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 유산(1)
멍한 정신.
시안은 화면 위에 떠오른 정보를 재차 확인했다.
신체의 강도를 드래곤의 수준으로 강화한다.
간결한 문장이었지만 내포된 의미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드래곤은 세상 모든 종족 위에 군림하는 궁극의 생명체.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장점들을 섞어놓은, 그야말로 궁극의 생명체였다.
드래곤의 피부는 오러 소드 따위는 가볍게 막아낼 정도로 단단했다.
드래곤의 몸을 이루는 골격은 강철보다 튼튼했다.
강철 ‘처럼’이 아니었다. 강철 ‘보다’ 였다.
신체의 강도를 드래곤의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것은 그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면···.”
그간 고질적인 문제였던 반동에 관한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수 있었다.
심지어 반동에 관련한 문제만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설마··· 드래곤 하트까지?”
드래곤의 심장.
일명 드래곤 하트(Dragon Heart)라 불리우는 것이었다.
드래곤 하트는 드래곤이 마법의 주종이라 불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물론 엘로디 이후로 그 칭호는 엘로디에게로 돌아갔지만··· 뭐, 그건 엘로디가 비정상적인 것일 뿐.
드래곤은 여전히 드래곤이었다.
드래곤 하트는 드래곤의 심장으로서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다.
마법사건 기사건, 심장은 마력 운용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관련하여 심장은 의지를 투영하는 기관이고 어쩌고.
수많은 연구와 학설이 있지만··· 머리가 아프니 패스.
어쨌거나 핵심은 심장은 마력 운용의 핵심적인 기관이라는 뜻이었다.
생명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심장.
드래곤 하트(Dragon Heart)는, 이 세상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정점에 서 있는 기관이었다.
담으면 담는대로 무한정 들어갔다.
드래곤 하트는 무한한 마력 앞에서도 과부하가 걸리지 않았다.
이것이 드래곤이 마법의 주종이라 불리게 된 이유이자.
드래곤이 드래곤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정체성이었다.
“이러면···.”
아수라에 따른 반동? 우스웠다.
극마지체(極魔肢體)의 효율? 가뿐히 받아낼 수 있었다.
강화된 드래곤의 신체와 드래곤 하트 앞에서 반동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시안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미쳤다, 라는 말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
“미친!!”
이건 진짜로 미친 것이었으니까!!
무조건이었다. 이건 무조건이었다.
고민 같은 것은 사치였다. 생각 따위는 전혀 필요가 없었다.
시안은 보상 항목의 수령 버튼을 연이어 터치했다.
꾸구구국.
[극마지체(極魔肢體)] - 100,000,000 G.
[소울 오브 드래곤(Soul of Dragon)] - 100,000,000 G.
그리고 화면 위로 떠오른 새로운 알림창.
일순간 시안의 움직임이 덜컥,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 위에 떠오른 알림창이 뭔가··· 이상했으니까.
“아, 그러고보니···.”
시안은 그때서야 앞선 모바일 영주의 알림을 인지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습득’이 아니라 ‘자격’을 부여한다고 했던 알림을 말이다.
한 마디로 시설들의 ‘개방’과 똑같은 개념이었다.
그리고 그 자격을 얻으려면 필요한 것은 역시 골드였다.
“하여간 이놈의 현질은···.”
어떻게 되먹은 게 끝이 보이질 않았다.
언제쯤이면 현질로부터 자유로워질지.
그래도 뭐, 그 효과를 생각하면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었다.
“얼마지?”
시안은 옆에 붙어있는 0의 개수를 확인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억··· 이라니?
에이, 착각했겠지.
시안은 다시 한 번 0의 개수를 확인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우뚝.
시안의 행동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억··· 이라고?
시안의 생각 또한 그대로 굳어버렸다.
석화 마법을 맞은 것처럼 몸도, 생각도 움직이질 않았다.
숨조차 굳어져 쉬이 내뱉어지지 않았다.
띠링!
《진화를 하고 싶으시면, 현질을 해보세요!》
그 사이로 들려오는 모바일 영주의 깐족거림.
그리고 잠깐의 정적.
“개─! 씨─ 엿─! XXX─!!!”
온갖 욕지거리가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쏟아져나왔다.
억? 억이라고? 지금 억이라고?
1천만 골드도 아니고 1억 이라고?!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아니, 1천만 골드도 솔직히 말이 안되는 금액이었다.
그 동안의 현질로 금전 감각이 맛탱이가 가버려서 그렇지.
1천만 골드도 실로 말이 안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뭐, 뭐? 1억 골드?
심지어 각각 1억 골드였다.
극마지체 1억 골드. 소울 오브 드래곤 1억 골드.
2개 합쳐서 도합 2억 골드!
“야이─!”
욕이 끊이질 않고 쏟아져나왔다.
아르나이즈고 나발이고 염병이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라!
“유산이라며! 유산이라며!!!!!”
후대의 후예들이 사용하게 남긴 유산이지 않은가!!
물론 후예들을 생각해서 유산을 남긴 건 고맙게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유산을 남길 거면 유산만 남길 것이지!
“상속세까지 남기면 어떡하냐고!!!”
시안은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
끊임없이 쏟아져나온 욕지거리.
시안은 정말이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하아···.”
아니, 진정은 개뿔이 무슨.
한숨밖에 새어나오지 않았다.
시안은 절로 내뱉어지는 한숨과 함께 인벤토리의 골드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72,435,200 G
약 7,200만 골드.
역시나 1억 골드가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3억 골드가 있었다.
하지만 초월 장비 강화 하는데 2억 골드 가량을 날려먹었고.
또 전쟁 자금으로 거진 3천만 골드를 날려먹었다.
“하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2억 골드를 대체 어디서 구해···.”
수인족들에게 삥을 뜯을 수도 없고 말이다.
설령 삥을 뜯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수인족들에게 2억 골드가 있을리가 없잖아.”
수인족들은 수 백 년전부터 세상을 등졌다.
이들에겐 재화라는 개념이 없었다.
저들끼리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데 골드라는 화폐가 왜 필요하겠는가.
애초에 2억 골드가 뉘집 개이름이 아니었다.
대륙에서 2억 골드를 차출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열 손가락 안에 꼽으라면 충분히 꼽을 수 있었─.
“잠깐.”
일순간 시안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니, 정확히는 하나의 존재가 스쳐지나갔다.
“카르제··· 라면 2억 골드를 가지고 있지 않나?”
최후의 드래곤, 카르제.
카르제는 무려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고룡이었다.
지금은 비록 타성에 젖어 방관만 하고 있다지만 예전에는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수호자답고 또 드래곤다운 카르제였다.
그리고 시안이 조사한 정보에 따른 바, 드래곤은 욕심이 상당한 종족이었다.
보물에 상당한 관심이 많은 종족이었다.
천 년전엔 보물에 눈이 먼 왕국 하나가 멸망했다는 기록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이 역시나 드래곤 By 드래곤.
모든 드래곤이 그러한 것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카르제를 보라.
타성에 젖어도 보물은 죽어도 안나눠 주지 않는가.
밴댕이 소갈딱지만한 속을 보면 분명 보물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을 터였다.
“그 보물들을 얻을 수만 있다면···?”
2억 골드는 순식간이었다.
수 십억 골드도 뚝딱이었다.
“뭐, 한 번 쫓겨나긴 했다만.”
물론 이미 시도했다가 쫓겨났었다.
그런데 고작 한 번이었다. 한 번으로 포기하기엔 너무 컸다.
예로부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아니, 드래곤이 없다하지 않았는가.
“좋아. 다시 가보자.”
시안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
시안은 금방 카르제의 둥지를 찾아올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금방은··· 아니었다.
찾아오는데 길을 상당히 해매었으니까.
하지만 마혼무영보를 밟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보니 눈에 익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찾아왔으니까.”
시안은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높디 높은 산의 정상의 풍경.
역시나 카르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시안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크게 고함을 질렀다.
“카르제님!!! 저 왔습니다!!”
왔습니다─. 왔습니다─.
크나큰 고함은 산의 메아리를 타고 울려퍼져나갔다.
시안은 잠시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카르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설마 이곳에 없는 건가?
··· 싶었지만 시안은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카르제는 분명 이곳에 있음다.
또한 지금 시안의 존재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모습.
‘뭐, 예상했던 일이지.’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소리쳐본 것 뿐이었다.
정확히는 연기를 위한 밑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안은 순간적으로 표정을 다급하게 바꾸었다.
“카르제님?! 카르제님!!”
그리고 이를 어쩌냐는 듯.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 설마! 그 사이에 돌아가신 겁니까?!”
시안은 충격 어린 눈으로 산의 정상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인위적인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는 곳.
그러니까 카르제의 둥지로 통하는 숨겨진 공간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금 카르제가 아무런 반응도 내보이지 않는 이유.
그 이유가 마치 죽었기 때문이라는 듯.
고독사로 인해 시안의 방문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듯.
“카르제님···!!!”
시안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안되겠어. 가서 확인해봐야겠어!”
시안은 마기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멸살(滅殺)의 검의 꽈득! 움켜쥐었다.
“카르제님!! 강제로 문을 열겠습니다!!”
폭발하는 시안의 마기.
숨겨진 공간이든 뭐든, 공간 자체를 베어내고 부숴버리는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
시안은 검을 천천히 앞으로 휘둘─!
쩌저저적─!
일순간 앞선 시야로 공간이 갈라졌다.
그와 동시에 카르제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시안은 안으로 들어오라는 의미임을 모르지 않았다.
시안은 끌어올린 마기를 흩어버렸다.
그리고는 곧장 갈라진 공간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시야가 반전되었다.
뒤바뀐 풍경 속, 시안은 동굴 안으로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100M에 달하는 거대한 생명체.
카르제가 시안이 떠날 때와 똑같은 자세로 누워있었다.
어째, 그 시간동안 자세 한 번 바꾸지 않은 것 같았다.
저러다 욕창이 생기는 게 아닌가 몰라.
아, 드래곤의 피부는 욕창 같은 거 안 생기나?
과연 드래곤은 드래곤인 건가.
잠깐만, 그럼 소울 오브 드래곤을 익히면 나도···?
시안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카르제를 지켜봤다.
쩌어어억.
이윽고 굉음과 함께 카르제의 감겼던 눈동자가 떠졌다.
뱀의 것을 닮았으나 그보다 더 소름끼치는 형상의 눈동자.
[왜 또 찾아왔지.]
카르제의 시선이 오롯이 시안을 향했다.
또한 그 목소리는 여전히 타성에 젖어있었다.
시안은 멋쩍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니, 요 앞을 지나가는데 카르제님이 생각나지 뭡니까. 해서 잘 지내고 계시나 안부차 들렀는데··· 카르제님이 대답이 없지 않습니까.”
잠깐의 정적.
“그래서 혹시 그 사이에 돌아가셨나··· 걱정돼서요.”
시안은 다시 한 번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공간을 부수러 든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그게··· 카르제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 인간들은 노인분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문을 부수고 생사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하하.”
카르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안의 말이 거짓말이든 아니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아마 공간을 부수려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만나주지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생사를 확인했으니 되었군. 용건이 끝났으니 그만 나가라.]
역시나 카르제는 두 눈을 감아버렸다.
시안은 그런 카르제에게 말했다.
“하하하, 매정하시기도 해라. 그래도 이렇게 만났는데, 한 가지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카르제는 역시나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뭐라 지껄이든 별로 들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카르제는 무심한 태도를 일관할 뿐이었다.
그런 카르제와는 달리 시안은 계속해서 저 할 말을 이어갔다.
“그··· 혹시 가지고 계신 보물을 좀 나눠주실 수 있으신지 해서···.”
카르제는 이번에도 감은 두 눈을 뜨지 않았다.
약간 꿈틀거리는 했지만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 안된다면, 혹시 빌리는 것도 가능하십니까? 꼭 갚겠습니다. 제가 지금 급전이 필요한─.”
따악─!
일순간 들려온 청량한 소리에 시안의 말이 끊겼다.
그와 동시에 시안의 모습 또한 사라졌다.
공간으로의 추방.
카르제는 그때서야 평온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아니, 진짜 제가 갚을게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2억 골드만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다시금 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르제는 감았던 눈을 쩌어억, 떠보였다.
그리고 보인 것은 분명한 시안의 모습이었다.
[······?]
무심하던 카르제의 눈빛에 의문이라는 감정이 깃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에 쫓아냈던 참이었다.
[대체 어떻게···?]
“만나뵌지 얼마 안되긴 했습니다만 제가 이래봬도 신용이··· 네? 뭘 말씀이십니까?”
[어떻게 다시 온 것이지?]
카르제는 분명 시안을 쫓아내었다.
또한 분명 공간은 닫혀있었다.
헌데 지금 보이는 시안의 모습은 대체···.
“아. 열고 들어왔습니다.”
[열고 들어왔다···?]
그러니까 공간을 열고 들어왔다고?
카르제는 저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이 안되었으니까.
그랬다면 수인족들이 시도때도 없이 열고 들어왔게?
이 공간은 자신의 마법으로 창조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열었다는 것은 자신보다 높은 경지나 마력으로 찍어눌렀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의 인간, 시안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시안은 과거, 절대적인 존재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비교하면 처참했다.
당장 시안의 수준은 카르제보다 아래였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물론 공간 자체를 박살내는 방법은 있었다.
그 마저도 거진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시안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 카르제는 마땅한 힘을 느끼지 못했다.
카르제의 물음에 시안은 손에 들고 있는 한 자루의 검을 보여주었다.
흑뢰(黑雷)를 연상케 하는 칠흑의 검.
카르제의 기억으로 오래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존재들이 사용한 무구가 떠올랐다.
“이게 초월 장비라는 것입니다만, 사실 저도 이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따악─!
또 다시 들려온 청량한 소리에 시안의 말이 다시 한 번 끊겼다.
그와 동시에 시안의 모습 또한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니, 물어보시고서 다짜고짜 쫓아내시면 어떡합니까.”
시안은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그런 시안의 모습에 카르제는 방금 전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검으로 공간을 가르고 들어온 것이었다.
마치 잠금 장치를 풀고, 제 집 드나들듯이 말이다.
“그건 그렇고. 진짜 딱 2억 골드만 빌려주시면─.”
따악─!
카르제는 다시 한 번 시안을 내쫓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마법을 펼쳐 앞선 공간에 변조를 주었다.
공간의 차원을 병렬적으로 구성하여 그 흐름을 꼬아버렸다.
이러면 공간을 가르고 들어와도 이곳을 찾기란 어렵─.
“어휴, 찾느라 고생했네.”
─기는 염병.
카르제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차라리 공간을 부숴버렸다면··· 이렇지는 않았을 터였다.
공간을 부수려면 과한 힘을 끌어야했고.
그 힘은 그리 많이 사용하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힘이 빠질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러면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그 순간에 공간에 변조를 주신 겁니까? 아직 정정하시네.”
이러면 끝도 없이 찾아올테니까!
“그보다 자꾸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시안은 자기도 생각이 있다는 듯 중얼거렸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벌러덩.
시안이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
카르제의 두 눈에 뚜렷한 의문이 새겨졌다.
천 년의 타성이 무색하게 지금 상황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아 몰라요. 돈 안 주면 저도 안 나갈겁니다. 계속 찾아올 거예요!”
그리고 들려온 시안의 말.
카르제는 이게 뭔가 싶었다.
진짜, 진짜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벌러덩.
배를 까뒤집으며 드러눕는 시안의 모습.
“상속세 주실 때까지 안 나갈 겁니다. 배째요!”
상속세···?
그게 뭔···.
[······]
카르제의 어이가 하늘 높이 승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