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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47화 (147/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47화

147화. 2022 전국체전(6)

지영의 결승전은 관중들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중계를 바라보고 있던 네티즌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유도를 했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이들은 지영의 시합을 보며 감탄과 소름이 돋는 걸 실시간으로 올렸다.

-와 무섭네, 무서워.

-진짜 철저하다……. 방심은커녕, 진짜 상대에게 틈 자체를 안 주네요.

-기술도 기술인데, 시합 센스가 장난 아니네요. 여태껏 안 뒤축 되치기로 절반 따고, 기술은 한 번도 안 들어갔는데 반칙이 하나도 없어요.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바로 자신도 공세로 몰고 가서 반칙 받을 여지 자체를 없애는 거죠. 와 저게 진짜 쉬운 게 아닌데.

-솔직히 다른 애들이 저렇게 했으면 엄청 따분한 경기였을걸요. 그런데 따분함이 하나도 없어요. 상대를 압도하고 있어 그런가…….

-아마 그게 맞을 듯요. 장성훈? 쟤도 잘하는 것 같긴 한데, 상대가 너무 나쁘네요.

-강지영 시합 보면 국내에서는 쟤랑 피 터지게 할 만한 선수도 없어요. 선발전 나오면 그나마 다를 텐데 선발전 나올 때쯤이면 진짜 피지컬도 완성됐을 때라 안호진도 아마 안될 것 같네요.

-이미 선수촌에서 한 번 대차게 깨지기도 했어요. 후보 선수들까지 거의 전부. 와서 싹 털어버리고 갔어요.

-그래도 시합이랑 연습이랑은 좀 다르지 않을까요?

-그때 선수촌에 초대한 것도 안호진이었음. 그랬는데 연습 설렁설렁했겠어요? 진짜 최선을 다했지. 한판 먼저 날아가고, 막판에 던진 것도 좀 아다리성이라. 실제로 시합에서 붙으면 아마…… 강지영이 더 우세할 듯.

-그리고 안호진은 이제 피지컬 전성기가 지나고 있잖아요. 강지영은 아직 다 피지도 않았고. 2년 뒤에 피지컬 포텐 터지기 시작하면…… 와 씨, 얼마나 세질지 상상도 안 되네요.

-지금 차기 유망주 유망주 하는데, 세계 대회에 던져놓으면 아마 강지영이 제일 잘할걸요. 저건 진짜…… 타고났어요. 유도 DNA를 몸에 꽉 채운 느낌임…….

-동감임…….

-아, 부산 선수 멘탈 깨졌네요.

중간에 잠깐 딴 길로 샜던 대화가, 다시 시합에 집중됐다.

-그러게요. 하긴…… 저렇게 철저하게 공략당하는데 멘탈이 살아있으면 그게 용한 거지.

-기술을 걸 틈도 안 주고, 부산 쟤 보니까 굳히기가 특기인 것 같은데 그 포지션으로는 절대 안 가주네요. 저러면 대체 뭘 하라고.

-보통 시합하다 보면, 이성적으로 아 이 타이밍에 기술 걸어야지. 혹은 쟤는 특기가 이거니까 이거 잘 막고 되치기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들어가도 그냥 본능적으로 게임 하는데 쟨 진짜 이성적으로 하네요. 노렸던 그대로 시합을 풀어가는 느낌.

-영리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해요. 봐요. 절대 무리 안 해. 결승전이니까, 관중이 많으니까 좀 화려하게 이기고 싶은 마음도 들 건데, 절대 무리 안 함.

-철저하게 아주 바르네요. 멋지다 못해 무섭네…….

-스타일이 좀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엄청 안정감이 있네.

-그러게요. 한판으로 이기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은듯요.

그들이 두 선수의 시합을 보고 떠들기를 한참, 전광판의 시간은 0초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그들이 느낀 건, 딱 하나였다.

이변은, 없을 것이다.

* * *

남은 시간 30초.

지영은 아직 반칙도 하나 받지 않았다.

시합이 안 풀리니 한껏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성훈은 거의 포기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지영은 방심하지 않았다.

이렇게 포기한 것처럼 표정을 지어 상대를 방심시켰다가, 갑자기 마지막 혼을 불사르는 선수들도 꽤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메!

심판의 신호에 다시 호흡을 정비하고 나서는 지영.

장성훈은 그런 지영에게 바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손을 뻗어 어깨 깃을 잡으니 그래도 가슴 깃을 잡긴 잡았다.

시합을 이미 던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으니까 지영은 힘을 풀지 않고 적당히 버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초쯤 남았을 때,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힘을 확 주면서 그대로 몸을 말았다.

하지만 대비하고 있던 지영은 도는 그 순간 도복을 툭 쳐서 끊었다.

그러자 자신의 힘에 앞으로 퍽! 소리가 나게 고꾸라지는 장성훈. 지영은 그런 장성훈을 잠깐 보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허탈한 표정의 장성훈.

그런 장성훈을 바라보는 지영은 그저 덤덤했다.

시간은 다 지났다.

삐이이!

지영이 물러나서 자리에 서기 무섭게 타이머가 울렸다.

후.

짧게 숨을 토해낸 지영은 띠를 풀어, 도복을 고쳤다. 천천히, 느긋하게. 급할 건 없었다. 도복을 고쳐 입고, 심판의 판정을 받고 나오자 박수가 지영을 반겼다. 지영은 슬리퍼를 신고 꾸벅, 관중석 쪽에 인사를 한 뒤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시합이 아직 남은 친구들에게 가지 않고 지영은 경기가 끝난 선수들이 쉬고 있는 빈 경기장으로 향했다.

짝!

“오늘 뭐야? 시합 되게 요상하게 풀어가던데?”

이제는 미소를 회복한 이성진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히기가 특기인 선수라서, 좀 조심하다 보니 어쩌다 이렇게 됐네.”

“뭐, 이기면 장땡이지. 고생했다.”

“그래, 너도.”

이성진의 옆에 앉아서 스트레칭을 하며 지영은 다시 경기장을 바라봤다.

아직 입장하지 않고 서 있는 임효중.

꺄아아!

신기하게 임효중이 서자 다시금 여중, 여고생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자신이 들어갈 때는 고요하더니, 임효중이나 이성진은 왜 저렇게 환호하는 걸까? 서운한 건 아니고, 시합이 끝나고 나니까 그 부분이 궁금했다.

잠시 뒤 심판이 입장했다.

그리고 임효중도 이어서 바로 입장했다.

임효중은 역시, 오래 끌지 않았다.

쿠웅!

와아아!

꺄아아……!

왼쪽잡이 선수와 틀어잡은 상태에서, 상대가 등 뒤로 달려들어 뒤를 치려는 걸, 그대로 허리힘으로 뽑아 한판을 던졌다. 고작, 30초 만에 나온 한판이었다.

“우와! 한판! 효중이 멋있다!”

이성진이 앉은 상태에서 방방 띄며 임효중의 한판을 축하했다. 지영도 당연히 친구의 금메달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어서 들어간 강한결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2분 만에 안다리 절반, 그대로 이어서 누르기 절반으로 우승을 결정 지었다.

압도적인 성적이고, 실력이었다.

황금세대의 마지막 게임은 황석이었다. 황석은 황금세대 중 경기력이 가장 불안했다. 하지만 세계 선수권에서도 우승을 했던 황석이었다. 그런 황석의 실력은 국내에서는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기도 했다. 최소한, 황석의 위아래 2년 중에는 말이다.

경기 비봉종고.

헤비급의 강팀.

전통적으로 비봉은 헤비급이 진짜 강한 팀이었고, 황석의 상대로 결승까지 올라온 건 경기도 비봉 선수였다.

게다가 비봉 선수는 1학년이었다.

1학년인데 결승까지 올라왔다는 건 정말 재능이 확실하다는 뜻.

하지만 그런 재능의 영역에서도, 황석이 위였다.

쿵!

비봉 선수의 밭다리를 그대로 받아 되치기로 한판.

주먹을 들어 짧게 셀레브레이션을 하는 황석에게도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게 전원이 한판을 장식하면서, 전국체전이 막을 내렸다.

아, +100은 장대호가 30초 만에 한판으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이어졌다.

적지 않은 시간에 걸쳐 시상식을 끝내고, 지영은 가장 반가운 사람 중 한 사람을 웃으며 안았다.

“아들, 고생했어! 축하해!”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를 한차례 안은 지영은 함께 서서, 사진을 찍었다. 다 같이 찍고, 학교 관계자분들과도 찍고, 이사장님과도 찍고,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 멀리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양유진이 보였다.

지영은 그녀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양유진이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고개를 젓자 이번엔 강한결이 다시 손짓했다. 물론 양유진이 아니라, 옆에 서 있는 양지원을 향해서였다. 그러자 양지원은 언니의 손을 척 잡고는 보무도 당당하게 다가왔다.

그러곤 꾸벅.

바로 강한결의 어미니인 김지영 여사님에게 인사를 했다.

“어머, 지원이구나?”

“네, 어머니. 안녕하세요.”

“고마워, 여기까지 와줘서. 멀었을 텐데 오느라 힘들었겠네.”

“아니에요. 기차 타고 편하게 왔어요.”

“호호, 그럼 다행이고. 자, 얼른 아들이랑 사진 찍어.”

여사님이 비켜주시자 양지원은 강한결의 앞에 와서 싱긋 웃었다.

“오빠 축하해요.”

“고마워. 오늘은 안 불안했지?”

“네. 잘했어요.”

“하하, 다행이네.”

씩 웃은 강한결과 마스크 때문에 눈매가 반달처럼 휜 양지원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 둘을 보면서 지영은 양유진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아직 마음의 준비 안 됐어요?”

“네? 어, 그게요. 헤헤. 조금?”

“그래도 왔으니까, 인사라도 해요. 사진도 같이 찍어야 하는데. 저도 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으면 솔직하게 답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어차피 알게 되실 거예요.”

“아…… 그렇겠다. 그럼, 아, 좀…… 긴장돼서. 역시.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안 돼요.”

지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힝, 하더니 크게 심호흡을 했다.

지영이 고개를 돌리자 어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계시다가, 이내 환하게 웃으셨다. 그 모습에 긴장이 조금은 풀렸는지 쫄래쫄래 앞으로 가서 두 손을 모으고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 연예인님 여자친구 양유진입니다.”

“연예인님? 호호, 재밌는 호칭이네요. 아휴, 고개 들어요. 반가워요. 지영이 엄마예요.”

“네, 그, 어머니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안절부절못하는 양유진이 재밌었는지, 어머니는 연신 웃으셨다.

그 모습에 쳇! 여자친구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하면서 이성진이 툴툴거렸다. 그에 다들 한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지영은 그녀와 함께 나란히 섰다.

그러자 학교에서 섭외한 전문 사진작가분께서 바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야, 선남선녀시네요, 이쪽도. 자 여자분? 조금만 웃어볼까요? 그래요, 그렇지! 웃으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차자자작!

말을 하면서도 셔터를 누르는지, 사진이 연속해서 찍히는 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지영은 양유진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안 불안했죠?”

“네! 편하게 봤어요! 매번 이렇게 시합해줘요. 네?”

“어, 음. 그건 좀 힘들지도?”

“왜요?”

“잘하는 선수랑 하면, 그땐 어쩔 수 없거든요. 저도 막 힘내서 해야 하니까.”

“아…….”

지영의 말에 시무룩 풀이 죽는 양유진.

지영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볼까 하다가, 보는 눈이 많으니 참기로 했다. 그 아쉬움을 숨기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는데, 근처에 있던 임은진이 다가왔다.

“어, 누나도 왔어요?”

“응. 그럼. 담당 연예인님이 시합하는데, 당연히 와봐야지. 대표님도 오셨다가, 급한 일 생겨서 가셨어.”

“아, 그러셨구나. 고마워요.”

“후후, 아냐. 참, 금메달 축하해!”

“네, 감사합니다.”

지영은 임은진과도 사진을 찍었다.

자신을 봐주는 매니저님이시다. 그러니 당연히 사진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났더니 임은진이 찾아온 본론을 얘기했다.

“그, 지영아? 밖에 오늘 온 팬분들 너희 사인받으려고 기다리시던데. 어떻게 할래?”

“어, 그래요?”

“응. 당연하지. 팬인데, 이 기회를 놓치고 싶겠어?”

“아……. 애들한테 말해볼게요.”

자신의 팬만 온 건 아닐 테니 지영은 친구들을 불러 바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다들 조금의 고민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좀 전까지는 유도 선수였지만, 팬분들이 기다린다면 밖에 나가는 순간부터 신분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럼 누나가 한쪽에 자리 좀 잡아주세요. 저희 옷 갈아입고 바로 나갈게요.”

“그래. 20분? 그 정도면 되지?”

“네.”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곤 양유진에게도 상황을 전했다.

“누나 저 팬분들 사인만 좀 해줄게요. 저녁 같이 먹어요.”

“응? 아니에요! 기차 시간 다 돼서 그만 가봐야 해요.”

“어, 진짜요? 그냥 취소하면 안 돼요?”

“내일 출근이라……. 오늘 가봐야 해요. 힝.”

“아…….”

아쉬웠다.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리고 인사도 했으니 어머니께 정식으로 소개도 해주고 싶었고.

하지만 내일 출근한다는데 더 잡아두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지영이 아쉬운 표정을 짓자, 양유진이 지영을 달랬다.

“대신 다음 주에 시간 많이 낼게요! 그때 우리, 마음껏 봐요…….”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 귀에 대고 소곤소곤.

그 말에 지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유진과 양지원은 잠시 뒤 어머니와 김지영 여사님, 그리고 다른 분들에게도 인사를 하고는 체육관을 떠났다.

둘이 떠나자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지영은 어머니를 먼저 저녁 식사를 위해 이사장님이 잡아주신 식당으로 보내고, 팬들 앞에 섰다.

꺄아아!

“금메달 축하해요!”

“성진아 금메달 축하해!”

“효중 오빠 금메달 축하해요! 근데 데뷔는 언제 해요?”

“지영아! 건이랑 희수는 가능성 없어? 응?”

“멋있어요! 금메달 좀 보여주시면 안 돼요? 그거 진짜 금이에요?”

별의별 질문과 축하에 웃음으로 답한 황금세대. 아니, 연희고 아이돌은 이내 1시간 가까이 팬분들에게 사인을 해드렸다. 팬이 있어야 연예인이 있다. 전에 임은진에게 들었던 지극히 기본적인 상식 때문이 아니라 여기까지 찾아와준 게 정말 고마워서, 마지막 한 분까지 전부 해 드리고 나서야 사인회는 끝을 맺었다.

전국체전 2연패.

이번에도 더없이, 완벽한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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