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66화 (6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66화

66화. 예능 촬영(1)

이어서 촬영 일정을 잡았다.

일정을 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연희고 유도부가 휴가 중이라 본래 촬영 날인 1월 10일, 그리고 11일로 정해졌고, 이후 운동 얘기로 사전 인터뷰를 좀 한 뒤에 인터뷰가 끝났다. 강한결은 인터뷰가 끝나자 바로 가족 여행을 떠났고, 지영도 집으로 향해 휴가를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승아네 방문해서 약속을 지켰고, 주말이 지나자 바로 촬영 날이 다가왔다.

임스테이는 강원도였고, 두 번째 예능 촬영지는 제주도였다.

거기서도 제주도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바닷가, 뷰가 예술이었다. 제주도는 1월인데도 그리 춥지 않았다. 바람이 좀 불긴 했지만 오늘 촬영 잘하라는 뜻인지 날은 매우 화창했다.

두꺼운 옷을 챙겨왔는데, 오히려 더울 지경이었다.

일단 지영과 친구들은 오프닝이 열리는 장소 근처의 카페에서 대기였다. 오프닝 시작은 10시. 지금은 9시. 한 시간이나 시간이 남았다.

“어, 우리 기사 났는데?”

의자에 늘어져서 폰을 보던 이성진의 말에 다들 고개만 까닥 돌렸다.

“뭔 기사?”

“우리 여기 나온 거. 오늘 촬영한다고 기사 올라왔어.”

“어? 진짜? 어디.”

임효중이 상체를 쭉 내밀자 폰을 보여주는 이성진. 잠시 폰을 바라본 임효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네? 와, 우리 이제 이런 기사도 나는구나.”

“완전 대박, 스타 된 기분인데? 흐흐!”

지영도 그건 좀 놀라워서 폰을 꺼내서 확인했다.

진짜 이성진의 말처럼 지영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당연히 촬영 전이라 촬영 사진은 없고, 지영이 시원하게 신지를 한판 던지는 사진이 떡 하니 올라와 있었다.

“대박, 기사 네 개가 전부 지영이 사진이다.”

이성진이 또 그걸 기가 막히게 캐치해서 지영을 놀릴 건수를 잡았다. 하지만 이미 익숙한 지영은 그냥 다시 폰을 주머니에 넣고, 눈을 감았다. 뭔 말을 해도 반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그런 지영의 방어를 깨기 위해 이성진이 필살 카드를 꺼냈다.

“쳇. 지영이 너 요즘 나한테 좀 소홀하다?”

“…….”

“난 지영이의 관심이 고픈데. 너무해…….”

끙…….

울 것 같은 얼굴.

황석이 연기자 데뷔를 했다. 그런데 그게 부러웠는지 이성진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줄 모른다면서 휴가 기간 동안 연기 학원을 다녔다. 그리고 정말 무섭게도, 저놈은 재능이 있었다. 이성진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본 임효중이 확인해 준 사실이니, 진짜 재능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건, 연기였다.

“나 안 볼 거야? 응……?”

관심을 갈구하는, 비에 젖은 소년 설정 정도인지……. 하아, 지영은 감았던 눈을 떴다.

“오, 봤다.”

“알았으니까 그만. 소름 끼친다, 진짜.”

“그 정도야?”

“응. 하지 마.”

“오, 내 연기 지영이한테도 먹히는구나! 으핫!”

그게 또 좋다고, 방방 뛰는 이성진이다.

본래도 힘든 가정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런 모습으로 나오면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이성진은…… 휴가 중에 문제가 있었다. 부모님 문제였다. 부친이란 인간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와 교직원분들에게 자기 아들 부르라고 난리를 쳐서 그에 학교로 간 이성진은 그날, 폭력을 쓸 뻔했다. 그 소식에 같이 간 임효중과 황석이 뜯어말리지 않았으면 자기를 낳아준 부친의 얼굴에 주먹을 그대로 꽂았을 거다.

그 부모가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돈 내놔라.

돈 모은 거 아니까, 그거 내놔라.

학교까지 찾아와서 그런 깽판을 쳤으니, 이성진이 뒤집어지고도 남았다. 만약 임효중과 황석이 없었으면, 진짜 대형 사고가 터지고도 남았다.

그 소식에 지영도 청주로 가려고 했는데, 황석이 이성진을 잡고 있으니 오지 말라고 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나오면 지영이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오예!

먹혔다!

지영이 반응하자 또 좋아서 방방 뛴다.

그에 지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황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하하, 역시 지영이도 성진이한텐 안 되네.”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지. 반칙이지, 저러는 건.”

“성진이 지금 스트레스 푸는 거야. 내버려 두자.”

황석의 말에 지영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 여기서 치유하려고 한다는 것을. 저렇게 텐션이 지독히 높을 땐 마음의 상처를 숨기기 위해서라는 걸. 그리고 그건 지영, 황석뿐만이 아니라 전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이성진의 높은 텐션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이성진은 지금은 카페를 나가서 셀카를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아.

친구의 아픔에, 한숨이 나왔다.

자신의 아픔은 회귀로 인해 어느 정도 다 씻겨나갔지만 이성진의 아픔과 어둠은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카페 문이 열리고, 조연출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이명진이 다가왔다.

“저, 이제 연희고 분들 스탠바이 준비하실게요.”

“네.”

드륵.

강한결이 짧은 대답과 함께 일어났고 비슷하게 지영을 비롯해 임효중, 황석도 일어났다. 넷이 일어나자 주변에서 대기 중이던 방송국 소속 스태프분들이 다가왔다. 그중 여성 스태프 한 분이 지영에게 다가왔다. 임수진이란 명찰을 건 스태프였다.

“지영 씨? 지영 씨는 이쪽으로 잠깐 와요. 메이크업 살짝 번졌네요.”

“아, 네.”

난생처음 받아본 메이크업이 어느새 살짝 번졌나 보다.

지영이 메이크업을 해주시는 분이 이끄는 자리로 가서 앉자, TV에서나 보던 가방을 열어서 지영의 얼굴을 손보기 시작했다.

“눈 좀 잠깐 감아주시겠어요?”

“네.”

지영은 바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툭툭, 얼굴을 뭔가로 두들기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그에 허벅지에 얌전히 올려뒀던 손이 절로 주먹 쥐어졌다.

어색했다.

임스테이 때도 그냥 맨 얼굴로 나갔었다. 하지만 이건 임스테이와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 촬영이다 보니, 어느 정도 메이크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고 있는데 역시 처음 받아보는 거라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먹을 쥔 채 눈을 꼭 감고,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이야. 피부가 진짜 좋네요.”

“아, 그런가요?”

“네. 관리도 잘 안 하는 것 같은데, 진짜 좋아요. 역시 아직 어려서 그런가?”

“아하하, 감사합니다.”

천하의 지영도 이런 어색함 속에서 받는 칭찬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됐어요. 눈 뜨고 일어나 봐요, 이제.”

“네.”

얌전히, 시키는 대로.

눈을 뜨고 지영이 일어나자 이어서 지영의 옷을 손봐주기 시작했다.

구겨졌던 곳을 펴주고, 각을 잡아주는데 확실히 능숙한 전문가의 느낌이 났다. 그리고 잠시 떨어져서 턱을 괴고 지영을 보는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 겸, 메이크업 아티스트 임수진 씨.

“이야, 옷걸이가 너무 좋으니까 대충 입었는데도 느낌이 사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안에 니트랑 코트가 매칭이 별로네요. 따로 챙겨온 옷은 없어요?”

그런가?

난 괜찮은데.

하지만 전문가의 말이니 지영은 반박하지 않았다.

“편하게 입을 거 몇 개만 챙겨왔어요.”

“좀 볼 수 있을까요?”

“네.”

지영은 챙겨온 캐리어를 가져왔다. 속옷이야 따로 안에 뒀으니 문제 될 것도 없어서 바로 열어서 옷을 보여줬다. 그녀는 지영의 상의를 전부 꺼내서 테이블에 올린 다음 지영에게 대보면서 코디를 수정했다.

“차라리 이 맨투맨이 낫겠어요. 가서 갈아입고 와요.”

“네.”

결국, 입고 있던 걸 벗어야 했다.

지영은 그녀가 골라준 맨투맨 티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머리 안 망가지게 조심해서! 얼굴도!”

“네.”

이런 호통까지 들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영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이렇게 해주는 걸 잘 알아서였다. 지영은 화장실로 가서 조심스럽게 니트를 벗고, 맨투맨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갔다. 머리가 살짝 떴지만 이건 불가항력이었다.

지영이 갈아입고 나오자 임수진은 여전히 턱을 괸 채로 잠시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훨씬 낫네요. 자, 그럼 다시 앉아봐요.”

“네.”

마치 말 잘 듣는 마네킹이 된 기분이다.

전문가의 포스는 또 엄청나서, 지영은 조용히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머리를 만져 라인을 잡은 뒤 스프레이를 뿌려 딱 고정시켰다.

“자, 끝!”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이게 내 일인데. 그리고 이번 촬영 내내 내가 전담으로 붙을 거예요. 그러니 어색해하지 말기.”

“네.”

일어나서 카페 한쪽에 세워둔 전신거울을 보는 지영.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머리도 만지고, 메이크업도 하고, 옷도 갖춰 입으니 자신이 봐도 영 적응이 되지 않아 어색했다.

그리고 그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빛나던 친구들이, 한껏 차려입고 전문가의 손길까지 받자 더욱 찬란히 빛났다. 그것만으로도 지영은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이런 찬란한 모습이, 영상이라는 기록으로 남아줄 테니까 더욱 좋았다.

“오프닝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점검해 주세요!”

네에!

이후 마이크를 찼다.

문을 열고 들어온 자매 작가 중 첫째 임하나가 준비를 끝낸 지영과 친구들 앞에 섰다.

“일단, 여러분들 너무 긴장하실 것 없어요. 이따가 올라가서 인사하고, 자기소개하고, 그냥 물어보는 질문에 적당히 대답만 해주시면 돼요. 난감하거나 곤란한 질문들은 당연히 안 할 거고요. 그렇게 오프닝 끝나면 바로 위에 숙소로 이동할 거예요. 거기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여기 목장 이곳저곳 둘러볼 거고요. 조금 있다가 점심 먹고요. 이렇게 흘러갈 거예요.”

현장이 안방이라 그런가, 처음 봤을 때보다는 엄청나게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해주는 임하나 작가.

“네.”

강한결이 대표로 짧게 대답하자, 임하나는 씩 웃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오늘은 정말 놀고먹고, 얘기하고, 구경하고. 그렇게 놀다 간다고 생각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다 저희 잘되자고 하는 건데요. 고마운 건 우리죠. 섭외도 많이 받았을 텐데 우리 프로그램 선택해 줬잖아요.”

사실이었다.

총 열 개가 넘는 예능에서 섭외를 받았지만, 지영과 친구들이 고른 게 바로 좀 노는 언니들이다. 이걸 수락한 뒤에 지영은 나머지 프로그램은 전부 고사했다. 그러니 한창 핫한 연희고 아이돌이 유일하게 나오는 예능이, 바로 좀 노는 언니들이고 벌써 기사까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여기 나와준 보답, 저희가 확실하게 해줄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강한결은 이어진 말에 이제야 좀 여유를 찾고 웃었고, 지영을 포함한 나머지 친구들도 좀 여유를 찾았다. 사실 좀 긴장하긴 했다. 임스테이처럼 그냥 쉬는 게 메인 테마인 예능이 아니다 보니까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좀 전 임하나의 말로, 긴장이 조금은 풀렸다.

“자, 준비하세요!”

스태프가 다시 외치고, 임하나가 바로 말을 받았다.

“그럼 이제 올라갈게요!”

“…….”

그녀를 따라 카페를 나서,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와, 긴장 대박……. 나 막 말실수하면 어떡하지?”

이성진이 조용히 소곤거리자.

“괜찮아요. 편집하면 되니까.”

그걸 용케 들은 임하나가 바로 답을 줬다.

이성진은 그에 민망한 표정으로 에헤헤, 바보같이 웃었다. 그러다 다시 임하나에게 물었다. 눈을 반짝이는 게, 목적이 있는 질문이 시작될 듯싶었다.

“누나는 몇 살이에요? 되게 어려 보이는데. 혹시 저랑 동갑?”

“어머…….”

“아니면 고등학교 막 졸업하고 작가 된 거예요? 누나 막내죠?”

아니, 서브 작가다.

메인 송보경 작가 바로 아래, 서브 임하나 작가.

서브라지만 그래도 아마 방송국 연차가 상당할 거다.

‘대단하다, 이성진…….’

이성진이라고 그걸 모를까?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이성진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러는 건…… 진짜 뭐랄까, 존경심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그래 보여요?”

“네, 방송국 일은 어때요? 막내 일은 안 힘들어요?”

“후후, 막내는 벌써 5년 전에 끝냈답니다.”

“어, 진짜요?”

“네.”

임하나 작가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동안 칭찬은 그 어떤 여성도 싫어하지 않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렇게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았을 때, 언덕을 다 올라와 방송 장비가 가득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뒤, 임하나가 지영을 앞으로 끌고 왔다.

“지영 씨가 가장 먼저 들어갈 거예요.”

“네? 저요?”

“네. 지영 씨가 메인… 아. 잠깐만요.”

네, 언니.

아 지영 씨를 가장 뒤에요? 네, 알겠어요.

“지영 씨. 제일 마지막.”

“아, 네.”

복잡하다.

하지만 방송은 원래 복잡하다.

임스테이 때는 그냥 놀다 온다는 설정이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정말 복잡했다. 입장 순서까지 철저하게 계산했을 만큼 말이다.

‘이게 방송이구나.’

방송을 쉽게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느껴보니 정말 이쪽도 만만치 않게 치열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입장할 순서가 된 것 같았다. 친구들 입장 순서까지 임하나가 조율하고 나서, 큐 사인이 떨어졌다.

“자, 들어갈게요!”

툭!

임하나가 등을 치듯이 민 강한결을 시작으로 이성진, 임효중, 황석, 그리고 지영이 입장했고, 좀 노는 언니들의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