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275화 (275/322)

275화 - 드리우는 전운(1)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버린 아멜리아.

시안은 황급히 아멜리아의 상태를 확인했고, 다행이 큰 이상은 없어보였다.

아무래도 충격에 기절을 한 것 같았는데···.

새근새근, 들려오는 숨소리를 보아하니 기절보다는 자는 것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이번 상행의 피로감이 확, 몰려온 것 같았다.

시안은 쓰러진 아멜리아를 살며시 들었다.

그 과정에서 아멜리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말로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아멜리아는 곤히 자고 있었다.

“이러다 험한 일 당하려면 어쩌려고.”

물론 루벤에서 그런 일이 있겠냐만은.

아멜리아는 자주 상행을 다녀 바깥 생활이 잦았다.

뭐, 그 또한 병사들의 호위가 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래도 여인의 몸으로서 각별히 조심해야할 필요는 있었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멜리아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방 밖으로 나왔다.

저렇게 새근새근, 자고 있는데 깨우기도 뭐했으니까.

또한 황궁으로 가는 것이 엄청 급하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필요한 현질은 모두 했거니와.

[사상 초유의 인과 폭주로 인해 점검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시간의 점검으로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긴급 점검으로 인한 보상을 안내해드리오니, 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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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검 전에 구매하신 모든 시설 및 연구에 대한 즉시 완료권.》

점검이 끝나기 전까지 현질할 수도 없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

긴급 점검의 알림과 함께 영주성 밖으로 어마어마한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악!”

“이, 이건 또 뭐야아아아!”

“수호자께서 노하셨다! 수호자께서 노하신 것이 분명해!!”

그에 따라 수인족들이 아주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기존 루벤의 영지민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루벤이 또 박살이 나네.”

“이번엔 왜 이러는 걸까.”

“몰라. 묻지마.”

정확히는 생각을 포기한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수인족들은 호들갑과 경악을 동시에 선보이며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앞으로 루벤에서 살아갈려면 적응해야 할 일.

시안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보다, 생각보다 현질 금액이 쎄네···.”

뭐, 모바일 영주의 현질 유도가 제정신이긴 했냐만은 그래도 이번엔 조금 예상 밖이었다.

15억 골드를 모두 사용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그럴 건덕지들은 많았다.

그 동안 밀려있던 유지 관리비.

엘로디의 지식과 모르크루의 기술들.

수인족들의 주거와 생활 구역.

특히나 새로 창설된 정보 부서.

다이애나의 영입과 함께 관련한 시설들을 개편하고 또 새로 지었다.

그리고 거기서 어마어마한 골드가 소모되었다.

《꿰뚫어주마, 파악해주마! 정보 기관 Lv.2》 (10,000,000 G)

《꿰뚫어보겠다고? 흥! 막아주마! 보안 시설 Lv.1》 (4,000,000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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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짓는 건물은 기본 수 백만 단위부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를 할라치면 천 만 단위로까지 치솟았다.

다른 시설들에 비해 정보 관련 시설들이 굉장히 비쌌다.

“정보가 곧 돈이라더니.”

그런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 싶었다.

그런데 그게 이런 의미였나?

아닌 것 같긴 하다만··· 뭐, 어쨌든.

그렇게 시안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할 일은 산더미처럼 남아있었지만 당장 급한 불은 껐다.

그리고 지금 당장 현질할 골드도 충분하지도 않겠다.

아멜리아가 깨어날 때까지 딱히 할 일도 없겠다.

시안은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음을 멈춘 곳은 영주성 지하에 위치한 영주 개인 연무장.

원래 레아와 켄드릭의 대련으로 박살이 나있던 연무장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 즉시 완료권 때문일까.

“깨끗하네.”

지금은 새 것처럼 깨끗했다.

그리고 시안이 다시 연무장으로 온 이유.

그 이유는 두 가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일단 첫 번째.

『《자연지기(自然志氣)》

▶업적 보유자의 신체가 자연의 성질을 닮아갑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기(氣)를 온전히 흡수합니다. (마력 축적 효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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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나이즈 특전, <노에미의 자연>에 있는 [효과 3].

시안은 가만히 두 눈을 감아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두근!

커다란 진동과 함께 드래곤 하트가 강맹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안은 이어 마혼제법(魔魂制法)의 구결을 되뇌였다.

사아아아아···.

어둠의 아우라가 피어오르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곧, 공기 중에 깃든 마력의 힘이 시안에게 빨려들어왔다.

이윽고 극마지체(極魔肢體)의 신체가 그 힘을 온전히 빨아들였다.

여기까지가 기존 시안이 마력 수련을 할 때 보이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감각 사이로 느껴지는 청명한 기운.

어떤 파릇한 기운이 시안의 감각으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게 자연지기의 효과인 것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시안은 생각을 닫았다.

정신을 모으며 느껴지는 기운에 집중했다.

그렇게 자연지기의 효과를 확인한 결과.

‘무한은 무한이되 무한은 아닌 건가.’

이렇게 정의할 수 있었다.

이게 뭔 개소린가 싶었지만 이렇게밖에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무한의 개념은 아니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더 설명하려면 여러 복잡한 개념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건 머리가 아프니 패스.

그냥 몇 마디로 요약하자면.

‘온전한 자연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네.’

그것도 별 다른 정제의 과정이 필요 없이 자연 상태 그대로 말이다.

100의 마력이 있으면 100의 마력 그대로.

소실되는 마력을 0%로 만들어버렸다.

즉, 0분의 100 개념으로 +∞%라 산출된 것 같았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무한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진 무한의 효율이라 볼 수 있었다.

정확히는 시안에게만 무한의 효율이라 볼 수 있었다.

마력 전도율이 100%에 다다르는 드래곤의 신체.

일명 초전도체(Superconductor)로 그 효율을 극한으로 빨아들일 수 있으니까.

실제로 방금 전의 호흡으로 축적된 마기는 어마어마했다.

마일리지의 영약의 1,000분의 1정도?

영약에 깃들어있던 마력의 양을 생각하면 실로 말도 안되는 양이었다.

그렇기에 무한은 무한이되, 무한은 아닌 개념.

‘개사기네.’

역시나 개사기라 볼 수 있었다.

시안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후우우··· 호흡을 흩어버렸다.

이대로 계속 수련하면 좋겠지만, 아직 확인할 것이 하나 더 남아있었으니까.

『[영주 전용] - 초보자 성장 지원 울트라 패키지 (10,000,000 G)

구성품: 아르나이즈 최상급 무공(武功)』

-본 제품은 단 1회만 구매 가능합니다.

-본 제품은 인과 초특가 할인 제품으로 구매 시 환불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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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다음 과정의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1,000만 골드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가격.

그러나 시안은 문제없이 현질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런데 모바일 영주가 점검 중이라 수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잠시.

화아아아아악!

시안의 시야 앞으로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그렇게 빛무리가 잠잠해질 때쯤.

시안은 눈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싸늘한 냉기가 흐를 것 같은 차가운 인상의 미남자.

사뭇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은발.

최강의 아르나이즈, 카일.

당연하게도 진짜 카일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카일은 아니었다.

“매번 느끼지만 진짜인 것 같단 말이지.”

그러나 시안은 정말 살아있는 카일과 마주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카일이 시선을 들어 시안을 바라봤다.

환상에 불과한 카일이건만, 카일의 두 눈은 정확히 시안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카일이 움직였다.

움직였다··· 고?

시안은 방금 든 생각에 깊은 의문을 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의 두 눈으로 보이는 카일.

눈앞의 카일은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그저 가만히, 카일은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일은 아까부터 저 자세 그대로였다.

그러나 감각은 그리 말하고 있지 않았다.

카르제의 힘을 이어받아 확장된 기감.

그 기감은 ‘카일이 움직였다.’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일순간 전신에 소름이 우수수, 돋아났다.

저도 모르게 시안의 입을 살짝, 벌어졌다.

여전히 가만히 서 있는 카일의 모습.

그러나 카일은 지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카일이 움직이는 속도를 시각이라는 오감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드래곤의 기감만이, 어렴풋이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잔상조차 남기지 않는, 궤적조차 보이지 않는.

극한의 빠름, 쾌(快).

사박, 하는 발걸음이 들려오며.

카일의 움직임이 그때서야 시각의 정보에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의 궤도가 뚝, 멈춰섰다.

언제 뽑혔는지도 모를 검은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마치 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또한 검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휘어지고 꺾여진다.

이번엔 눈으로 보이고 있었다.

감각으로도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파사삭.

보이지 않는다. 느껴지지 않는다.

저 검의 궤도를, 흐름을.

예상과 인지를 아득히 벗어나고 있었다.

변화무쌍, 환(幻)

그리고 다시 우뚝.

기이하게 흐르던 카일의 검이 돌연 멈추었다.

그리고 이번엔 검이 아주 느릿하게 검이 흘러갔다.

눈에 선히 보일 정도로 느릿하게 휘둘러진다.

그렇기에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시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형용할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분명 검은 천천히 다가오는데 피할 수가 없다.

아니, 피할 공간이 인식되지 않는다.

마치 이 공간 전체가 카일의 검에 의해 장악된 것만 같았다.

상대의 영역을 천천히 걸어가 잠식하는 느림, 둔(鈍).

그 뒤를 이어 카일은 수많은 검로(劍路)를 보여주었다.

세상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함, 강(强).

하늘 전체가 내리누르는 듯한 무게감, 중(重).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흐름, 유(流).

천 만인이 몰려와도 두렵지 않는 기개, 패(覇).

그렇게 카일의 검은, 멈추었다.

“······”

시안은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머릿속은 알 수 없는 경악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의 최상급 과정을 시작합니다.》

《관리자의 수준에 맞춘 과제가 부여됩니다.》

이윽고 ‘Loading···.’ 이라는 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다시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쾌검(快劍) 따라하기 [0 / 1,000]》

《환검(幻劍) 따라하기 [0 / 1,000]》

《둔검(鈍劍) 따라하기 [0 / 1,000]》

《강검(强劍) 따라하기 [0 / 1,000]》

《중검(重劍) 따라하기 [0 / 1,000]》

《유검(流劍) 따라하기 [0 / 1,000]》

《패검(覇劍) 따라하기 [0 / 1,000]》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최상급 진행률 0%]

.

.

.

천 년전, 같은 아르나이즈 동료들조차 믿지 않았던 사실.

“진짜··· 카일이 인간이 맞았나 싶다.”

시안은 그 이유를 너무도 잘 알 것 같았다.

#

카일의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은 언제나 기본을 추구했다.

검(劍)이 취할 수 있는 형태의 기본 베기(斬)와 찌르기(衝).

그리고 이번의 가르침은 그 두 가지 깨달음을 기반으로 펼치는 검(劍)의 기본적인 묘리라 할 수 있었다.

쾌(快), 환(幻), 둔(鈍), 강(强), 중(重), 유(流), 패(覇).

이는 모든 검술(劍術)의 기본이라 봐도 무방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검술은 위의 묘리를 변형하고 섞어 만든 것에 불과했으니까.

그 어떤 최강의 검술이라 한들.

위에서 언급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에 검술의 기본적인 형태를 모두 체득한다는 것.

그건 모든 검술을 활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뜻이었다.

그 말은 즉, 진정으로 검(劍)을 사용하고.

검(劍)을 완전히 지배 하에 놓는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이라 할 수 있었다.

“미친거지 그냥.”

그런데 염병.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냥 제정신이 아니었다.

“진짜 인간이었던 거 맞아?”

솔직히 말하면 엄두가 나질 않았다.

저 검을 따라할 엄두가 말이다.

카일이 최강의 아르나이즈라 불리던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대체 무슨 삶을 살아왔길래 저런 생각과 깨달음을 얻은 거지?”

여러의미로 진짜 제정신이라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예전처럼 막막하지는 않긴 하다만.”

그나마 다행인 건 가능성은 얼핏 엿보였다.

시안은 예전처럼 천하의 둔재가 아니었으니까.

오성이 개화했다고 해야할까.

카르제의 힘을 이어받으면서 시안은 완연한 드래곤이 되었고, 그에 따라 둔재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카일과 비교하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카일의 검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니, 저건 미친 수준이었다!

“카일을 뛰어넘을 수 있기는 무슨.”

따라가기조차 이렇게 벅찬데 말이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뭐, 어쨌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덧 목적지 앞에 다다라 있었다.

당장이라도 최상급 과정을 수련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시안은 카일의 후계자임과 동시에 루벤의 영주였으니까.

그렇게 시안이 연무장을 나와 시안이 향한 이곳.

“세미르, 안에 있어요?”

다름 아닌 <모르크루의 단철장>.

세미르가 드래곤 장비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수련을 내팽겨치고 바로 달려온 참이었다.

들어오시오!

안 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안이 문을 열자,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세미르가 마침 잘 왔다는 듯 시안에게 다가왔다.

땀을 뻘뻘, 흘리는 얼굴로 시안에게 검과 방패 그리고 지팡이를 건네보였다.

“오. 이게 드래곤 장비인 건가요?”

그러자 세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시제품이오. 각각 하나씩 만들어보긴 했소만···.”

시안은 세미르가 건네는 장비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확실히···.

드래곤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며, 기운이며 디자인까지.

드래곤의 기세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엄청난데요.”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면 까무러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으에에에엑?! 하며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죄다 떨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마 시안도 초월 장비, 불멸(不滅)과 멸살(滅殺)에 길들여지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러했을 터.

저기 한 쪽 구석에 멀찍이 떨어져있는 두 사람.

“······!!”

“세상··· 세상에나···!”

루카스와 세라처럼 말이다.

루카스와 세라는 두 눈을 부릅, 떠보이며 경악하고 있었다.

시안이 들고 있는 드래곤 장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 자리에 박혀있었다.

시안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세미르에게 말했다.

“그보다 세미르. 생각보다 빨리 만드셨네요. 언제는 자신 없다더니.”

“그게··· 생각보다 선조들의 지식이 뛰어나서 말이오. 정확히는 선조들께서는 드래곤을 이미 연구를 하고 계셨었더구려.”

역시, 엘로디와 모르크루는 드래곤을 연구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일.

그건 순전한 세미르의 능력이라 볼 수 있었다.

“역시 세미르.”

시안은 그저 엄지를 척, 치켜들어보일 뿐이었다.

대륙 역사상 유일한 드래곤 장비.

겉모습은 뭐라 설명이 불가능한 위엄을 품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성능은 어떠할까.

시안은 성능을 테스트 해볼 겸, 멸살의 검을 소환했다.

“아 맞다.”

하지만 곧 떠오른 생각에 다시 멸살의 검을 흩어버렸다.

아무리 드래곤의 장비할지라도, 초월 장비인 멸살의 검을 버티진 못했으니까.

시안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아직도 경악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루카스와 세라를 불렀다.

“그러고 있지 말고. 둘 다 이리로 와봐.”

이어진 시안의 말에 루카스와 세라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움직이질 않았다.

뭐라 설명하기도 귀찮았던 터라 시안은 직접 둘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두 사람에게 드래곤 장비를 건네었다.

루카스에게는 드래곤 피부로 만든 검과 갑옷을.

세라에게는 드래곤 뼈로 만든 지팡이를.

그러자.

“······?”

“······?”

루카스와 세라의 표정이 붕, 뜨기 시작했다.

시안의 행동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걸 왜···? 라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둘에게 주는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뭐하고 있어? 안 가져가고.”

시안은 그런 둘에게 독촉을 하듯 말했다.

그러자 루카스와 세라가 그때서야 눈을 부릅, 떠보였다.

“제, 제게 주신다는 겁니까? 이 무구들을 마, 말입니까···?”

“나, 나 주는 거야···? 진짜? 정말?”

저 정도면 눈이 찢어지지 않을까 싶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럼 내가 너희 둘을 그냥 불렀을라고? 빨리 가져가. 팔 아프니까.”

루카스와 세라는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시안은 그런 둘에게 직접 장비를 쥐어주었다.

하지만 둘은 그저 멍하니, 손에 들린 장비를 바라볼 뿐이었다.

“뭐해. 빨리 한 번 써봐. 성능을 테스트 해봐야하니까.”

독촉을 함에도 둘은 여전히 멍하니 서 있었다.

답답하던 마음에 시안이 직접 나서려던 찰나.

벌컥!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단철장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소리쳐왔다.

뭔가 싶어 바라본 그곳.

“지금··· 지금 엘란두르가···!”

그곳엔 달빛을 품은 은발의 여인, 다이애나가 숨을 헐떡거리며 서 있었다.

#

시안의 명으로 암흑가 베네르로 향하던 다이애나.

그림자 달이 그동안 모아온 정보들.

그리고 남아있는 길드원들과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결국 베네르에 갈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급히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뭐? 지금 엘란두르가 전 병력을 이끌고 루벤으로 향하고 있다고?”

들려온 흐레스의 보고.

“그렇습니다. 듀라크까지 나선 것이··· 이번에 작정하고 루벤을 치려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다이애나는 곧장 발걸음을 돌려 루벤으로 복귀했다.

그렇게 돌아온 루벤.

다이애나는 황급히 시안이 있다는 단철장으로 향했다.

“지금··· 지금 엘란두르가···!”

그리고 만난 시안에게 관련한 사안을 낱낱이 보고했다.

엘란두르가 어마어마한 병력을 이끌었다.

모든 가신들을 소집하여 대규모 병력을 끌어모았다.

또한 이번엔 듀라크가 직접 진두지휘를 한다.

아무래도 작정하고 루벤을 치려는 것 같다.

그렇게 모든 보고가 끝난 직후.

“에이, 깜짝이야. 난 또 지금 루벤에 쳐들어왔다는 줄 알았잖아.”

시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이애나는 저도 모르게 표정이 벙쪄버렸다.

뭐, 안도한 것은 그럴 수 있었다.

아니, 그럴 수 있기는 무슨.

절대로 그럴 수가 없었다.

본래라면 ‘뭐라고?!’ 혹은 ‘이렇게 갑자기!!’ 등의 다급한 반응을 보여야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결코 저렇게 담담히 안도해서는 안 되었다.

해서 다이애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응? 뭘? 엘란두르가 쳐들어온다는 거?”

“네.”

“아니. 지금 다이애나, 너한테 처음 듣는데.”

처음 듣는데 저렇게 담담하다고?

다이애나는 진짜 뭔가 싶었다.

“뭐···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긴 했었지. 아무래도 아직 전쟁 중이잖아.”

시안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움직임이 빠르네.”

그러면서 꽤나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끝이었다.

더 이상의 반응을 내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건 됐고. 루카스, 세라. 빨리 사용해보라니까 뭐하고 있어?”

그저 루카스와 세라를 향해 뭐라뭐라 할 뿐이었다.

다이애나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아니, 지금 상황에 저리 태평해도 되는 거란 말인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엘란두르의 침공이다.

이건 루벤 자체가 멸문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최소한 걱정이라는 것을···!

“오. 확실히 드래곤 장비라는 건가.”

걱정을···!

“루카스. 병사들에게 보급하면 하얀 늑대 기사단들은 문제가 없겠지?”

“문제는 커녕··· 그냥 쓸어버릴 것 같습니다만··· 아니, 이게 맞는 겁니까?”

걱정을···.

“세라, 마법 병단은 어때? 저번에 본 로르실트의 아르카닉 마법 병단과 비교하면?”

“비교는 무슨 그냥 마력으로 찍어 누를 수도··· 아니, 이게 맞아?”

걱정을··· 대체 왜하는 걸까?

괜시리 머리만 아프게.

“아··· 아니··· 그러니까··· 아···.”

다이애나는 그저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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