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301화 (301/322)

301화 - 반역

시안의 사고가 일순간 정지했다.

사고의 흐름이 정지하며 생각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조사단의 목이 황궁에 도착했다는 말.

아리아가 깽판치고 있다는 말과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 말은 즉.

황궁의 조사단들이 죽었다는 말과 다름 없었으니까.

정확히는 살해당했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황궁의 조사단이 조사를 하러 간 곳은 바로 엘란두르.

“설마··· 엘란두르에서 그랬단 말입니까?”

“지금 확인 중에 있네.”

콘라드는 확답을 해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막 그 사실을 접했을 뿐이었다.

아직 엘란두르가 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물론 엘란두르의 정황이 두드러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엘란두르가 자행핬다는 증거는 되지 못했다.

조사단이 엘란두르로 가는 길

혹은 조사단이 황궁으로 돌아오는 길.

그 어느 때라도 다른 누군가가 조사단을 습격할 시간은 충분했으니까.

그렇기에 확실한 건 하나.

황궁의 조사단은 살해당했다.

“하지만 엘란두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네.”

그러나 콘라드는 거의 엘란두르 쪽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안 또한 콘라드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궁의 조사단.

그들은 다름 아닌 로열 나이츠였으니까.

단원들 모두가 엑스퍼트로 이루어진 실력자.

황가를 수호하는 제국 제 1의 기사단.

그런 기사단을 습격하여 제압 및 살해했다?

제국에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얼마나 되는 정도가 아니라 정해져있었다.

물론 조사는 해봐야겠지만···.

역시나 엘란두르가 범인이라 봐도 무방했다.

‘뭐하는··· 거야?’

해서 시안은 지금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이사벨이 지금 뭐하는 건가 싶었다.

황궁의 조사단은 단순한 조사단이 아니다.

무려 황제의 의지와 명령을 수행하는 이들이다.

한 마디로 황제의 이름을 등에 업은 이들.

그들은 황제의 대행인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조사단을 습격하여 살해했다는 것.

‘반역을 저질러?’

이건 반역이었다.

반역에 준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반역이었다.

그 어떤 변명도 의미가 없는 반역.

‘무슨 생각인 거야?’

그렇기에 시안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절벽의 끝자락까지 몰렸다고 한들.

제 아무리 엘란두르가 갈 데까지 갔다고 한들.

반역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물론 현재 엘란두르의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루벤과의 전쟁으로 권세는 무너졌다.

제국의 공적이 되어 모든 이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솔직히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건 맞았다.

그러나 엘란두르의 멸문까지는 아니었다.

악마와 결탁되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 한들.

그리하여 관련한 자들을 모조리 쳐내어진다고 한들.

엘란두르라는 가문 자체가 멸문하는 일은 없었다.

납작 엎드려 자비를 구하면 비루하게나마 살아갈 수는 있었다.

이사벨을 비롯한 엘란두르의 핏줄은 살아남을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엘란두르의 방계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역을 일으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관련한 자들은 물론 엘란두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이들이 모조리 말살당한다.

이 제국에서 엘란두르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진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수였건만···.

‘미친··· 건가?’

솔직히 이렇게밖에 생각이 되질 않았다.

이사벨이 정신적인 압박을 견디다 못해 미쳐버렸다.

루벤과의 전쟁 이후.

엘란두르는 완전히 무너지다시피해버렸다.

거기에 제국의 공적이 되어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말이야 이렇게 간단히 말할 뿐.

당사자가 받는 압박은 어마어마할 터였다.

해서 이사벨은 그 압박을 견디다 못해 미쳐버렸다.

정신적인 압박에 의해 미쳐버렸고, 그 일환으로 이 일을 저질렀다.

그러나 만일 이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있다?’

황가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 된다.

반역을 일으켜 황가를 무너뜨릴 자신이 있다는 의미나 다름 없었다.

더 나아가 제국 전체를 집어삼킬 힘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사벨이 이런 미친 짓을 자행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니야.’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말마따나 현재 엘란두르는 몰락 직전까지 치달았다.

루벤과의 전쟁으로 현재 엘란두르는 가진 바 힘이 없었다.

로열 나이츠와 쌍벽을 이루던 하얀 늑대 기사단.

하얀 늑대 기사단도 이제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황가를 상대로 반역을 일으킨다?

사실상 샤를롯 제국 전체를 적으로 돌려버리는 격인데, 그걸 엘란두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현재 시안과 루벤조차 황가를 상대로 장담할 수 없었다.

루벤조차 이러할진대 엘란두르가 반역을 일으킨다?

이사벨이 그걸 몰랐다고?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악마라는 부분을 껴넣어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신성 제국 정도가 나서지 않는 이상···.

‘신성 제국···?’

그 순간, 시안의 머릿속으로 생각들이 번뜩였다.

황혼 교파의 수장이었던 레이첼.

그런 레이첼이 함께 하고 있는 엘란두르.

그동안 이상하리만치 대응이 없었던 이사벨.

이번에 사절단으로 찾아온 라히르 추기경.

천 년전, 악마로 물들었던 교황청의 상황.

마지막으로 조사단을 죽여버린 반역의 행위까지.

각자 따로 떨어져있던 퍼즐들이었다.

난잡하게 머릿속을 얽혀있던 조각들이었다.

그것들이 이제야 하나 둘씩, 제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묘하게, 정말 묘하게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맞춰진 퍼즐이 가리키는 그림은 하나.

‘설마···.’

정말로 설마했던 추측.

그 추측이 어느 정도의 확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샤를롯 제국과 신성 제국.

‘전쟁을··· 준비했다?’

대륙의 두 패자가 맞붙는 사상 초유의 전쟁.

이사벨은 이 마지막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

시안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했다.

물론 추측이 어느 정도 확신으로 변한 것은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추측에 불과한 건···.

역시나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콘라드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사실이라면 당연히 말을 해야했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라면?

신성 제국과의 전쟁이니 뭐니.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어놓고 아니면 어쩐단 말인가.

이는 결코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었다.

해서 시안은 굉장히 오랜 고민을 거듭했고.

“전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기나긴 고민 끝에 말을 하기로 결정했다.

말을 한 뒤에 사실이 아니었을 때의 리스크.

말을 하지 않고, 사실이었을 때의 리스크.

어느 쪽이 더 큰지는 뻔하디 뻔했으니까.

“이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복잡한 문제?”

“단순한 반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어진 시안의 말에 콘라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안은 그런 콘라드에게 앞선 생각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나고.

“허어···.”

콘라드는 크나큰 탄식을 터트렸다.

시안은 그런 콘라드에게 곧장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을 해봐야하는데···.”

“허나, 신성 제국이 관련한 정보를 남겼을까.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이미 사절단이 찾아온 시점부터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겠지.”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었다는 것.

더 나아가 이사벨이 행동에 나섰다는 것.

그건 콘라드의 말마따나 이미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었다.

아마 털어도 관련한 정보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저희 루벤에 뛰어난 정보원이 있습니다. 다이애나라고 과거, 그림자 달 길드를 이끌던 이온데···.”

“그림자 달이라면··· 암흑가를 지배한 그 길드를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제국 제 1의 정보 길드, 그림자 달.

황태자인 콘라드마저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다이애나의 능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신성 제국의 일이네. 그림자 달의 위명을 모르지는 않으나··· 가능하겠나?”

그럼에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말마따나 샤를롯 제국이 아닌 신성 제국의 일.

특히나 신성 제국의 신민들은 모두가 믿음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교황청의 정보를 캐오기란 쉽지 않았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다이애나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안이 믿는 것은 비단 다이애나만이 아니었다.

《꿰뚫어주마, 파악해주마! 정보 기관 Lv.2》

《꿰뚫어보겠다고? 흥! 막아주마! 보안 시설 Lv.1》

모바일 영주의 현질 시설들.

정보 시설들을 이용하면 제 아무리 신성 제국이라도 낱낱히 파헤칠 수 있었다.

물론 이마저도 부족할수도 있겠다만.

‘그럼 더 현질하지 뭐.’

그때가서 더 현질해버리면 그만.

DLC로 11억을 써버렸지만, 아직 시안의 몫으로 주전관에 약 10억 골드가 남아있었다.

어쨌든 현질과 다이애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만···.”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시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황궁의 자존심과 체면이 걸린 일이었으니까.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반역을 저질렀는데 상황을 지켜본다?

사람들에게 황가가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그렇기에 콘라드는 조사와 동시에 엘란두르를 칠 생각이었을 터였다.

방금 전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면 로열 나이츠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래서는 안되었다.

“지금 반역의 죄를 물어 엘란두르를 치실 수는 있으나, 어떤 변수가 있을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만일 위의 추측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 모든 것들은 이사벨의 계략이다.

레이첼을 움직여 신성 제국을 집어 삼킨 것.

엘란두르의 평판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대응하지 않은 것.

정확히는 그 상황으로 시선을 끌고 뒷공작을 펼친 것.

그리고 이제 그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고.

이사벨은 황궁의 조사단을 죽임으로써 계획의 도화선을 당겼다.

시안조차 놓치고 있었던 치밀한 계획이었다.

정확히는 그 궁지에서 이런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이 치밀하고 치밀한 계획 속.

설마하니 이사벨이 황가가 움직일 걸 생각을 못했을까.

당연히 생각했다.

그럼에도 당당히 반역을 일으켰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황가가 들이닥쳐도 맞받아칠 수 있다는 자신.

어쩌면 황가가 병력을 이끌기만을 기다리는 또 다른 계략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성동격서의 계략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섣불리 움직이는 건 좋지 않았다.

“허나, 폐하께서 가만히 있지 않을걸세.”

“전하께서 폐하를 설득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도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음···.”

시안의 말에 콘라드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네의 말처럼 단순히 반역으로 치부할 문제는 아니네.”

이어 콘라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렵겠지만··· 한 번 해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전하.”

“감사는 무슨. 만일 그 일이 사실이라면 이쪽에서 감사해야할 일이지.”

콘라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휘, 내저어보였다.

시안은 고개를 숙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저는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지금 바로 루벤으로 가보겠다는 말인가?”

“네.”

시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서신을 보내 일을 처리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시안이 직접 가서 지휘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황궁에서 할 일도 없고.’

DLC 컨텐츠를 다운로드 했고.

주전관에서 골드를 확보했으며.

엘란두르의 만행을 낱낱이 고발했다.

여러모로 이제는 다시 루벤으로 돌아갈 때였다.

그런데 왜일까.

“음···.”

콘라드는 침음을 삼키며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였다.

마치 무슨 문제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확히는 시안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어보였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아니, 별 다른 건 아니고···.”

그러자 콘라드가 살짝,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뜸을 들이며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지금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네만··· 떠나기 전에 엘레나를 한 번 만나고 갈 수 있겠나?”

“황녀님을··· 말씀이십니까?”

“그래.”

콘라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실은··· 자네가 황궁에 온다고 했을 때부터 자리를 한 번 잡으려 했었네.”

“저랑 황녀님 말씀이십니까?”

“나랑 폐하까지도 같이.”

“······?”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레나와 더불어 콘라드와 발루아가까지 자리를 잡으려했다니?

황녀와 황태자 그리고 황제까지.

이건 황가의 일원이 모이는 자리이지 않은가.

“그런 자리에 저를 왜···?”

“아니, 뭐 별 건 아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볼까 했는데.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콘라드는 굉장히 곤란한 기색을 비쳐보였다.

“자리를 마련하는 건 어쩔 수 없다만. 이번에 자네가 떠나면 또 언제 올지도 모르지 않은가. 해서 떠나기 전에 잠깐만이라도 엘레나를 만나줄 수 있겠는가?”

콘라드는 간곡한 표정으로 시안에게 부탁해왔다.

그 모습에서 황태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 콘라드는 여동생을 위하는 오빠에 지나지 않았다.

콘라드가 왜 갑자기 저러는 지는 모르겠다만.

한 번 만나고 가는 게 그 뭐 어려운 일이라고.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시안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황궁에 위치한 엘레나의 방.

시안은 홀로 엘레나의 방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시안이 엘레나의 방에 홀로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엘레나는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니까.

해서 시안은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담당 시녀가 어찌나 붙잡던지.

뭐, 콘라드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던 지라 시안은 엘레나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인의 방이자 황녀의 방.

“예전에 레아가 사용하던 방이라 했었나.”

저번에 듣자하니 레아가 쓰던 방을 그대로 엘레나가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과 관련하여 둘 사이에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으니 말이다.

뭐, 아무튼.

시안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봄에 뭐···.

황궁답다면 황궁다운 인테리어의 방.

그리고 여인의 체취가 배어있는 방이었다.

시안은 방의 분위기를 대충 확인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엘레나를 기다릴 겸.

망막 앞으로 떠오르는 모바일 영주 시스템을 만지작 거렸다.

“보면 볼 수록 신기하단 말이야.”

실제로 눈앞에 있는 것만 같은 광경.

그러나 시안의 눈에만 보이는 가상의 광경.

시안은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모바일 영주를 만지작 거렸다.

그러다 문득.

『[메인 스토리 퀘스트] - ‘다가오는 운명’

▶’DLC 컨텐츠 - 카일의 일지’를 완독하세요.』

-보상: 카일의 유산

.

.

“응?”

못 보던 퀘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딱 봐도 새롭게 갱신된 퀘스트인 것 같은데···.

“언제 받은 거야?”

문제는 퀘스트를 받은 기억이 없었다.

“카일의 기억을 보고 있을 때였나?”

아무래도 그때 알게 모르게 퀘스트를 받은 것 같았다.

시안은 차분히 퀘스트의 보상과 내용을 확인했다.

보상은 다름 아닌 카일의 유산.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은 단순했다.

카일의 일지를 완독하는 것.

솔직히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점검으로 인하여 ‘DLC 컨텐츠 - 카일의 일지’가 실행이 불가합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

.

점검으로 인해 카일의 일지가 실행되지 않았으니까.

정확히는 DLC 항목에 관해서만 점검이 진행되고 있었다.

DLC가 아닌 다른 모바일 영주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DLC만 점검하는 것이라 그럴까.

《내 몸이 불타 올라욧! 빠이어어어─!!》

당연하다시피 모바일 영주는 멀쩡하게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시안은 망막 앞으로 떠오르는 알림창의 X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차분히 시선을 내려 생각에 잠겼다.

다름 아닌 카일의 기억에서 보았던 공간.

정확히는 마지막에 보았던 그 새하얀 공간.

대체 그 공간은 무엇일까.

또한 그 공간에 있던 정체 불명의 사내는 누구였을까.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사내가 남긴 마지막 말.

아직 이곳에 올 때는 아닌 것 같네.

그건 당연하게도 카일에게 남긴 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은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시안은 단순히 카일의 기억을 엿보는 중이었다.

천 년전, 그 공간에 간 것은 오로지 카일 뿐이었다.

그러니 사내에게는 카일밖에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나한테 하는 말 같기도 했단 말이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안에게 한 말 같았다.

말도 안되는 일이나,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만일 정말로 그러하다면.

그 말이 시안에게 한 말이라면.

“카일은 그 공간에 계속 남아있었다는 건가?”

그 공간에 남아 사내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카일은 그 사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더하여 그 사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음···.”

생각이 더해졌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어떠한 추측과 가능성도 떠오르지 않았다.

점검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카일의 기억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지금 급한 건 샤를롯 제국과 신성 제국과의 전쟁.

그 진위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만 했다.

그렇게 시안은 생각을 털어내었다.

그리고 엘레나가 언제쯤 오지···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똑똑.

-시안 백작님? 안에 계신가요?

문 밖에서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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