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97화 (97/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97화

97화. 날지 못하는 신데렐라(7)

어색하다.

차를 시켜놓고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지금이 정말 이렇게까지 어색할 줄은 몰랐다. 근데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지영이야 이런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다.

회귀 전에도 몇 번 이렇게 이성과 차를 마셔봤고, 술도 마셔봤다. 하지만 그 당시의 강지영은 어둠 그 자체의 인간이었다. 그것도 정말이지, 순도가 엄청나게 깊은 어둠이었다. 그래서 그런 특유의 아우라를 여성들은 불편해했다.

본인이 먼저 원했지만, 막상 마주하고 나니 지영의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한 거다. 그래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지영은 먼저 뭘 물어보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화는 보통 여성이 이끌고 갔다.

그렇기에 뭔 말을 할지, 이런 것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그럼 양유진은?

그녀에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사치나 다름이 없었다. 커피 한잔에 사, 오천 원씩 하는데 그걸 마시는 것보단 계란 한 판을 사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양유진은 카페 같은 곳에 올 시간 자체가 안 났다. 그녀는 동생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도 이미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있던 상태니까. 물론 아예 안 온 건 아니다. 그녀도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몇 번 와보긴 했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기겁을 하곤 발길을 끊었다. 그래서 커피는, 공장 휴게실 입구에 있는 자판기 커피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았으니, 어색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이었다.

그때.

위이잉! 위이잉!

차를 주문하고 받아온 벨이 거칠게 울려댔다. 그에 지영은 움찔했고, 양유진은 화들짝 놀랐다.

“제가 가져올게요.”

“네? 아, 아니에요! 제가 가져올게요!”

“괜찮으니까 앉아 계세요.”

지영은 그렇게 얘기하고는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양유진을 대신해 얼른 카운터로 가 주문한 차를 받아왔다. 앙유진은 코코아? 그런 걸 시켰고 지영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는 케모마일 차였다. 좀 늙다리 취향 같지만 입에서 단맛이 도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지영이 카페에서 시킬만한 차는 이런 게 전부였다.

“자, 잘 마시겠습니다…….”

아 뜨거…….

차를 양손으로 꼭 감았다가 뜨거움에 화들짝 놀라 얼른 놓는 양유진. 그 모습에 지영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양유진이 창피해할까 봐 얼른 웃음을 숨겼다. 아주 잠깐이지만 양유진이란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 가고 있었다.

호, 호……. 호로록, 호로록.

먹는 것도 귀엽다.

지영은 그런 양유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양유진

양유진은 양지원과는 전혀 달랐다. 서로 닮기는 했지만 외모에서 주는 느낌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신장은 양유진과 비슷하지만, 외모는 귀여운 백구상이었다. 양지원이 여우나 고양이처럼 느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이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닮았다. 같이 보면 자매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그리고 어떻게 봐도 양지원처럼 엄청난 미녀라는 느낌은 없었다.

수수하고, 단아한 느낌은 조금 있지만 그래도 평범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 그 정도였다.

‘마치 동생이 좋은 점은 다 흡수한 것 같네…….’

지영은 저번 주에 봤을 때 양지원과 양유진이 미팅을 끝내고 나와 잠깐 투닥이는 것도 봤다. 그리고 걸음걸이도. 운동신경이 뛰어난 걸음걸이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행동을 좀 지켜보면 몸을 쓰는 사람과 쓰지 못하는 사람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게 100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지영이 보기에 양유진은 후자였다.

지독한 몸치는 아니어도, 몸 쓰는 것에 재능은 없어 보였다. 동생이 그렇게 편안하게 피겨를 타는 걸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었다.

성격 또한 정반대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독하게 컸을 수도 있는데, 그런 느낌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순수한 백치미가 느껴졌다.

‘아니, 이 경우는 백치미가 아니라 백지미인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

지영은 양유진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저…….”

침묵이 너무 불편했던 건지, 양유진이 먼저 지영을 불렀다.

“네?”

“혹시 후원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 그런 건 아니에요.”

“그, 그럼 왜……. 동생 후원 안 되면 안 되는데……. 혹시 문제 생긴 거면요. 제가 무슨 일이든 할 테니까 좀…….”

“그만.”

이 여자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지영은 얼른 손을 들어서 말을 막았다.

그리고 지영은 지금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동생 때문에 불러냈다고 생각하는구나.’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그건 확실히 양지원을 살짝 빌미로 삼긴 했다. 그랬더니, 양유진은 아주 거하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지영은 그걸 일단 풀어주기로 했다.

“양지원 선수 후원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될 거예요.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됐고, 현재 곽현정 선배님이 필요한 비용을 정리해서 보내주면 바로 지급이 될 거고요.”

“아…….”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연희 스포츠의 대표는 김지영 여사님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결정권은 지영과 강한결이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일단 동의하면, 수십억을 때려 박자는 얘기가 아닌 이상 여사님은 절대로 막지 않는다.

곽현정 선배님은 미팅이 끝나고 난 다음 날 바로 움직였다.

일단 곡 선정과 안무였다.

사실 그 두 개는 곽현정 선배님이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생각만 해두고 있었지만, 이번에 후원이 결정되자마자 바로 양지원의 영상과 함께 의뢰를 보냈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제법 명망이 높은 안무가에게 의뢰를 했다고 하니, 조만간 그에 대한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셋만 있는 톡방에서 얘기했다. 그리고 안무가 나오면 이제 의상이다. 곡의 분위기, 안무 등에 맞춰 의상을 제작하고, 연습에 돌입한다.

노래, 안무, 의상, 수제화.

이게 양지원에게 가장 중요한 거였는데, 이미 그에 대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로 수제화는 이미 발 치수를 재고, 이미 결재까지 끝난 상태였다.

또한 좀 더 좋은 링크장에서 훈련할 수 있게 해뒀고, 이제부터는 본인의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달렸다.

“피겨 선수의 전성기는 보통 15살에서 20살 사이라고 하던데, 맞죠?”

지영의 물음에 양유진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근데 우리 지원이는…….”

“네, 천재인 거 알아요. 보고 놀랐어요.”

“헤헤, 그죠? 제 동생 되게 잘해요!”

“맞아요. 그래서 저희는 양지원 선수를 좀 더 오래 지원할 생각이에요.”

“아 정말요?”

양유진의 표정이 그 말에 대번에 환해졌다.

피겨 전성기까지 보고 투자를 한다면, 사실상 양지원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내후년이 끝이다. 하지만 지영은 양지원의 전성기가 스무 살에서 끝날 것 같진 않았다.

‘피겨 퀸은 전성기가 지난 스물다섯에 올림픽에 나갔었지.’

그리고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더러운 외압만 아니었다면 피겨 퀸이 은메달이 아닌 금메달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게 외신을 포함한 피겨인들의 중론이다. 그만큼 재능과 노력이 합쳐지면 전성기가 지나도 활동할 수 있는 게 스포츠란 장르다.

그래서 지영과 강한결은 양지원이 심각한 부상이나, 아니면 본인의 의지가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스물 초중반까지는 지원할 생각이었다. 거기에 대한 부담? 없었다. 지영은 정말 많은 돈을 벌었다.

정확히는, 작전 세력의 존재를 알아차린 김지영 여사님이 그걸 이용해 지영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냈다. 그래서 지영은 작은 지방 도시 충주에 고급 아파트 네다섯 채는 살 수 있는 돈을 어머니에게 드렸다. 그리고 강한결도 그 정도를 가져갔고. 그렇게 했는데도 돈은 많이 남았다.

적어도 수십억 단위로 말이다.

그리고 지영은 이 돈을 불리거나 지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사실 기존 금액에서 마이너스를 보며 계속 후원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지영은 후원으로 그 돈이 계속 마이너스가 돼도 괜찮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언젠가 완전히 바닥이 나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래서 지영은 이런 후원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상대가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확신적인 어조로 말할 수 있었다.

“네, 양지원 선수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선수 생활을 끝내는 날까지 지원이 나갈 겁니다.”

그리고 이건, 강한결의 의견이 좀 더 컸다.

강한결의 성격상, 양지원과 잘되지 않더라도 후원을 끊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아,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저 좋자고 하는 건데. 그러니 지원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아……. 그, 그럼 오늘 저는 왜?”

중요한 포인트였다.

여기서 대답을 잘해야 한다.

무턱대고.

‘당신한테 관심이 있어서요. 이렇게 말하면 양유진의 성격상 겁먹고 뒤로 물러나겠지.’

지영이 잠깐 본 양유진은 그런 성격이었다.

그러니 대답을 잘해야 했다. 인연의 끈이 잘리지 않을 정도 정도의 대답을 해줘야 했다. 부담을 줘서도 안 되니까, 여기가 어쩌면 승부처였다.

“저는, 양유진 씨를 지원하고 싶어요.”

“네? 저요?”

“네. 저희가 후원하는 양지원 학생을 위해서라도, 양유진 씨의 지금 삶이 좀 변해야 하거든요.”

“어…… 왜요?”

“저번 주에 들으셨죠? 동생의 꿈.”

“아…….”

뭔가 이해한 눈치였다.

백치미가 있어도 머리가 나쁘진 않다는 뜻이었다.

“양지원 선수가 좀 더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양유진 씨 생활이 지금과는 다르게 변할 필요가 있어요.”

“……그, 지원이가 저 창피해할까요?”

불안감이 깃든 양유진의 물음에 지영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최대한 안정감을 줄 수 있게,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아니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언니가 이제는 고생을 안 했으면 생각할 거라고 말한 거예요.”

“아…….”

“지금 일 몇 개나 하고 있어요?”

“그…… 아침에 일어나서 공장 나가고요. 끝나고는 편의점 가요.”

“끝나면 몇 시예요?”

“두 시? 그쯤요.”

“…….”

아이고…….

어떤 의미로는 지영보다 더욱 힘들게 살고 있었다. 지영은 그나마 금전적으로도 풍족한데, 양유진은 아니었다. 그제야 지영은 양유진의 홀쭉함이 눈에 들어왔다. 양지원도 피겨 선수라서 말랐는데, 양유진도 그에 못지않게 말랐다.

그래도 볼살은 원래가 안 빠지는 편인지, 좀 통통했다. 그것 때문에 다른 전체적인 부분이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그럼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나고요?”

“……7시요.”

“그걸 매일 해요?”

“네. 주말은 공장 안 나가는데…… 그땐 다른 알바 가요.”

“……유진 씨. 동생이 언니가 그렇게 힘들기를 바랄까요?”

“…….”

바랄 리가 있나.

다만 어쩔 수 없으니까, 이해하는 것뿐이다. 금전적인 풍요만 찾아와도 당장 그만두게 할 거다. 지영이 본 양지원의 성격이 그랬다. 그런 성격이니 말을 했을 수도 있어서 지영은 일단 물어봤다.

“양지원 선수가 일 줄이라고 안 그래요?”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갑자기 후원이 끊길 수도 있고…… 그래서 안 돼요. 일 계속해야 돼요…….”

죄를 지은 게 아닌데도 손을 꼬물거리면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드는 양유진.

지영은 그 모습이 심장이 저릿했다. 그러면서, 인정하는 게 생겼다.

‘아…… 내가 정말 이 사람에게 마음이 있나 보네.’

그러니 저런 모습 하나에, 이렇게까지 가슴이 뛰지……. 그런 속마음을 숨기고는 지영은 차분하게 다시 말했다.

“유진 씨.”

“네?”

“모든 운동은 멘탈이 엄청난 역할을 해요. 그건 동생에게도 들어봤죠?”

“네? 네…….”

“만약, 유진 씨가 동생 뒷바라지하다가 어디 다치고 그런다 생각해 봐요. 그럼 동생이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계속, 두고두고 그건 가슴에 쌓여서 평생의 한으로 남을 수도 있어요. 죄책감처럼, 아주 영원히 남을 수도 있고요.”

“…….”

지영이 그랬다.

어머니에 대한 죄송스러움.

사고 이후 어머니가 보여준 헌신적인 모습에, 오히려 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사실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건강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일을 그만두라고는 안 할게요. 하지만 줄여서, 남들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양지원 선수는 좀 더 안심하고 더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네. 당장 편의점만 그만둬도 될걸요? 그리고 2시에 끝나면…….”

새벽에 귀가한다는 소린데,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게 얼마나 위험한데. 지영은 걱정이 됐다.

다행히 사는 곳이 그리 위험한 동네는 아니지만, 범죄가 위험한 동네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이래저래, 이 여자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돈을 주는 건 진짜 최악의 방법이니까,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했다.

“헤헤, 그래도 되게 밝은 곳이고요. 큰 길가로 다녀서 괜찮아요.”

지영의 걱정하는 마음을 캐치한 건지, 양유진이 오늘 처음으로 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에 지영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웃는 모습을 보니까 답답하던 마음이 또 풀어졌다. 참 신기하다. 누군가의 표정으로 이렇게 감정이 움직인다는 게.

“혹시, 하고 싶은 건 없어요? 공부나 뭐 이런 거.”

지영은 화제를 돌렸다.

이쯤 했으면 아마 알아들었을 거다. 물론 아마 성격상 바로 그만두진 않겠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도 일을 줄여야겠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거다. 아직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지영이었다.

이게, 연알못인 지영이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저요? 저, 그냥…… 잘하는 게 없어서.”

또 꼼지락.

“대학은요?”

“네? 아뇨아뇨……. 헤헤.”

얼른 고개를 젓는 양유진.

대학.

돈 잡아먹는, 부모의 등골이 휘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 아마 대학일 거다. 그만큼 많은 돈이 들어간다. 장학생이 아니라면…… 한해 천만 원쯤은 훅 날아간다. 국립이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래도 생활비 이런 거 생각하면 조금 나은 정도에서 끝이다.

“그래도 생각해 봐요. 저는 양지원 선수만 후원하고자 찾아왔던 게 아니니까요.”

“그…… 괜찮습니다. 저는 동생의 모습만 봐도 좋아요. 동생만 잘 되면, 저는 괜찮아요.”

이번엔 확실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지영에게 얘기했다.

백치미가 있지만 이리저리 막 끌려다니는 성격은 아니라는 걸 지영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속으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답을 줬는데 더 밀어붙이는 건 실례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오늘은 말이지.’

이미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확인이 끝났으니까, 천천히 바꿔나가기로 했다.

“네. 음, 맞다. 오늘은 쉬는 날이에요?”

그래서 바로 화제를 돌렸다.

“네. 오늘 중요한 대화 한다고 하셔서…… 사장님들한테 양해 구하고 다 뺐어요.”

“그렇구나. 그럼 시간 나겠네요?”

“네? 근데…… 동생이랑 저녁 먹기로 했어요.”

“아…….”

서울까지 왔는데……. 밥은 같이 먹고 싶었다.

“그럼 그 저녁, 제가 사도 될까요?”

“네?”

끔뻑끔뻑.

지영이 뭔 소리를 한 건지 영문을 몰라 하는 눈빛이다. 그래서 지영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

“그, 점심도 못 먹어서 배고파서요. 청주까지 가려면 또 한참이고…… 그렇다고 여기서 먹자니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요.”

“아…… 그럼 동생한테 물어볼게요. 아, 지금 훈련 중이지…….”

“그럼 같이 가볼까요? 훈련 끝나면 제가 양해를 구해볼게요.”

“어, 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유진.

부담스러워하는 건 확실하지만, 싫어하는 건 아닌 반응이다. 지영은 그런 양유진의 반응에 갈 길이 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갔다.

“일어나요. 양지원 선수 훈련 5시에 끝나죠?”

“네.”

“그럼, 지금 가면 시간 딱 맞겠네요.”

“아, 네. 지금 가면 맞아요.”

양유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영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을 정리하자 양유진이 뒤로 쭈뼛쭈뼛 다가왔다. 그래서 지영은 자리를 옮겨 옆으로 나란히 섰다.

고개를 푹.

지영은 그런 그녀와 함께 양지원이 이달까지만 다닐 새싹 링크장으로 향했다.

걸어서 20분 정도, 애초에 가까운 곳으로 장소를 잡아서 그렇게 많이 걸리는 거리는 아니었다.

가는 동안은 서로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그냥 길을 걸었다. 또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지만 그래도 카페에서 처음 있었을 때보다는 나았다. 링크장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는 지영.

2층에서 지영은 익숙한 뒷모습을 봤고,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친구는 지영을 보더니 잠깐 놀랐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강한결.

친구도 양지원을 보러 서울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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