, 왜 보복을?

이걸 생각하고 다시 조금만 생각하면 황금세대 전체, 이시카와 사오리를 지영이 나서서 귀화시켰던 것까지는 금방 떠올릴 수 있게 된다. 그럼 답은 다 나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 정확하게는 예상하고 있었던 거지. 그런데 너희 말 들으니 예상이 너무 딱 맞아떨어져서 그런지 감흥도 없네. 어쨌든 그건 알고는 있다. 협회도 보니까 알고 있는 것 같고. 그런데 너희들은 그걸 알면서도 대회에 나가고 싶다 이거지?”

“네. 이런 거에 놀아나면, 앞으로 대회 나갈 때마다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그래, 일본이 원래 치졸하고, 끈질기지. 아마 너희들이 선수 생활하는 내내 들들 볶을 거다.”

전기정 감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곤, 다시 황금세대를 둘러보며 말했다.

“자, 그런데 너희들 의견은 알겠다. 하지만 대회 이렇게 준비해서 나가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된다. 그래서 난 그냥, 이 사실을 너희들이 이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가노컵을 포기해. 포기해도 되는 대회다. 가노컵? 중요하지. 하지만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을 앞두고 너희들의 커리어와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는 건 솔직히 난 반대다.”

전기정 감독의 말에 다들 쉽게 그래도 대회 나갈래요! 하고 대답하진 못했다.

황금세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전기정 감독은 현재 국대 감독이었다.

그것도 총감독이었다.

남자팀, 여자팀 전부 관리하는 그의 의견은 솔직히 이곳에선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전기정 감독은 존경할 만한 감독이었다. 경기성적이 아니라, 선수의 컨디션과 커리어를 챙기는 것만 봐도 일단 다른 감독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믿고, 훈련 자체를 맡겨도 될 만한 사람이, 전기정 감독이었다.

그런 그의 의견은 달랐기 때문에 지영도, 강한결도, 그의 친구들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너희 대회지. 그러니 결정은 너희들이 하는 거다. 책임은 내가 지는 거고. 일정을 참 뭐같이 짜놔서 아직 내일모레까진 여유 있다. 그러니 내일 안에는 말해줘야 한다.”

“네, 감사합니다.”

“아, 참고로 너희 말고 다른 애들은 전부 대회 나가기로 했다.”

“어? 진짜요?”

이건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아까 새벽 운동하고 나서, 아침을 먹으며 물어봤을 때 선배들은 그냥 글쎄? 아직 고민 중이야. 거의 전원이 이런 대답을 줬다. 그런데 나가기로 했다고? 대회 스케줄이 미쳤기 때문에 전기정 감독은 그날 바로 선수들에게 참가 의사를 자율로 맡겼다. 다만 만약 시합을 뛰지 않을 시, 2선발 선수들의 의사도 물어봐야 하기에 가능하면 빠르게 선택을 내려달라고 했다.

그 기간이 내일까지였다.

“좀 전에 수원이가 종합해서 의견 전달해주고 갔다. 전원 참가로.”

“……저희한테는 말 없었는데요?”

“좀 전에 말해줬다니까. 수원이가 이를 갈더라.”

“저희한테요?”

“아니, 일본한테. 우리 막내들 괴롭힌다면서. 가만 안 두겠다고 하던데? 아주 독이 잔뜩 올랐어. 하하.”

“…….”

정수원 선배.

과묵하고, 우직한 선배.

선발전 때도 컨디션 괜찮냐면서, 지영을 포함한 황금세대 전체를 걱정해줬던 선배였다. 사실 지영은 선발전 때도 거의 적진의 느낌을 받았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범하지 않은 행보를 보이는 황금세대가 못마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시아 선수권을 함께 나갔던 선수들과는 친분이 깊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정수원은 마치 친동생처럼 황금세대를 챙겼다. 주변에서 눈총을 주기에는 정수원의 짬이 너무 깊었다.

선수촌의 고인물 중 고인물이 정수원이다.

현역 중에서는. 특히 선수촌에 입촌한 선수 중에서는 나이가 제일 많은 게 정수원이라 황금세대를 싸고도는 그를 뒤에서 욕은 해도, 앞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

그만큼 정수원의 짬은, 대단했다.

그런 정수원은, 황금세대를 노린 이번 일본의 행태에 분노했다.

큰형 같은 정수원이 화가 났다는 얘기에 지영은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고마워서 나는 웃음이었다.

“저희도 다 뛰겠습니다. 내일이 돼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오늘 바로 공문 넣는다?”

“네. 저희도 감량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예정에 없던 시합이지만, 잘해보자. 알았지?”

네!

짧지만 단단하게 대답한 뒤, 감독실을 나온 지영은 친구들과 함께 바로 선배들에게 향했다. 오전 훈련 전. 선배들은 전부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도장에 모여서 얘기 중이었다. 강한결이 대표로 나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강한결의 인사에 선배들은 그냥 말없이 씩 웃었다. 그러곤 정수원이 대표로 와서 강한결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그걸로 끝이었다. 낯 뜨거운 인사였고, 상황이었지만 지영은 이상하게도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유도는 개인 경기다.

하지만 단체의 버프가 통용되기도 하는 종목이었다.

일본의 수작에, 선수들이 다 같이 각오를 다지기 시작하니 분위기만큼은 최고였다.

그렇게 시작된, 가노컵 준비.

분위기는 분위기고, 감량은 감량이다.

혹독한 일주일이 시작됐다.

* * *

뿌득!

이틀 남았다.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지영은 진짜 이를 갈았다. 이제 계체까지 이틀이 남았다.

74. 1㎏.

1㎏ 하고, 100이 오버된 상태였다.

근 며칠간 감량하면서 수분을 뽑아내고 있긴 한데, 지영의 육체는 워낙에 수분이 없는 몸이었다. 거기에 체지방도 거의 없었다. 드라마 준비가 아니더라도, 이상적인 육체를 만들기 위해 지영은 육체를 최대한 단련시켜 놨었고, 그렇기에 태울 체지방이 거의 없었다.

이런 몸은 원래 아주 조금씩, 길게 시간을 두고 감량을 해야 한다.

그래야 컨디션도 망가지지 않고, 최대한 건강한 상태로 시합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장 시합이 얼마 남지 않아서 지영을 포함한 선수들 전원이 빠르고, 급하게 감량을 시작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총동원됐다.

땀복을 입고 사우나는 기본이고, 훈련장의 온도를 어마어마하게 올린 다음 땀복을 꽉 껴입고 훈련을 하는 것도 기본이었다. 새벽부터 야간까지. 잠들기 전까지 진행되는 모든 훈련이 체중 감량을 위한 훈련이었다.

그리고 그런 훈련 뒤에는 철저한 식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은 체중과 계체까지 남은 날을 계산한 철저한 식단. 그래서 식사 시간이 가장 독기가 철철 넘칠 때였다. 본래 대회가 여유가 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먹을 것도 좀 먹으면서, 여유를 가지고 뺄 수 있었다.

감량은 원래부터가 힘들다.

평체가 자기 체급에서 보통은 7에서 많이는 10㎏까지 많게 만들어 놓다 보니, 원래 감량은 힘들다. 그래서 긴 호흡으로 진행한다. 지영도 보통 한 달 전부터 시작해서 일단 한 번 찍고, 그다음 다시 좀 먹어서 2에서 3㎏ 오버를 만들어 놓은 다음 시합 며칠 남겨두고 다시 빼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평소 루틴은 싹 무시하고, 그냥 뽑아내고 있었다.

현기증이 가끔 돌 정도로 진짜 미친 듯이 뽑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며칠 하다 보면, 선수들의 몰골은 진짜 이게 사람 새끼인가? 싶을 정도로 망가진다.

피부부터 시작해서 눈빛까지.

그냥 진짜 맛이 가버린다. 지영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하얗게 올라온 피부도 피부지만, 눈빛이 퀭했다. 퀭해도 너무 퀭해서, 마치 약을 한 사람처럼 피골이 상접해졌다.

지영도 지영이지만.

체중을 재고 함께 사우나에 들어온 친구들의 상태도 완전 메롱이었다. 그냥 속된 말로, 맛이 가버렸다.

“후우…….”

눈을 감고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고 있는 강한결의 심기도 매우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데, 그건 마치 올라오는 욕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욕을 참고 있는 게 맞았다.

이미 이성진은 X발, 미치겠네를 몇 번이나 내뱉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감량 때문에 다들 고통받으면서 인성이 매우…… 나빠지고 있었다.

뚝.

“흐악…….”

모래시계가 다 돌자, 가장 먼저 이성진이 숨을 들이마시며 얼른 사우나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그 뒤를 임효중, 강한결, 황석이 뒤따랐다. 지영은 가장 마지막에 나왔다. 참을만해서가 아니라, 가장 안쪽에 앉아있어서였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아 왜 이렇게 늦게 나가! 이런 생각이 불쑥 들었었다.

성격이 진짜,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렸다.

“아 못해. 두 번 못 들어가…….”

이성진이 먼저 포기했고, 임효중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성진의 옆으로 뻗어버렸다.

“후우, 후우. 땀 끝까지 내고, 먼저 씻어.”

“어, 하아……. 한결이 너도 조심해라. 지금 너 안색 진짜 안 좋아.”

“후…….”

이성진의 경고에 강한결은 한숨을 내쉬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어쩐 일로 체중이 많이 늘어나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감량해야 하는 강한결은 이성진의 말처럼 낯빛이 좋지 못했다.

“지영이 넌?”

소매를 살짝 벌려 안에 땀을 주르륵 흘려내며 물어오는 강한결. 지영도 비슷하게 안에 찬 땀을 빼낸 다음,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난 두 번 더.”

“두 번이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저녁에 조금이라도 먹으려면, 어쩔 수 없어.”

땀을 빼고 당연히 뭘 먹어야 한다.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체중이야 빠지겠지만, 문제는 체중과 함께 컨디션, 건강 등등이 함께 쭉쭉 빠져나간다. 그런 상태로 계체를 통과해 봐야, 다음 날까지 컨디션이 올라오지도 않을 거라서 시합은 그냥 죽 쓴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뺀 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먹어줘야 했다.

고단백, 고열량을 먹어 몸에 다시 에너지를 넣어주고, 다시 굴려서 수분을 빼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이런 감량은 선수에 따라서 스타일이 다 다르긴 하다.

시합 이삼일 전부터 진짜 미친 듯이 달려서 뽑아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정말 드물게 UFC 선수처럼 당일에 뽑아내는 선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건 보기 드문 케이스고, 보통은 지영처럼 시간을 들여, 공을 들여 컨디션을 생각하며 뽑아낸다.

딱.

모래시계가 다시 다 돌았다.

“하…… 씨…….”

욕이 턱 끝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하지만 어쩌겠나. 해야지.

결국 다시 뜨거운 사우나로 지영은 입장했다. 그리고 시작된 인고의 10분. 지옥에 발을 담가놓고 물장구치며 놀게 만드는 10분. 그걸 두 번이나 더한 지영은 거의 탈진 상태까지 갔다. 하지만 또 식단을 잘 챙겨 먹자 에너지를 금방 회복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계체 당일.

72. 90㎏.

혹독했던 감량의 시간이 끝을 고하자마자 지영의 눈빛이. 아니, 선수단 전체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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