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85화
85화. 전국 청소년 유도 선수권(1)
74, 30.
시합을 일주일 남겨두고 찍은 체중에 지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이번에는 전 대회와는 다르게, 3주 전에 이미 73을 찍고, 그리고 다시 조금 올렸다가 서서히 내리는 중이라 컨디션도 정말 나쁘지 않았다.
2월을 보내고, 다시 3월의 마지막 주인 지금.
많은 일이 있었다.
지영이 올라탔던 코인도 김지영 여사님이 잘 굴려서 확실한 수익을 올렸다. 그 금액은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라서, 성실한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분들에게 죄송스러울 정도의 수치였다.
김지영 여사님도, 그리고 같이 일을 벌인 강한결도 예상치 못한 수치.
이렇게 쉽게 돈을 버나, 죄악감이 들 정도의 금액.
쉽게 설명하면 베가 제약의 투자는 그냥 우스운 정도였다.
김지영 여사님은 그 과정에서, 확실히 작전 세력이 끼어든 것 같다고 하셨고 그래서 그걸 이용하겠다고 하셨다.
예측이 가능하니, 전문가인 김지영 여사님은 세력을 이용해 수익을 더 극대화시켰다.
그래서 당초 지영이 예상하지 못했던, 정말 엄청난 돈을 벌었다. 황금세대 전체의 가족이 평생 일을 안 해도 먹고살 정도로.
물론 애초에 목적이 있는 투자였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쓰진 않겠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돈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이 돈을 숨겼다. 기색을 보니 친구들은 눈치를 챈 것 같지만 비상금 명목으로 다 같이 투자했던 것도 있기 때문에 이쪽도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아직은 돈에 욕심을 부리는 친구들이 아니라서 더욱 문제는 없었다.
그 결과 한은정의 문제도 해결됐다.
당연히 받지 않으려고 하셔서, 황석의 부모님과 김지영 여사님 등이 총출동해 한은정의 가족을 설득했고, 피해 금액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 줬다. 그걸로 황석의 문제도 해결됐고, 이성진의 문제도 괜찮게 해결됐다.
솔직히 좀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적어도 이성진의 친부가 출소할 때쯤엔 이성진이 사회적인 자립을 마쳤을 시기가 될 테니, 당장은 한시름 놓아도 좋았다.
이성진의 친모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마치 증발한 것처럼.
“체중 어때?”
“딱 좋아.”
감량으로 인해 이전의 훈훈함은 없고, 칼날 같은 날카로운 면모를 보이는 강한결.
물론 그런 날카로움은 지영이 더 했다. 하지만 외모는 그런 느낌이어도, 기분은 아니었다.
“다행이네. 오후는 뛸 거지?”
“응, 그러려고. 왜?”
“그럼 애들 좀 데리고 뛰어라.”
“애들 뛴대?”
“응.”
“알았어.”
애들은 황금세대 친구들이 아니라, 새로 들어온 신입생을 말했다. 2월 말,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들어온 연희중 3학년 3인. 조영우와 주성호, 그리고 권지호 이렇게 3인이다. 중학교 때도 함께했던 애들이라 쉽게 동화되어 함께 생활 중이었다.
다만 숙소는 달랐다.
새로 들어온 1학년은 지영이 쓰는 지금 이 숙소가 아니라, 바로 뒤에다가 작년부터 지어 올린 숙소를 사용 중이었다. 지금 쓰는 숙소가 방이 다섯 개나 되는 큰 숙소지만 신입생 애들이 들어오면 같이 써야 하고, 그리고 괜히 눈치를 봐서 편하게 못 쉴 수도 있다고 판단했는지 학교 측은 작년 여름부터 본 숙소의 뒤편에 건물 하나를 더 올렸다.
이런 지원을 보면, 진짜 대단하단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체중계에 올라갔다 내려온 강한결이 힐끔 거실을 살펴본 뒤 조용히 말했다.
“어제 기자 누나한테 메일 받았지?”
“응, 다섯 명이던데?”
“네가 두 명 보고 와라. 축구 하는 남매들. 아까 복지사님한테 전화 왔는데 거기도 오늘 운동한다나 봐.”
“둘 다 용암초지? 거기 학교서 한 대?”
“응.”
수익금이 엄청나서, 재단 준비도 준비지만 이미 지원은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작정 막 하는 게 아니라 충북지역은 직접 두 사람이 눈으로 보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엄격한 기준을 세웠는데, 둘이 가장 중요시 보는 기준은 재능과 인성이었다.
인성이야 당연히 기본은 되어 있어야 하는 거고, 재능은 지영의 기준으로는 인성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강한결은 재능보단 인성이지만, 지영은 인성보단 재능이었다.
스포츠 세계는 철저하게 재능의 영역이다.
재능이 거의 모든 걸 판가름하는 세계. 그래서 무정하다 못해 비정한 곳이 바로 이 바닥이다. 지영의 이런 판단을 강한결은 그래도 존중해 줬다. 그도 재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사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재능보다는 인성을 조금 더 중요시할 뿐이었다.
끼익.
토요일 오후.
개인 운동 준비를 끝낸 친구들이 나왔다.
지영만 뛰고, 나머지는 도복을 입을 예정이라 복장은 달랐다.
다 같이 밖으로 나오자 먼저 나와서 기다리던 후배들이 보였다.
지영은 그 후배들과 합류했고, 친구들은 도장으로 향했다.
“일단 몸부터 풀자.”
“네, 오늘 어디까지 가십니까?”
“오늘은 용암초까지. 거기까지 뛸 거고, 몸 풀고 돌아올 땐 버스 타고 숙소로. 괜찮지?”
“넵! 문제없습니다!”
조영우의 질문에 지영은 용암초라고 알려줬다.
용암초. 거리상으로 그리 가깝지는 않았다. 본래 페이스대로 뛰면 약 1시간 거리. 선선한 날씨에 뛰기 딱 좋은 거리다.
몸을 풀고, 트랙을 한 바퀴 뛴 다음 천천히 조깅 하듯이 뛰기 시작했다.
“선배님.”
“응? 아 잠깐, 영우야, 근데 딱딱하게 선배님 선배님 부르는 건 그만하면 안 되냐?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래도 안 지가 몇 년이나 됐는데.”
“전 이게 편합니다.”
“너는 편하지. 내가 불편해서 문제지. 애들도 그렇고.”
“……고쳐보겠습니다.”
“그래.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해. 형이라고.”
“……네.”
“그래서 뭐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 그. 올림픽이요.”
“올림픽?”
조영우의 질문에 같이 뛰던 후배들의 눈이 반짝였다.
“네, 그 올림픽은 노리실 건가 궁금해서…….”
“그건 나갈 거야.”
“아…….”
친구들과 이미 합의를 본 내용이다.
아시안 게임은 포기하지만, 올림픽은 노려보기로.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 전체로 따져도 대한민국 유도는 강하다.
특히 경량급인 73 체급은 거의 세계 최강 수준이었다. 현 국가대표의 세계랭킹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고. 그런 선수는 분명 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해내야 한다. 지영이 요즘 이런저런 일을 많이 벌였지만, 그는 자신이 유도 선수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훈련도 정말 성실히 임했다.
임대성 코치가 지영과 강한결이 하려는 일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학교에서도 두 사람이 하려는 일이 학업과 운동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했지만, 지영은 그들이 걱정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모든 시간에서 최선을 다했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했고, 공부와 훈련을 병행했다.
그랬던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은 아직 학생이고, 그리고 유도에 뜻을 두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림픽은 의미 자체가 달랐다.
올림픽.
별들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이 대회.
유도는 애초에 축구나 야구처럼 리그가 있는 종목이 아니었다. 세계선수권도 있고, 아시안 게임도 있지만 리그는 없다. 그저 단발로 끝나는 대회가 전부였다. 그러니 대회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최고로 치는 게 바로 올림픽이다.
작년에 도쿄에서 했던 올림픽.
한 해가 지났으니 3년 뒤, 파리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린다. 축구나 야구처럼 리그가 없는 스포츠 종목 선수들은 거의 99%가 이 올림픽을 노린다. 최고의 명예고, 커리어의 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올림픽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영도 다르지 않았다.
아시안 게임은 애초에 선발전에 나가도 점수 문제로 힘들어 포기했지만 올림픽은 다르다. 3년 뒤면, 피지컬도 최고조에 오를 때니까 노려볼 만했다. 물론 쉽지는 않다는 걸 지영도 알았다.
현재 한국 73 선수들은 세계 수준이니까.
그러나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와, 되게 기대됩니다. 선배님들 올림픽 뛰는 모습.”
“아직 아무것도 결정 안 났어. 혼자 김칫국 너무 마시지 마.”
“선배님들은 될 겁니다.”
또 선배님이다.
하지만 차차 고치겠지 하는 마음에 다시 지적하진 않았다.
“참, 지영이 형.”
그래도 권지호는 형이라고 불러준다.
조영우 때문에 항상 선배라고 불렀는데, 이렇게 불러주니 확실히 친근감이 들고 좋았다.
“응?”
“형이 봤을 때 저희 정도면 몇 강이에요?”
“음…… 8강 수준은 될 것 같은데?”
“오…….”
아쉽게도 이 후배님들의 재능은 연희고 황금세대에는 미치지 않았다. 훈련을 게을리하는 건 아니지만, 지닌 재능이 지영이나 친구들처럼 폭발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설픈 재능도 아니었다.
상위 1% 안에 들 재능.
이 정도면 엄청난 거지만, 금은동은 보통 그 안에서도 제로에 가까운 퍼센트에 드는 선수들이 차지한다.
단순히 잘한다가 아닌, 천재다, 하는 말을 듣는 선수들.
정상의 자리는 언제나 그런 선수들끼리 경쟁하고, 순위를 차지한다.
후배들도 작년까진 중등부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고등부인 지금은 아직 순위권에 들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년부턴 확실히 다를 거다. 고등부에 익숙해지는 것도 있지만, 이 후배들에겐 정말 최고의 파트너가 있었다.
바로 연희고 황금세대.
당장 국대를 노려볼 천재들이 파트너라는 건, 이 후배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훈련 환경이었다. 그런 천재들에게 익숙해져서 넘어가지 않는 정도까지만 성장해도, 고등부 금메달을 노려볼 만할 거다.
지영은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밝혔다.
“올해는 적응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년엔 아마 순위권도 노려볼 만할 거야.”
“넵!”
귀엽고, 착한 후배들.
다른 걸 빼고도 지영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자, 이제 러닝에 집중하자. 페이스 올릴 거야.”
네!
다부진 대답을 들은 지영은 속도를 조금씩 올렸다.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끼며 뛰는 러닝은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기분을 좋게 했다. 이후 대화는 없었다. 그저 리드미컬한 호흡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한 시간쯤을 달려 용암초에 도착했다.
운동장엔 아이들이 훈련이 한창이었다. 후배들에게 트랙을 돌며 스트레칭을 시킨 뒤 지영은 폰을 꺼내 오늘 보러 온 아이들 사진을 확인했다.
임지호, 임지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남매였고, 이란성 쌍둥이였다.
둘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오…….”
긴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여자아이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좀 작은 남자아이의 슛.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받자마자 강하게 때리는 모습만 봐도 확실히 뭔가 달라 보였다. 하지만 속단할 수는 없으니 지영은 둘을 주시하며 트랙을 돌았다.
두 바퀴쯤 돌며 남매를 살폈는데, 재능이 있었다.
특히 임지우.
여자아이 이름이 지우인데, 지영이 보기엔 얘가 더 재능이 있었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 피지컬적으로 남자가 훨씬 우세해 지지만 초등학교의 발육은 여자아이들이 빠른 경우도 많았다. 임지우가 그랬다. 이미 또래 중에서는 거의 제일 컸고, 그래서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영이 보기엔 임지우의 피지컬보단 다른 게 더 눈에 들어왔다.
‘머리를 잘 쓰네.’
시야가 넓고, 영악했다.
힘이 좋으니 힘으로 밀어도 되는데 임지우는 몸으로 맞서는 것보단 영리하게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게 더 능했다. 그래서 아주 작은 페인트로도 상대를 따돌리고, 같은 팀에게 아주 날카로운 패스를 뿌렸다.
거기에 중앙에서의 볼배급은 거의 임지우로부터 시작됐다.
재능이다, 저건.
임지우는 이제 고작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이미 가장 돋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임지호가 못하는 건 또 아니었다. 아주 잘 움직였고, 빨랐다. 무엇보다 얼굴에 투지가 보였다. 재능과 투지. 저런 열망은 운동선수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었다.
보면 뭘 아나? 하겠지만 실제로 보면 보인다.
딱 봐도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움직임 자체가 달랐다. 유도로 따지면, 낙법만 시켜봐도 떡잎이 딱 갈렸다. 축구라고 다를 것 없었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스물두 명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둘의 플레이는 눈부실 정도로 뛰어났다.
이런 둘은 조손가정이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도망갔다.
그리고 둘만 남아서 할머니가 키우고 있었다.
이선영은 용케도 이런 둘을 찾아서 지영에게 정보를 보내줬다.
게임이 끝났다.
악수를 하고 각자 팀으로 가는 둘을 가만히 바라보는 지영. 이제 인성을 볼 때였다. 인성이 별로인 아이들은 경기 중에도,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딱 보이는 법이다.
경기가 끝나고, 왕처럼 군림할 수도 있고, 싸가지없이 친구들에게 막 뭐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 경우는 인성에서 탈락이다. 하지만 둘은 친구들과 정말 잘 어울렸다. 오히려 지우는 팀 동료를 살뜰하게 챙겼다.
마치 큰누나처럼 말이다.
‘합격.’
뭐 애초에 지영은 황석이나 강한결처럼 어마어마한 인성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정도면 족했다.
‘한결이의 인성을 기준으로 하면, 애초에 지원받을 수 있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그러니 합격이다.
빵과 우유를 나눠 먹고, 각자 짐을 챙겨 마중 나온 부모님과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지우와 지호는 남은 뒷정리를 마저 하고, 팀 코치로 보이는 젊은 청년에게 남은 간식을 받아서 운동장을 떠났다. 둘이 떠나자 지영은 관찰을 끝내고 다시 후배들과 학교로 돌아갔다. 1시간 러닝으로 땀도 많이 뺐기 때문에 더 뛰는 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돌아갈 때는 편하게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하자 친구들은 먼저 운동을 끝냈는지 씻고 나와 편하게 쉬고 있었다.
“잘 뛰었어?”
황석의 물음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곤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었다. 그리고 체중 체크. 러닝으로 1㎏이 조금 안 되게 빠졌다. 이 정도면 저녁에 조금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지영은 바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친구들은 저녁을 먹으러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지영은 얼른 옷을 챙겨 입고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다들 체중 문제없지?”
“네! 선배님!”
“영우는 그 호칭…… 아니다. 알아서 해라.”
강한결은 뭐라 말을 하려다가, 그냥 포기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몇 번이나 했는데 안 고쳐지니, 차라리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하긴 했다. 저녁을 먹고, 각자 휴식 시간. 강한결이 방으로 찾아왔다.
“애들은 어때?”
“좋던데? 특히 여자애가 잘하더라.”
“그래? 성격은?”
“애들이랑 잘 어울리는 걸 보니 문제는 없어 보였어. 나는 합격.”
“그래, 그럼 합격인 걸로.”
“너는? 이따가 만나러 간다고 했나?”
“응. 이따가 보고 판단하려고.”
지영은 먼발치서 바라봤다.
하지만 강한결은 복지사님과 오늘 셋을 한 번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것 같았다. 지영의 방식과는 달랐지만 지영은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강한결이 잘못 판단할 리는 없으니까.’
아마 사람 보는 눈은 자신보다도 더 좋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믿고 맡겨도 되는 친구다.
“너도 갈래?”
“아니, 나는 패스. 저녁엔 공부 좀 하려고.”
“그래. 그럼 갔다 와서 최종결정하자.”
“응.”
지영의 대답을 들은 강한결이 방에서 나가고, 지영은 교과서를 꺼내 공부를 시작했다. 시합 때문에 요즘 학업을 좀 멀리한 감이 있어 당분간은 저녁에 공부 시간을 늘릴 생각이었다. 시합이 코앞이지만, 그렇다고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지영이 지금 이뤄놓은 것들은, 어느 하나만 집중한다고 해서 유지될 수 없었다. 자는 시간마저도 철저하게 쪼개고, 분할해서 노력해야만 그나마 유지가 된다.
‘피곤하지만 괜찮아. 아니, 오히려 좋아.’
아직 젊고, 건강한 육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후원을 시작한 이후 마음속에 뿌듯함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자리 잡아서 무럭무럭 세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힘들어도, 지영을 이전보다 훨씬 더 자주 웃게 해줬다.
직장에서 그렇게 힘들었어도, 집 현관을 들어서며 아빠! 하고 종종 달려오는 자식을 보는 기분이랄까?
똑같지는 않겠지만 여하튼 그런 기분과 비슷했다.
그렇게 한 주가 다시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가온 주말.
22년, 황금세대의 첫 대회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