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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3화 (2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3화

23화. 합동훈련(2)

“어때?”

충주로 돌아가는 길, 이선영은 백미러로 나연석을 보며 물었다.

“뭐, 아까 걔?”

“응. 뭔가 딱 느낌 와?”

“뭐야. 확신 있어서 나 끌어들인 거 아니었어?”

나연석의 대답에 이선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답은 끄덕임과는 다른 느낌으로 냈다.

“나야 있지. 기삿거리도 될 것 같고. 충주 내려오고 인간에 대한 흥미가 진짜 뚝 떨어졌었는데, 잰 좀 신기했거든. 또래보다 성숙한 것도 그렇고, 저 애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그렇고. 그리고 저런 애가 하나도 아니고 쟤까지 다섯이야. 그게 믿어져? 하나도 아니고 다섯이나 뭔 나이팅게일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인성을 갖춘 천재들이 뭉쳐 있다는 게?”

이선영은 그게 신기했다.

그녀는 사람의 성품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주변 환경이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청렴결백했던 인간도 높은 자리에 가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꺼멓게 물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올곧고, 정갈한 성품. 눈에 띄는 천재성.

심지어 외모까지 엄청나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가, 보통 나라가 흔들릴 만한 사건을 캐던 이선영의 흥미를 유발했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도 나연석에게 물어본 건, 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었다.

그는 예능PD였다.

입사 동기는 아니지만 같은 대학 동기인 나연석은 그녀가 저질렀던 대형 사건에 연루되어 이 지방까지 같이 좌천된 인물이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성적이 제법 좋게 나오던 데뷔작을 여전히 맡고 있었을 거다.

사람을 보는 눈은 어쩌면, 자신보다도 좋을 인물.

그게 이선영이 생각하는 나연석이었다.

“다른 애들은 못 만나봐서 모르겠는데, 일단 사진으로 봤을 때 비주얼은 연예계 어디 던져놔도 먹힐 만한 건 인정.”

“딱 그 정도?”

“설마. 강지영, 일단 그 애의 평을 내려보자면, 걔는 PD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일 거야.”

“어? 왜?”

“통제가 안 될 거거든.”

“통제?”

“응.”

이선영은 자신이 잠깐이나마 알아본 강지영이 그런 인물인가 잠시 생각해 봤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걘 애초에 내 제안을 듣고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느낌이었으니까.”

“응. 연기자들이랑은 아예 궤가 다르지. 연기자들이야 그게 일이니까. 아이돌도 성공하려면 뭐든지 거의 다 하는 편이고. A급들 아니라면. 그런데 걘 아니야. 걘 관심 없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할 거야. 오히려 안 찍겠다고 할걸?”

“흠…….”

“예를 들어 그 곱상한 얼굴과 날렵한 체형을 여성적으로 바꿔보자고 해보자. 여장하잔 말을 꺼내는 순간 어떻게 되겠냐?”

“아웃. 아아. 뭔 말인지 알겠다.”

“딱 각 나오지? 그 친군 아쉬울 게 없어. 흥미는 있는데, 그게 목을 매달 정도는 아니야. 일이 아니잖아. 게다가 성적도 좋고. 이미 고등부에서는 원탑이라며? 그럼 이미 구만리 앞길이 엄청나게 창창하단 소린데, 뭐가 아쉽겠어? 그러니 내 마음대로 통제가 안 돼.”

“그래서 포기하게?”

포기란 말에 나연석은 씩 웃었다.

“포기? 포기는 배추…….”

“닥치고. 안 할 거냐고.”

“쩝. 누가 안 한대? 너 어차피 관찰 예능 형태라고 말해서 꼬셨다며. 그럼 그렇게 가. 뭐 특별히 상황 만들지도 말고. 대본도 빼고. 그냥 찍어. 그럼 돼.”

“그걸로 되겠어?”

“시합 영상은 그렇게 찍어서 지금 100만 뷰가 넘었잖아? 거기에 대본이 들어갔냐? 아이디어가 들어갔냐? 그런 얘는 그냥 찍고, 편집으로 살리면 돼. 안 그럼 답도 없다. 뭐 중간중간 생각나는 건 물어보고 좀 찍어도 되고.”

“오…… 든든한데?”

“솔직히, 흥미가 팍 땡기긴 하는데. 어차피 나도 여기서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걔도 하자고 해봐야 안 할 거 빤하고. 그냥 딱 할 일만 하자.”

나연석의 말에 이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아쉽긴 하지만 이쪽은 친구가 더 전문가다. 특히 데뷔작 때문에 A급부터 신인까지 수많은 연예인들을 직접 만나서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석을 캐냈던, 그런 전문가다. 그러니 그의 말을 믿는 게 지금으로써는 상책이었다.

그리고 이선영은 사실,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는 게 있었다.

‘걘 어떤 식으로든 뭔가 터질 것 같단 말이지…….’

이슈가 되었든, 사건 사고가 되었든 간에 말이다.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전부 유별나다고들 했던 그녀의 감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어서 그녀는 강지영이란 젊은 청년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가능하면 좋은 일이었으면 좋겠는데, 후후.’

사건 사고로 괜히 자신이 기사를 쓰는 일만큼은, 솔직히 피하고 싶은 그녀였다. 물론 그 애의 성품으로 봐서는 나쁜 사건 사고를 일으키진 않겠지만, 세상일은 알 수가 없는 법이니, 아직은 지켜볼 때였다.

* * *

목요일.

전국에서 세 개의 팀 청주유도회관으로 모였다.

원래는 금토일, 이렇게 훈련을 하려 했지만 학교 측의 배려로 목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와, 많다. 많어.”

이성진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평소보다는 몇 배나 많은 인원이 모였다.

서울 보성고.

경기 경민고.

부산체고에, 본래 청주팀인 청석고와 충북체고, 그리고 연희고까지.

이렇게 모이니 연습 공간이 비좁아 보일 정도였다.

사실 청주유도회관은 경기장 세 개가 겨우 나오는 넓이라 그렇게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섯 개의 고등학교 팀, 세 개의 중학교 팀이 훈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많은 학교가 모이다 보니 매트가 가득 차서,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방법은 만들면 된다.

준비운동 시작 5분 전, 일단의 학생들이 지영과 황금세대에게 다가왔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여! 영우 오랜만이다?”

“네, 선배님! 체전 금메달 축하드립니다!”

“야잇! 목소리 안 죽여? 그리고 그놈에 선배님 소리 좀 그만하고! 그냥 형이라고 하라니까?”

“에이, 어떻게 그럽니까! 선배님은 선배님인데!”

“어후, 저 꽉 막힌 놈.”

이성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지영을 포함한 황금세대 전원이 피식 웃었다.

조영우.

연희중 3학년이고 주장이다.

신기하게도 지영을 포함한 황금세대를 동경해 남들 다 도내의 오래된 유도부로 갈 때, 저 혼자 연희중으로 들어온 후배였다.

황금세대가 졸업한 지금은 중학교 때부터 유도를 시작한 동기 둘과 함께 연희중을 전국 정상으로 만든, 실력파 후배기도 했다. 실제로 회귀 전 황금세대가 사고로 전원 은퇴했을 때, 임대성 코치는 연희중 3학년인 조영우와 주성호, 권지호 셋을 받아 키워 전국 최고로 만들었다. 그리고 연희중 2학년이 연희고로, 다시 1학년까지 올라오면서 명문의 초석을 다졌다.

“영우야.”

“네, 선배님.”

몸을 풀고 있던 강한결의 부름에 영우가 각을 잡고 대답했다.

“좀 앉아라. 누가 보면 우리가 너희 갈구는 줄 알겠다.”

“넵!”

강한결의 말에 조영우가 얼른 자리에 앉았다.

“2월에 들어오지?”

“네? 네. 졸업식 하고 바로 들어갑니다.”

“그래. 숙소 너무 넓어서 쓸쓸했는데 잘 됐다. 얼른 들어와.”

“하하, 저도 빨리 가고 싶습니다. 참, 선배님. 홍콩컵 소식 들으셨습니까?”

“홍콩컵? 그거 왜?”

홍콩컵.

본래 이름은 홍콩 청소년유도대회다.

보통 12월 열리는 제주 탐라기 대회 1등 선수들이 나가는 대회고, 따로 아시아권 유망주들의 대회라고 불리기도 했다. 대회가 생긴 초기에는 고등부들이 모였는데 지금은 중등부까지 영역을 넓혀서 그 나이 때 중학생 선수들도 출전하는 유망주 대회로 변했다.

중등부는 세계대회가 거의 없는데, 세계의 실력을 알아볼 좋은 취지의 대회기도 했다.

“이번에 탐라기 재끼고, 소체랑 체전 우승 선수들로 홍콩컵 선발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 난 못 들었는데? 어디서 들었어?”

“고모부가 유도회 직원이시잖아요.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했다는 거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아아. 그래. 음, 그건 좀 기다리면 뭐 발표 나겠지.”

강현결이 당장은 그걸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하는 순간, 짝짝! 시작하자! 보성 코치의 외침이 들렸다. 그 외침에 지영을 포함한 전원이 일어나서, 준비운동 대열로 섰다.

준비운동을 시작하자,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여러 개의 팀이 모였으니, 긴장감이 덩달아 피어난 탓이었다.

보통 훈련 때는 이런 분위기가 일어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전지훈련을 가거나, 오면 거의 매 운동시간이 이런 분위기였다.

그리고 지영은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이런 기분도 진짜 오랜만이네…….’

회귀 이후엔 체전이었고, 그래서 거의 컨디션 관리의 운동만 했다. 체전이 끝나고도 휴식 주라서, 도복은 아예 입지도 않았다. 그리고 오늘, 회귀 이후 처음으로 이런 단체 훈련을 하는 지영이었다.

사고까지 합치면 거의 10년이 넘게 못 느끼다가 이제 다시 느끼는 분위기다 보니 감회도 새로웠다. 그러다 보니 절로 기분도 들뜨기 시작했다.

‘재밌겠네.’

잘하는 선수들이 앞뒤좌우에 아주 널려 있었다.

그게 지영을 더욱 기분 좋게 했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익히기로 들어갔다.

허리기술, 업어치기 등, 주기술을 20회씩 반복해 가며 연마하고, 더불어 몸을 뜨겁게 예열시키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영은 일어나서 파트너를 잠시 보다가, 자신을 반짝이는 눈으로 보는 후배와 시선이 부딪쳤다.

‘저런 눈빛은 또 무시 못 하지.’

배우고 싶은 열망이 느껴지는 눈빛.

그럼 가르쳐 주는 게 선배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지영이었다.

“지호야. 형이랑 하자.”

“넵!”

잽싸게 권지호가 달려오자 지영에게 다가오던 선수들이 다시 파트너를 찾으러 몸을 돌렸다. 흔히 익히기, 혹은 부딪치기라 하는 연습은 사실 파트너가 중요했다. 이 연습은 받아주는 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자! 익히기 10분 시작!

보성 코치의 외침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훈련.

총 100여 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숫자 세는 소리와 기합에, 체육관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영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훈련에 돌입했다.

일단은 허벅다리 20회.

권지호의 업어치기를 받아주고 교대해서 업어치기 20회.

다시 허리후리기, 업어치기, 번갈아서 빠르게 기술을 연마했다. 그렇게 7세트쯤 지나자 몸에서 후끈한 열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조금 더 하자, 땀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몸이 아주 좋게 예열되었다는 뜻.

그렇게 10분이 지났다.

“자! 자유 연습 준비! 55부터 73! 81이랑 +100으로 나눠서 한다!”

네!

인원이 많으니 두 파트로 나눈다는 보성 코치의 외침에 선수들은 크게 대답하고는 각자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이 파트너 잡는 것도 일이다. 만약 잡지 못하면, 코치한테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해서 가만히 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웠다.

하지만 잘하는 선수들은 그럴 걱정이 없었다.

알아서 한 번 잡아달라고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마.”

경상도, 특히 부산 특유의 사투리가 지영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지금쯤이면 대학부에 들어가 있어야 할 구혁이 지영을 보고 있었다.

“한 판 하자.”

“네.”

구혁.

원래 이 시기에는 대학에 가 있는 게 맞다. 아니면 대학부에 합류하기 전에 쉬고 있든가.

하지만 그는 여기까지 왔다. 왜 왔는지 이유야 빤했다.

‘나랑 다시 붙어보고 싶어서.’

체전 때 너무 허무하게 져서, 그 설욕을 이렇게 연습에서라도 풀기 위해 찾아온 거다.

이런 고집 있는 선수, 지영은 싫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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