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83화 (8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83화

83화. 고백의 결과(1)

일요일이 지났으면 월요일이 온다.

그건 곧 휴식은 끝났고, 다시 훈련이란 소리였다.

월요일부터 다시 빡빡한 훈련이 시작됐다. 물론 지난주와 같은 훈련이라서 그래도 좀 더 여유가 있……기는 개뿔.

훈련은 절대 쉽지 않았다.

특히 신지.

미야모토 신지는 지영과의 승부를 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굳히기는 워낙에 지영이 실력이 떨어져 아예 잡지도 않았지만 자유 연습은 지난주보다 더욱 강하게 나왔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자유 연습에서 지영은 신지와 하루에 한 번씩 다섯 판을 잡았다.

하지만 한판도 승부를 보지는 못했다.

절반을 딴 적은 있지만, 신지는 이를 악물고 덤벼 절반을 뺏었다. 그리고 반대로 지영이 절반을 먼저 뺏길 때도 있었지만 이번엔 역으로 지영이 악착같이 밀어붙여 절반을 땄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승부를 보진 못했다. 그리고 2주째, 이번엔 승부를 봐야겠단 집념이 신지에게 보였다.

그리고 그건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승부를 못 본 채 끝나기엔, 너무나 찝찝했다. 그래서 하루에 두 번씩 자유 연습을 했다.

4일째, 목요일. 결국 승부가 났다.

이번 승자는 신지였다.

신지는 완벽한 타이밍에 지영의 방어를 무너뜨리고 업어치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금요일. 금요일은 지영의 승리였다. 지영이 던진 미끼를 안뒤축으로 반사적으로 문 신지를 모두걸기 한판으로 시원하게 던졌다.

그렇게 1승, 1패.

마지막 연습 시합에서 난 결과라, 결국에는 무승부였다. 신지는 그게 아쉬운 것 같았다. 그리고 당연히 지영도 아쉬웠다.

하지만 공식 전적 1 대 0.

비공식 전적은 1 대 1.

전적 상으로는 아직 자신이 앞서고 있다는 걸 위안 삼았다. 반대로 신지는 그것 때문에 더욱 아쉬워했고.

그렇게 둘 다 아쉬운 상태였지만 야나기, 비봉, 우석, 원광의 공식 합동 훈련 일정은 금요일이 마지막이었다.

대신, 마지막 날이라 충북 유도회에서 라마다 호텔 컨벤션 홀을 빌려 만찬을 준비해 줬고, 지영은 아쉬운 걸 서로 만찬을 즐기는 거로 풀었다.

토요일, 모든 팀이 떠났고 지영은 2주 만에 충주로 돌아왔다.

충주로 돌아와 짐을 풀고, 지영은 바로 노트북을 켰다.

“음, 슬슬 시작될 때인데…….”

뭐가 시작된다는 걸까?

바로 JB코인이다. 이 코인은 시작과 동시에 화르르 불타오르지 않는다. 2월이 거의 다 된 시점에 올라가기 시작해서, 정확히 3월 10일까지 꼬리에 불이 붙은 황소처럼 질주한다. 신기하게도 코인에 탈 생각을 하자 아주 미세하게나마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깨어났다. 그 기억에 따르면 이제 며칠 안 남았다.

합동 훈련이 끝난 오늘은 1월 30일 토요일이고, 내일은 31일이다.

그리고 바로 2월로 진입한다. 그러면 적어도 오늘이나 내일부터 상승이 시작되어야 했다. 베가 제약 때도 그랬지만 이번은 좀 더 가슴이 졸렸다. 자신의 기억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기엔 제법 많은 돈이 들어갔다. 처음처럼 백 단위가 아니라 당장 지영과 강한결만 해도 무려 5천이 들어갔다.

코인이 나오고 정말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들였지만, 절대로 적은 금액의 투자는 아니었다. 물론 아직 베가 제약 주식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니 이걸 날려도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한 번쯤은 혹시 고꾸라져도 괜찮잖아?

누군가는 지영에게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영의 삶을 듣고 난다면, 그런 소리는 아주 쏙 들어갈 거다.

워낙에 거대하게 넘어졌다.

두 번 다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실제로 지영은 겨우 무릎만 편 채 살았다. 결국 제대로 서지 못하고 말이다. 그래서 지영은 넘어지기 싫었다.

‘단 한 번도. 앞으로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물론, 그럴 거라는 기대는 안 한다.

당장 지영이 10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은 이렇게 잘 되고 있지만, 자신이 언제고 실패를 겪게 될 거라는 것쯤은 안다. 실패 없는 인생? 지영은 그런 사람은 정말이지 극소수고, 자신은 그 소수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그건 너무 희망적인 생각이지.’

그래서 지영은 언제고 고꾸라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렇게 넘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하면서 살 생각…….

“됐다.”

뭐가 작용한 건지 모르겠는데, 오른다.

500원대였던 코인이 상승하고 있다. 잠깐 보고 있는 사이 100원이 오르고, 또 오른다. 그리고 계속해서 오른다. 소폭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지켜보고 있는 동안 벌써 300원이 넘게 올랐다.

“하아…….”

다행이다.

혹시나 안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500원에서 1,000원을 돌파하고, 이어서 쭉쭉 오른다. 지영이 이쪽은 잘 모르지만 잠깐 보고 있어도 이런 무식한 상승은 없었다.

지잉. 지잉.

노트북 옆에 뒀던 휴대폰 화면에 강한결의 이름이 떠올랐다.

“어, 한결아.”

-……점집 차릴까?

피식.

“복채는 다 내 거다. 너 안 줘.”

-……소개비만 조금 떼줘. 하하. 그보다 이건 좀 놀랍다. 나도 좀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건…… 와. 야, 벌써 천오백 원이야. 이게 어떻게 이러지? 이게 거의 한 달간 간다고?

“응. 그런데 무조건 3월 오기 전에 빠져야 돼.”

-와. 얼마까지 가는데?

글쎄.

어디서부터 상승이 멈추고 기존의 코인들처럼 올랐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지는 사실 지영도 모른다. 단지 지영이 아는 건 한 달 정도는 무조건 오르고, 그다음부터는 수수하게 간다는 것뿐, 그것만 안다.

“그건 몰라. 빼는 시기만 알아.”

-……진짜 이런 걸 어떻게 지영이 네가 알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하지만 당연히 뭐 말 안 해줄 거고……. 후우. 그럼 이렇게 번 걸 전부 후원할 거야?

“사적으로 쓰면, 애초에 정해뒀던 목표가 무너지잖아. 그리고 나는 베가 제약도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돈 욕심이 났다면 애초에 베가 제약 반이 아니라, 전부 팔아치우고 어떻게든 돈을 융통해 여기다가 넣었을 거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건 지영이 자신의 팔자를 고칠 생각으로 여기다 투자한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목표도, 목적도 명료한 투자.

-역시, 지영이 넌 정말 믿음직해. 만약 네가 이걸 사사로이 쓰고 싶다고 했으면 난 아마…… 조금 실망했을 거야. 결국 그렇게 쓰기 시작하면 한 푼이 두 푼 되고, 두 푼이 세 푼 되고, 그 이후부터는 중심을 잡기 힘들 건데. 고마워.

“고맙기는.”

솔직히 돈이 이렇게 너무나 쉽게 벌려도, 크게 감흥은 없었다.

재밌게도 이건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이미 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참, 어머님은 뭐라셔?”

-……아직 연락 전. 근데 아마 보셨을 거야. 곧 전화 갈걸?

“음, 알았어.”

-애들도 난리 났겠다. 거기도 적지 않게 넣었으니까.

“그쪽은 한결이 네가 중심 좀 잡아줘.”

-응, 맡겨둬.

강한결이 알아서 중심을 잡아줄 테니, 이것보다 든든한 일도 없었다.

-아, 그리고 지영아. 이거, 이익 많이 생기면 어머님 챙기는 건 어때?

“응?”

-멀리 있는 사람 말고, 가까운 사람부터 챙기자는 소리야.

“……아.”

-마음에 부담이 있는 것보다, 그 정도는 전부 해결하고 일하시는 게 낫잖아. 그리고 가족 일은 사사로이 쓰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마음에 부담.

그건 아마 빚일 거다.

멀리 있는 사람은 후원 대상이고, 가까운 사람은 당연히 가족이다.

지영의 생각은 정말 갈대처럼 흔들려서 마음이 변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네. 마음의 부담. 멀리 있는 사람보단 가까운 사람. 못 당하겠다, 진짜.’

그런 생각이 들자 대답도 바로 나갔다.

“알았어.”

-잘 생각했어. 어차피 처음부터 큰 규모로 할 생각은 없다며. 그러니 일단은 우리부터 행복해지자.

“응.”

-그래. 그럼 주말 잘 쉬고. 내일 보자.

“알았어.”

전화를 끊은 지영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나이가 많다고 생각이 여무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강한결은 이제 고작 고2에 올라가는 나이 18살인데도, 지영보다도 어쩔 땐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긴, 나이 먹어도 생각이 짧은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지.’

세월. 시간이 성숙미를 주진 않는다.

어른이라고 다 현명하지 않고, 아이라고 전부 어리석지 않다는 거야 사실 지영도 알고 있던 문제였다.

다시 폰이 울었다.

김지영 여사님이었다.

지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어머니.”

-응, 지영아. 집 잘 도착했지?

“네, 잘 도착했어요.”

오늘 터미널까지 태워다주셨고, 같이 타고 오면서 많은 얘기를 했었다. 특히 이번 투자에는 김지영 여사님도 정말 부정적이셨다. 하지만 이번엔 지영이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투자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그걸 배우면 좋겠다고 얘기하셨다.

지영은 그 말을 공손히 들었다.

투자?

애초에 10년의 기억이 없었다면 손도 대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기억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기억이 있다고 진심 어린 충고, 조언을 해줬는데 두고 보세요, 누구 말이 맞는지! 이런 식으로 나오는 못 배운 인간이 아니라서 지영은 정말 공손하게 들었다.

하지만 여사님의 그런 충고는,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틀렸다는 게 벌써 증명됐다.

오백에서 이미 천오백을 돌파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차익이 엄청났다. 두 사람이 투자한 오천은, 벌써 일억오천을 넘어버린 거다. JB코인 매수를 한 건 김지영 여사님이었다. 여사님은 코인을 취급하지 않지만, 아들의 부탁을 받아 대신 매수를 해주셨다. 삼백 원에서 오백 원 사이일 때, 오천이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간 요지부동이던 코인이 지금은 천오백에서 천팔백 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코인이라는 게, 미친 듯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한도 끝도 없이 추락하기도 하니까.

그러나 지금 빼도 지영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장기적으로 봐야 하지만, 당장 지금은 지영의 말이 맞았다.

-그래, 다행이다. 참, 이건 어떻게 관리해 줄까?

뭔가 체념한 느낌이다.

마치 지영을 이해하기를 포기한, 그런 느낌.

사실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기는 했다.

“이달 말일까지만 들고 있으면 돼요. 말일 전에는 무조건 팔아야 하고.”

-……혹시 이거 작전이니?

회귀 전엔 그런 말이 있었다.

그리고 심증이 워낙에 강했지만, 물증은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어요.”

-신기하네. 도대체 그쪽과는 연관이 조금도 없는 네가 어떻게 이런 정보를 접하는 건지…….

지영은 입을 꾹 닫았다.

그러자 그런 지영의 기색을 알아챈 김지영 여사님은 허탈하게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알았어. 안 물을게. 지영이 너 말대로라면 아마 한두 번은 쭉 빠질 거야. 그때도 그럼 가지고 있으면 되지?

“그래요?”

-응. 보통 작전이면, 어느 정도 고점에 갔을 때 따라온 개미들 털어내려고 한 번에 싹 털어내거든. 그리고 다시 올리고. 그렇게 차익을 남기는 거지.

“아…….”

-그럼 네 말 대로 들고 있다가, 27일 뺄게, 그러면 되는 거지?

“네.”

-그래, 그렇게 할게. 참, 지영아.

“네?”

-이거, 엄마가 좀 이용해도 될까?

“물론이죠. 그런데…….”

책임은 질 수 없다.

지영의 대리인을 자처해주시는 분이라 이건 분명 기회긴 하지만, 남이 한다고 하면 좀 겁났다. 괜히 잘못될까 봐,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

-걱정 마. 치고 빠지는 건 또 이 엄마 특기니까. 알았어. 그럼 결과 보고는 한결이 통해서 해줄게.

“네. 감사합니다, 어머님.”

-감사는 무슨. 내가 감사하지. 잘 되면, 지영이 성인 되면 집이랑 차는 엄마가 책임질게.

“아니요! 아니요, 괜찮아요.”

-원래 다 그런 거야. 이렇게 선물해 주고 그런 건. 아, 서울에서 살건 아니지? 서울은 엄마가 책임지기 좀 힘들어서.

“하하…….”

지영은 그냥 난감한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지영은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쉬는 날인데 운동할 때보다 더 진이 빠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억처럼 일은 흘러갔으니, 이건 마무리가 됐지만.

다른 하나.

이성진의 문제가 남았다.

‘방영은 된다고 했으니 분명 학교까지 찾아올 건데, 이걸 어떻게 정리하지?’

이성진의 친부와 친모.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성진을 절대 찾지 않을 인간들.

다음 주 화요일에 방송이 나가고 나면 반드시 찾아올 거다.

“그리고 난리를 부리겠지.”

뭐, 인터넷이란 걸, 방송이란 걸 아예 안 본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일단 없었다. 그럼 분명 문제가 생긴다. 이성진은 자신이 사고를 치고, 그 의도대로 흘러가면 분명 문제가 될 걸 알고 있었다.

그 정도 예상도 못 하고 사고를 칠 친구가 아니었다.

이 사실은 임대성 코치도 알아서, 2주간 고생도 했고, 그리고 문제 될 소지가 있어서 예정에 없던 휴가가 잡혔다. 휴가는 목요일까지. 덕분에 다음날 바로 사고 치는 건 막을 수 있지만, 나중에라도 찾아오면 골치가 아파진다.

그러니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은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을 가장 잘해주는 사람은…… 역시 그 사람밖에 없다.

그래서 한숨과 함께 전화를 걸었더니.

-어, 왜.

한없이 삐친 게 분명한 대답이 건너왔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지영의 얘기를 들어줬고, 알겠다는 답을 줬다.

그렇게 화요일.

이성진의 고백이 방송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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