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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73화 (17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73화

173화. 새롭게 뜨는 별, 신성(新星)(8)

선수촌 입촌.

보통 선수들은 입촌이라고 한다.

입촌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현역 국대들이 입촌하고, 하나는 유망주들이 입촌하는 경우였다. 이 두 가지의 경우가 아닐 때는 그냥 단순히 훈련만 참가할 목적인 당일치기 전지훈련 개념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선수촌 내 합숙은 불가능했다.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건 국가대표와 유망주만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선수촌의 호출이 연희고로 떨어졌다.

예전에도 유망주 자격으로 입촌하라는 호출은 왔었지만, 대표 자격으로 입촌하라는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것마저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애초에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당연히 입촌할 생각이었으니까. 수능을 포함한 대회가 남아서 아시아 선수권 한정이지만, 그래도 연희고 유도부는 호출에 응해 진천 선수촌에 입촌했다.

3차 선발전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진 입촌이었다.

입촌 시간은 11시까지.

지영은 친구들과 함께 11시 30분 전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선수 확인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선수들 절반 이상은 모여 있었다.

“어, 왔어?”

2위 자격으로 입촌한 이우진의 반가운 인사에 지영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일찍 왔네?”

“차 시간이 애매해서, 어제 읍내에서 자고 들어왔지.”

“그래? 고생했겠네.”

경민고는 의정부.

제법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재벌 3세인데 혼자서 움직이는 게 신기했다.

“왔냐.”

“안녕하십니까.”

박병훈도 들어와 있었고, 그가 웃으며 한 인사에 지영은 꾸벅 고개를 숙여 받았다. 박병훈은 매너가 좋은 선수였다. 경기 당시에도 반칙은 하나도 하지 않았고, 비매너 플레이도 하지 않았다. 결승전이 끝났을 땐 와서 진심으로 우승을 축하해 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영도 그의 인사에 진심으로 인사했다.

“컨디션은 어때?”

“좋아요. 선배님은요?”

“나도 괜찮지. 이야, 도복 멋은 모습 보니까 왜 너희를 연희고 아이돌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반칙 아니냐? 운동도 잘하면서 그렇게 생긴 건?”

박병훈의 너스레에 지영은 그냥 빙긋 웃고 말았다. 그러곤 주변을 돌아봤더니 친구들도 다른 선배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다행인 건, 이번 선발전 결과가 정말 이변이 미치도록 터져 기존 선배들의 절반 이상이 떨어지고 새로운 피가 수혈됐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기존 국가대표들은 지영을 포함한 친구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지금은 다들 바라보는 눈초리가 나쁘지 않았다. 물론, 개중 몇 명은 여전히 황금세대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저런 눈빛을 자주 받아봐서,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인사를 하는 사이 남자, 여자 선수들이 전원 모였고 대화의 꽃은 채 피우기도 전에 막을 내렸다.

“어, 감독님 오신다.”

“안녕하십니까!”

유도 훈련장 안으로 들어오는 감독은, 지영과는 인연이 제법 되는 분이셨다.

바로, 전기정 교수.

청소년 아시아 선수권과 세계 청소년 선수권 감독직을 맡았던 전기정 교수가 이번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다.

이는 아마 협회 측에서 보이는 배려 같았다.

연희고 황금세대의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전기정 교수였다. 두 번이나 같이 대회를 나갔고, 전기정 교수의 지도하에 훈련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가장 이들의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다들 잘 쉬었어?”

네!

전기정 교수의 말에 크게 대답하는 선수들.

당연히 지영도 그 틈에 섞여 있었다. 괜히 네, 했다가 다른 선배들한테 눈총받을 짓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똑같이, 남들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훈련에 임할 생각이었다.

“대답 좋은 걸 보니 잘 쉬었나 보네. 그래, 선수한텐 훈련만큼이나 휴식도 중요하지. 잘했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간, 진짜 지옥 같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각오 단단히들 해.”

시작부터 기를 팍 죽인다.

하지만 지옥 훈련이라는 말에 겁을 먹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훈련이라면 이골이 났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 정도로 끝내고, 질문 있는 사람?”

“저…….”

질문 있냐는 말에 여자팀 선수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어, 승희. 말해봐.”

“여자팀 감독까지 교수님이 직접 맡아주십니까?”

“그래, 이번엔 내가 직접 한다. 대신 코치를 대폭 늘렸어. 남자팀 다섯, 여자팀 다섯. 그들이 거의 일대일로 너희들을 직접 코칭해 줄 거야.”

“아, 넵. 감사합니다.”

“질문 또 있는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솔직히 굳이 궁금한 것도 없었다.

훈련이 어떻게 흘러갈지, 선수권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할지 등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럼 배정받은 숙소에 짐 풀고, 점심 먹자. 오후, 야간은 굳은 몸을 푸는 위주로 갈 거니까 긴장 안 해도 되고. 그럼 해산.”

해산!

지영은 바로 숙소로 올라가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 같은 방을 쓰는 임효중과 함께 식당으로 내려왔다.

선수촌 식당.

사실 선수촌은 식당이 정말 유명하다.

국가대표인 만큼 열량 소모가 높아 음식이 정말 잘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영은 생각보다 크게 감흥은 없었다.

“학교랑 비슷한데?”

“음, 인정.”

임효중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수긍했다. 친구의 말처럼 선수촌 식당은 가짓수는 많지만, 음식의 맛이나 퀄리티 면에서는 거의 엇비슷했다. 그래서 딱히 선수촌 식당에 와, 하고 탄성이 나오지는 않았다.

“너희 학교 음식 잘 나와?”

앞에 앉은 여자부 주장, 임승희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좀 유명해요. 전국에서도 급식 잘 나오는 학교로.”

“와, 부럽다.”

실제로 SNS에서는 정말 유명하기도 했다.

“언니, 언니. 이거 봐.”

“와, 대박…….”

“끝내주지?”

“나 이런 급식 먹으면서 운동했으면 전관왕 하겠다.”

“풉.”

“어, 너 지금 웃은 거 뭐지?”

“어? 저 웃었어요?”

“응, 웃었는데?”

“아닌데?”

“웃던데?”

두 선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대표팀의 분위기가 보였다.

이런 분위기라면 운동할 때도 나쁘진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첫 훈련이 시작됐다.

앞서 전기정 대표팀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오후 훈련은 굳은 몸을 푸는 재활 훈련이었다. 트랙을 가볍게 걷고, 천천히 러닝으로 돌고 들어와 스트레칭. 야간에도 비슷했다. 몸 상태에 대한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고, 이튿날 훈련이 시작됐다.

전기정 교수는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우왝!”

우욱, 우욱!

지영은 새벽 운동이 끝나고, 아주 오랜만에 헛구역질을 했다. 체력이 정말 나쁘지 않은 지영인데도, 딱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새벽 운동에 진이 빠지다 못해 영혼이 가출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그 결과가 헛구역질.

그런데 이건 지영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같이 훈련한 선수들 대부분 헛구역질을 했다.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지박령이라고 불리는 선배들만이 이런 훈련이 그나마 익숙한지 버텨냈다. 물론, 하얗게 질린 채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우왝! 와, 와 씨…….”

이성진이 말간 액을 토해내곤 거친 말을 흘렸다.

임효중과 강한결, 체력 면에서는 황금세대 전체 중 가장 단단한 둘도 대자로 뻗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체력이 가장 약한 황석은 훈련 막판 퍼져버렸다.

“후우……. 괜찮아?”

이우진의 물음에 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우진은 그나마 조금은 익숙한지 괜찮은 표정이었지만, 지영은 별로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지영의 체력과 회복력이 오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원래 훈련이 이래?”

“아니, 이 정도는 아닌데. 오늘 감독님이 빡세게 시키신 듯. 이거 일종의 신고식이야.”

“신고식? 여기도 신고식이 있어?”

“그럼, 있지. 오히려 다른 데보다 더 셀걸?”

“하…….”

어쩐지…….

그럴 것 같았다.

임대성 코치의 새벽 운동도 솔직히 악명이 높았다. 그는 막무가내 훈련이 아닌, 철저하게 기초에 맞춰 훈련을 시켰다. 인터벌을 뛰더라도 1분 인터벌 후 휴식 시간을 확실히 지켰다. 그런데 전기정 교수는 그것보다 초를 더 줄였다.

1분 인터벌 1분 휴식에 적응되어 있던 몸이 1분 인터벌 45초 휴식에 무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그게 신고식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훈련이 끝나고 위액을 쏟은 지 10분,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 지영은 친구들과 주변을 정리하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와, 와아. 대표팀 원래 이래?”

이성진의 말에 지영은 신고식 같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다들 표정이 요상하게 일그러졌다. 그러곤 다시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고식.

말로만 듣던 걸 한 번 겪으니 기분이 좋기도, 그리고 나쁘기도 한 탓이었다. 아침을 먹고, 짧은 휴식 끝에 도복 훈련으로 들어갔다. 오전은 굳히기 집중 훈련이었다.

“우리가 굳히기가 약한 건 다들 알 거다. 그리고 우리 숙적인 일본은 굳히기가 아주 강하지. 일본뿐만이 아니야. 중동이나 유럽권 선수들은 다 힘이 좋아. 그래서 굳히기에 혼이 빠져나가는 경우 많이 생겨. 안나정.”

“네!”

“너 이번에 붙을 안자이 히카리. 걔 굳히기 장난 아닌 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선수촌에 들어온 안나정은 용인대 4학년 선배였다.

첫 선수촌이고, 첫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따낸 안나정은 전기정 교수의 말에 긴장한 기색이 됐다. 그리고 지영은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안자이 히카리.

일본의 유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아주 어려서부터 서브미션이라 불리는 굳히기를 배웠다. 그래서 굳히기가 진짜 강했다. 실제로 브라질리언 주짓수 고수이기도 한 그녀는 한 대회에서 최소 한두 판은 굳히기로 한판을 따냈다. 저번 아시안 게임에선 결승에서 한국 선수를 굳히기로 영혼까지 털어버리기도 했다.

승리하면서 올라간다면, 안나정은 그런 안자이 히카리와 필연적으로 맞붙게 되어 있었다.

“나정이뿐만이 아니라 다들 굳히기가 너무 약해. 내가 많은 대회를 그간 봐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잡기와 굳히기다.”

반짝.

지영의 눈빛이 그 말에 반짝 빛났다.

잡기.

유도에서 아마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이 크고, 지영이 진단했을 때 현재 한국 유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전기정 교수도 역시 알고 있었다. 저걸 알고 계시니, 믿고 따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시합 전까지, 기술은 손보지 않는다. 대신 잡기와 굳히기 중점으로 훈련할 테니 그렇게 알아두도록.”

네!

굳히기와 잡기.

잡기는 몰라도 굳히기는 당장 가장 필요한 연습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훈련은 체계적이다는 느낌보단, 우악스러웠다.

전기정 교수는 아주 옛날 스타일을 들고 왔다. 부상이나 멘탈 케어는 굉장히 현대식으로 써놓고, 훈련만큼은 옛날 방식이었다. 옛날 방식이라고 해봐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그냥 계속하는 거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될 때까지 밀어붙여 끝끝내 성취하게 만드는 방법. 전기정 교수는 딱 그렇게 했다.

그렇다 보니 훈련이 굉장히 힘들었다.

딱히 잡기 스타일이 없는 지영만 훈련이 조금 여유로웠다.

한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선수촌에서 훈련하다 보니 한 달은 정말 순식간에 지났다.

여름의 절정. 무덥다 못해 숨이 턱턱 막히는 날을 견디고 또 견뎌내다 보니 어느새 시합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시 시간이 지나 여름의 끝이 다가왔는데도 더위가 가시지 않은 8월 말, 지영은 일본의 심장, 도쿄로 향했다.

부도칸.

도교 올림픽 유도 경기가 열렸던 부도칸이, 아시아 유도 선수권 대회 경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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