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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45화 (145/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45화

145화. 2022 전국체전(4)

준결승이 끝나자, 경기를 인터넷 중계로 시청하던 네티즌들의 댓글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야, 쟤네 허파에 바람 들어서 운동 뒷전이라고 한 새끼들 다 어디 갔냐?

-알아서 기어 나와 대가리들 박아라, 이 새끼들아!

-경기력 하락? ㅋㅋㅋ 아예 상대를 다 박살 내는데 뭔 경기력 하락? ㅋㅋ

-와 아시안 게임 경기 좀 복습하고 이거 좀 봤거든? 겁나 속 시원 ㅋㅋ

-왜 얘들을 천재라고 하는지 알겠다. 나는 유도는 거의 문외한인데도, 얘들은 진짜 뭔가 급이 달라 보이네.

-어린애들 시합에 어른들이 나간 것 같네…….

-압도적이라는 말이 뭔지, 진짜 딱 이해가 간다. 이런 게 압도적이지!

-얘들이 나갔으면 진짜 일본 애들 잡긴 했을 것 같다 ㅋㅋ

-실제로 잡았음! 강지영이랑 강한결! 그리고 임효중이 일본 선수 잡고 세계 청소년 선수권 금메달!

여론은 뒤집히기 시작했다.

연희고 황금세대가 방송 활동을 하면서 경기력이 하락했을 거라는 의견이 사실 지배적이었다. 그런 의견은 지극히 당연했다. 하나만 파도 성공하기 힘든 세상에서 하나도 아니고 세 개를 팠으니, 욕심이 과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래서 분명 실력이 떨어졌을 거라는 지배적인 의견이 전국체전이 시작되고 내내 이어졌었다. 그런데 그건 여론은 막상 패를 까자, 곧장 뒤집혔다. 황금세대의 경기는 1, 2회전도 관중들에 의해 생중계됐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보게 됐다.

압도적인 실력이 뭔지. 1회전과 2회전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준결승도 압도적이었다.

강지영만 빼고, 전원 경기 시간의 절반도 쓰지도 않고 한판을 따낸 뒤 결승에 올랐다.

-야, 강지영은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쟤는 보니까 제대로 기술도 못 걸던데.

-ㅇㅇ…… 드라마 찍으면서 실력 떨어진 듯!

-보니까 어찌어찌 겨우 이긴 것 같던데?

-X발 드라마 찍고 별짓 다 하더니 ㅋㅋ

그런 의견도 분명 달리긴 달렸지만.

-쯔쯔. 유알못들아. 모르면 닥치고 경기나 봐.

-전략이잖아 등신들아. 상대 중심이 낮아서 밸런스가 좋으니까 무리해서 기술 걸지 않고 잡기로 조진 거잖아. 쯔쯔.

-기술을 못 건 게 아니라, 안 건 거다. 보니까 기술 걸 타이밍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 참더라. 되치기 당 할 수도 있으니 다 참은 거지. 시합 중에 저런 걸 참는 게 얼마나 힘든 줄은 알고 떠드냐?

-전략을 잘 짜왔네. 저렇게 단단한 탱크는 기술보단 잡기로 조지는 게 맞지.

-그것도 그런데, 관중도 저렇게 많으면 나이 어린 선수들은 괜히 우쭐해져서 크고 화려하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 텐데 그걸 참는 게 더 대단하네요.

-ㅇㅇ 돋보일 수 있는 무대에서 참을 수 있는 집념은 쉬운 게 아니지.

-진짜 타고나긴 타고난 듯.

-아 근데 생각해 보니까 73은 일본이 가져간 게 어쩌면 당연하긴 한 듯요.

-??

-왜??

-생각해 봐요. 저 강지영도 그 선수 연장 접전 끝에 겨우겨우 이겼잖아요. 그럼 그 선수도 진짜 천재 소리 들은 선수라는 거잖아요.

-아아, 뭔 말인지 알겠음. 하긴, 그렇긴 함. 미야모토 신지 걔, 일본 바닥에선 진짜 압도적인 애임. 시합 영상 제법 있어서 찾아봤는데, 그냥 자국 대회는 말 그대로 씹어 먹던 애임.

-일본 유도 판이 한국의 몇 배나 되는데 그 정도라는 건, 진짜 난 놈이란 뜻이겠네요.

-ㅇㅇ

-그리고 그런 난 놈을 강지영이 잡았지. 캬아! 주……! 모를 부르긴 아직 이르지. 아껴두겠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현명하넼ㅋㅋ

-그럼ㅋㅋㅋ주모도 좀 쉬셔야짘ㅋㅋ

황금세대를 음해하는 댓글이 달려도, 준전문가가 등판해 팩트로 후려치니 그런 댓글도 쏙 들어갔다.

그렇게 과열되려던 분위기가 가라앉자,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슬그머니 등판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그렇지 방송이랑 공부까지 하면서 운동을 저렇게 잘하는 게 가능해요?

누군가가 물어본 질문에, 곧장 답이 올라왔다.

-불가능함. 하나도 어려운 세상에 세 개는 진짜 미친 짓이죠.

-연희고 훈련 스케줄 보니까 새벽 운동도 하더만요. 새벽 운동하고 수업 들어가면 진짜 미친 듯이 졸림. 새벽 6시 전에 일어나서 그렇게 체력 운동하니 몸이 버티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쟤들은 거기에 공부도 놓지 않고 성실히 함. 진짜 엄청나게 졸릴 텐데도.

-ㅇㅇ맞아요. 그리고 오후 운동은 아마 3시부터 할 거고. 그거 끝나면 적어도 5시 넘을 건데 밥 먹고 씻고 하면 6시 반쯤 될 거고. 그럼 그때부터 연기 연습? 그런 거 하고 공부도 한다는 거죠. 그거 다 끝나면 12시 넘고. 그럼 다시 자고 일어나서 6시부터 새벽 운동. 이걸 무한반복. 미친 스케줄임 진짜.

-그런데 쟤들은 그걸 하고 있음. 어느 하나도 놓지 않고 이 악물고 하는 애들임. 진짜 손바닥이 찢어질 정도로 손뼉 쳐도 부족할 판인데…… 이걸 까네. 개X끼들.

-솔직히 저 재능이랑 끈기가 정말 부럽기도 한데, 그걸 가지고는 진짜 깔 수 있는 게 없는 애들임.

여론은 기울었다.

-아직 결승 남았다…….

라는 소심한 반항도 있었지만.

이윽고 시작된 결승.

55와 60이 순식간에 지나고 이성진이 들어가 경기 시작 40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을 던졌을 땐, 더 이상 그런 댓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 * *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 아주 짧은 브레이크타임.

지영은 음료로 목을 축이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 뒤에 패딩을 입고 체온을 유지했다.

시합이 시작되기 전엔 딱히 친구들 사이에도 크게 대화는 없었다.

나름의 루틴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시합에 들어가게 될 이성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분한 기색. 하지만 속은 긴장했을 게 분명했다. 그 이유는 지영과 함께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친구가 이성진이었기 때문이었다.

둘이 욕을 가장 많이 먹은 이유는, 당연히 방송 때문이었다.

지영은 주말마다 드라마에 나왔고. 이성진도 일요일마다 방송에 나왔다. 그러니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노출된 케이스였다. 반대로 임효중은 아직 연습 중이고, 강한결도 현재 연습 중이다. 황석이 찍은 영화는 아직 개봉 전이었다. 그렇기에 노출이 심하지 않았고, 그런 만큼 겉으로 가장 많이 노출된 지영과 이성진이 욕을 많이 먹었다.

그래서 솔직히, 남들에게 관심받기 좋아하는 이성진이 가장 심적으로 고생했다. 지영이야 이런 건 그냥 개무시하는 편이라 괜찮았다. 그런 이성진은 곧 결승전을 앞두고 있었다.

지영은 잘해라, 걱정하지 마. 잘 될 거다.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어설픈 위로가 이성진의 집중을 깨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대신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웃다가, 입술을 살짝 깨물기도 하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보니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긴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게 큰 폭은 아니었고.

‘이 정도는 이겨내자, 성진아.’

방송 일을 하다 보면, 앞으로 어쩌면 지금보다 더한 비난에 시달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황금세대도 인간인지라 시합에 나가서 질 수도 있었다. 그럼 그때마다 분명 비난이 쏟아질 거다. 방송하느라 운동 소홀히 했네 마네 하면서.

그러니 멘탈을 다잡아야 했다.

그때마다 지금처럼 흔들리면 정신이 마모되어 은퇴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지치게 될 거다. 아주 많은 연예인들이 비난으로 인해 은퇴를 결정한 것처럼, 황금세대도 그런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솔직히 다른 친구들은 걱정되지 않았다.

우직한 황석은 애초에 댓글에 흔들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거 흔들릴 때는 황금세대 중 누군가가 비난하거나, 연인인 한은정이 따다다! 쏠 때일 것이다. 임효중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력으로 보면 알겠지만, 황금세대 중에서 가장 기복이 없는 친구였다.

언제나 똑같이.

강한결과 비슷하지만 좀 더 기계적인 느낌이 나는 언제나 한결같은 친구였다.

‘한결이야 뭐, 논외로 쳐야지.’

말 그대로 그냥, 한결같은 놈이었다.

‘아, 근데 내가 불안하네.’

반대로 지영은 트라우마 때문인지, 역린을 건드리면 지극히 솔직하게 반응하는 타입이었다.

‘조심하자.’

괜히 자신으로 인해 지금껏 쌓아온 금자탑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지영은 앞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55㎏부터 결승전 경기를 시작한다는 방송이었다.

보통 결승은 이렇게 한 게임씩 했다.

한 경기당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지극히 시간 낭비이지만, 대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결승전을. 그것도 체전 결승을 양 경기장에 나눠서 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결승전은 웬만해선 이렇게 한 게임씩 했다.

55 결승은 서울과 경기였다.

서울체고와 금곡고의 대결. 경기가 시작되고 붙은 두 선수의 실력은 백중세였다. 다만, 스타일이 판이하게 달랐다. 지영이나 이성진처럼 체급에서 거의 가장 신장이 큰 서울체고 선수는 허리기술이 주특기 같았고, 55의 평균 신장을 가진 금곡 선수는 전형적인 업어치기 선수였다. 이런 경우 딱히 누가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승부의 추는 운이 따라준 선수든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잘하는 선수 쪽으로 기울게 될 거다.

그런 지영의 예상은 경기 2분 정도 만에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운이 따라준 쪽. 승리의 여신은 서울체고 선수의 편을 들어줬다. 제대로 틀어잡고 허리기술 모션을 넣었는데 금곡고 선수가 그걸 방어하겠다고 상체를 숙이다가 실수로 허리 아래, 허벅지 쪽 도복 하의를 저도 모르게 잡고 만 것이다.

한 10여 년 전에는 허리 아래를 잡아도 괜찮았다. 그래서 어깨 들어 메치기부터 발목받치기 되치기가 전부 상대의 다리를 잡아 던지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인가? 그 이후 어느 순간부터 허리 아래를 잡는 건 반칙패였다.

그냥 반칙도 아니고, 반칙패. 손이 스치는 거야 상관없지만 잡으면 그냥 게임 끝이었다.

그런데 금곡고 선수가 실수로 도복 하의의 바짓단을 잡아버렸으니, 이 실수의 결과는 안 봐도 빤했다. 아니나 다를까 심판은 그쳐를 선언했고, 판독을 위해 장내로 나갔다.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1분이 넘도록 영상을 확인했고, 다시 안으로 들어온 주심은 금곡고 선수의 반칙패를 선언했다.

실수다.

규정이 변하기 전엔 이런 반칙패가 자주 나왔지만, 그 이후에 유도를 시작한 선수들은 처음부터 다리를 잡는 되치기나 기술 자체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는 실수였다. 실제로 전국대회를 치러도 다리를 잡아 반칙패를 받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니 서울체고 선수에게는 운이 따랐다.

그러나 운이 작용했건, 이겼으면 되는 거다.

‘어쩌면 그걸 노렸을 수도 있고.’

딱히 반칙을 쓴 것도 아니니, 지영은 짧게 손뼉을 쳐 승자의 포효를 축하했다.

그렇게 결승전 경기 하나가 끝나고, 다음 경기가 시작됐다. -60㎏. 이번 경기는 아랫지방 싸움이었다.

부산과 경남.

부산체고와 경남체고 소속 선수들이었다.

고작 한 체급 올라왔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변했다. 그러나 분위기 변환은 좋은 쪽으로가 아닌, 나쁜 쪽으로였다. 같은 경남권이라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지, 시합이 굉장히 루즈하게 흘러갔다. 기술을 걸기 전에 차단, 걸기 전에 차단을 하니 탐색전처럼 2분이 넘도록 흘러갔고, 2분 만에 두 선수는 지도를 두 개씩 받았다.

이제 반칙 한 번이면 게임이 끝나는 상황.

그런데도 두 선수는 그렇게 파이팅이 강하지 않았다.

결국 3분쯤, 한 선수가 파이팅에서 밀리면서 잡기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반칙이 주어져 게임은 싱겁다는 느낌으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선수들은 아무도 그 경기가 싱겁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둘이 짜온 전술이 같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승자가, 부산 대표가 되었을 뿐이다.

잠시 뒤, 이성진이 들어갔다.

앞서 한 시합을 보며 감정을 전부 다스렸는지, 표정은 평소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에 지영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성진이 들어가자, 지영은 패딩을 벗었다.

그리곤 고관절부터 시작해 다시 한번 스트레칭을 했다. 시합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제자리 점프와 버피 테스트로 빠르게 몸을 예열시켰다.

하지메!

그사이 –66㎏ 결승전이 시작됐고, 지영의 예상처럼 정말 오래 걸리지 않아 쿵! 매트가 터지는 굉음이 났다.

매트에 대자로 뻗은 상대의 옆에서 슥 일어난 이성진은 그 어떤 셀레브레이션도 하지 않고 조용히 도복을 고쳐 입었다.

그렇게 이성진이 금메달을 확정 짓고 나오고, 지영은 그런 이성진과 교차해 경기장에 입장했다.

‘자, 이제…….’

전국체전 2연패를 결정 지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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