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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71화 (71/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71화

71화. 겨울 비시즌(1)

촬영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끝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혀 그러지 않았다.

이곳엔 분위기를 푸는 놀기의 달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촬영 자체는 당연히 이성진의 고백을 끝으로 끝났다. 이성진의 얘기 뒤로 뭔가를 더할 여력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야, 은아야! 맥주 다 들고나와!”

“네? 네, 언니!”

“같이 가요, 언니.”

김은아가 정지인과 여자 숙소로 들어가서 몰래 마시던 맥주를 전부 들고나왔고, 그사이 장세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서 있는 지영과 친구들을 지나쳐 반은영에게 향했다.

“조명은 그대로 좀 둬. 우린 여기서 술판 좀 벌일라니까.”

“미성년자인데 괜찮겠어요?”

“누가 애들 먹인데? 우리. 우리가 먹게. 그래도 뭐 한 캔쯤은 허락받으면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이대로 끝내면 분위기 찝찝해서 잠도 못 자니까 좀 풀고 마무리하는 게 나아.”

“음, 네. 그러세요. 저도 같이 있다가 들어갈게요.”

“그래그래. 스태프들도 남을 사람 남으라고 해. 안주는 내가 치킨 시킬 테니까.”

“에이, 아직 제작비 충분해요.”

반은영이 웃으며 거절하고 스태프들에게 뒤풀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다들 장비를 정리하다 말고 환호했다. 방송 쪽에 있어서는 베테랑들이니, 어떤 마음에서 그러는지 알고 있는 거다.

지영은 친구들을 대표해 장세리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아냐아냐. 죄송은 무슨. 죄송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아 물론 성진이 말고. 참, 지영아, 너 너희들 보호자는 같이 안 왔어?”

왔다.

오긴 왔는데.

캠핑 중이시다.

“코치님이 오셨는데, 아마 어디서 캠핑 중일걸요?”

“그래? 번호 좀 줘봐라. 너희 술 줘도 되는지 좀 물어보게.”

“술이요?”

“여기 어린이 몇인데, 뭐 어때. 그리고 술은 어른한테 배우는 거야. 근데 나는 술을 가르쳐 줄 어른쯤은 되니까. 이 기회에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장세리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충분히, 주도를 학생에게 가르쳐도 될 어른이었다.

술이라.

지영은 회귀 전 당연히 마셔봤다.

하지만 친구들은 글쎄. 분위기상 안 된다는 소리는 못 하겠고 해서 바로 번호를 줬다. 그러자 장세리는 바로 코치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전부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폰으로.

-네, 연희고 유도부 코치 임대성입니다.

“아 임대성 코치님? 저 장세리예요. 오늘 연희고 애들 촬영하는 예능 출연자.”

-아,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임대성입니다.

“하하, 코치도 바르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이제 뒤풀이할 건데, 애들한테 맥주 한 캔 줘도 될까요? 많이는 아니고, 한 캔만 줄게요.”

-아 물론이죠. 그런데 방송에 나가는 건 좀…….

“어휴, 설마요. 방송 장비 다 오프 돌렸어요. 그냥 아쉬워서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워서 그래, 내가. 부탁 좀 할게요.”

-네, 선배님. 혹시 모르니까 저도 지금 합류하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괜찮아요. 캠핑 좋아하신다며? 충분히 즐겨요. 여긴 나한테 맡기고.”

-네, 그럼 얘들 잘 부탁드립니다.

“네네. 고마워요.”

역시 추진력이…… 어마어마한 분이시다.

“들었지? 다들 맥주 한두 캔만 하자. 내가 어른이니까 괜찮을 거야. 뭐 누가 뭐라고 하면 내가 다 뒤집어쓰지 뭐. 이 선배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 감사합니다.”

후배 사랑이 지극하다는 느낌이 정말 물씬 났다.

“유진아! 여기 치킨 좀 시켜라!”

“네, 언니!”

순식간에 파바바박! 탑차에 실려 있던 의자며 테이블이 줄줄 나와 자리가 세팅됐다. 그리고 마른안주, 간식 등이 빠르게 세팅됐다. 지영은 그걸 가만히 보면서 장세리가 정말 고마웠다. 솔직히 이렇게 들어가면 지영도 조금 곤란할 뻔했다. 이성진이 예고도 없이 사고를 쳐서, 지금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 뒤까지는 예상했어도, 방법을 떠올리진 못했을 거다. 다시 밝은 모습으로 애교를 부려 분위기를 풀기에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으니까 말이다.

이러니 또 어떻게든 풀어줘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지, 지영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세리 덕분에 그런 애매하고 난감한 상황이 알아서 타파되기 직전에 와있었다.

“자자 우리 연희고 아이돌은 이쪽으로 오시고. 아, 지영아. 넌 누나 옆자리다?”

“하하, 네.”

“성진이는 음, 세리 언니 옆으로 가라.”

“네? 네…….”

이성진이 아까와는 다르게 쭈뼛거리며 한유진이 가리킨 곳으로 이동했다. 촬영이 공식적으로 끝나고 딱 30분 정도 지나서, 뒤풀이 준비가 끝났다. 각자의 잔에 술을 채우자, 장세리가 일어나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이 있어요. 오늘 들었던 얘기, 어차피 방송에 나가게 되면 여기저기 떠돌고 문제 될 거야 분명할 거고, 그러면 분명 주변에서 물어볼 거예요. 그때 우리 여기서 딱 들은 것만 얘기해요. 이상하게 부풀리지 말고. 딱 들은 대로만. 제가 진짜, 이렇게 부탁할게요.”

“…….”

정말…… 끝까지 감동적인 장세리 선수의 모습에 지영은 나중에 유도를 그만두게 되면, 저 사람처럼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어졌다. 장세리는 지영이 여태껏 본 어른 중, 이선영과 비슷할 정도로 빛나는 사람이었다.

지영이 그런 마음이 들게 한 뒤풀이는?

재밌었다.

여태껏 겪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문화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맥주 한 캔에 취해 장세리의 품에 안겨 엉엉 우는 이성진이 제일 재밌었다.

* * *

겨울 비시즌.

말해 입만 아픈, 유도선수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즌이다.

예능 촬영이 끝나고, 주말이 지나 연희고는 다시 평상시로 돌아왔다. 훈련, 훈련, 또 훈련. 겨울 비시즌만큼은 공부는 최소로 잡고, 훈련에만 거의 집중한다. 이 시즌이 중요한 게, 다른 팀도 지금 이를 악물고 훈련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즌보다 훈련 양도 이때가 훨씬 많았다.

이유는 지금이 겨울방학이고, 수업이 없어서였다. 그래서 오전, 오후 모두 철저하게 훈련만 하는 시간이 지금이다. 솔직히 연희고의 2주 휴가도 엄청나게 길었던 휴가였다. 선발전에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을 갔다 오지 않았다면 연희고도 아마 1주 휴가로 끝냈을 거다.

그만큼 지금은 중요한 시기고, 지영은 다른 의미로 또 이 비시즌이 중요해졌다.

지영은 휴가가 끝나기 직전인 15일 토요일 저녁, 지난 휴가를 생각해 봤을 때 조금도 아깝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장 먼저 이성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세리 선배님은 정말…….’

그날 뒤풀이에서 장세리는 이성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 대신 나도 나대로 알아는 볼 거야. 그리고 만약 성진이 네 말이 맞으면, 너의 후견인이 되어줄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이 선배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의심도 하지만, 만약 사실일 경우 너의 후견인이 되어주마.

솔직히 말해 이런 얘기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후배양성에 중점을 두는 장세리의 입장에서 그런 말은 더더욱 쉽게 던질 수 없었다.

그녀의 말 자체는 공수표보다 더 큰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자체로 신의가 생기는. 그래서 보통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쉽게 도와준단 얘기 자체를 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가는 너도나도 다 도와달라고 할 거고, 도와주지 않으면 역으로 성을 낼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도 그런 비슷한 일이 많았었다.

하지만 장세리는 모두가 듣는 앞에서 확실하게 얘기했다. 이는 이성진에게 스폰서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성진의 말이 진짜일 때라는 가정이 붙기는 하겠지만 그 문제는 지영과 친구들이 이미 확실히 알고 있었다.

실제로 강한결은 촬영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바로 교무실로 향해 당시 이성진의 친부가 교무실에 찾아와 난동을 부렸던 장면을 따로 챙겼다. 교무실이니 당연히 CCTV가 있었고, 그것 자체가 아주 훌륭한 증거였다.

지영도 같이 확인했는데 그 영상에는 참다못한 이성진이 친부에게 달려들려 하고, 그걸 황석과 임효중이 말리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이는 나중에 방송이 나가고 진짜 문제가 될 시 반박이 될 중요한 자료였다. 게다가 당시 교직원분들에게도 만약 문제가 생기면 증언을 부탁했다. 교직원분들 중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상황을 녹음한 것도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꼼꼼한 강한결은 그렇게 자료를 챙겼다.

게다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지영은 충주로 가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친구들은 연희초, 연희중까지 돌면서 증거를 수집하고 다녔다. 심지어 형사처럼 이성진이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까지 가서 증언을 얻었다. 그렇게 쌓인 증언은, 나중에 이성진의 친부와 친모가 발악할 시에 사용되게 될 거다.

그럼?

아마 알아서 법적인 절차를 장세리가 밟아줄 거고, 잘하면 정신적인 걸 넘어 법적으로도 어느 정도 독립을 이뤄낼 수도 있을 거다. 일단 이것만 해도 예능에 나갔던 건, 아주 나이스한 선택이었다.

거기에 이어 장세리는 직접 청주로 와서 당시에 있었던 교직원을 만나 얘기를 전해 들었고, 특수한 이성진의 상황이야 비밀도 아니라서 그 얘기까지 듣고 갔다. 이성진의 부친이 난동을 부리는 영상, 녹음도 전부 듣고 갔다.

그녀의 행동에서 지영은 후견인이라는 것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

“단순히 뒤를 봐주는 게 아니라…….”

마치 매니저처럼, 혹은 대표처럼 움직인다.

실제로 장세리는 후배양성 프로젝트를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 다방면으로 나오는 예능도 나중에 은퇴한 골퍼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함도 있었다. 그러니 이성진을 돕는 것도, 일종의 후배양성이었다.

또한, 매니지먼트 사업의 느낌도 있었다.

“이성진은 스타성이 있지.”

이성진은 요즘은 조금 트렌드가 지난, 전형적인 꽃미남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말고, 주인공과 함께 한 여자를 사랑하는 장난기 많은 서브 남주 느낌. 그게 이성진이었다. 다만 이성진이 가족사로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흘릴 때는 이상하게도 퇴폐미가 났다. 이는 짙은 눈썹과 가늘게 휘어서 떨어지는 눈꼬리, 그리고 앞에 말한 가정사로 인한 감정의 기복 때문이었다.

단순한 외모만 보더라도 이성진은 스타성이 있었다.

유도선수가 아니라, 재능도 어느 정도 있으니 배우를 해도 될 비주얼이었다. 예전엔 셰프들이 방송가를 점령했다면 요즘은 스포츠 스타들이 그 바통을 이어 받고 있는 중이니, 분명 매니지먼트 목적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장세리의 성격상 방송을 운동보다 앞에 둘 사람이 아니니, 지금은 믿고 이성진을 맡겨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지영을 저격했다. 장세리가 보인 행동 자체가, 지영에게 뭔가 계시처럼 다가왔다.

심장이, 머리가 간질간질한 게, 휴가 내내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계속 고민해 본 결과, 지영은 장세리가 보인 행위 그 자체에 자신이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걸 깨닫자마자, 자신도 하고 싶어졌다. 마치 신의 계시처럼. 그런데 그걸 하려면…….

“돈이 필요해.”

장세리가 저렇게 할 수 있는 건 LPGA 우승을 통한 상금과 그 상금을 통한 재테크의 성공으로 후배양성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꿈’이 생기고 장세리의 재력을 검색하자 그녀가 일단 LPGA 우승상금만 천이백오십만 달러에 육박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돈은 당시 환율도 있고 하겠지만 일단 지금 비교해도 한화 100억이 훌쩍 넘는다.

적어도 140억.

그녀처럼 한다고 해서 반드시 100억이 넘는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후원하려면, 선수로 수익이 나지 않아도 후원금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영은 어플을 켰다.

베가 제약.

이제는 코로나 종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신약 테스트는 고속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지영이 넣었던 오백이 조금 넘던 돈은 벌써 5천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는 며칠 전부터 난, 임상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사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FDA 또한 긴급승인 가능성을 크게 열어두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베가 제약의 가치는 더더욱 오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임상이 진행 중이었고, 전부 호전을 보이는 걸 넘어 치료되고 있으니 긴급승인은 지극히 당연했다.

인류가 일치단결로 조졌던 바이러스, 천연두.

그 이후 없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다시 일치단결해 코로나를 조지기 위해 전 인류가 움직일 거다. 이건 지영이 직접 본 사실이었다. 베가 제약의 신약이 나왔으니 회귀 전 봤던 대로 미래가 흘러갈 터.

“고로, 아직 팔 때가 아니지.”

적어도 대여행시대까지는 계속 오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장세리처럼 후원할 수 있는 돈을 모으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영은 회귀 이후 처음으로, 돈을 벌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뒤지기 시작해 봤으나 당시 감정 상태로 인해 지저로 가라앉은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힘들겠지.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성진은 해결됐지만.

‘세상에 이성진처럼 힘들게 운동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런 사람을 위해, 장세리처럼 되고 싶었다.

그런 꿈이 생겼기 때문일까?

“아…….”

하나 떠올랐다.

고깃집 아저씨 아들분이, 고깃집 사장님을 호강시켜 줬던 방법.

지영은 바로 노트북을 켜 검색창에 JBI라고 쳤다. 꿈도 희망도 없던 회귀 전에,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어마어마한 광풍을 몰아쳤던 건 비단 베가 제약 신약만이 아니었다. 베가 제약이 워낙에 임팩트가 커서 그렇지, 실제로 그와 준하는 일이 아시아에서도 일어났다. 바로 일본의 JBI라는 IT기업이 내놓은 코인이었다. 줄여서, JB코인. 기업에서 코인을 내놓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의 유명한 IT 기업도 코인을 내놓는 판이니까 말이다.

“맞아, 이게 있었어.”

지영이 이걸 기억하는 건, 아까 얘기한 것처럼 코인으로 대박 낸 고깃집 사장 아들분이 그걸로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아마 이쯤이다. 지영이 병원에 있을 때, 재활에 매진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아무 말도 없는 지영의 반응을 끌어내려고 막 내뱉은 말 중의 하나였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랬다면 기억에 남지 않았을 거다.

베가 제약이 세계에 꿈과 희망을 줬다면, 이쪽은 그 반대다. 마치 주식의 작전처럼 어마어마하게 오픈과 동시에 치솟기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사람들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에 강제로 탑승시켰다.

‘나는 괜찮아.’

왜?

나락 행으로 뚝 떨어지는 시기를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는 공교롭게, 지영의 생일이었다. 지영의 생일인 3월 10일, 약 한 달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기세로 치솟던 기세가 뚝 꺾인 뒤, 고꾸라진다.

그러고는 상승과 하락을 이어간다.

뭐, 마치 예전에 2천만 원대의 코인처럼 끝없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때 진짜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파장을 낳는 사건이 몇 개나 일어났었다. 그래서 지영의 기억 깊은 곳에, 건드리기 전까지는 잠들어 있던 기억이었다.

기사를 확인하니 JB코인을 준비 중인 기사가 몇 개 보였다.

오픈 날짜도 있었는데, 일주일 뒤였다.

“시간이…….”

내일이면 숙소에 들어간다.

지영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저예요.”

자신이 현재 어머니와 친구들 빼고 가장 믿을 수 있고, 지원을 바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혼자는 불가능한, 하고 싶은 일을 함께하는 데 정말 가장 최적인 사람.

이선영이었다.

지영은 이번 겨울 비시즌 동안, 장세리 덕분에 새롭게 생겨난 ‘꿈’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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