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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2화 (42/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2화

42화. 선발전 대비 훈련(7)

월요일.

주말 간 커팅한 체중은 약 1㎏ 남짓이었다.

이틀간, 거의 하루에 500그램씩 뺀 거나 마찬가지지만 지영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 이거 문제 있는데…….”

후우.

체중계에서 내려온 지영은 답답한 한숨을 흘렸다.

사실은 좀 더 빼보려고 했었다. 아직 73을 찍지 못했다는 부담감이 있어서였다. 이미 평소의 루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지영은 이런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벌써 힘이 들었다. 이틀간 식단 조절을 하며 수분을 뺐더니, 오늘 아침에 인터벌을 뛰는데 아주 잠깐이지만 현기증이 왔다.

그건 몸에서 수분과 염분이 너무 많이 날아간 상태라, 몸이 정상이 아니라고 신호를 보낸다는 뜻이었다. 이걸 고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먹으면 된다.

염분 가득한 제육볶음 한 접시면 아주 깔끔하게 사라질 거다. 그럼 몸에서 아주 충분하게 보충된 염분과 단백질을 분해해 현기증 따위는 단숨에 사라지게 만들어줄 거다. 하지만 문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

제육볶음 한 접시를 먹는 순간 주말 이틀간의 공은 그대로 파도에 얻어맞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지영은 일단 식염 포도당을 먹고,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

음식으로 필수 비타민 등을 채워주지 못하니 감량할 때는 이런 영양제는 꼭 먹어주는 게 좋았다. 일단은 이렇게 해서, 2주를 버틴다. 지금은 이 방법밖엔 없었다.

그렇게 영양제를 챙겨 먹고, 수업에 들어갔다.

4교시가 끝나고 남들은 전부 밥을 먹으러 갈 때, 지영은 이성진은 교실에 남아 나란히 챙겨 온 과일을 꺼냈다.

“아 씨…. 바나나 짜증 나…….”

이성진의 푸념에 지영은 쓰게 웃었다.

꺼낸 바나나를 보며 지영도 같은 생각을 하던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가 오늘은 왜 그렇게 얄미워 보이다 못해 짜증 나게 보이는지,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드륵.

문이 열리고 친구들이 확실히 치킨을 먹던 금요일과는 다른 몰골로 들어섰다. 고작 이틀이지만 전원이 확실히 이전에 비해 야위었다.

“아우, 몰골들이 진짜, 뭔 난민이야?”

그리고 황석의 뒤에서 쏙 나타난 한은정의 말에 다들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달고 사는 편인데, 황금세대가 시합 때문에 다이어트를 할 때 본인도 자발적으로 함께 참여해서 몸매를 유지했다.

처음엔 그게 진짜 얄미웠는데, 여자는 다이어트를 평생 해야 한다는 말에 아, 이해하고 넘어갔다.

책상 몇 개를 끌어다가, 진짜 아무런 말도 없이 시작된 점심.

바나나.

사과.

방울토마토.

오이.

최고량의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에 계란 흰자.

이 전체가 전부 해서 500그램 정도.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일주일도 견디기 힘든 식단이었다. 하지만 다들 묵묵히, 꾸역꾸역 입에다가 넣었다.

‘살을 뺄 때는 먹는 게 아니라, 넣는다는 말이 있지…….’

말 그대로다.

먹는 게 아닌, 생명 연장을 위해 음식물을 위로 그냥 넣는다. 그런 행위로 변하는데 지금 지영과 친구들의 모습이 그랬다.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넣는 것. 기계적으로 꾸역꾸역 그렇게 위에다가 음식을 넣었다.

“여긴 무슨, 수도원이야? 절이야?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밥은 좀 대화 좀 나누면서 먹으면 안 될까?”

그런 황금세대를 향해 한은정이 질린 눈으로 보면서 푸념을 내놓자, 강한결에서 답이 나왔다.

“이 시기에 우리랑 밥 먹으면서 대화를 원하는 건 좀 무리지 않을까?”

“맞아. 대화가 고프면 친구들이랑 드시든가요!”

뒤이어 이성진이 날카롭게 쏘아붙이듯이 말하자 한은정은 얼른 양손을 들었다.

“항복. 졌다. 한결이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내가 큰 실수 했네. 소녀 죽을죄를 지었어요!”

“잘생각했어. 웬만하면 이 시기에 우리 건드리지 마. 진짜 좀 힘들거든.”

“네네.”

한은정은 깔끔하게 인정하고 물러났다.

후.

10분 만에 끝난 점심.

한은정이 황석과 함께 먼저 나가고, 강한결과 임효중도 교실을 나가자 지영은 책상을 정리하고는 그대로 엎드렸다.

배는 조금도 부르지 않아 식곤증이 올라오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쉴 수 있을 때 쉬어둬야 했다.

이성진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엎어져서 잠을 청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지영은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나도 잠을 잘 청하는 편이라는 점이었다. 누우면 자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이 많아 잠을 잘 못 청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게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난 지영은 오후 수업을 받고, 3시 전에 나와 훈련을 시작했다.

시합이 2주쯤 남으면 타이트한 훈련은 전부 끝났다고 봐야 했다. 지영과 강한결, 임효중, 황석은 빼고 이성진만 신지혁에 맞춰 맞춤 전략을 짜는 걸 빼면 사실상 널널한 훈련이었다.

다만, 땀복을 입고 해서 몸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후 훈련이 끝나고, 저녁도 점심과 비슷한 식단으로 해결한 지영은 잠시 쉬다가 시간에 맞춰 거실로 나왔다.

슬슬, 방송할 시간이었다.

다만 청주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아 PC에 TV를 연결하고, 인터넷으로 따로 채널을 열어서 봐야 했다.

인터넷을 잘하는 이성진이 능숙하게 채널을 맞추자, TV에서 충주 MBS 지역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어른들을 위한 방송을 잠시 보고 있다 보니, MC의 멘트와 함께 지영의 얘기가 시작되려 했다.

-자, 이번엔 이선영 리포터가 준비한 영상이죠?

-네. 혹시 여러분들, 얼마 전에 한 고등학생이 네 명의 생명을 구했던 일, 기억하시나요?

-아 그 일이요? 물론이죠. 아휴, 말도 마세요. 그때 제가 그 영상을 소개하면서도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데요? 그 학생의 선행이 아니었으면 아휴.

-호호. 네 이번에 제가 취재한 내용은, 그 학생에 대해서인데요. 그 학생은 당시 복장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운동부 학생이에요. 유도. 익숙한 운동이죠? 영상 속 선행의 주인공인 학생은 청주 연희고 1학년 강지영 학생으로, 사실 전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선수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가 강지영 선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3주간 취재를 해 봤습니다.

-그렇군요. 이거 정말 기대되는데요? 그럼 얼른 볼까요?

대본에 쓰인 대로 이어지는 대화 후, 영상이 시작됐다.

영상의 시작은…….

“오…….”

지영이 전국체전에서 시원하게, 한판을 따내고 도복을 고치는 장면이었다.

한판과 동시에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도복을 여미는데, 그 사이에 복근을 천천히 클로즈업해 가다가 다시 얼굴로.

땀에 젖은 머리칼이 눈을 살짝 가린 지영의 얼굴을 포착하며 영상이 멈췄다.

천재, 강지영.

그러곤 그런 자막이…… 붙었다.

“억…….”

그에 저도 모르게 지영은 숨이 막히는 신음을 냈다.

‘아니 천재 강지영이라니, 뭔 자막을 가져다 붙여도 저딴 걸……!’

지영은 순간 나종석 PD나, 나연석 PD가 연출했던 예능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 탄식을 흘렸다. 본래 나종석 PD는 연출을 지극히 단조롭게 짰다. 그리고 거기에 유지한 자막을 신나게 써먹는다.

동물의 의인화, 의성어 등등, 대놓고 유치 뽕짝이 뭔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자막도 좋아했다. 특별하지 않은 연출, 자막을 이용해 특별한 예능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나종석. 나연석은 그런 나종석의 사촌이고, 당연히 그의 방식을 자주 벤치마킹하는 편이었다.

실제로 그가 이선영과 사건을 일으켜 날아가기 전까지 맡았던 예능도 저런 자막이 정말 자주 쓰였다.

천재 강지영.

이란 자막이 사라지고, 그 아래로 조금 작은 자막이 서서히 들어차기 시작했다.

[3주간의 천재 관찰 일지.]

천재 관찰 일지란다.

“야 이……!”

지영이 결국 참지 못하고 상소리를 내자 푸하하! 대번에 친구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천하의 황석도 흐흐흐, 하면서 웃고 있을 정도였으니, 이게 지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지영은 절로 알 수 있었다.

“하하하! 지영이가 천재는 맞는데, 그래도 저렇게 보니까 재밌긴 하다.”

강한결까지 웃으면서 지영에게 위로인지 놀림인지 모를 말을 했을 때 줌이 멀어지며 도복을 고치는 지영의 모습이 사라지고, 수업을 받는 지영의 모습이 대신 떠올랐다.

수업이다. 수학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당연히 수학 시간일 거다.

수업을 착실히 받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런 자막도 없이 그냥 조용히 흘러갔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았다.

1분 남짓?

그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고, 다시 공부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지영이 교실로 가는 모습을 찍던 화면이 빙글 돌더니, 지나가던 여학생을 잡았다. 그리고 그 학생은 카메라가 자신에게 향하자 깜짝 놀라 얼굴을 가렸다.

[잠깐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

하고 자막이 뜨자, 여학생은 빛의 속도로 고개를 젓더니 쪼르르! 얼른 지영이 간 쪽으로 도망갔다. 그렇게 몇 번의 실패 끝에 한 학생과 인터뷰를 시작한 카메라. 명찰을 보니 한 학년 선배였다. 그리고 이선영은 신기하게도 여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넣지 않았다.

아마도 화이트보드나, 노트, 스케치북에 질문을 써서 보여주는 형태 같았다.

[강지영 학생은 어떤 학생인가요?]

자막으로 뜬 질문에 차분한 기색의 2학년 여선배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한마디로 지영을 표현했다.

“신비로운 애?”

아, 오글거려…….

스물일곱의 정신도 있는 지영인데, 몸이 절로 꼬이는 느낌이었다.

[이유는요?]

“학년이 달라서 그 아이들에 대해서 정말 잘 아는 건 아닌데요. 그냥 보면 그런 느낌이 들어요. 한결이나 효중이는 좀 차분해도 그 또래 애들처럼 보이고, 이성진이야 워낙에 까불이고, 석이는 그냥 조용하다. 이런 느낌인데 지영이는 보면 느낌이 좀 다르거든요. 속을 알 수 없어 음침하다? 이런 느낌은 아닌데…… 아무튼 그래요. 그냥 좀 신기해요.”

[옆에 친구는 강지영이 어떤 친구 같아요?]

자막이 뜨고, 화면이 여선배의 옆에 서 있던 다른 여선배로 옮겨갔다.

“음, 잘생기고 착한 애?”

[잘생긴 건 얼굴만 봐도 알겠는데, 착하다는 건요?]

“아, 지영이만 착한 게 아니라, 쟤들 전부가 다 착하거든요. 맞다, 지영이랑 같이 유도하는 애들 있거든요? 아까 선애가 얘기했던 애들. 걔들을 저희는 연희고 아이돌이라고 부르는데요. 걔들은 진짜 다 착해요!”

[어떻게 착한가요?]

“그냥 어, 어어…… 그냥 착한데?”

착한데 뭔 이유가 필요하냐는 표정이다.

순진무구한 여선배님의 표정에 인터뷰 고맙습니다, 하는 자막이 떴다가 사라졌다.

비슷하게 한 번의 인터뷰가 더 지나가고, 복도에서 교실에 앉아 있는 지영을 잡은 화면 옆으로 자막이 떴다.

[관찰1. 저 잘생긴 천재는 착하다.]

아…….

탄식이 절로 나왔다.

크크크……!

이성진이 배를 잡고 뒹굴어서 지영은 그 엉덩이를 빵 걷어찼다.

“악! 왜핵! 프흐흐! 저 잘생긴 천재는 착하다는데 왜 때려억! 크흐흐흐!”

“……그만 웃어라.”

“푸흐! 아니, 아니히! 나만 웃냐고! 왜 나한테만 흐흐! 푸하하!”

지영은 그런 이성진을 보면서 폰을 꺼내 이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지영아! 보고 있어?

“이선영 기자님?”

-어? 어 뭐지? 목소리가 싸한데?

“그럼 지금 저 방송 보고 제 목소리가 따뜻하기를 바라셨어요?”

-흐흐! 연석이가 좀 짓궂게 편집하긴 했지? 에이, 그런데 아냐. 좀 더 봐봐.

“……후우.”

질끈.

저걸 더 보라고?

지영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입상한 성적이 마치 뭔 약력처럼 자막으로 올라오는 모습에 절로 눈이 질끈 감기는데?

-지영아. 내가 봤을 땐 진짜 잘 나왔어. 그러니까 누나 믿고 계속 봐봐. 다 보고 나서도 이상하면, 누나가 짤리는 한이 있더라도 녹화분 처분해 줄 테니까.

“……네, 한 번만 믿어볼게요.”

-그래.

뚝.

전화를 끊은 지영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영상을 지켜봤다.

20분 1화, 총 3화.

지영은 이선영이 호언장담했으니, 참고 방송을 지켜봤다.

인터뷰가 끝나고, 지영이 운동을 하러 가는 장면이 잡혔다. 그 장면들은 전부 싱그러웠다. 마치 셀카 어플의 보정 효과가 들어간 것처럼 샤방샤방했다. 그렇게 거의 19분쯤이 지나갔다.

‘대체 어디가?’

뭐가 끝이 아니라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할 때쯤이었다.

[하지만.]

영상이 변했다.

샤방샤방하던 효과는 사라지고, 칙칙하고, 무거운 음악이 흐르더니 갑자기 대장간이 모습이 잡혔다.

땅! 따앙!

한 장인이 쇠를 두들긴다.

뻘겋게 달아오른 쇠를, 망치로 리드미컬하게, 땅땅 소리가 나게 내려치는 모습이 나왔다.

왜 갑자기 저런 게?

지영은 물론, 친구들까지 잠시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그런 장인의 모습이 천천히 사라지고, 이를 악물고 유도를 하는 지영의 모습이 잡혔다. 그것도 흑백화면으로. 거친 황야처럼 퍽퍽한 느낌을 주는 연습 장면 아래로 다시 한줄기 자막이 떴다.

[쇠는 두들기면 강해지듯, 천재도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검게 암전되는 화면.

지영은 그렇게 끝난 1화를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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