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 신에 대적하는 자
보이지··· 않았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무언가 휘둘러졌다.
그런 감상의 잔재만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부릅, 떠진 카이의 표정.
그 안에는 더 이상의 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만 따위는 더더욱 존재할 수가 없었다.
두려움.
존재해서는 안되는 감정이 어렴풋하게나마 비쳐보일 뿐이었다.
파바바박.
뒤늦게 소리가 터져나온다.
뒤늦은 소리에 카이의 전신이 난도질 되며 갈기갈기 찢어졌다.
【“끄아아악!”】
뒤늦은 통증이 터져나온다.
전신이 난도질 되는 고통은 카이의 정신 또한 갈가리 찢어버렸다.
카이는 이를 까득, 깨물며 힘을 끌어올렸다.
신(神)으로서 가진 바 힘을 모아 찢어진 몸을 복구했다.
【“재생이···?”】
그러나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찢어진 살점들이 재생되지 못하고 후두둑, 아래로 떨어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카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떨리는 목소리가 공허히 메아리친다.
방금 전, 보이지 않는 일격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재생이 되지 않음은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해서는 안되는 것이 정확했다.
이건 재생의 개념이 아니었으니까.
창조(創造).
찢어진 살점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창조하는 것이었다.
신(神)의 격을 획득함으로써 행할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이었다.
오롯한 신의 권능이었다.
그런데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여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신격이··· 무너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어찌 한낱 피조물 따위가 신격을 무너뜨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창조의 권능이 통하지 않고 있었다.
그로써 신의 격이 차츰차츰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감히···!”】
카이의 전신으로 절대적인 마력이 터져나온다.
콰아아아아아아─!!
휘몰아치는 마력의 폭풍 속.
시안은 차분히 멸살의 검을 말아쥐었다.
특수 효과 아르나이즈 집결로 중첩된 특전 효과.
더불어 <신(神)에 대적하는 자 - 신화>의 효과로 카이의 신격을 무효화한 지금.
신(神)의 격을 잠시나마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카이를 충분히 대적할 수 있다.
카이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하더라도.
그의 실질적인 격(格)이 이미 신(神)과 같을지라도.
카이는 진정한 의미의 신(神)이 아니다.
그보다 더 절대적인 존재도 아니다.
결국은,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은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에 불과했다.
시안은 멸살의 검을 움켜쥐며, 가진 바 마기를 터트렸다.
초월의 마력이 폭사함에 세상의 시간이 정지한다.
시간이 정말로 정지한 것이 아니었다.
초월의 마력으로 증폭된 감각.
아르나이즈 집결로 중첩된 버프.
그로써 고속화 된 시안의 사고 흐름이 흘러가는 시간을 정지한 것처럼 인식한 것일 뿐이었다.
고속화 된 세계 속.
스치는 시각 정보가 뇌로 파고든다.
찰나의 순간 동안 수 억개의 정보들이 휘몰아친다.
뇌세포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려온다.
생각하지마.
생각을 닫는다. 의식을 쥐어짜낸다.
감각에 모든 것을 맡긴다.
의식이 날아가며, 시안의 몸이 쏘아진다.
쏘아지는 속도를 역시나 인지가 따라가질 못한다.
카일이 추구했던 극한의 빠름, 쾌(快).
그러나 시안은 완성하지 못했다.
카일의 검을 시안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
한줄기 번개와도 같은 검이 카이의 전신을 갈랐다.
사출되는 마력의 폭풍이 찢어지며 흩어진다.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최상급 진행률 94%(+1%)]
완성되어간다.
그로써 다가가고 있다.
카일이 닿았던 경지.
그 검의 끝에, 시안은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끄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이가 다시금 끔찍한 비명을 터트렸다.
시안이 내딛는 고속의 세계에서 비명이 길게 늘어지며 들려온다.
터져나오는 비명에 신격(神格)이 흩어진다.
마력으로 훑는 카이의 영혼이 삐걱거리며 흔들린다.
카이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시안의 쾌(快)에. 카일이 추구했던 빠름에.
카이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이쪽이 더 빨랐다.
【“내가···! 누구인지 잊은 것이냐!”】
카이의 목소리가 늘어지지않고 들려온다.
설마하니 이 속도를 따라왔다고···?
시안의 떨리는 눈이 옆으로 향했다.
그와 함께 고속화 된 세계 속, 정지된 시간이 흘러간다.
세상이 다시금 제 시간을 찾아간다.
시안의 생각이 번쩍였다.
‘속도를 따라온 것이 아니야.’
카이는 시안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었다.
분명, 이쪽이 월등히 빨랐다.
그렇기에 속도를 따라온 것이 아니다.
속도의 개념 자체를 부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쾌(快)로 이루어진 세계.
카이는 시안이 만들어낸 고속의 세계를 부숴버린 것이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신(神)의 권능이라.
카이의 검이 시안에게로 쇄도해온다.
무방비 된 시안의 목을 노리며 빠르게 쇄도해간다.
그 순간, 번뜩이듯 일렁이는 푸른 안광.
정신이 아득해지는 끝없는 사념.
꽈아아아앙!
카이의 검이 가로막히며 공간이 크게 떨려왔다.
진동하는 공간 사이로 레아와 켄드릭이 카이에게 달라붙었다.
【“더 이상의 자비는 없노라!”】
카이가 격동하며 레아와 켄드릭을 억압했다.
레아의 어깨를 잡아 짓이기고.
켄드릭의 손목을 붙잡아 뽑아버렸다.
말 그대로 신의 자비 따위는 없었다.
신의 잔혹한 심판만이 있을 뿐이었다.
-꺄악!
-커헉!
레아와 켄드릭이 맥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어 카이가 시선을 돌려 시안을 바라봄에.
촤라라라라락!
시안의 검이 온 사방으로 드리워져있었다.
수 개로 시작된 검은 곧 수 천, 수 만, 수 십만···.
【“······ 윽!”】
카이가 이마를 부여잡으며 휘청거렸다.
신의 인지마저 뛰어넘은 무한의 검.
공간을 장악한 무한의 검들이 춤을 추듯 사방을 할퀴었다.
【“······!”】
카이의 두 눈이 또 다시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지금 사방을 잠식한 무한의 검.
허나, 저것들은 분명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시안의 검은 분명히 하나임에 확실했다.
그러나 어지러이 얽히는 검들.
공간 자체를 격변시키며 갈가리 찢어버리는 저 무한의 검들.
저것들 모두가, 진짜였다.
아니, 아니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것이 가짜인지 또한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허상처럼 느껴질 뿐이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허상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그 앞에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그가 온 바 또한 궁구할 수 없다.
그 담연하여 허(虛)하고 정함이 기(氣)의 체(體)이니.
그것은 허(虛)하면서도, 허(虛)하지 않을 뿐이었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4식(第 四式).
환혼검결(幻魂劍缺).
.
.
【“크학···!”】
카이가 각혈하며 뒤로 물러났다.
입에서 쏟아지는 신(神)의 피는 붉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앞선 쾌(快)의 검과는 다른 의미의 보이지 않음이었다.
시안이 닿아있는 경지가.
시안이 올라있는 격(格)이.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붉은 선혈.
시안은 뿌려지는 선혈의 사이로 계속해서 움직였다.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최상급 진행률 94%(+1%)]
그로써 마혼수라검을 차근차근, 완성해가고 있었다.
【“감히···!”】
카이는 이를 까득, 씹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가진 바 신의 힘을 폭사시킴에 시안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때.
“라 메스 에리스 파우라!”
한쪽에서 아리아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며 화아아악!
터져나온 새하얀 백광에 카이의 힘이 자멸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낱 모방에 지나지 않았거늘.
지금 아리아의 신성은 가히 신(神)의 힘과 맞닿아있었다.
“카뮌 드 레지드···!”
아리아가 다시금 입을 달싹거렸다.
카이는 이를 까드드득!
분노를 표출하며 반대쪽 손을 휘저어 다시금 힘을 사출했다.
저 같잖은 성녀부터 처리해야한다.
【“닥쳐라!”】
일갈하는 외침과 함께 콰득!
마력을 머금은 손을 아리아에게 향하며 움켜쥐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있었다.
그러나 아리아는 턱을 움켜쥐는 무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콰직─!
아리아의 턱관절이 으깨져버렸다.
“으으으읍!!!”
끔찍한 통증에 아리아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카이는 그런 아리아를 아무렇게나 잡아 내던졌다.
그대로 죽여버릴 수도 있었으나 그럴 시간이 없었다.
카이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 시안을 바라봤고.
【“······!”】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어떤 검격을 볼 수 있었다.
그것엔 그 어떠한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초월의 마력도 담겨있지 않았다.
단조로운 일격.
좌에서 우로, 약간의 사선으로 내리치는 검격.
또한 그것은 느렸다.
느려도 한없이 느렸다.
그러나 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카이는 저도 모르게 주춤, 뒷걸음질 쳐버렸다.
뒤로 물러나야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차오르고 있었다.
지금 느리게 휘둘러지는 저 검.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나 저 검에는 모든 것들을 확실하게 가르는 절대적인 힘이 담겨있었다.
시안의 검은 반드시 자신을 둘로 갈라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5식(第 五式).
둔혼일검(鈍魂一劍).
.
.
천지 간을 뒤흔드는 굉음도.
숲 전체를 진동시키는 충격도.
그 어떠한 것도 없었다.
쩌억, 벌어진 카이의 입.
사선으로 갈라져 무너지는 카이의 전신.
창조의 권능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잘려진 육체를 재창조하는 시간이 현격히 더뎌져있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의 일격은 안된다.
더 이상 시안에게 공격을 허락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으아아아아아!!”
커다란 포효와 함께 쇄도하는 콘라드의 검.
카이는 검을 들어 맞받아침에 쿨럭···!
입가로 다시 한 번 핏덩이가 쏟아져나왔다.
이 귀찮게 달려드는 날파리들이 문제였다.
이 날파리들 때문에 시안을 억압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제 더 이상 날파리라 부를 수가 없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한낱 날파리였다.
날파리들만도 못한 버러지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꽝! 꽈꽝!
천 년전의 아르나이즈들.
어찌된 일인지 이 날파리들은 그들과 같은 수준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래봤자 버러지들이···!”】
명백한 분노로 일그러진 외침이 터져나온다.
폭사하는 신의 힘.
달려들던 콘라드가 몸을 휘청거렸다.
이윽고 콰직!
빠르게 움직인 카이의 손이 콘라드의 복부를 꿰뚫었다.
그리고 다시 콰직!
꿰뚫린 복부 속, 카이의 손이 내장들을 움켜쥐어 뜯어내었다.
“끄아아아악!!”
콘라드의 끔찍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카이는 벌레를 털어버리듯, 손을 털어 콘라드를 내던졌다.
이어 다시 시안의 존재를 찾음에.
【“안돼···!”】
자신을 향해 쇄도해오는 거대한 참격을 인지할 수 있었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6식(第 六式).
마강일섬(魔强一閃)
.
.
생각조차 생각되지 않는다.
창조의 권능과 신의 격은 이제 갈가리 찢어졌다.
【“감히···! 감히···!”】
카이는 오롯이 분노의 감정만을 느끼고 있었다.
“억겁의 세월 속에 잔류하는···.”
그 순간 들려오는 영창의 주문.
그것은 카이의 정신을 일순간 끊어지게 만들었다.
카이는 엉겨붙는 마력의 파동을 찾아 몸을 움직였다.
시안을 막아야한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자꾸만 훼방을 놓는 이 잔챙이들 같은 아르나이즈.
아르나이즈들에 대한 분노만이 표출될 뿐이었다.
카이의 몸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며, 세라의 눈앞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치 공간 이동을 한듯한 움직임에 세라는 차마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덥썩, 하는 우악스러운 손길이 세라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윽고 카이의 반대쪽 손이 세라의 입속을 헤집었다.
그리고 촤학!
세라의 혀가 길게 뽑혀져 딸려나왔다.
허나,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영창을 함에 있어 목소리에 구애받지 않는다.
고막을 울리는 소리만 있어도.
그 소리를 자신이 인지할 수만 있어도 영창은 가능하다.
오래 전, 엘로디 또한 그러하지 않았는가.
해서 고막의 울림으로도 영창을 할 수 없게끔.
카이는 세라의 뾰족한 두 귀 또한 잡아 찢어버렸다.
“꺄아아아아악!!”
세라가 아스라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카이는 시끄럽다는 듯 세라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성대마저 틀어막은 카이의 손길에 그 비명이 턱,하니 막혀버렸다.
손아귀로 가녀린 엘프의 목덜미가 느껴진다.
그리하여 그 목덜미를 비틀어 끊어버리려던 찰나.
흠칫.
카이의 전신으로 알 수 없는 위화감이 터져나왔다.
천천히 돌아본 시야.
그곳엔 무한의 세계가 펼쳐져있었다.
그리고 그 무한의 세계 속.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것의 실체가 쏟아져내린다.
해, 달, 비, 바람, 안개, 눈, 봄, 여름, 가을, 겨울.
강, 산, 돌, 나무, 풀, 짐승, 사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와 현상들.
허공법계의 만휘군상.
진리의 응화신불.
그 안에서 신(神)이 되고자 했던 자는.
교만의 끝에서 서 있는 자는.
광활한 우주 속, 작디 작은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았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7식(第 七式).
삼라만상(森羅萬象).
.
.
아.
카이는 세라의 목덜미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꽈드득!
카이는 스스로의 목을 비틀어 숨통을 끊어버렸다.
정신이 끊어짐과 동시에 곧바로 회복되었다.
【“허어억···!”】
카이는 달뜬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방금··· 방금은 버틸 수가 없었다.
저 펼쳐진 무한의 세계를 들여보고 있자니, 정신을 온전히 버틸 수가 없었다.
교만의 끝을 봐온 자신이었다.
신의 격을 획득한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버틸 수가 없었다.
만일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더라면.
인간으로서 신의 존재를 끊어내지 않았더라면.
방금 그 세계에서 정신이 무너져 스러졌을 터였다.
키이이이잉!
날카로운 울음이 들려온다.
거대한 마력의 파도가 온 세상을 덮쳐온다.
도망··· 도망쳐야한다.
카이는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또한 결론을 내림에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어딜!”
“순순히 보내줄 것 같으냐!”
웬 드워프와 수인족의 버러지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꺼져라!”】
카이는 필사적으로 힘을 끌어모았다.
달려드는 세미르의 근육을 붙잡아 갈기갈기 찢어버렸고.
덮쳐오는 카리스의 얼굴을 붙잡아 돋아난 뿔과 함께 두개골을 깨부숴버렸다.
그리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는 찰나.
사아아아아─.
산들거리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을 어루만지는 바람은 하나의 흐름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물과도 같았으며, 또한 자연스러움이었다.
앞서서 펼쳐진 모든 일격들.
신의 권능을 깨부수고, 신의 격을 끌어내린 모든 일격들.
그 일격들 모두가 하나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마치 본래 스스로가 그러했듯, 이어지고 끊어지며 다시 이어지듯 흘러가고 있었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8식(第 八式).
만류귀종(萬流歸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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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최상급 진행률 99%(+1%)]
시안의 망막 위로 떠오르는 알림창.
시안은 만류귀종(萬流歸宗)의 검을 갈무리 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카일의 검이자 모든 검(劍)의 기본.
쾌(快), 환(幻), 둔(鈍), 강(强), 중(重), 유(流), 패(覇).
그리하여 마지막 남은 패검(覇劍).
시안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다!”】
감긴 두 눈 사이로 카이의 경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카이는 시안을 향해 남아있는 모든 힘을 폭사시키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할퀴어진 땅거죽이 모조리 비산한다.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잔해들이 산산히 쪼개어진다.
이미 갈가리 찢어진 신의 격이건만.
카이의 힘은 여전히 경이로웠다.
카이의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오롯이 시안을 향한다.
【“더 이상 너를 지켜줄 날파리들은 없노라···!”】
카이는 지금, 시안을 죽이려는 움직임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시안은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카이의 힘은 위협적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시안이 역으로 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카일이 완성한 마지막 패검(覇劍).
내딛어야한다.
닿아야한다.
인간이 닿을 수 있는 궁극의 영역을 넘어선 그곳.
엑시드(Exceed)의 영역에 닿아야한다.
콰아아아아아─!!
사출된 카이의 힘이 덮쳐온다.
그리고 그에 대항이라도 하듯.
꽈꽈꽈꽈꽈꽈꽝!!
시안을 구성하는 공간의 개념이 모조리 터져나갔다.
【“······!”】
카이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시안을 향해 내딛던 발걸음이 뚝, 멈춰섰다.
지금 느껴지는 이 힘.
감각 너머에서 몰려오는 이 압박.
이건··· 이건 차마 어찌할 수 없는 힘이었다.
아니, 이건 힘(力)이라 정의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힘(力)임과 동시에 기개(氣槪)였고.
기개(氣槪임과 동시에 또한 패기(覇氣)였다.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한 힘.
그것은 천지(天地)에 가득 들어찬 기운.
온 세상을 담아내는 아득한 힘이라.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최상급 진행률 100%(+1%)]
망막 위로 떠오르는 하나의 알림창.
그리하여 멸살의 검이 휘둘러졌을 때.
시안의 두 눈이 번쩍, 뜨여졌다.
어둠으로 번들거리는 눈이 사방을 훑는다.
파지지직─! 멸살의 검에 깃든 흑뢰(黑雷)가 크게 부푼다.
시안의 신형이 흐릿해진다. 동시에 부풀어오른 흑뢰(黑雷)가 터지며, 세상을 찢어발긴다.
어둠으로 가득찬 뇌운(雷雲)이 온 세상을 뒤엎는다.
그 시점에서 시안의 검은, 이미 마지막까지 뻗어있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9식(第 九式)
패혼수라(覇魂修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