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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55화 (155/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55화

155화. 어린 독지가들(2)

젊은 독지가.

아니.

어린 독지가.

정확히는 어린 ‘천재’ 독지가들이란 타이틀로 기사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40억 규모의 후원 재단의 대표인 강한결과 강지영. 그리고 공식적인 직함은 없지만, 실질적으로 후원이 필요한 선수들을 살펴보고 후원을 결정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이성진과 임효중, 그리고 황석.

이들에 관한 기사는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켰다.

공부 하나만 파도 성공하기 힘든 세상이었다.

실제로 서울대를 나온다고 취업에 100% 성공하는 시대조차 아니었다.

그런 시대에,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일을 실천하는 어린 천재 독지가의 등장은 확실히 충격적이었다. 지영이 소속된 회사, 그리고 연희 스포츠의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 이럴 걸 예상해서 전부 따로 폰을 마련해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아예 폰을 켜볼 엄두조차 안 났을 것이다.

“흐름은 어때?”

기사가 올라가고, 그녀답지 않게 초조한 기색으로 기다리던 장세리 선배님이 왕 실장님을 향해 물었다.

1시간쯤 지났다.

고작 1시간이지만, 주말이라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화력은 어마어마했다.

왕희수 실장이 모니터링된 정보를 따로 사무실에 연락해 받아 들고는 환하게 웃었다.

“완벽합니다. 대표님. 완전히 얘들 편이에요. 지금 숨죽이고 있던 팬들까지 나와서 화력이 어마어마해요.”

“그래? 이야.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게 진짜 되네…….”

“애초에 기획이 완벽했잖아요? 작년에 한결이 얘기 듣고 자체 시뮬레이션도 얼마나 했는데요. 결과는 다 좋았고요.”

“그래도 그렇지, 참나. 하여간 얘들은 진짜 못 당하겠다. 하하.”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장세리 선배님의 말에, 모두가 기분 좋게 웃었다.

지영은 그런 회사 사람을 보며, 예전에 좀 노는 언니들에 나가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성진이 가정사를 고백해버린 게 진짜, 신의 한 수였어.’

그때 그 가정사 고백이 없었으면 장세리 선배님이 따로 이성진을 후원하겠다는 말도 없었을 거고, 그럼 이 회사에 몸담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아마도 김지영 여사님이 혼자 처리했어야 할 건데, 업종이 달라도 너무 달라 아마 갈피도 못 잡고 헤맸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이분들은 전문가.

연예계 흐름을 읽는 것 정도야 기본이고, 그걸 기획하는 걸 넘어 조작, 이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분들이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다 사람이 좋았다.

지영은 그 부분이 가장 좋았다.

지잉, 지잉.

꿰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던 지영은 이선영의 전화를 받기 위해 일어났다. 그러자 몰려드는 시선들.

“이선영 기자님이에요.”

“어어, 그래! 참 지영아! 그분께도 꼭 감사하다고 전해주고! 그리고 내가 빠른 시일 내에 밥 한 끼 산다고 해줘!”

“네.”

대표실을 나와 옆의 휴게실로 들어간 지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누나.”

-흐름 확인했지?

“네, 정말 고마워요, 누나.”

-뭘? 나도 간만에 단독 때려서 한 건 했는데. 내가 고맙지. 이제 물은 알아서 한쪽으로 잘 흐르니까 나도 손 놨어.

“그래요? 고생하셨어요.”

-뭐 솔직히 크게 한 것도 없어. 워낙에 큰 건이어서 이건 뭐 어떻게 트집을 잡을 수도 없거든. 지영이 네가 주식으로 돈을 벌든, 어린 나이에 감히 겁도 없이 코인에 돈을 태워 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야. 중요한 건 어떻게 돈을 벌었던 그 큰돈을 후원에 사용하기 위해 재단에 넣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것만으로도 너희를 욕할 수 있는 모든 화살이 시위에서 떠나지도 못하고 꺾일 거야.

“…….”

긴 이선영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후원이라는 것은 그 정도의 파급력이 있었다. 솔직히 이걸 노리고 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지영이 후원이란 것을 시작한 이유는 개인의 만족 때문이었다. 후원이라는 게 그렇다. 숭고한 사명 때문에 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보통은 자신이 후원이란 것을 통해 조금은 치유 받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다.

지영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 시작은 한은정이었고, 한은정을 돕고 나니 되돌아온 자신이 뭔가를 더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되짚은 결과 딱 떨어지는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지영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전문가인 김지영 여사님을 통해 살렸다.

그렇게 얻게 된 수십억의 돈.

지영은 돈 욕심을 내지 않았다.

회귀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생 그 자체였다.

돈이 인생을,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가졌던 것을 빼앗기고 기구하게 살아야 했던 삶의 기억이 있어서 지영에겐 개인의 만족이라는 것이 언제나 첫 번째였다. 그리고 그 틀 안에, 주변 지인과 가족의 평화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건 논외니까.’

자신의 목숨보다도 어쩌면 앞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지영은 후원이라는 것을 나 자신이 만족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나 말고, 내 주변 말고,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회귀 전의 나만큼 힘들게 사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날고 날아서, 여기까지 왔다.

이게 이렇게 쓰이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지만…….

‘내가 사고를 어느 날 갑자기 당했던 것처럼, 세상일은 역시 모르는 거겠지.’

결국, 내 만족을 위해서 했던 일이, 나와 친구들의 위기를 거둬줄 한 줄기 빛이 되어줬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거나 하진 않았다. 안도의 한숨은 나오지만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애초에 베스트는, 이런 일 자체가 없는 거였으니까.’

그런 베스트는 물 건너갔지만, 위기 없던 인생에, 그래도 경각심은 살아났으니 그건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니?

“이제 천천히 준비해야죠. 갑자기 확 도복 입고 운동하고, 드라마 들어간다는 기사 나가면 너무 저희가 판을 만든 것 같잖아요. 올 상반기에 아시아 선수권이 있으니까 그거 준비하면서 다른 것도 같이 천천히 준비할 생각이에요.”

코로나로 거의 중지되었던 세계 대회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중의 메이저 대회 두 개가 올해 열리는데 하나는 이미 끝난 세계선수권이고, 하난 상반기에 있을 아시아 선수권이었다.

-그래? 이제야 본격적으로 나가는구나?

“누나, 저는 언제나 본격적이었어요.”

-아차? 그랬지. 미안미안.

“괜찮아요. 참, 저희 대표님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해 달래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저녁 사신다니까, 먹고 싶은 거 생각해 주세요.”

-오, 진짜? 장세리 선수 맛집 리스트 한번 가보고 싶긴 했는데. 호호! 잘 됐다!

“거짓말 아니라 죽여 줄걸요?”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장세리 선배님 맛집 리스트는, 그 자체로 보물이었다. 지영이 추천받아서 간 몇 군데도 진짜…… 죽여줬기 때문이었다.

야! 이선영이! 후속 기사는! 이거 이대로 손 놓을 거야!

-아, 부장님이 찾는다. 또 연락할게!

“네, 누나. 고마워요.”

-후후, 동생 일인데 무슨! 그럼 끊을게!

뚝.

칼같이 끊어진 전화기를 내려놓은 지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 하나가 잔뜩 힘을 준 뒤척거림에 옆으로 스르륵,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의식을 안 하려고 노력하며 작년부터 지금까지 보내오긴 했지만, 심적으로 부담감이 생겼었다. 잘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제 풀렸다.

이제부터는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원하는 느긋하게 유영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제 눈치 안 보고 운동도 할 수 있겠지. 이게 솔직히 제일 마음에 드네.’

이런 상황까지 기다릴 작정으로 지영은 몇 달간 도복 운동과 체력운동을 아예 끊었다.

괜히 도복을 입었다가 기자들에게 걸리면 은퇴는 완전히 물 건너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새벽 운동도, 도복 운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몸을 놀릴 수는 없어서 숙소 안에 몰래 운동기구를 넣어 놓고는, 그것만 이용했다.

당연히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운동선수가 몇 달이나 몸을 안 썼으니 어쩔 수 없었다.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었지만, 결과가 최상으로 나올 거란 계산이 있으니 참은 거지, 그게 아니라면 진짜 아무리 지영이라도 좀이 쑤셔 반쯤 미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컨디션은 별로였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안녕이었다.

곧장 운동을 시작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물살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수영해야 하는 것처럼 운동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개운해지는 기분.

지영은 잠시 숨을 돌리고, 어머니에게도 전화했다. 설명을 들으신 어머니는 긴 한숨을 내쉬셨다.

-잘됐다. 정말 잘됐어. 그럼 이제 아들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할 수 있는 거야?

“당장은 아니지만, 이제 차근차근 준비해서 할 수 있어요.”

-그래? 엄마는 다른 거 몰라도, 그게 제일 좋다. 고생했다. 정말 고생했어, 아들.

“어머니가 더 고생하셨죠. 저 때문에 힘드셨죠?”

-아니? 힘들기는 무슨. 다 잘난 아들 둔 덕분에 받는 시샘이랑 질투인데. 엄마는 좋았어. 왜 그런지 아니?

“어, 왜요?”

-그런 질투를 받는 것도, 한정된 소수의 어머니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서 그래. 내 자식이 정말 잘나야 받을 수 있는 거니까.

“하하. 그럼 앞으로 더 질투 받게 해드릴까요?”

지영이 농담처럼 그렇게 묻자, 어머니도 그럼 당연히 좋지! 라는 대답으로 응수하셨다.

오랜만에 곤란한 문제가 아닌 거로 통화를 좀 더 하다 끊은 지영은 양유진에게도 잘 해결되고 있고, 이따가 저녁에 보자는 메시지를 보내놨다.

대표실로 돌아오자,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문제가 해결됐는데 뭔 본격적이냐고? 당연히 이제부터가 진짜이기 때문이었다.

황금세대, 연희고 아이돌의 이름값은 지금 수직으로 치솟고 있었다. 주식이나 코인으로 따지면 거의 직각으로 천장을 뚫고 올라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미치게 하는 환상적인 선이었다.

그럼, 이제는 이것을 이용해야 할 때였다.

이렇게까지 올라온 가치를 이용하지 않는 건 지영이 보기에도 매우 미련한 짓이었다. 애초에 강한결은 지금과 같은 흐름이 만들어지면, 우리들의 높아진 가치가 높아질 것을 알고 있었고 그걸 이용할 생각도 했다.

화제의 중심.

이제 고작 2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이미 불은 어마어마한 기세로 타오르고 있었다.

“애초에 이 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당시 분위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람들까지 전부 나서고 있어요. 그래서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이 훨씬 더 크고요.”

듣기로는 둘밖에 없는 언론대응팀의 팀장인 김민재 팀장님의 말에 지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당시 댓글을 보면서 직접 확인도 했다.

여론이라는 게 그렇다.

한쪽으로 이미 몰려가기 시작하면 그 반대쪽의 의견을 낸 사람을 천하의 나쁜 놈 취급한다. 내 생각과 다르네? 응, 넌 그럼 쓰레기. 이런 식으로 매도하니 의견이 달라도 그냥 침묵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 사람들이 잊혔던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했는데, 알고 봤더니 자신의 생각했던 게 맞자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당시 황금세대를 저격하고, 비하하는 이들의 세력이 10이었다면 이번엔 편들어주고, 보듬어주는 이들의 세력은 거의 50이었다.

그렇기에 화제의 중심에 서는 건 급속도였고, 아주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란 공간을 장악해 갔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왕 실장님?”

“지금은 좀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흐름을 확인하고, 이제 쏟아질 제안 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한 명씩 풀어나가야 합니다. 다 같이 움직이면 그건 또 그것대로 의심을 살 테니까요.”

“그것도 그렇겠네요. 그럼 그쪽 일은 왕 실장님이 맡아주세요.”

“네, 대표님.”

이어진 회의를 통해, 순번이 결정됐다.

1번, 이성진의 더 런닝.

2번, 임효중의 데뷔.

3번, 강한결의 영화.

4번, 황석의 차기작.

5번, 지영의 드라마.

이렇게 결정이 됐고, 다시 며칠의 시간이 흘렀고, [‘더 런닝’ 이성진과 다시 합의 중!]이라는 기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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