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 성동격서(2)
펼쳐진 무(無)의 세계.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무(無)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공간 자체가 무(無)의 세계로 환원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말이 안 되었다.
공간은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법칙.
공간을 무너뜨리거나 박살낼 수는 있어도 무(無)로 돌리는 것은 불가했다.
그것은 세계의 법칙을 무(無)로 돌린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으니까.
그렇기에 그것이 가능한 순간, 그건 더 이상 인지의 영역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었다.
법칙의 초월(超越).
마법사들은 이를 그렇게 표현했다.
실로 믿을 수 없는 광경.
【끄아아아아아아악···!!!!】
하여, 지금 들려오는 이 비명.
이 비명조차 얼마나 말이 안되는 일인지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본래라면 비명조차 들리지 않아야했다.
비명을 지를 수가 없어야만했다.
비명을 지르는 존재조차 무(無)로 돌아가야 마땅했으니까.
그리고 이 비명을 지르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또한 알 수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정신을 뒤흔드는 듯한 비명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듀라크와 카이 그리고 하얀 늑대 기사단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비명이 들려오는 쪽으로 향했다.
시야로 보인 것은 한 인간 여인의 모습이었다.
가녀리다면 가녀리고, 연약하다면 연약한 여인.
그러나 여기 모인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인은 피투성이가 된 몸을 마구잡이로 비틀어대고 있었다.
관절이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인다.
인간이라면 도무지 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몸이 틀어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은 그런 여인의 입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끔찍한 비명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움직이는 사람도, 입을 여는 사람도 없었다.
놀람, 당혹, 경악, 충격, 공포.
갖가지 감정이 담긴 얼굴과 표정으로 여인과 스러지는 무(無)의 세계를 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인지의 영역마저 느끼지 못할 때 쯤.
스러지는 무(無)의 세계가 다시금 제자리를 되찾았다.
흐려졌던 색이 돌아오고, 붕괴된 세상의 윤곽이 그려졌다.
【하악···! 하아악···! 끄윽···!】
여인의 비명 또한 안정되어가기 시작했다.
다만, 얼굴만은 기괴하게 일그러져있었다.
【하악···! 감히···! 감히···!】
여인··· 그러니까, 누르비아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소리쳤다.
방금 전의 기억.
그리고 시안이라는 인간.
시안이 펼친 힘은 실로 경이로웠다.
그런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누르비아조차 그 힘 앞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힘을 제약당한 상태에서는 더더욱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누르비아는 지금 살아있어서는 안되었다.
비명은 커녕 무(無)의 세계로 환원되어 스러졌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누르비아가 이렇게 살아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성물.
정확히는 성물의 봉인을 일부 해방했기 때문이었다.
누르비아는 찰나의 순간에 성물의 봉인을 일부 해방했고.
그에 따라 제약된 힘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부였지만 그 일부라도 충분했다.
누르비아는 펼쳐진 무(無)의 세계를 저항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반대였다.
되려 죽일 수 있었다.
경이로운 힘이었으나 펼친 당사자, 시안은 경이롭지 못했다.
이 경이로운 힘을 제대로 통제할 수도, 다룰 수도 없었다.
천 년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으나 그 뿐이었다.
그 인간은 아니었다.
악마들의 악몽이자 공포였던 절대적인 존재.
그 인간에 비하면 시안은 너무도 처참했다.
그렇기에 죽일 수 있었다. 누르비아는 분명 시안을 죽일 수 있었다.
여기서 그 개자식을 죽여 악몽을 끊어낼 수 있었다.
【이 망할 년이! 끝까지!!!】
그릇의 방해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그 새끼는 곧바로 굴복했··· 끄으윽!】
200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그릇의 간섭.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이거늘, 도무지 믿기지 않는 정신력.
【그런데 대체 이 년은 왜!!】
이것도 전부 다 그 놈, 시안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굴복했어야할 그릇의 정신이었다.
그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굴복해 사라졌을 정신이었다.
그런데 굴복하지 않았다. 기다려 달라느니 어쩌고 염병을 떨더니 되려 더욱 강해진 정신력이었다.
그로써 결정적일 때 힘을 제약당했고.
또 그로써 시안을 놓쳐버렸다.
이게 전부 다. 모조리 시안 때문이었다.
그 엿같은 인간 때문이었다.
【죽여버리겠어···!!!!】
끔찍한 분노가 누르비아의 전신으로 터져나왔다.
나태라는 이름의 악마.
그러나 지금은 터져나오는 분노는 분노의 악마와 다를 바가 없었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악의.
【하악···! 하악···!】
그러나 누르비아는 애써 평정을 되찾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시안에게 역으로 당해버린 것은 여전히 화가 났다.
시안을 놓쳐버린 것은 더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괜찮았다. 어쨌거나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힘이 봉인된 성물. 결국 그 성물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것만 얻으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시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성물은···! 성물은 어디에 있어!!】
누르비아가 일갈하듯 소리쳤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누르비아가 다시금 분노를 터트리려던 그때.
카이가 터벅,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아까 전, 성물을 놓아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성물이 놓인 곳에 다다랐을 때.
“······!”
일순간 카이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당황이라는 감정이 카이의 얼굴에 뚜렷하게 새겨졌다.
지금 카이의 시야로 보이는 광경.
“성물이··· 사라졌습니다.”
그곳엔 성물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
울창한 숲의 풍경.
허리를 훌쩍 넘는 풀들이 사방으로 드리운 이곳.
“이쯤이면··· 못 따라오겠지.”
시안은 그제서야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마혼무영보를 극한으로 밟으며 도망쳐 온 거리.
심지어 <뮤리엘의 축복>의 효과도 어느 정도 받은 상태로 벌어진 거리였다.
아마 추격이 따라붙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애초에 시안조차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쫓아올 정신도 없을 것이었다.
시안은 비로소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아윽···!”
긴장이 풀리자 전신으로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다.
천천히 몸 상태를 살펴보자,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었다.
부하가 걸린 근육이 모조리 파열되어 찢겨져있었다.
관절은 마디마디가 끊어진 것인지 뜻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여기까지 어떻게 움직였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시안은 인벤토리에서 비상약을 꺼내들었다.
엘리가 만든 특제 치료약을 상처 부위에 바르고.
제리가 만든 특제 포션을 그 위에 뿌리고 남은 양은 마셨다.
그리고 역시 엘리와 제리인 것일까.
“하아··· 조금 살 것 같다.”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고 있었다.
파열된 근육이 회복되고, 끊어진 관절이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응급처치였지만 그래도 상태가 훨씬 호전되었다.
“하여간, 이 놈의 반동은 진짜···.”
마혼수라검의 제 1형, 아수라.
그 위력은 가히 초월적이었으나 그 힘을 사용한 반동 또한 가히 초월적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마혼제법을 100% 달성했음은 물론.
지난 날, 마지막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시안은 꽤나 많은 성장을 했었다.
그런데도 차마 통제를 할 수가 없었다.
사방으로 날뛰는 마기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하긴, 이번엔 뮤리엘의 축복도 더하긴 했으니까.”
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는 했었다.
찰나의 세계를 쪼개며 시전된 아수라.
거기에 메긴기요르드의 힘까지 극한으로 끌어올렸으니.
“기절하지 않은 게 어디냐.”
생각해보니 기절하지 않은게 용할 지경이었다.
“언제쯤 이 반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런지···.”
시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잠깐의 상념이 지나가고.
“그보다··· 누르비아가 있었단 말이지.”
시안은 아까 전의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마지막에 등장한 나태의 악마, 누르비아.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그 이유는 짐작이 갔다.
“성물 때문이겠지.”
뮤리엘의 성물이자 아르나이즈들의 힘이 깃든 성물.
이 성물은 악마들의 힘을 봉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시안은 가장 먼저 성물을 목표로 삼았다.
처음엔 누르비아를 타겟으로 했었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힘은 누르비아를 완전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물론 누르비아도 심상치 않은 타격을 입은 건 맞았다.
거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할 수 있었다.
“내 몸도 이 모양 이 꼬라지였단 말이지.”
그러나 시안도 마찬가지였다. 아수라를 시전한 반동이 너무 극심했다.
정말 기절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다.
거기서 더 이상 싸움을 이어가기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듀라크와 카이 그리고 하얀 늑대 기사단들이 남아있었다.
해서 아수라를 시전한 이후 펼쳐진 무(無)의 세계.
시안은 남아있는 <뮤리엘의 축복> 버프를 기반으로 성물을 들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하여 지금 시안의 손에 들려있는 성물.
“왜인지 인벤토리에도 들어가지 않았단 말이지.”
시안은 성물을 자세히 살펴보였다.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구체.
구체 안은 투명하게 비쳐보였는데, 그 안으로 무언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영혼처럼 보이기도 했으며 바라보기에 따라 어떤 힘의 잔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바로 그때.
띠링!
품 속에서 경쾌한 스마트 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뭐지?”
시안은 의문을 삼키며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화면 위에 떠오른 하나의 알림창을 볼 수 있었다.
『[스토리 메인 연계 퀘스트] - ‘끝나지 않은 의문’(클리어!)』
“······ 응?”
시안은 이게 뭔가 싶었다.
#
레이첼은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시안과 루벤의 병력들이 이곳에 있단 말씀인가요?”
듀라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첼은 주변의 풍경을 차분히 둘러보았다.
사실 풍경이랄 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원래는 울창한 숲이 이어져있었지만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무(無)의 공간이었다는 듯 말이다.
“지금 이 풍경은 그 전투의 흔적이고요.”
듀라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첼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성물도··· 빼앗긴 것인가요?”
그리고 듀라크는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개를 가로젓지도 않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반응.
그러나 레이첼은 그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세상에···.”
그렇기에 레이첼이 받는 충격이 거세었다.
알고 있었다. 시안이라는 자가 어떤 존재인지.
과거와 현재라는 모든 시간을 통틀어 제 1이라 불리는 존재.
그 존재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실로 놀랍다, 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레이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시야엔 누르비아가 양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있었다.
마구잡이로 헝크러진 머리는 언뜻 보기에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죽여버리겠어.】
실제로도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듣자하니··· 누르비아가 막아섰다고 한다.
이 말도 안되는 풍경을 어떻게 자아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힘은 가히 초월적이었을 것.
누르비아는 그 초월적인 힘에 맞서 엘란두르를 지켜내었다.
엘란두르를 지켜냈다···?
레이첼은 피식, 웃음을 흘려버렸다.
시덥지도 않은 표현이었으니까.
이 무슨 질낮은 농담이란 말인가.
인간들 따위는 한낱 도구나 희생양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르비아는 그 힘에 맞섰다.
자신이 사라질 수 있음에도 거침없이 이 힘에 맞섰다.
그로써 하얀 늑대 기사단들은 물론 듀라크와 카이가 무사할 수 있었다.
카이 엘란두르.
그래, 카이가 무사할 수 있었다.
레이첼은 한쪽 어귀에 홀로 서 있는 카이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카이의 감정 없는 눈빛이 가라앉아있었다.
【찾아. 지금 당장 찾아!!!】
그 순간 옆에서 누르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르비아는 어마어마한 분노를 터트리며 성큼, 레이첼에게 다가왔다.
터져나온 분노에 레이첼은 정신이 아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게 나태의 악마인지, 분노의 악마인지.
레이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지금 시안을 추적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당장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이 광경을 펼쳐낸 시안의 수준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시안이 마음 먹고 숨는다면 찾을 수가 없었다.
【필요 없어! 다 필요 없어! 그 새끼는 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니까!!!】
하지만 누르비아에게 이성적 사고는 통하지 않았다.
정말 이게 어딜 봐서 나태의 악마란 말인가.
“진정하세요. 지금 시안을 쫓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두자고? 애초에 성물을 그 새끼가 가져갔다고!】
뭐··· 맞는 말이긴 했다.
시안은 성물을 들고 도망쳤고 어떤 식으로든 시안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시안을 쫓기란 역시나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찾지 않더라도, 알아서 우리를 찾아올테니까요.”
【······ 뭐?】
“지금 이곳엔 시안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다름 아닌 루벤의 병사들.
듣자하니 전투 도중에 별도로 퇴각을 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시안과 동떨어져있다는 뜻.
“숨어있다면 알아서 기어나오게 만들어야죠.”
【그게 무슨···?】
“제게 방법이 있어요. 그러니 나태께서는 몸부터 추스르고 계세요. 그 상태로는··· 시안과 싸워도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까요.”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불안했다.
정확히는 예상을 벗어났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다.
레이첼은 시안이 이 정도까지 성장을 했을 줄은 몰랐으니까.
누르비아를 이렇게까지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리 그릇의 방해가 있었다고 해도 악마 6군주는 악마 6군주였으니까.
탐욕, 질투, 분노, 색욕, 탐식, 나태.
그 죄에서 깨어난 여섯의 악마.
대륙 전체를 공포에 물들였던 절대적인 악(惡).
그래서 이게 정말 말이 안되는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레이첼은 누르비아 혼자 만으로는 불안했다.
성물을 가져왔다면 걱정은 없었겠지만···.
역시나 의미 없는 가정이었다.
따라서 시안을 끌어들인다 한들 대적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하지만 뭐··· 이 또한 큰 걱정은 없었다.
【실망이군 누르비아.】
일순간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
그것은 누르비아와 같은 악의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누르비아의 것이 아니었다.
피부 끝을 찌르는 듯한 끔찍한 악의(惡意).
【고작 인간 한 명한테 쩔쩔매다니···.】
그 속에서 무한한 굶주림이 느껴졌다.
#
『[스토리 메인 연계 퀘스트] - ‘끝나지 않은 의문’(클리어!)』
갑작스럽다 못해 뜬금없는 퀘스트 클리어.
“아.”
하지만 시안은 금방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퀘스트가 성물을 찾으라는 거였지 참.”
애초에 퀘스트 목표가 성물을 찾으라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성물은 지금 시안의 손에 들려있었다.
“잠깐, 그럼 보상도?”
띠링!
《퀘스트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닷!》
역시나 클리어에 따른 그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시안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갑작스레 달성된 퀘스트도 퀘스트였지만, 그 보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무려 카일의 유산과 노에미의 유산이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보상이었다.
시안의 경험상 퀘스트 보상으로 가장 값어치가 있는 보상.
애초에 아르나이즈의 유산이 가치가 없을리가 없지 않은가.
시안은 멍한 정신으로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가장 먼저 카일의 유산에 관련한 보상 정보가 떠올랐다.
《극마지체(極魔肢體)를 습득할 자격을 부여합니다!》
“극마지체?”
농담 하나 안 섞고 태어나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 관련한 정보가 재차 떠올랐다.
『극마지체(極魔肢體) <1성> - 마(魔)에 깃든 근원의 힘을 받아 신체가 진화합니다.
[1성 효과] - 마(魔)에 관련한 능률과 효율이 +3,000% 증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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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신체가 마기를 보다 쉽게 다룰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그 효과는 무려 +3,000%.
즉 마혼제법으로 다루는 마기의 능률과 효율이 30배나 증가한다는 뜻이었다.
“미친···.”
이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마(魔)를 다루는 이에게 있어 궁극의 신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1성이라는 것을 보아 2성, 3성으로 꾸준히 상승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
“미친···.”
역시나 이 말이 절로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근데 조금 아쉽네.”
시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효과 자체가 아쉬운 것은 아니었다.
효과는 미치다 못해 정신이 나간 것이라 말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마기를 늘려봤자 의미가 없는데···.”
다만, 현재 시안의 상황과 맞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마기는 차고 넘쳤으니까.
일명 심기체(心氣體).
심(心), 깨달음.
기(氣), 마력.
체(體), 신체.
심(心)의 영역은 건드릴 것이 없었다.
마혼수라검에 깃든 묘리와 깨달음은 이미 완성되어있었으니까.
시안이 그 깨달음을 검에 녹여낼 수 있냐의 문제였다.
기(氣) 또한 역시나 문제가 없었다.
마혼제법으로도 부족함이 없었고, 극마지체(極魔肢體)까지 습득한다면 말할 건덕지도 없었다.
그러나 체(體). 즉, 신체는 아니었다.
현재 시안은 심기(心氣)에 비해 체(體)의 영역이 상당히 뒤떨어져있었다.
아까 전, 누르비아를 상대로 시전한 아수라(阿修羅)만 하더라도 그러했다.
시안은 날뛰는 마기를 차마 통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반동의 여파 또한 온전히 받아낼 수가 없었다.
물론 메긴기요르드의 영향도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시안은 아수라의 반동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초식을 사용하고 매번 기절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였다.
또한 마일리지가 잔뜩 쌓여있음에도, 엘릭서와 같은 영약을 복용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해서 시안은 꾸준히 신체를 단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두 영역과는 달리 신체는 성장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물론 성장 버프를 받고 있었지만 이것 또한 한계가 있었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개체가 갖는 한계라고도 할 수 있었다.
뭐, 지금이야 어찌저찌 버티고 있었다만···
아수라(阿修羅)를 넘어 상위의 마혼수라검을 생각하면 문제가 다분했다.
아니, 지금 당장 누르비아를 어찌할지부터 걱정해야했다.
나태의 악마는 너무도 강했다.
해서 지금 당장은 기(氣)의 영역.
그러니까 마기의 증폭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물론 없는 것보다야 좋긴 하다만···.”
현재 시안의 상황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아니, 되려 감당하지 못하는 힘을 부여받는 꼴이 될 수 있었다.
어쩌면 반동을 제어하지 못해 단순히 기절이 아니라 신체가 박살이 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걱정과 아쉬움을 동시에 삼키고 있던 찰나.
띠링!
카일의 유산에 이은 노에미의 유산에 관한 정보가 화면 위로 떠올랐다.
《소울 오브 드래곤(Soul of Dragon)을 습득할 자격을 부여합니다!》
“소울 오브··· 드래곤?”
이것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러나 앞선 극마지체(極魔肢體)와는 달리 친숙했다.
수인족이자 드래곤의 특색을 지닌 용인족(龍人族), 노에미.
아무래도 그것과 관련한 보상인 것 같은데···.
이윽고 관련한 정보가 재차 화면 위로 떠올랐다.
『소울 오브 드래곤(Soul of Dragon) - 드래곤의 힘을 흡수하여 신체가 진화합니다.
[효과] - 신체의 강도를 드래곤의 수준으로 강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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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시안의 눈이 저도 모르게 번쩍 떠졌다.