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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6화 (3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6화

36화. 선발전 대비 훈련(1)

일요일 저녁, 돌아와 짐을 풀고 씻고, 침대에 누운 지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재밌었다.

1박 2일간의 여행은 지영의 정신을 아주 맑게 정화해 줬다.

‘나종석 피디님도 진짜 대단했지.’

설마하니,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능을 찍을 줄은 정말 예상도 못 했다. 애초에 프로그램 자체가 일반인을 게스트하우스에 초대해 대접하는 게 플롯인 예능이지만, 그래도 메인은 임윤옥 선생님을 비롯한 연예인들이었다.

연예인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초대한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식사와 편의, 경치를 제공하는 게 메인이었다. 시즌 1은, 한국을 알리는 모습에 초점을 두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런데 나종석 PD는 지영을 포함한 친구들을 대상으로 예능을 촬영했다.

왜 나종석 PD 하면 떠오르는 그거, 천하장사 출신 방송인과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공중파 예능 그거, 그 예능에서 저녁을 줄 때 항상 했던 게임을 찍으려고 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정도로 미리 판을 깔아둔 탓에, 진짜 냉정한 강한결도 차마 그걸 거절할 수 없었다. 물론 그건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방송이다.

그것도 예능.

모두가 부담을 느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와중에 이성진만 재밌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바람에 결국 강한결도 백기를 들고 수긍하고 말았다.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이 여행은 결국 자신 때문에 오게 된 거고,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진짜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성진이 그렇게 해보자고 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서 결국 다들 하자고 해서, 예능을 시작했다.

간단한 게임.

말 그대로 진짜 간단한 게임이었다.

그가 예능에서 자주 써먹은 게임들이 주를 이뤘다. 그중에는 몸을 쓰는 게임도 있었고, 머리를 쓰는 게임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진짜 오묘한 게, 게임의 승자가 메뉴 하나를 선정하고 나니까 갑자기 승부욕이 팍 돌기 시작했다.

첫 번째 승자는 황석이었는데, 수도 맞추기 게임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승자가 됐다. 그리고 황석은 한우 등심을 골랐다. 한우 등심은 나종석이 준비한 재료 중에 모두가 눈여겨보던 메인 재료였다.

이때 다들 눈이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치열한 게임은 거의 1시간이 넘게 계속됐고, 모든 메뉴가 주인이 정해지고 나서야 끝났다. 그다음엔 그냥 말 그대로 자기 걸 굽고 삶아 먹는 걸로 끝났다.

다 먹고 밖으로 나와 이선영에게 들어서 알았는데, 나종석 PD는 새로운 예능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 출연자들을 90%는 운동선수로 구성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런데 타이밍 좋게 지영이 거길 간 거고, 그래서 한 번 실험차 판을 짠 거라는 말을 해줬다.

물론 지영의 기억에 나종석이 운동선수들 예능을 찍는 기억은, 적어도 회귀 전까진 없었다.

그러나 그건 지영이 신경 쓸 게 아니었다.

“재밌으면 된 거니까.”

다들 좋아했다.

가장 표정 변화가 없는 축에 속하는 황석도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정도로 다들 재밌게 즐겼다. 그러니 정말 만족스러운 1박 2일이었다. 그리고 재밌는 일도 있었다.

톡! 톡!

-석! 석석!

-너 그거 연기할 거야?

다들 각자 방에 있는지 이성진이 톡으로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성진이 보낸 메시지처럼 황석은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다.

총명한 의사생활 시즌 2?

거기에 격투기 선수인데,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을 하러 병원에 입원을 한 환자. 라는 설정을 가진 캐릭터였다. 계속 나오는 건 아니고, 2회 분량 정도 나온다고 했다.

신윤호 PD? 그 사람이 다음 날 떠나기 전 직접 황석에게 와서 제안을 하고 갔다.

솔직히 그때 전부 놀랐다.

지영의 기억에도 신윤호 PD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나종석 PD가 항상 사랑받는 예능을 찍었다면, 신윤호 PD는 항상 사랑받는 드라마를 찍었다.

지영도 몇 작품은 본방사수하며 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 신윤호 PD가 황석에게 몇 분 안 되지만, 출연 제의를 직접 했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재밌었다.

-음, 모르겠다.

황석다운 대답에, 지영은 손가락을 놀렸다.

-해봐. 재밌을 것 같은데? 그리고 잘할 것 같기도 하고.

지영이 그렇게 적어서 보내자, 다들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황석은 대답이 없었다. 그가 조용하다는 건, 고민하고 있다는 뜻.

황석은 덩치와는 다르게 섬세하다. 그리고 살짝 우유부단한 면이 있었다.

‘나는 너희들이 많은 걸 경험했으면 좋겠어.’

회귀 전에는, 사고 때문에 모든 걸 빼앗겼었으니까.

이번 삶에서는 부디 그때 못했던 것까지 다 해봤으면 싶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미래.”

운동선수는 실업팀까지 간다고 해도 그리 오래 선수로 활동할 수는 없었다. 피겨나 체조처럼 극단적으로 짧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른이 넘어가면 대부분 은퇴를 고민하는 시기가 오는 게 바로 운동선수다.

축구나 야구도 그렇고, 태권도나 유도, 복싱 같은 경우도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 육체적으로 한계가 와 은퇴를 고민해야 한다. 그럼 그다음엔? 당연히 사회에 맨몸으로 내던져지게 된다. 지영은 그때를 염두에 두더라도, 황석이 이번 기회를 잡았으면 했다.

‘경험이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지.’

다행히 요즘에는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도 있고, 배우도 있었다. 지영은 황석이 연기를 하는 걸 상상해 봤다.

‘석이는 엄청 섬세하니까, 잘할 거야.’

무뚝뚝해 보이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섬세한 게 황석이었다. 그래서 석이가 보여주는 섬세한 배려심은 회귀한 지영도 가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그런 감수성을 가진 친구라면, 감정을 구체화하는 법을 배우기만 하면 충분히 배우도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지영은 황석이 신윤호 PD의 제안을 받아들여, 연기에 도전해봤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데뷔가 무려 신윤호 PD의 작품이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배우도 그의 작품에 들어가기를 소원할 정도로 대단한 PD다. 신인은 더더욱 들어가기 힘든 게 그의 작품이다.

그런데, 그가 먼저 황석을 찍었다.

‘이런 기회는 진짜 흔치 않지.’

오래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딱 2화 분량이다. 지영이 봤을 때 데뷔로는 진짜 최고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지금 고민하는 걸로 보아, 오늘 내로 결론은 안 날 것 같으니 내일 진지하게 한번 얘기해 보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여행은 재미와 함께 여독을 몰고 오는 법.

지영은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 * *

월요일.

연희고 유도부의 공기가 변했다.

“이성진! 거기서 뒤로 물러나면 지도 들어간다고 했지! 맞붙어! 대학선수들은 고등부랑은 차원이 달라! 힘으로 안 되겠으면 옆으로 돌아서 계속 유지해!”

쩌렁!

임대성 코치의 고함이 훈련장을 울렸다.

“네!”

후! 후우!

땀에 젖은 이성진이 잠시 무릎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임효중이 있었다. 66과 81. 힘의 차이는 극명하다.

선발전 대비, 연습이 시작됐다.

임대성 코치는 다른 시합을 준비할 때와는 완전히 변했다. 그가 변한 이유는 모두가 새벽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고등부와 대학부의 차이.

그는 이 차이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중등부와 고등부, 그리고 고등부와 대학부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이는 피지컬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훈련 파트너 때문이었다.

고1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1, 2, 3에서 파트너가 정해진다.

가끔 중학생도 잡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몸이 안 좋을 때뿐이니 예외로 치고, 거의 보통은 같은 고등부가 파트너다. 반대로 대학부도 그렇다. 대학부도 대학교 1학년부터 4학년, 그걸 넘어 실업팀이 파트너가 된다.

파트너가 이미 이렇게 차이가 나니 이는 당연히 실력의 격차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매일 잡는 파트너의 격이 다르니, 당연히 이 갭은 쉽게 메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 초기에는 그래도 고등부 선수들과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대학까지 갔다면 적어도 입상권 실력자들이다.

이런 실력자들은 금방 적응을 하거나, 심지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선수들은 에이스고, 차기 국가대표에 가까운 실력자들이다.

그리고 대학 1학년 중에서는 그런 선수가 제법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66㎏의 신지혁이 그랬다.

신지혁.

포항 동지중, 고 출신.

현 용인대 1학년이고, 올해 대학연맹 1위 2번. 선발전 2위에, 다수의 국제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66㎏의 차기 국가대표 유망주가 신지혁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도 화려했다. 전 대회 석권.

고2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고3 때는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당연하게도 용인대에 진학했다.

그런 신지혁이 이번에 아시아 선수권 선발대회에 출전한다는 걸 임대성 코치는 알아 왔고, 아마도 그와 붙게 될 걸 대비해 이성진을 집중훈련 시키고 있었다.

장난기 많은 이성진도 훈련 때만큼은 진심이라 임대성의 훈련을 아무런 불만도 없이 소화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의 훈련을 등한시한 건 아니었다.

주말 간 비박하면서 훈련 프로그램을 짰는지, 그는 지영을 포함한 전원에게 숙제를 내줬다. 그중, 지영은 근력이었다.

후.

지영은 이성진을 본 운동보단, 근력 운동에 더 집중했다.

근육을 가장 단시간 내로 생성하고, 깎아내고, 배치하는 운동이 뭘까?

당연히 웨이트다.

그리고 당연히 임대성도 웨이트 프로그램을 짜왔다.

일단은 감량을 조금 한 뒤, 식단을 단백질 구성으로 바꾼 뒤 근력을 조금씩 늘려갔다.

이 작업은 굉장히 고난의 작업이었다. 특히 지영처럼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근육의 밸런스 비율이 맞춰져 있는 경우는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지영은 확실히 근력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는 지영의 신체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지영은 체급에서 신장이 가장 큰 편에 속했다. 보통 지영처럼 180에 가까우면 81을 뛰지, 73을 뛰지는 않는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신장이 크면 당연히 체급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신장이 크면 리치도 길어져서 유리한 건 맞지만, 상대적으로 힘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좀 작지만, 단단하게 집중된 근육과 길쭉해서 넓게 분포된 근육은 차이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거다.

간단하게 복싱 만화로 예를 들자면, 인파이터와 아웃파이터 정도의 힘 차이가 난다.

인파이터는 한 방 한 방이 묵직해서 걸리면 끝장이지만, 아웃파이터는 힘이 부족하니 잽으로 견제하고 카운터를 노린다.

지영은 강자와 붙을 때는 철저한 아웃파이터가 된다.

거리를 두고, 기술을 받아서 되치기를 걸거나, 긴 리치를 이용해 반칙을 먹여 시합 자체를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가는 것. 이게 지영의 기본 전술이다. 상대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일단 힘이 강한 상대라면 거의 저런 전술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고등부에서는 그렇게 힘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학부까지 이 상태로 올라가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번 대회에도 작년도 고3 입상 선수들이 대거 출전할 건데, 그 선수들의 피지컬을 지영이 따라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임대성 코치도 이 부분을 염려했고, 지영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생각이 같아서 시작된 근력을 키우는 작업은 그래도 할 만했다. 웨이트를 오랜만에 해도,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몸이 빠르게 적응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 염병, 진짜.”

닭가슴살.

몸에서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근력을 기르기 위해 몸에 공급하는 단백질은 당연히 닭가슴살만 한 게 없고, 그걸 끼니마다 조금씩 챙겨 먹기 시작했는데 딱 3일 만에 지영은 조미를 조금 한 닭가슴살인데도 입어 넣고 씹다가, 욕을 내뱉었다.

우욱!

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렇게 구역질을 느끼면서,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제대로 암초에 걸려버렸다.

방법.

이 역한 걸 먹을 방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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