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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52화 (152/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52화

152화.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4)

은퇴.

강한결이 꺼낸 말에 다들 흠칫 놀란 표정들을 지었다.

갑자기 은퇴하자고?

창창하다 못해 갓 잡은 생선처럼 펄떡이는 이 나이에?

하지만 지영이 다른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처럼, 강한결은 놀란 이들을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물론 완전한 은퇴는 아닙니다. 은퇴하는 척 연기해서, 여론을 저희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거죠.”

“여론을? 어떻게? 자세히 좀 말해봐.”

“말 그대로입니다. 연예계와 유도계를 전부 은퇴한다고 하면, 여론은 저희 쪽으로 움직일 겁니다. 당장 내년 3월에 세계선수권이 있습니다. 그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아마도, 일본의 벽을 또 넘지 못할 거고요. 그럼 여론은 우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고 할 테지만 그 이전에, 은퇴해 버리면 그 화살은 우리를 은퇴시킨 이들에게 향하게 될 겁니다. 이미 그만뒀기 때문에 그때 저희는 선수가 아니니까요.”

“아!”

강한결의 말에 다들 탄식을 흘렸다.

비난하는 것도 그 대상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 대상이 될 황금세대가 은퇴해 버리면, 당연히 그 화살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이들을 은퇴시킨 언론에게 방향을 돌리게 될 것이다.

언론이 유망주를 죽였다.

비난의 화살은 이런 메시지를 담고 지금 황금세대를 공격하는 언론사를 맹폭격할 것이다.

“그럼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가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여론이 조성될 겁니다.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분명 저희 몸값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올라가게 되겠죠. 몇 개월 쉬면서 언론에 망가진 모습을 연기하면…… 그 자체가 강력한 방어막이 되어주기도 할 거고요.”

“……이야.”

장세리 선배님은 강한결의 말에 매우 놀란 얼굴이 됐다. 그리고 그건 회사 간부분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황금세대는 약점도 약점이지만, 강점이 너무나 많았다. 잘생긴 외모 말고도, 일단 나이가 먹고 들어갈 정도였다.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제 고작 고2다.

고2의 정신이 그렇게 강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상처받은 어린 양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천재의 날개를 꺾은 언론.

충분히 물어뜯고 싶지 않을까?

강한결은 그 부분을 파고든 것 같았다.

‘대단하네, 진짜…….’

와…….

지영도 감탄했다. 어떻게 해야 언론의 화살을 피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강한결의 방법이라면 지극히 깔끔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계선수권에서 대표팀이 잘하면 말짱 꽝이지만…… 그건 힘들지.’

지영이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지금 일본 대표팀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부동의 1선발이었던 안호진조차 신지에게 철저하게 박살이 났었다. 그러니 아무리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간다고 해도 신지라는 벽을 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천재 신지만큼은 아니어도, 세대교체가 시작된 일본 유도는 강했다.

그러니 아마 세계선수권도, 일본의 철저한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강한결도 그렇게 계산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낸 거고. 지영 또한 거기에 동의했다. 그리고 친구들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물론 강한결의 계획이 완벽한 건 아니었다.

운동선수도 그렇고, 연예인도 그렇고 노출이 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조용히 멀어지고, 종내에는 사라진다. 그렇게 잊힌 사람들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올라오면 좋겠지만…… 만약 그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기자들을 움직여야 하는데 기자들이 움직이면 이쪽이 계획했다는 게 금방 들통날 겁니다.”

배우팀을 관리하는 왕희수 실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계의 생리가 그랬다.

이 작전의 가장 중요한 골자가 세계선수권이 박살 난 이후 자연스럽게 황금세대가 조명이 되어 관심도가 폭발해야 하는데, 여론이라는 게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럼 기자들을 움직여야 하는데…… 기자들을 움직이는 순간 이쪽의 계획이라는 게 들통이 나니 오히려 그렇게 되면 욕만 더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한결은 그에 대한 방법도 준비해 왔다.

“그때는, 이걸 오픈하면 됩니다.”

슥, 품에서 갑자기 명함을 꺼내 내미는 강한결.

그 명함에는 ‘연희 스포츠’ 이사 강한결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영은 그걸 보면서 좀 놀란 얼굴이 됐다. 지영과 강한결이, 그리고 친구들이 힘들게 운동하는 유망주들을 후원하는 건 솔직히 비밀로 하려고 했다.

양지원, 양유진만 두 사람의 존재를 알고 다른 후원 대상자들은 그냥 연희 스포츠 후원 재단이라는 곳에서 자신들을 도와준다. 이렇게만 알고 있었다. 지영이 하는 일은 분명 특별하고, 비범한 일이었지만 그걸로 유명세를 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강한결을 보자, 강한결도 지영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게 저희가 가진 가장 강한 카드입니다. 이게 오픈되면, 시선이 안 몰려들 수는 없을 겁니다.”

“연희 스포츠. 여기 네가 이사야? 그런데 여기 이사라는 게 왜 대단한 카드인데?”

장세리 선배님도 모르는 사실.

지영은 강한결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이 봤을 때도, 가장 이상적인 카드였다. 이걸 오픈하면 아마 기자들이 미친 벌떼처럼 몰려들 거다. 아마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언론사의 기자가.

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한결은 말을 이었다.

“저희가 소속된 곳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후원 재단 느낌이 더 강합니다.”

“후원 재단?”

“네. 힘들게 운동하는 애들을 후원하고 있거든요. 어제 한 명 더 후원 결정했으니 총 서른다섯 명입니다.”

“어…… 그러니까. 그 많은 애들을 너희가 후원하고 있다?”

“네. 정확히는 저랑 지영이랑 시작한 일입니다.”

“헐…….”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충격이 몰아쳤다.

고작 고등학생이, 아이들을 후원한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들 지금 정신이 멍한 표정이었다.

“처음엔 지영이 의견이었습니다. 올 초에 있었던 일본 쪽 코인 파동에, 지영이 의견으로 들어가서 돈을 꽤 벌었거든요. 그리고 그 돈으로 힘들게 운동하는 유망주들을 후원하는 중입니다.”

“잠깐, 잠깐만. 그 정도 인원이면 돈이 적지 않게 나갈 건데?”

“총자본금 40억으로 시작해서 금액이 아직 부족하진 않습니다.”

강한결의 말에 이번엔 뜨악한 표정이 되는 비즈 인터내셔널 간부님들.

40억.

정말로 적은 돈이 아니었다.

아니, 엄청나게 많은 돈이었다. 그걸 올 초에 있었던 코인으로 번 것도 모자라 그 돈으로 후원을 한다? 그들이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는 행보였다.

“실제로는 여유 자금까지 더 있고, 그걸로 계속 후원을 이어갈 생각이기도 하고요. 이 일은 지금 친구들과 다 같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 잠깐만. 잠깐. 잠깐 정리 좀 하자.”

장세리 선배님은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어 머리가 아프신 모양인지, 잠시 휴식을 요청했다.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했다. 코인으로 돈을 번 거야 그렇다고 쳐도, 그 돈을 전부 후원 재단을 만들어 쓴다는 건 그렇다고 치기 매우 힘들었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보.

안 그래도 일반적이지 않은 애들인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거다. 그에 머리가 어질어질하신지 장세리 선배님을 포함해, 전부 어버버하고 계셨다.

총 40억.

실제로는 더 된다.

당시 들어갔던 돈으로 김지영 여사님은 아주 제대로 챙기셨다. 오랫동안 몸담으셨던 분답게 치고 빠지는 걸 아주 확실히 하셨고, 그 결과 어마어마한 수익이 났다. 그중 10% 정도를 강한결과 나눠 가지고 남은 돈은 전부 재단에 넣었다.

이런 선택을 하는 애들이 어디 흔하겠나?

전혀. 절대 흔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렇게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코인으로 돈을 벌었고. 그게 수십억 규모다. 이거지? 그리고 그걸로 후원 재단을 만들어 벌써 서른다섯의 유망주를 후원 중이고?”

“네.”

“그리고 그 금액은 전부 너와 지영이 둘이 댔다. 이거지?”

“네.”

“후원 결정은 지영이가 한 거고? 지금은 다 같이 하고 있고?”

“네.”

“하하, 하하하. 이야. 와. 너무 놀라워서 진짜 말이 안 나온다, 얘.”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말……. 그런데 진짜 너네도 대단하다. 시간이 되니?”

“따로 후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알아봐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메일로 보내주면 저희 중 한 명이 찾아가서 아이의 실력이나 인성을 보고 후원 결정해요. 무작정 하는 건 아니고요.”

“그래도 그렇지. 정말 놀랍다, 놀라워.”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장세리 선배님이 왕희수 실장을 바라봤다.

“어때요? 얘들이 가진 카드가?”

그러자 왕희수 실장이 씩 웃었다.

“이 정도 재료가 있는데 판 못 뒤집으면, 이 바닥 장사 접어야죠. 호호!”

“좋아요. 이걸로 오케이?”

“네.”

“그럼 한결아. 은퇴 방식은? 인터뷰를 할 거야?”

장세리의 질문에 강한결은 고개를 저은 다음 대답했다.

“아니요. 그냥 조용히 진행하려고요. 저희가 선수등록도 안 하고, 지금 준비 중이던 걸 포기하면 알아서 소문이 돌 거예요. 그럼 저흰 거기에 맞춰 살 좀 빼고, 실의에 빠진 것처럼 연기하면…… 은퇴는 기정사실로 변할 겁니다.”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방법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어제 종방연에서 은퇴란 단어를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들었다. 지영과 친구들이 활동을 멈춰버리면 바로 그 스태프들의 입에서 은퇴란 단어가 흘러나올 거고, 곧 기사화되며 알아서 공론화시켜 줄 것이다.

연희고 황금세대.

연희고 아이돌의 은퇴.

운동도 잘해, 공부도 잘해.

연기도 잘해. 심지어 잘생긴 천재들이 언론의 공격으로 조용히 은퇴를 선택하면 그것 자체로 여파가 적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지영이 보기에도 이게 진짜 베스트였다.

이런 문제를 혼자 고민하고, 마치 통보처럼 이 자리에서 던졌지만, 지영은 거기엔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리더니까.’

강한결.

믿고 모든 걸 맡길 수 있는 친구.

그래서 황금세대, 연희고 아이돌이란 무리의 리더인 친구.

다른 친구들도 이런 강한결의 독단적인 선택에 아무런 불만도 없어 보였다.

“괜히 알아주는 인문계 전교 3위가 아니네. 한결아. 너 정말 대단하다. 이걸 혼자 다 생각한 거야?”

왕희수 실장의 질문에 강한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런 걸 하라고, 친구들이 제게 주장 자리를 맡긴 거니까요.”

“와…… 인성 진짜.”

뿌듯했다.

고맙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은 지영 혼자만 느낀 게 아니었는지 친구들의 표정에서도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골치 아픈 일 생겨서 어떡해야 하나 어제 밤새 고민했는데, 이거 참 벌써 해결책을 떡 하니 만들어왔네.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성진이 너는 더 런닝 하차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네? 그럼요. 재밌긴 한데, 그게 제 친구들보다 중요하진 않아요.”

이성진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곧장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음, 그래도 더 런닝은 조금 아까우니까 내가 일단 조율은 해볼게. 제작진 측도 너 마음에 들어 했으니 그 정도는 이해해줄 거야. 그리고 설령 놓는다고 해도, 한결이 말처럼 잘 풀리고 나면 분명 다시 돌아와 달라고 할 거고. 그러니까 몇 달 쉰다고 생각하자.”

“네!”

“그럼 이제 효중이랑 한결이 너만 남았네. 효중이 데뷔는 어차피 내년이니 괜찮고, 한결이 넌 12월부터 촬영 시작이었지?”

“네, 그런데 그건 제가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해결? 어떻게?”

“투자자거든요.”

“……어?”

“너는 별보다 빛났어에 제가 투자해서, 발언권이 조금 있어요.”

“…….”

이건 지영도 몰랐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사람들처럼 질린 눈빛으로 친구를 봤다.

“이쯤 되니까 무섭다, 무서워……. 얼마나 넣었는데?”

“2억쯤이요.”

“……엄청나네.”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청춘 로맨스 영화고, 애초에 저예산 영화에 가까워서 2억이면 지분이 아마 상당할 거다.

‘그때 손익분기점이 몇십만 관객이라고 했으니까…….’

제작비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뜻.

그런데 거기에 2억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설마 이것도 예상하고 투자한 거니?”

왕희수 실장님의 질문에 강한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잘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투자했는데, 이렇게 그 발언권을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노린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 강한결은 진짜 대단했다.

솔직히 지영도 좀 무서울 정도였다.

“저기, 대표님? 벌써 은퇴 기사 떴는데요?”

“어? 벌써요?”

임은진의 말에 다들 놀란 눈이 됐다가, 각자 폰을 꺼내 인터넷에 들어갔다.

그러자 연예 상단에 떡 하니 박힌 기사.

-(속보) 배우 강지영, 은퇴?

-속! 강지영, 첫 작이자 마지막 작품 내놓고 전격 은퇴!

-강지영, 이제 작품 안 한다. 유도에만 집중!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한결의 계획은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강제로 시작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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