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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7화 (37/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7화

37화. 선발전 대비 훈련(2)

닭가슴살 말고도 단백질을 대체할 건 사실 많았다.

송대남 선수처럼 스테이크를 몇 장씩 먹어도 되지만, 스테이크는 지방이 너무 많았다. 단백질 프로틴도 있지만, 그건 이미 조금씩 먹고 있었다.

그리고 송대남 선수는 체급을 올릴 수밖에 없어서 긴 시간을 두고 작업한 거고, 지영은 그 반대로 짧은 시간에 해결해야 했다.

근력을 확 올리는 게 아니라, 일정량 올린 다음 다시금 관리하는 것.

여기서 더 근력이 늘어나면 그때는 체중감량 자체가 문제가 돼서 벌크업처럼 근력을 키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딱 2주간, 근력을 키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암초가 나타났다.

“와 진짜, 미치겠다…….”

근력을 올릴 때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건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방법이 사실상, 왕도(王道)에 가까웠다. 바로 단백질 프로틴과 닭가슴살이다. 그런데 이게 지영에게 시작부터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아, 도저히 못 먹겠다…….”

지영의 미각이 도저히 닭가슴살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원래 자신의 미각이 이렇게 예민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지영은 회귀 전에도, 회귀 후에도 사실 닭가슴살을 먹어가며 운동을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처음이었다.

처음 겪어본 닭가슴살은 진짜, 지영에게는 완전히 상극이었다. 혹시 또 몰라서 다른 브랜드 제품을 몇 개 사서 먹어봤지만 역시나 같았다. 뱉어내냐, 뱉어내지 않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와, 나 지영이가 이러는 거 처음 본다.”

같이 밥을 먹던 임효중이 결국 젓가락을 내려놓은 지영을 보며 놀랍다는 표정과 어조로 말했고, 다른 친구들도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못 먹겠어?”

강한결의 물음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못 먹겠는 정도가 아니라 조미를 좀 한 닭인데도 누린내? 그런 게 입안을 가득 채워서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지영은 결국 식사를 포기했다.

도무지 들어가지 않아서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었다.

“지영아. 그만 먹게?”

황석의 물음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먹을 수가 없었다. 지영은 일단 최소한의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는 다 먹고, 단백질 보충제를 타서 벌컥벌컥 마셨다. 근육을 만들어야 하니 뭘 먹긴 먹어야 했다.

그렇게 저녁을 끝낸 지영은 밖으로 나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아들. 무슨 일이야?

“아니요. 별일은 없어요. 엄마, 근데 저 원래 비위 약했어요?”

-너? 네 아빠 닮아서 좋은 편은 아니었지? 너 어릴 땐 시장도 제대로 못 다녔어, 얘.

“어? 진짜요?”

-그럼? 생선 냄새 조금만 나도 막 들어가기 싫다고 난리 부렸었어. 그런데 그건 왜?

“아……. 아니, 몸 만들어야 해서 닭가슴살 먹는데, 안 넘어가서요. 역한 냄새가 확 올라와서 내가 이렇게 비위가 약했나 싶어서요.”

-아이고, 우리 아들 힘들어서 어쩌니.

“괜찮아요. 뭐, 어떻게든 넣기만 하면 되니까. 저녁은 드셨어요?”

-응? 이제 먹으려고.

“잘 챙겨 드세요. 아셨죠?”

-그래그래, 알겠어, 아들.

“네, 그럼 또 전화 드릴게요.”

-응, 아들도 고생하구.

전화를 끊은 지영은 숙소로 바로 올라가 노트북을 열었다.

방법이 필요했다.

저 단백질을, 어떻게든 몸속으로 넣는 방법이.

정보의 보고답게, 단백질 먹는 법이라고 검색하자 별의별 게 다 떠올랐다. 하지만 지영이 원하는 정보에선 다 조금씩 부족했다.

단백질 프로틴.

캡슐, 닭가슴살, 삶은 계란 흰자 등등, 거의 대부분 일반인도 아는 상식선이었다.

‘아 이러면 곤란한데.’

지영은 정말 단기간에 근육을 키워야 한다. 남은 시간은 이제 고작 10일 남짓이다. 그리고 다시 감량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고단백을 고효율로 먹어야 했다.

벌써 수요일이니 다음 주 주말까지 근력을 키우고, 바로 감량 시작이다. 스케줄 상으로 따지면 사실상 말도 안 되지만.

‘해야지.’

대학부의 피지컬을 견뎌내고, 나아가 이겨내려면 제대로 힘을 키워야 했다.

그래서 지영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수많은 방법이 나열되어 있는 정보 세계에서도 지영이 원하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지영은 일단 음식을 바꾸기로 했다.

‘닭이 안 넘어가면, 돼지나 흰살생선도 나쁘지 않으니까.’

대신 철저하게 지방기가 제거된 제품이어야 했다.

인터넷을 싹 뒤져서 그런 제품 몇 개를 찾았고, 바로 결제한 지영은 의자에 길게 몸을 누였다.

그렇게 잠시 멍 때리고 있는데.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영아.”

강한결의 목소리에 지영은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어줬다.

“어, 한결아.”

“잠깐 들어가도 될까?”

“그럼, 괜찮지.”

힐끔.

이성진이 보기 드물게 거실에서 지영의 눈치를 봤다. 그에 지영은 아까 자신이 너무 민감하게 굴었다는 걸 깨닫고는 속으로 한숨을 흘렸다.

체중감량. 사실 다들 체중감량을 시작할 때라서 민감할 텐데, 지영은 너무 자신만 생각했다는 사실에 자책했다.

강한결의 방문도 아마 그와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방문을 닫고 들어온 강한결이 침대에 앉았다.

지영은 의자에 앉아 강한결을 잠시 보다가, 사과부터 했다.

“미안해. 너무 나만 생각했네.”

“아니. 우리 사이에 무슨. 애들도 다 이해해.”

“그래도. 아, 왜 그랬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예민하게 굴었다.”

“그러니까. 너답지 않았어.”

툭 치고 들어오는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잠시 그 말을 곱씹다가, 역시 강한결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금 이 시기에 지영은 절대 이러지 않았을 거다. 지영은 조용한 편이었고, 이 정도로 감정을 내비치는 성격이 아니었다.

괜히 음침한 느낌을 준다고 했던 게 아니었단 소리다.

하지만 오늘은 대놓고 감정을 내보였다.

욕설에, 얼굴에 가득 짜증을 담았다. 심지어 식사도 안 끝났는데 혼자 나와버리기까지 했다. 보통 같이 먹고, 같이 일어나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그걸 깨버린 거다.

그러니 강한결이나 다른 친구들에게는, 어쩌면 이건 초유의 사태나 마찬가지였다.

스윽.

평소 공부할 때 쓰는 안경을 고쳐 쓴 강한결이 말을 이었다.

“언제부터였더라? 체전 전이었나? 그때부터 계속 지영이 네가 좀 변한 느낌을 받고 있었어. 갑자기 성진이를 안고 울지 않나, 시합 때 상대 선수의 팔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꺾질 않나. 이것만 해도 절대 이전의 너한테서는 나오지 못하는 행동이야. 인정하지?”

“…….”

무서운 놈.

황석도 황석이지만, 강한결도 역시 대단하다.

그리고 이해도 갔다.

‘아마, 우리 중에서 우리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야.’

자신이야 10년을 더 살았으니, 그 시간 동안 친구들을 더 많이 봐왔으니 많은 걸 안다고 쳐도, 강한결은 10년의 시간을 건너뛰고, 지영만큼이나 알고 있었다. 어른보다 정말, 더 어른 같은 친구.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

“그리고 주식. 이건 정말 너답지 않았고. 그다음은 방송. 이것도 너답지 않았지? 넌 셀카 찍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잖아. 단체로 찍자고 할 때나 찍지. 그런 얘가 카메라 앞으로 나가자고 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지. 거기에 오늘 일까지. 지영아, 이전에는 좀 변했구나 해서 좋았는데, 이쯤 되니 좀 걱정도 된다.”

차분한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몇 번이나 뜨끔뜨끔했다.

하지만 지영은 웃었다.

10년이나 더 살았는데, 10년을 덜 산 강한결에게 말빨로 밀리면 좀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별로냐?”

“응?”

하하!

지영이 웃으며 그렇게 묻자 강한결이 크게 웃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도 봐. 참 변했다니까?”

“사람은 변한다잖아. 나는 엄마 때문에 변해야 한다는 걸 느꼈을 뿐이고, 그걸 열심히 실천하는 중이야. 좀 도와주자, 친구야.”

“그럼 도와주지. 그런데 지영아. 너무 변하지는 마라. 아니면 좀 천천히, 애들이 적응할 시간이라도 좀 주든가.”

“다 변한 거야.”

“응?”

“다 변한 거라고. 여기서 더 안 변해. 우리 엄마는 이 정도만 해도 만족하시거든.”

지영이 웃으면서 답하자, 강한결이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조용할 때는 차분함이 돋보여서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도 감정에 솔직한 지금이 더 낫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황석이 찾아왔을 정도면 사실 자신이 변한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게 너무 순식간에 변해서 한 달이나 지나가는데 다들 적응을 아직 못한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당연하지. 애들한테는 내가 미안하다고 얘기할게.”

“그래. 그럼 수고하고. 참, 닭가슴살. 그거 렌지에 돌린 다음, 에어프라이기에 한 번 더 돌려 먹어봐. 효율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그렇게 하면 육포처럼 말라서 괜찮을 수도 있어.”

“어, 그래?”

“응. 아니면 그냥 쉐이크처럼 과일 넣고 갈아먹어야지. 김국종처럼 대용량으로.”

“……그건 좀 별로네.”

지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강한결은 일어나 지영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곤 방을 나갔다. 강한결이 나가자 한숨을 크게 몰아쉰 지영은 메신저를 열어 모두에게 사과를 하곤, 식당으로 가서 강한결의 말대로 닭가슴살 하나를 렌지에 돌리고, 에어프라이기에 돌려서 먹어봤다.

음.

비린 맛이 좀 사라지긴 했지만…… 견딜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왜지?

왜 이렇게 심하게 역한 거지?

한숨을 내쉰 지영은 눈을 꾹 감고, 버리긴 아까우니 그래도 끝까지 꾸역꾸역 먹어치웠다.

이걸 일주일을 더 먹어야 한다?

‘진짜 못 할 짓이다…….’

절로,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 * *

청주대.

역사와 전통이 엄청나게 긴 팀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대학교다.

용인대와 한체대 등과는 달리, 부족한 체급 선수를 한해 3명 정도밖에 뽑지 않아 총원은 많아야 12명 정도의 작은 유도부지만, 그래도 연고지인 청주의 청석고나 충북체고에서 좋은 선수들이 진학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이었다.

주말, 국가대표 선발전을 2주 앞둔 청주대와 청석고, 충북체고가 모여 훈련에 들어갔다. 국대 선발전에는 나가지 않지만, 청소년 선발전에는 출전하는 연희고도 주말을 반납하고 훈련에 참가했다.

준비운동, 부딪치기에 이어 시작된 자유 연습.

지영은 바로 3학년인 박성오와 첫판을 잡았다.

박성오.

대구 영신고 출신 73 선수고,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아주 공격적인 탱크 스타일을 갖춘 선수였다.

그리고 역시 잡자마자 힘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졌다.

가슴 깃을 선점한 박성오의 팔이 짧아 어깨 깃을 잡을 수 있었던 거지, 만약 리치가 비슷했으면 잡기 싸움부터 밀렸을 거다.

이걸 수치로 표기하면 아마도 7:3 정도고, 당연히 3이 지영이었다.

이 정도 힘 차이면 시합이 엎어질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힘이 부족해도 지영에겐 시합을 풀어나가는 센스와 기술이 있으니까 말이다.

툭, 툭툭!

업어치기.

보통 외 깃을 잡은 상태에서 나오는 기술은 대다수가 말아업어치기다. 최민호 선수가 기가 막히게 구사했던 이 말아업어치기는 처음 들어갈 때 보면 저게 걸리겠냐? 하는 의문만 일단 먼저 든다.

하지만 제대로 돌아서 상대를 끌어 당겨놓는 순간, 진짜 팽이처럼 몸이 홱! 돌아간다.

따라서, 이걸 피하려면 아예 말려가지 않던가, 아니면 좀 더 빠르게 회전해 등이 닿지 않게 해야 한다. 전자는 힘으로 버티는 거고, 후자는 탄력을 이용해 한판을 피하는 건데 당연히 후자가 어렵다. 재수 없으면 몸이 그대로 말려가 매트에 제대로 찍힐 테니까.

하지만 지영은 그렇다고 전자를 고를 수도 없었다.

일단, 힘이 차이가 나서 몸이 그냥 빨려 들어가 버렸다. 지영은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이런 순간에 이걸 의식해서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도 안 되는 건데, 지영은 그걸 의도적으로 해냈다.

퉁!

상대가 몸을 말아 던지려는 힘을 이용해, 그 힘에 대항하지 않고 그대로 순응. 아니, 역으로 더 힘을 줘서 180도가 아닌 360도의 회전으로 기술을 피했다.

쿵! 소리가 나며 지영이 앞으로 엎어지자, 박성오는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하는 표정이 됐다.

“그걸 피하네?”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 그럼 그 운이 두 번 통하나 볼까?”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대화 후 다시 맞붙은 지영.

역시 힘 차이가 난다.

근력을 키우려는 작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 박성오는 또 말아업어치기를 걸었다.

이번엔 더 빠르게, 더 거칠게 들어왔다. 억지로 욱여넣는 기술. 이건 박성오의 실수다. 유도의 모든 기술에는, 타이밍이란 게 존재했다.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게 일단 기본인데, 무너진 그 순간이 다시 타이밍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기술을 걸어?

그것도 되치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지영에게?

하체와 허리를 단단히 버틴 지영은 그대로 박성오를 살짝 들어, 반대쪽으로 밭다리를 찍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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