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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70화 (170/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70화

170화. 새롭게 뜨는 별, 신성(新星)(5)

선발전.

가끔, 아주 가끔 유도 선발전을 중계해줄 때가 있다. 편성 시간이 남거나 할 때 공영방송이 가끔 중계해주는데 그것도 보통 1TV 같은 서브 채널에서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정규방송 시간에 편성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번 선발전엔, 정규 방송사 3사가 전부 달라붙었다.

왜?

간단한 이유였다.

시청률이 나오니까.

아직도 장안의 화제인 연희고 아이돌이 타의로 은퇴했다가, 다시 대중의 부름에 응답해 보이는 첫 공식 행보니까.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는 방송국 놈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앞다투어 중계를 편성했다. 3사가 그렇게 전부 달라붙었지만, 이전부터 황금세대로 꿀을 빨았던 MBS가 역시 제일 인기가 많았다.

[시청률 5% 돌파!]

눈앞에 떠 오른 작가의 스케치북을 본 배영우가 씩 웃었다.

참 신기하다.

5%면, 웬만한 종편 드라마 시청률이다. 아, 요즘엔 공중파 드라마도 보통 저 정도였다. 10%만 넘어도 대박 조짐이란 말이 나오는 게 요즘 드라마 판이니까. 그런데 이 애들은 오직 화제성 하나만으로 5%의 시청률을 견인했다.

만약 오늘 다른 방송 2사가 합류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10%도 넘겼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신기한 마음으로, 그리고 기특한 마음으로 결승전을 준비 중인 황금세대를 바라보며 배영우는 PD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받은 PD가 오케이 사인을 내자, 배영우는 멘트를 시작했다.

“네, 이제 패자전이 끝나고, 결승전만 남겨둔 유도 국가대표 3차 선발전입니다. 이야, 치열했어요. 시청자분들에게 현장의 열기를 제대로 전달해드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전기정 해설위원님?”

“그렇습니다. 오늘 경기장에 연희고 선수들의 팬이 많이 와서, 전에 없이 경기장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하하, 제 생전에, 유도 경기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그런가요? 그래도 인기가 제법 있지 않았습니까?”

“그 인기는 시즌 때 잠깐 반짝이는 거지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 진짜 인기 있는 종목이 되기를 항상 바랐었습니다. 그래야 유도에 흥미, 관심을 가지고 새롭게 유입되는 어린 유망주들이 늘어나니까요. 그럼 그 자체로 유도가 활성화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겠네요. 요즘은 전 종목이 선수 가뭄에 시달리니, 하하. 다른 종목은 유망주를 뺏기는 거겠는데요?”

“그런 경쟁도, 스포츠 아니겠습니까. 하하.”

“아, 그렇습니다. 스포츠, 인재 경쟁도 스포츠죠. 자, 말씀드린 순간! -60 결승전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배영우는 그렇게 멘트를 던지고 곧장 선수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전기정 교수가 바로 선수 정보와 주특기 기술, 경력 등을 줄줄 읊었다. 오랫동안 함께 중계한 만큼 역시 둘의 합은 좋았다.

심판이 입장하고, 경기가 시작됐다.

“아, 지도 하나씩을 받는군요. 전기정 위원님. 두 선수가 확실히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두 선수는 중등, 고등부 시절까지 합치면 15년 가까이 라이벌리를 형성하고 있는 관계입니다. 상대 전적에서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올림픽은 물론이고 아시안 게임, 아시아 선수권, 세계 선수권까지 전부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참가했을 정도로 오래된 경쟁 관계입니다. 그렇다 보니, 두 사람은 서로를 자신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아! 그러니 서로 기술을 걸기 조심하는 거군요?”

배영우의 말에 전기정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 두 선수 똑같이 마지막에 한 방을 노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분명 지도 두 개를 받을 때까지도 최대한 체력을 보존하는 쪽으로 갈 게 분명합니다.”

“그렇군요. 아, 역시 위원님 말씀처럼 두 선수 다시 경기가 시작됐는데 처음과 같습니다. 잡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경기는 그렇게 루즈하게 흘러갔고, 이윽고 지도 두 개를 받은 순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혈투 끝에 승자가 결정됐다.

“한판! 정수원 선수가 김영도 선수를 제압하고 아시아 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거머쥡니다!”

“축하합니다, 정수원 선수!”

그렇게 60경기가 끝나고, 이성진이 들어왔다.

“자, 드디어 들어왔습니다. 이야, 관중들 환호성이 어마어마합니다. 하하! 연희고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답습니다! 유도 선수가 공중파 예능 고정, 전기정 위원님,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작년 전국체전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선수가, 방송을 하는 점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기량 하락입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의 노력은 그 부분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으니까요.”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몇 달이나 운동을 쉬고도, 오늘 결승전까지 전원 올라온 걸 보면 기량의 하락은 없던 걸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인터넷에서 방송을 보시는 분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어떤 질문이요?”

“연희고 황금세대처럼 몇 달을 쉬고도 이렇게 결승전까지 갈 기량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냐, 불가능한가, 이런 질문입니다.”

음…….

전기정 교수는 그 질문에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부상으로 몇 주만 쉬어도 기량은 떨어집니다. 이는 상식입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부상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겁니다. 그런데 연희고는 부상은 없었지만 몇 달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시간에 폼을 올릴 줄은 예상도 못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 매우 고전할 거라고 생각도 했고요. 솔직히 몇몇 선수는 떨어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만큼 몇 달의 공백은 크니까요.”

“하지만 연희고는 역시 예상을 벗어난…… 아! 이성진 선수 입장합니다! 상대는 현 국가대표 안방현 선수입니다. 안방현 선수 강하지 않습니까? 세계랭킹도 2위고요!”

“강합니다. 저번 도쿄 올림픽 때도 정말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을 만큼, 실력은 최정상급 선수입니다. 아마 두 선수가 처음 붙는 거다 보니, 상당한 장기전…….”

“말씀드린 순간, 시합 시작…… 어! 어어! 이성진 선수 업어치기! 한판! 한판입니다!”

“이야…….”

우와아아!

경기장 천장이 들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대한 함성이 울렸다.

배영우는 놀라서 방방 뛰면서 멘트를 이어갔다.

“한판! 한판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벼락처럼…… 업어치기로! 업어치기로 이성진 선수가 3차 선발전 우승을 거머쥡니다! 연희고 황금세대! 그 가치를! 증명해 냅니다!”

“대단하네요. 이야, 진짜 저 타이밍에, 저 자세로…… 하하.”

시작과 동시에, 벼락처럼 들어간 업어치기로 게임이 끝나버렸다.

선수에게는 지독히도 허무한 경기겠지만, 승자와 관중들에겐 정말 통쾌한 한판이었다. 업어치기 장인으로 불렸던 전기정 교수는, 그래서 어이가 없었다. 노린 건 분명하다. 굳이 가슴 깃을 내주면서 뻗어온 소매를 잡았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노렸다고 해도 타이밍이 진짜 예술이었다.

가슴 깃을 상대가 잡고 털려고 몸을 쓰기 위해, 몸에 제동을 걸고 역순으로 움직이려는 그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을 노렸다.

그리고 그 찰나를 안방현은 방어하지 못했다.

승부는 거기서 났다.

노림수를 막지 못했고, 노림수가 먹혔다는 것.

딱 여기서.

엄청난 환호가 체육관을 흔들었다.

그 환호를 들으면서 전기정 교수는 저도 모르게 푸근히 웃었다. 저 아이들 때문에 유도라는 종목의 위상과 인기가 너무나 올라갔고, 그런 고된 고초를 겪고도 끝까지 유도를 버리지 않아준 것이 정말 고마웠다.

그런 마음이다 보니 절로 환하게 웃는 이성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해졌다.

적어도 앞으로 4년 정도는, 대한민국의 유도를 책임져 줄 거로 생각하니 따뜻함은 더욱 커졌다.

“자! 시원한 한판이 나왔던 66㎏ 결승에 이어, 73㎏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 경기는 고등학생 선수들의 결승입니다. 경기 경민고의 이우진! 네, 저번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죠?”

“네. 저번 선발전에서 3위를 기록하며 선수촌에 입촌한 전도유망한 선수입니다. 업어치기 베이스로, 모든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시원시원한 기술이 특기죠. 자, 반대편에 어린 독지가로 명성이 자자한…… 연희고 강지영 선수가 입장합니다. 네, 유명한 선수죠. 아주 유명해서…… 하하, 따로 설명해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배영우의 말에 전기정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슥 개입했다.

“그래도 기본 정보는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도 외적인 이야기는 유명해도, 유도에 관한 정보는 웬만하면 모르는 분들이 많을 테니까요.”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하, 하도 유명하다 보니까. 그럼 설명 좀 해주십시오. 위원님.”

깜빡이 없이 훅 치고 나간 배영우지만, 그걸 바로 잡아주는 전기정 교수. 둘은 합이 잘 맞아서 이 정도는 척하면 척이다.

“네. 강지영 선수. 이 선수의 시합 스타일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일단, 유도가 공격적으로 변하며 사장된 방어유도를 구사한다는 점입니다. 방어유도는 한계가 명확한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 되치기. 즉, 카운터를 장착했습니다.”

“카운터, 되치기는 유도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맞습니다. 시합을 보다 보면 기술을 걸었다가 자기가 넘어가는 경우가 참 많이 나옵니다. 전체 비율로 따지면 적어도 20%에서 30%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되치기는 상대가 기술을 걸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시합을 할 때, 평소에 자신의 몸에 맞춰 끝없이 연습한 기술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거의 본능적으로 나오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튀어 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얘깁니다.”

“그럼 그것도 끝까지 통제하면요?”

“그래도 아쉬울 건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나오면 어차피 상대와 동수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영 선수가 뛰어난 게, 상대가 역으로 방어적으로 나오면 공세를 취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카운터를 정확히 친다는 건 타이밍을 진짜 귀신같이 잡는다는 거거든요? 그런 타이밍으로 역으로 상대를 던질 수 있으니, 상대로서는 정말 곤욕스러울 겁니다. 기술을 걸 수도 없고, 걸지 않을 수도 없고.”

“아하, 일종의 딜레마에 빠지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옛날에 사장된 스타일을 이마만큼 진화시켜 장착한 강지영 선수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전기정 교수의 말에 앞에 있던 작가가 스케치북으로 엄지를 그렸고, 다시 그 아래 시청률 8% 돌파! 란 글을 써서 보여줬다.

이쯤 되면, 진짜 웬만한 드라마 시청률이다.

게다가 다른 방송 2사의 시청자까지 끌어온 거라고 볼 수 있으니, 오늘 방송은 대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덩달아 신이 난 배영우가, 심판의 사인에 기합을 지르며 다가서는 두 선수를 보며 경기 시작을 크게 외쳤다.

“네, 73㎏ 결승전! 지금 시작됐습니다!”

그런 배영우를 보며, 전기정 교수 역시 빙그레 웃었다.

하여튼 여러모로 대단한 생각이 머릿속에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고, 이내 시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운동선수에게, 특히 투기 종목 선수에게 사람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태권도랑 유도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유도랑 복싱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레슬링이랑 유도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이런 질문들.

이런 질문에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정해져 있었다.

잘하는 놈이 이긴다.

정론이고, 정답이었다.

이걸 좀 더 구체화하면, 이런 식이 된다.

태권도는 거리를 주지 않고, 두들겨 패면 이긴다.

유도는 접근해서, 처맞아도 어떻게든 상대를 잡으면 이긴다.

복싱도 마찬가지고, 레슬링도 마찬가지다.

레슬링과 유도는 좀 더 복잡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다.

거리 싸움.

치는 투기 종목과 던지는 구기 종목이 붙으면 거리에서 승부는 결정된다.

지금 지영과 이우진의 시합이 그랬다.

이우진은 진짜 날을 갈았는지, 독특한 전략을 들고나왔다.

‘거리전이라…….’

지영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겨우 참았다.

이우진이 들고 온 전략은 철저한 거리전이었다.

가슴 깃만 잡고, 소매 깃 싸움은 일절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를 주먹 아래쪽으로 딱 받친 다음, 지영의 접근 자체를 막았다.

이우진의 힘은 상당해서 이걸 억지로 뚫고 들어가기란 만만치 않았다.

지영의 피지컬도 완성됐지만, 이우진의 피지컬도 현재 완전히 완성된 상태였다. 그래서 기술이나 시합 운용은 몰라도, 힘과 체력은 지영과 거의 동급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 힘으로 거리를 좁히는 건, 역으로 업어달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영도 그 거리전에 응수했다.

딱, 이것만 보면 기존의 잡기와 솔직히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지영은 가슴 깃을 내주고, 어깨 깃을 잡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잡기 자체에는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명백히 다른 건, 잡기만 하고 그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것.

거기서 지영은 이우진의 전략을 눈치챘다.

거리전, 혹은 체력전.

다른 말로는 지구전.

이우진은, 제법 재밌는 전략을 들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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