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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13화 (11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13화

113화. 세계 청소년 유도 선수권(6)

이변은 없었다.

미국의 에드워드 번을 신지는 빗당겨치기 한판으로 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신지의 결승이 확정되자마자 잠시 휴식 뒤에, 패자부활전이 시작됐다. 지영은 바로 헝가리 유도협회 관계자,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미리 예약을 해둔 모양인지 병원에 도착한 지영은 곧바로 도핑 테스트부터 거쳤다.

어떤 처치를 받을지 모르지만, 마취를 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항생제 주사를 맞을 수도 있는데 그 약물들이 잘못하면 시합이 끝난 뒤 받을 도핑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먼저 도핑 테스트를 했다.

만사불여튼튼이라, 협회는 그래도 이런 쪽은 재빠르게 신경을 써 줬다.

그렇게 도핑 테스트를 받은 다음, 바로 응급실에서 찢어진 눈썹을 처치 받았다.

마취를 해서 그런지 하나도 안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니 눈이 부어올라 오른쪽 눈의 시야 반쪽이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치료를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기도 했다.

다시 대회장으로 돌아온 지영은 바로 대표팀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지영이 오자 괜찮냐고 다들 안부를 물어왔다. 지영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피곤했다. 더 대답을 해주고 싶은데, 체력적으로 역시 힘들었다. 원래 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은데 피를 흘렸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지치는 느낌이었다.

“지영아, 이거.”

“어, 고마워.”

황석이 챙겨준 바나나를 포함한 부담 안 되는 음식을 지영은 기계적으로 입에 넣기 시작했다. 피를 많이 흘려서, 지영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먹었다. 다만 속이 부대끼지 않을 정도로 조절해서 꾹꾹 채워 넣었다.

그러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수면 안대를 찬 뒤에 바로 눈을 감았다.

평소라면 시합을 관전했겠지만, 지금은 쉬어야 했다. 결승전 상대는 미야모토 신지. 자신과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 천재와 붙는다. 지영은 아직 시합하지 않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건 하나 있었다.

‘이런 컨디션이면 무조건 진다.’

눈도 눈이지만, 피를 흘려 체력이 너무 떨어졌다.

손아귀에 힘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상태. 회귀 이후, 이전을 포함해 가장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이런 상태로 신지와 붙으면 지영은 필패라 단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영은 바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이렇게 자도 결승전 준비를 해야 될 시간이 오면 친구들이 알아서 깨워줄 테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다행이라면, 지영은 잘 잠드는 편이라는 점이었다.

눈을 감자, 거짓말처럼 잠이 몰려왔다.

그렇게 잠들면서 지영은 제발 일어나면 컨디션이 회복되어 있기를 바랐다.

얼마나 잤을까.

누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운 지영.

“왐마!”

“……아.”

안대를 내리니 자신을 깨운 여자팀 선배가 화들짝 놀란 모습이 보였다. 아직 잠이 깨지 않았지만 지영은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깨워서 미…… 아니! 지영아 이제 슬슬 준비할 때야. 패자결승만 남았어.”

“아… 네. 감사합니다.”

잠든 자신의 몸에 누가 덮어줬던 패딩을 챙기는 지영. 등에 한체대라고 적혀 있는 거 보니 여자팀 선배님 같았다. 그걸 자리에 잘 놓고, 지영은 일어나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몸을 풀며 주변을 돌아봤는데, 이성진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장 아래를 보니 일어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이성진과 친구들이 보였다.

지영은 손을 잠시 흔들어주고, 도복을 챙겼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응? 아냐아냐! 결승전 파이팅!”

“네.”

패딩을 돌려주고, 지영은 경기장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확인한 시간은 오후 세 시쯤.

이제는 일곱 체급의 패자결승 14경기, 결승전 7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동메달 14개, 은메달 7개, 금메달 7개의 주인이 가려질 시간이기도 했다.

지영은 경기장 한쪽의 대기장으로 내려와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지영이 오자 강한결이 얼른 다가와 물었다.

“몸은 좀 어때?”

“음…….”

그 물음에 지영은 손아귀를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이는 아주 간단하게 현재 컨디션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컨디션이 안 좋고, 몸에 힘이 없을 때는 아귀를 꽉 쥐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힘이 떨어진다. 반대로 에너지가 넘치고 컨디션이 좋으면 온전히 힘이 전달되어 불끈!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주먹이 쥐어졌다.

지금은 거의 90% 정도.

막 자고 일어난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먹은 것도 충분하니, 컨디션은 계속해서 회복될 게 분명했다.

‘먹고 바로 자길 잘했네.’

만약 잠을 안 자고 시합을 보거나 했다면, 분명 컨디션은 더 떨어졌을 거다. 하지만 잠을 충분히 자서 그런지, 체력과 컨디션, 그리고 근력까지 상당 부분 돌아왔다. 이래서 먹고 자는 게 휴식에는 최고라는 말이 있는 거였다.

“90% 정도?”

“그래? 다행이다. 바로 몸 풀래?”

“아니. 아직. 패자결승 시작했지? 몇 게임째야?”

“이제 두 게임째.”

“그럼 스트레칭 좀 하고, 절반쯤 지나면 몸 풀게.”

“오케이.”

강한결이 지영을 향해 안심한 표정으로 웃어줬다.

임효중, 황석과도 잠시 얘기를 나누고 지영은 바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편하지 않은 자세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역시 몸이 꽤 굳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굳어 있으면 풀면 된다. 지영은 발목부터 목까지 천천히, 공을 들여 스트레칭을 했다. 발목, 무릎 관절, 고 관절, 허리, 등, 손목과 팔꿈치, 어깨, 그리고 목까지. 이걸 전부 제대로 풀어놔야 근육이 놀라지 않고, 그래야 다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시합은 빠르게 쿵! 쿠웅! 매트가 울릴 정도의 한판이 나오며 진행되고 있었다.

어느새 여자부 패자결승이 끝났고, 그쪽의 동메달 주인이 전부 가려졌다. 다행히 그중에는 한국팀의 여자 선수들도 둘이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남자 60의 패자부활이 시작되자 지영은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도복 상의만 입은 강한결과 부딪치기로 빠르게 몸에 열을 올리는 지영.

쉬지 않고 50개, 다시 30초 휴식 후 50개.

“호흡은 어때?”

“괜찮아. 아직 트여 있어.”

“그럼 땀만 한번 시원하게 뽑자. 자 50개!”

“후우…….”

이어서 계속 부딪치기를 이어가는 지영.

50개씩 3세트를 더하고 나자 후끈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이 정도면 딱 좋다. 지영은 살짝 막혀 있던 호흡까지 싹 틔운 다음, 몸풀기를 끝냈다. 이마의 통증이 찌르르 울렸지만, 이 정도는 무시해도 될 수준이었다.

그사이 남자부 60경기 두 개가 끝났고, 66이 들어갔다.

세계는 역시 넓다.

66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 선수가 이성진의 반대쪽 시드에서 패배해, 패자결승에 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우승 후보답게, 벨라루스의 선수를 1분 만에 한판으로 돌려버리곤 동메달을 결정 지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 어디에서도 기쁨을 찾아볼 순 없었다.

우승을 자신하고 왔는데 동메달을 땄을 뿐이니,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더불어 저 일본 선수, 이토 오사무가 1등을 밥 먹듯이 했던 선수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1위의 맛을 오랫동안 보면, 2등과 3등은 메달 같지도 않았다. 반대로 다른 66 패자결승에서 승리한 미국 선수는 좋아서 환하게 웃는 것과는 정말 대조적이기도 했다.

66경기가 끝나고, 73이 들어갔다.

그중에는 후안도 있었다.

지영은 전 판에 했던 후안 페르난데스를 가만히 바라봤다. 솔직히 졌으면 좋겠다. 저런 선수가 입상하는 걸 솔직히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바람이 이루어진 건지, 상대 선수의 업어치기에 지영에게 꺾였던 팔이 말려 들어가면서 악! 소리를 내며 후안은 주저앉았고, 결국 시합을 포기했다.

최고다.

주저앉아서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고개를 젓는 후안의 얼굴이 진짜, 통쾌할 정도로 좋아서 지영은 오늘 하루 중에 가장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좋냐?”

“어, 뭐. 하하.”

임효중의 말에 지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후안의 방식은 너무 저열했다. 솔직히 상대의 약점을 노리는 것에 대해서는, 지영도 크게 반대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출혈을 일으키려고 의도적으로 눈을 비벼서 건드린 것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기 힘들었다.

발목을 다친 상대의 발을 차는 것도 비매너지만, 피가 더 나라고 이마를 찢는 건 진짜…… 최악이었다.

그런 후안이 졌다.

그래서 지영은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태로 패자결승이 끝났다.

잠시 뒤, 10분 뒤에 결승전을 시작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제, 금을 사냥하러 갈 시간이었다.

* * *

시작은 여자부였다.

스포츠의 특성상, 하이라이트로 미는 건 어쩔 수 없이 남자부 경기였다. 그래서 여자부 –63, -70, -78, +78 경기가 먼저 이어졌다.

여자부 경기는 일본이 두 개, 프랑스가 하나, 그리고 +78은 한국이 가져오면서 금메달의 주인이 가려졌다.

그리고 시작된 남자부.

60은 일본과 러시아 선수의 대결이었다.

일본은 빠르고, 일본 특유의 도사 유도를 구가하는 선수. 러시아는 힘과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

힘은 압도적으로 러시아 선수가 우위, 그러나 유도는 힘이 전부가 아니었다. 1분 내내 질질 끌려가던 일본의 야마무라 켄지가 힘을 이용해 안으로 파고들면서 업어치기를 성공해 절반을 땄다.

하지만 절반을 따놓고, 그대로 굳히기 상태에서 역으로 누르기를 당해 그대로 한판을 빼앗겼다.

힘이 장사다. 위에서 목과 상체를 제압한 뒤, 꼬고 있던 발을 두 번 만에 차서 뽑아 그대로 누르기로 연결, 야마무라 켄지는 누르기에 걸린 뒤 정말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건 운이 없었다. 이렇게 말하기도 애매했다.

잘했지만, 힘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이런 평가를 내릴 수 있던 경기였다.

“성진아.”

“응?”

“이번엔 지지 마라.”

“후후, 당연하지.”

짝!

지영이 든 손을 시원하게 치고 나간 이성진.

이성진의 눈빛은 확실히 살아 있었다. 이전의 아시아 청소년 권 대회에서 모두걸기 카운터에 맞아 은메달에 머물렀었던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집중하고 있었다.

유도.

이성진이 요즘 다른 쪽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긴 하지만 유도는 그에게 미래, 그 자체나 다름이 없었다.

생존 그 자체가 걸린.

유도를 잘해서 특기생이 되지 못했다면, 이성진은 아마 지금 엇나가도 제대로 엇나가 있었을 거다. 그의 생활 자체가 되어뒀던 게 유도라서, 그는 언제나 유도에 진심이었다. 물론 연희고 황금세대 전체가 진심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이성진은 진심을 넘어 집착에 가까웠다.

그런 친구가 친구들 전부가 금을 목에 걸었는데 혼자만 은을 목에 걸었다.

그 일은 이성진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약한 선수와 만나도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은 채 결승까지 올라왔다.

그런 이성진의 상대는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선수였다.

악!

기합을 넣고 빠르게 상대에게 다가간 이성진이 손을 쭉 뻗었다. 이미 이성진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는지 스웨덴 선수는 중심을 뒤로 주고, 철저하게 잡기 싸움에 임해왔다. 특히 소매 깃을 주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업어치기 경계 심하게 하는데?”

“당연하지. 성진이 주특기인데.”

이성진의 주특기 기술은 이미 파악이 끝난 만큼 저 정도의 경계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성진에게 업어치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모든 유도선수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손기술, 허리기술, 그리고 발기술까지 웬만한 기술은 전부 할 줄 알았다.

그러니 업어치기 하나만 막는다고 해서, 혹은 허리기술 하나만 막는다고 해서 되는 종목이 아니었다.

툭.

이성진의 안뒤축이 상대의 중심을 흔들었다.

무게중심을 뒤로 주고 있는 상태라 넘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이어지는 안다리에는 당연히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툭.

이미 오늘 한 번 써먹은 적이 있는 안다리가 상대의 중심을 제대로 무너뜨렸다. 뒤로 도망가려 하지만 이성진은 이미 중심을 앞으로 엎어지듯이 내리며 발로 상대의 상체를 단단히 감은 뒤였다.

쿵!

하지만 마지막까지 쫓아가지 못해서, 와자리! 절반 판정이 나왔다. 경기 시작 1분 30초 만에 나온 절반. 비슷하던 상황에서 한쪽이 점수를 땄으니, 이제부터 게임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간다.

스웨덴 선수는 역시 심판이 하지메를 외치자마자 바로 공세로 돌아섰다.

이미 절반을 빼앗긴 상황이니, 방어만 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빙, 빙.

이성진이 뒤로 살짝 물러나는 방식으로 시합을 운용하자, 잠시 뒤 심판이 맛테를 외쳤다.

시도!

보통 한 번 정도는 봐주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너무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면 굳이 두 번까지 가지도 않는다. 이성진이 지도를 받자 전기정 교수가 곧장 외쳤다.

“성진아! 너무 물러서지 말고!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요리해!”

“네!”

전기정 교수의 외침에 단단히 대답한 이성진이 눈을 빛내며 다시 상대를 맞이했다. 교과서적인 움직임. 이대로라면 이성진의 우승이 확실시될 것 같았지만, 이곳은 세계였다. 그것도 날고 긴다는 인간들을 뽑아서 치르는, 세계선수권이었다.

옆으로 돌아나가는 타이밍에 들어온 빗당겨치기에, 이성진의 몸이 머리부터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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